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47화 (147/154)

〈 147화 〉 146화 ­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9)

* * *

축제까지이틀이남았다.

“맛있네요.”

사람이얼마없는카페의구석자리.오르시니가의영애리체르카가기품있게손수건으로입을닦았다.

프릴이달려있는하얀블라우스위,푸른사파이어목걸이가흔들렸다.

리체르카의앞에있는테이블에는로라가만든치킨이놓여있었다.리체르카는이미세가지치킨을한개씩먹어본상태였다.

분명눈물나게매운치킨도먹은상태란말이었다.헌데리체르카는차분한미소를잃지않고있었다.

“...”

아서는아무말도하지않고지긋이리체르카를바라봤다.속으로만한숨을내쉴뿐이다.

“설마원하시는반응이나오지않아실망하셨나요?”

시선을느낀리체르카가살포시눈을떴다.

“···그런건아닙니다.”

“거짓말.편하게얘기하셔도괜찮아요.어차피서로무언가감출있는사이도아니잖아요.”

리체르카는옆에있던차를한모금마셨다.여유롭게입가를올려보였다.아서는미간을찌푸리며말했다.

“누가들으면우리가굉장히친한사이인줄착각하겠습니다.”

“아닌가요?”

“절대아닙니다.”

아서는리체르카의말을딱잘랐다.

“그럼앞으로친해지기위해더자주만나죠!”

그러나리체르카는 머리가꽃밭으로가득찬소녀처럼활기차게외쳤다.두손을번쩍들어올려마치이이상을환영한다는동작도취해보였다.

그찰나에아서는속으로만욕지거리를내뱉었다.입으로발음해봤자더좋아할여자였기에애써삼킨것이다.

“장난은이쯤하고.”

순식간에리체르카가텐션을낮췄다.목을가다듬으며처음과같이차분했던목소리로말을계속했다.

“어쨌거나정말맛있다고느꼈습니다.기대한것보다훨씬괜찮네요.폐가되지않는다면미셸양에게다른요리도부탁하고싶을정도랍니다.”

“제앞이라고너무후한평가를내리시는거아닙니까?”

“진심이에요아서님.미셸양에대해알아본결과,그녀의특기가이런자극적인음식이아닌걸알고있으니까요.”

리체르카는입가를올리며종이더미를툭툭쳤다.

“좋네요.이정도수준이면1등은확정이라말할수있겠네요.”

리체르카의단언에아서가한쪽눈을찡그렸다.

“다른변수가들어와도말입니까?”

“그변수가없도록하는게아서님과 저의일이잖아요.”

“그렇긴하죠.”

아서가스읍하고잇새로바람을들이마셨다.뭔가아직까지석연치않은변수들이잔뜩있었기때문이다.

당장자신을협박해려고했던세력부터아직까지행동하지않은로라의안티세력들.그들이전부까발려지지않은이상1등을단정짓기에는찜찜함점이많았다.

과거의일이아닐경우최악을상황을상정해보는건아서의습관중하나였다.

“아서님께서는지금처럼행동해주세요.아서님이계속움직여주셔야제가1등확정이라고말할수있는거니까요.”

“흠···.”

“무엇보다커다란무대경험이없는아이에게곁에있어주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잘알고계시잖아요?”

“그렇죠.”

리체르카의말에아서가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연습과실전은달랐다.

그게생사와연관이없는요리일지라도.

실전에서기계가아닌이상자잘한실수가터져나오는건당연했다.그리고그러한실수들은옆에버팀목이있을경우크게줄어들었다.

로라는아서스스로가생각하는것보다더아서를신뢰하고있었다.다양한향신료나식재료들을알려주는것부터올바른맛평가까지계속해주었으니,담당교수이상가족이하정도의신뢰도였다.

결국외부에서의변수가없는이상,큰흔들림없이1등을달성할수있을요리와판매전략들이었다.

아서는잠시입을다물고축제까지해야하는일들을머릿속으로검토했다.한번검토가끝났을때리체르카의눈을바라보며넌지시말문을열었다.

“그런데.”

“말씀하세요아서님.”

“···정말맵지않으셨습니까?”

“푸흣.”

아서가은근슬쩍궁금하다는듯이물어보자리체르카가짧게웃음을터트렸다.

“솔직하게말씀드리면꽤매웠어요.네.”

“그럼어떻게···.”

“어떤상황이들이닥쳐도여유로운표정을유지해보이는건귀족으로서 당연히 갈고닦아야하는기본소양이니까요.”

“제가아는귀족들은전혀아니던데···.”

아서는짧게읊조렸다.

얼굴색하나변하지않을정도로포커페이스를유지하는건 쉬운일이아니었다.마력도운용하지않고말이다.

‘그걸이어린나이로하다니.’

이번일이진행될수록아서의머릿속에서리체르카에대한평가가나날이높아지고있었다.

‘분명참기힘든경험을몸으로받아들여야만했겠지.’

또한오르시니가에서가르치는간교함에대한혐오감도나날이커져갔다.

“아서님은···.”

아서가묵묵히입을다물고있자리체르카가나직이아서를불렀다.아서가리체르카의푸른눈동자를마주보고나서야리체르카가말을이었다.

“제가매워가지고울며불며난리치는걸보고싶으셨던건가요?”

‘네.’

아서는이번에도속으로만대답할뿐입밖으로얘기를꺼내지않았다.그러나리체르카는아서의대답을듣기라도한것마냥얘기를계속했다.

“하지만지금은모두가볼수있는카페잖아요.품위없게다른사람앞에서그런모습을보일수는없죠.그래도뭐,아서님이그런제모습을정보고싶으시다면,아서님에게만특별히다음에보여드리도록할게요.이를테면.”

리체르카가말을끊고요염하게혀를살짝내밀었다.붉은입술을혀로한번훔친다음에야달콤하게입을열었다.

“침대위에서?”

“계획에대한얘기나계속하죠.”

“후훗.”

아서가무시하자리체르카는옅게웃음을흘렸다.헛소리를할때마다조금씩아서의대답이순해져가는게보람차게느껴졌다.

*

‘형님.딱한번만부탁드리면안되겠습니까?’

‘그일오르시니영애가붙었다며!그럼나도어쩔수없는데대체뭘부탁한다는말이야!’

‘아니형님!이번에는진짜쉬운일입니다진짜!들킬일도전혀없습니다!딱한번만들어주세요!’

‘···들킬일이전혀없다고?그럼함얘기해봐라.’

아서에게역으로당했던연합소속학생이아는형님에게간곡히부탁했다.자그마한잔에술을졸졸따르며얘기를끝마쳤을때는형님이라불린사내가자신의가슴을호탕하게두들겼다.

‘그정도야눈감고도해줄수있는일이지!그래서얼마나줄건데?’

사내는돈에관해서슴없이얘기했다.술을따르던연합소속학생의눈썹이희미하게찡그려졌다.하지만입가에미소를애써유지하며타협을계속했다.

이내자신의몫이얼마남지않을정도로타협한이후에야형님이라불린사내가고개를크게끄덕였다.

‘아주좋아!그정도돈이면내가한번힘써줄만하지!나라서해주는거야.알지?’

‘아이고감사합니다!’

웃으면서고개를숙였지만속으로는욕지거리를계속내뱉는연합학생이었다.그연합학생이자신에게남는돈이전혀없음에도일을추진하는이유는단하나였다.

바로얄밉게자신을내려다봤던학생,아서에게받은굴욕을되갚기위해서였다.

연합학생은오르시니영애에게대놓고거역하면서까지일을수주할깜냥은되지않았다.그렇기에조금더악랄한계획을실행했다.모두상담원여학생에게들은아이디어였지만말이다.

‘두고보자···!’

연합학생이분노에이를악물고시간이흘러,일을실행해야할시기가다가왔다.

달이어슴프레하게보일정도로캄캄한밤.일정한간격으로배치되어있는가로등근처에임시로설치해놓은노점들이들어서있었다.푸드페스티벌을위한노점들이었다.

형님이라불린사내는덩치에맞지않게척후병을지망하고있었다.그것도꽤나우수한축에속하는편이었다.

지금당장헌터길드에들어간다쳐도C급은받아낼수있는실력.성격이흉포하고어울리는일행들의질이좋은수준은아니었으나,실력하나만큼은교수들도인정하고밀어주는정도였다.

척후병학생이복면을쓰고발걸음소리를죽인채목표노점으로천천히걸어갔다.귀를기울이지않으면들리지않을정도로자그마한소리만흘릴뿐이었다.

존재감과기척또한거의없었다.누군가가바로옆을스치고지나가도모를정도다.

척후병학생의손에는하얀색연료통이들려있었다.작전은단순하게몰래가서불을지르고빠져나오는일이었다.어차피새벽이라사람도얼마없었다.

간간히순찰하는학생과조교가보였으나,그들이모든노점들을상시지켜볼수는없는노릇이었다.

배치되어있는학생들틈을자연스럽게지나쳐로라의노점에당도했을때다.

‘쉽다쉬워.’

척후병학생은휘파람이라도부르고싶은심정이었다.남들모르게행동할때면항상짜릿했다.그조마조마한심정이그를척후병으로만들었을정도였다.

이러한나쁜짓을저질러도유유히빠져나가면그만.건물에불지르는것도아니었기에크게다치는사람도없을터였다.

절망감에빠질요리사지망생들의얼굴이머릿속에그려졌다.척후병학생은음습한미소를지으며행동을옮겼다.

‘어차피내일도아닌데. 누군가죽는것도아니고.’

별일이아니라고생각하면서로라의노점에기름을두르는척후병학생.불길이번지면서주변의노점들이전부불타사라진다한들,그는가벼운마음을가지고있었다.

지금자신이들킬가능성은전혀없었으니까.

여기까지오면서자신을인지한사람은전혀없었고,카메라에도들키지않게마법도구를사용했다.

이제불을지르고돌아가서돈만받으면되는일이었다.

그렇게요리사지망생들이애지중지하게쌓아올린꿈에불을붙이기직전.

“거기학생.설마불을붙일생각인가요?”

불쑥허공을통해전달되는목소리.

“흡!”

척후병학생이깜짝놀라헛바람을들이켰다.이내재빨리고개를돌렸다.

시선에굉장히자그마한어린애가들어왔다.심지어자율학생교복을입고있는특이한어린애였다.

체인안경을고쳐쓰는어린애.

아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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