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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자-150화 (150/154)

〈 150화 〉 149화 ­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12)

* * *

제이슨캠밸은호기심이샘솟았다.

은은하게빛을반사하는금색체인안경을쓴소년이었다.굉장히작고어려보이는데도겉모습과는맞지않게행동하는꼬마아이다.

날카로운눈매와비상식적인성격.그것을둘째치더라도왠지모를호기심이샘솟았다.

자신에게폭력을가하고경찰서에갇히게만들었다던가,로라미셸의조력자라는사실과는상관없었다.제이슨은그저호기심대로행동할것을결심했다.

그래서이것저것말을붙여보려고했건만.

“이제그만나가봐도괜찮겠습니까.”

상대가단답으로거절의사를밝혔다.자신이귀족의자제라는걸신경쓰지도않는차가움이었다.

“그러지말고.조금이라도들어보는게···.”

“괜찮습니다.어차피학생이나조교,잘해봐야교수들얘기뿐이겠죠.”

아서는무심한표정으로말을덧붙였다.제이슨은인상을찡그렸다.동시에의아했다.그또한자율학생교복을입고있으면서,외부인인것처럼행동하는그모습이사뭇부자연스러워보였던것이다.

“앞으로당신은학생재판을받게되겠지요.그때가되면밝히고싶지않은내용까지도전부밝히게될터이니,굳이저에게먼저말할필요없습니다.애초에그런것들,별로신경쓰고싶지도않고신경쓸여유도없습니다.”

아서는자리에서일어나걸음을옮겼다.마지막으로서늘한문고리에손을얹고못다한말을내뱉었다.

“그럼즐거운퇴학되시길.”

아서가뒤로살짝고개를돌려서눈을마주봤다.그눈빛은싸늘한선고가되어제이슨의심장을꿰뚫었다.

제이슨의몸이한순간움찔떨렸다.눈은초점이잡히지않은채마구잡이로흔들리고있었다.압도적인기백에의해정신이흐트러진것이다.

“···너같은놈들은평생이해할수없을거다.”

그흐트러진정신속에서문득,누군가에게말해본적없던속마음이흘러나왔다.마지막이라는생각이드는만큼두툼한입술이멋대로움직였다.

중얼거림을들은아서는그자리에멈칫섰다.그리고몸을뒤로돌리며제이슨을바라봤다.

“어린나이에자율학생교복을입을수있었던너는평생모를거라고.재능없는자의서러움을.”

제이슨은방금까지귀를기울인적이없던꼬마가돌아봐주자자신감이생기기시작했다.자신의말에확실을가진정치인처럼목소리를높였다.

“그래,너도로라미셸과똑같겠지.평생할수있을것처럼그일을좋아하는재능,자신의신념을관철할수있는재능,노력할수있는재능,그리고다른사람들이생각할수없는내용을가볍게생각해낼수있는재능까지.그런재능들을가진로라미셸과같이너희들은평생재능없이살아가는사람의마음을이해하지못할거라고!”

덜컥!

벌떡일어서는제이슨.책상에두손이묶여있는그가할수있는최대한의몸부림이었다.

제이슨은스스로객기였을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속마음을꺼내봤자차가운행동이되돌아올거라고예상했다.

하지만그렇기에더더욱열의를담아말을토해냈다.이제두번다시볼일없을상대라고생각했으니까.

어떠냐,자극받았지?모른다는게있을거라는사실이분하지?

그런마음을가진제이슨이아서와눈을똑바로바라본순간이었다.

“그런가요?”

열받았을거라고생각했던상대가정작심드렁히대답했다.아서는눈을가늘게뜨고말을이었다.

“저,제가좋아하는걸처음배웠을때,누군가에게재능있다는소리를들은적이단한번도없었습니다.”

“뭐?”

“지금이야실력이뒷받침해주니입발린칭찬으로자주듣지만요.”

제이슨은눈을크게떴다.되돌아온건예상외의답변이었다.

자율학생교복이란,학원도시내에서한분야의전문성을인정받은학생만이입을수있는교복이었다.졸업할때까지하고싶은걸마음대로하라는이사장에게서허락받은증표다.

자신보다훨씬어려보이는꼬마가그런증표를받으려면분명재능이있어야할터였다.

아니,없어서는안됐다.그렇지않고서야절대로받을수없는교복이었으니까.

아서는어느새제이슨의의자건너편에앉아있었다.헛소리하지않고진심을내비친다면조금더대화해볼의향이있었다.

“제이슨캠밸.당신은로라미셸이평소에어떻게삶을보내는지알고계신가요?”

“···알까보냐.보나마나교화부학생들하고담당교수한테무수히많은칭찬을듣고선허리꽃꽂히세우고즐겁게요리하겠지.”

“전혀틀렸습니다.”

아서는손바닥을들어올리며말을딱잘랐다.

“미셸양이어째서그리많은혼잣말을하는지도모르시겠군요.”

“그건당연히정신병이겠지.”

“이번에도틀렸습니다.”

두번이나말허리가잘리자제이슨은입을다물었다.아서는옅게한숨을내쉰다음다시말을꺼냈다.

“미셸양이혼잣말을하는이유는그녀스스로가요리를더잘하기위해서그런습관을만들었기때문입니다.”

“습관···?”

“그렇습니다.저또한그녀에대해제대로몰랐을무렵에는그런생각을하고있었네요.요리도구들과식재료를대상으로시도때도없이중얼중얼떠들지못하면버틸수없는불쌍한아이라고.헌데나중에미셸양이병원에서진단받은기록을확인해봤는데,예상외로멀쩡했더군요.다중인격과같이특이한정신병은처음부터존재하지않았다는뜻이죠.”

“말도안돼···.”

“실제로그녀가혼잣말을하는내용을전부들어보면쉽게알수있습니다. 혼잣말이 대부분요리에관한 내용을 자문자답으로확인하는과정이라는걸.뭐,올바른맛을찾기위한노력이라는거죠.거울을바라보며스스로에게해답을찾아내는행위와비슷하다고해야하나.단지주방에는거울이없으니,식자재와요리도구들을보며하고있는것일뿐이죠.아시겠습니까?”

“...”

충격적인사실에제이슨은입이벌어지지않았다.

생각지도못한답변이었다.누군가의비밀을몰래엿들은것같은기분도들었다.

“그래서.”

아서는이대화를끝으로마무리짓지않고,제이슨을다그쳤다.

“미셸양이그렇게정신병자처럼중얼거리는사이에당신은뭘하고있었죠?”

“어?”

갑작스럽게들어온직설적인질문이었다.제이슨은입술을달싹였다.

하지만허파에서공기만연신들어갔다나왔다를반복할뿐,제대로된말이나오지않았다.누군가에게떳떳이얘기할수있는성실한과거가아니었기때문이다.

물론아서는그점을정확히알고있었다.제이슨캠밸을붙잡기전,그에대해미리조사해놓았으니까.

“미셸양이잠을줄여가며다양한식재료들을찾아보고,익히기쉽지않은기술들을익히고,미친사람마냥눈에불을켜고학습할때,당신은어디서뭘했냐는말입니다.”

아서는느긋하게,또담담히쏘아붙였다.그한마디한마디들은제이슨의목을거세게졸랐다.단순히말을듣고있는것뿐인데도제이슨의숨이가빠졌다.이마에서마저땀이흐르기시작했다.

“나,나는···.”

뭐라고변명해보고싶었으나그생각들은금세사라졌다.과거에얼마나노력했다한들,현재노력하지않은자가입을열어봤자전달력이없다는걸알고있었다.

지난수개월간성적도,그럴싸한결과도,제대로된요리도내지못했다.

“아···.”

그때부터였다.

환경이어떻든,과거가어떻든,자신의현재상황에맞게꾸준히노력하고있던로라미셸의모습이머릿속에들어온건.

“그녀가지금까지해온모든것들을단순히재능이란단어한마디로단정짓지말아주세요.”

아서는차분하게말을매듭지은다음자리에서일어났다.제이슨은멍하니그자리에앉아있었다.이어서그의어깨가추욱늘어졌다.

마음속으로로라미셸에게완전히패배한사실을인정해버렸던것이다.타인에게그럴싸한말을내뱉는것도결국현재를성실히살아나는놈에게만허락되는것이다.

‘퇴학인가.’

요리사의꿈을놓쳐버린지금,몇개월동안하염없이인생을낭비한지금,퇴학당한다는그사실은당연하다는생각이들었다.

아니,오히려지금까지퇴학당하지않고있었던게신기한노릇이었다.이내다가오는현실을직시하고받아들이기로정했을때였다.

“그런데.”

아서가입을열었다.이번에는뒤도돌아보지않고말이다.

“안타깝지않으십니까?”

“...”

“당신도이학원도시에들어왔다면분명꿈이있었을터입니다.요리사라는꿈이.”

“......”

“당신스스로가재능이없다고생각하더라도, 당신이 과거에 노력해온 사실들을부정할사람은한명도없습니다.결과가눈에띌정도로화려하진않았어도,묵묵하게주방에서혼자요리하고있었던시간들과귀족의자제임에도후배들을따듯하게가르쳐주었던시간들을부정할수있는사람은단한명도없다는겁니다.”

제이슨은아무말도하지않았다.머릿속으로여과없이흘러들어오는그말들을그대로받아들였다.

“당신이내놓은접시가 다른사람들에게 제대로된평가를받지못해요리를그만두는거라면,그사람들은이번축제를기점으로전부사라질예정이라고말씀드리죠.이사장님께서요리학교와관련된부정부패를직접뿌리뽑겠다고말씀하셨으니까.”

“!!!”

“그런데뭐,다시성실해진다고한들또누군가에게가로막혔다고그만두신다면야지금그만두는게맞긴하겠네요.그때가서그만둔다면더많은시간을낭비하게되는일이니.”

아서는유감이라는듯어깨를으쓱였다.제이슨은손을쥐락펴락했다.갈팡질팡한그의마음을그대로보여주는행동이었다.

“아쉽게됐네요.치즈를사용하는데있어으뜸이라던학생의요리를두번다시맛볼수없게 된다는게.”

하지만아서의마지막말이그의가슴에조그마한불씨를남겼다.

쿵.

문이닫히는소리.제이슨이뭐라고말을꺼내기전에아서는이미취조실을나선뒤였다.

취조실은텅비어버렸다.허나그와반대로제이슨의머릿속에는복잡한생각이꽉차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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