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153화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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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모두하교할무렵,노을이지는것과함께로라의노점앞으로몇몇의학생들이승냥이떼처럼어슬렁모여든다.
대부분사나운인상을지니고있었다.독특한헤어스타일이며복장,흉터와문신을하고있는학생들이태반이다.
하지만그들이누군가를해코지하기위해모인것은아니었다.그들은교화부소속학생들,다시말해로라가거주하는제1동교화부소속학생들이었다.
모두로라가보낸문자를받고찾아와그녀가만들어줄음식을상상하며헤벌쭉미소짓고는삼삼오오무리지었다.
“야,혹시로라가무슨요리를개발했는지아는놈있냐?”
“아무도모를걸?아까마야한테물어봤는데개도모른다더만.”
“에이,마야가모를리있냐.그냥안알려주는거지.”
“하지만마야마저모른다고하니오히려기대감이생기네.대체무슨음식이나올까.크흐흐.”
다들로라의음식에관한얘기로떠들썩했다.느지막이수업을마치고온모히칸머리의남학생을제외하고.
모히칸남학생은다른교화부학생들을눈을가늘게뜨고바라봤다.과거에있었던일때문에그들을고깝게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다.
정작로라가힘겨워할때는아무것도하지않고관망하고있다가,그녀가선의를베푼다니벌때처럼몰려드는나쁜놈들.그렇게중얼거리고있던차다.
“야,닭벼슬!지금왔냐!”
고글을쓴여학생이능글맞게웃으며말을건넸다.그녀도교화부소속학생,모히칸남학생보다1년먼저교화부에들어왔던학생이었다.
“···뭐야너도왔냐?”
“그럼!미셸셰프님께서우리에게사료를맛보여주신지한참됐는데안오면섭섭하지!너도미셸님의요리를맛보기위해찾아온거잖아.”
“그렇긴하지.”
모히칸남학생이그말을듣고고개를천천히끄덕였다.그의머릿속에선로라가해주었던요리들이촤르륵떠올랐다.
달짝지근한간장소스가묻혀있던닭꼬치,화끈한불맛이맴도는바베큐,그리고초호화레스토랑에와있는것과같은착각을줬던양고기스테이크.로라의요리는무엇하나기대를배신한적이없었다.
그정도의맛있는음식을맛보기위해서라면보통수십,수백에달하는돈을지불해야하는걸로알고있건만,로라는식재료만주면뚝딱만들어주는마법사이자천사였다.
“크흐,크흐흐.”
“야야,너군침흐른다.입좀닦아라.”
고글여학생의말에모히칸남학생이퍼뜩정신을차리며소매로입을닦았다.
“지금우리를불렀다는건푸드페스티벌에내놓을음식에대한감평때문인가.”
“아니,요리는이미완성됐다는데?”
“···그럼부를이유가없잖아.”
“넌도대체메시지에서뭘본거야.평소에도움을준것에대한감사라잖아,감사!”
호쾌하게목소리를높이는고글여학생.
“...”
반면모히칸남학생의얼굴에는먹구름이드리웠다.지금그가시간을내서애써찾아온이유는자신의의견이로라에게조금이라도도움이되었으면해서였다.
하지만이미완성이라니.그럼자신도결국로라의음식을탐하기위해찾아온파렴치한사람중한명이되는게아닌가.
다달이로라의재료지원비로그녀의계좌에돈을보내어보탬이되고있지만,그것만으로는턱없이부족했다.로라가교화부에서자신에게베푼은혜에비하면···.
“뭘그렇게착잡한표정을짓고있어,주변사람기분나빠지게.설마이번에로라의도움이되지못했음에도음식을받아먹는다는사실에죄책감이든거야?”
고글을쓴여학생이익살스럽게웃었다.팔꿈치로는모히칸남학생의가슴을툭툭쳤다.
“···그런거아니야.”
“그럼됐어.그것보다같이앞에가서보자고.무려탄네르자매가로라를도와주러왔다고!”
“자,잠시만.탄네르자매?내가알고있는탄네르자매말이야?”
“그럼뭐어디사는탄네르자매겠냐.빨리따라와!”
고글여학생이모히칸남학생의팔을붙잡고노점가까이로 향했다.모히칸남학생은힘의격차에의해반쯤끌려가다시피걸음을옮겼다.
학생들이반원을그리고지켜보던로라의노점이그의눈동자에도들어왔을때다.
“와!진짜탄네르자매잖아!”
“와아···.”
감탄하는고글여학생과는다르게모히칸남학생은넉을놓고전방을쳐다본채로탄성을터뜨렸다.
고글여학생의말대로탄네르자매가직접주방에서로라를도와주고있었다.심지어사관학교의엘리트로소문난한스며,교화부소속사고뭉치중에서도유명한릴리까지와있었다.
요리와는연관이없더라도멤버들만보면푸드페스티벌따위우승을따는데전혀문제가없을것같은초호화라인업이었다.
탁탁탁탁!
“캬,저정도면신기다신기.”
“탄네르자매가요리를잘한다는소문이있었던가?”
“지금까지들어본적없어!우리가처음보는걸지도몰라!”
껍질을미리까놓은야채들을일도양단하는피네를보며학생들이눈빛을빛냈다.
네네는타이머없이정확한시간을계산해가며닭다리를튀기고있었고,두건을쓴로라는마무리와함께자잘하게손이필요한곳에임기응변으로들어가조리를진행했다.
그런데정작,모여있는학생들이보고가장놀란건탄네르자매나로라가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쟤는누구야?!불의화신이야?”
“저녀석은진짜뜨겁지도않은건가?”
“와···씹,미쳤다.쟤도요리학교학생이야?”
헬맷을쓰고있는꼬마아서였다.아서는자신의어깨넓이보다넓은커다란웍에잘튀겨진치킨을볶았다.
당연히어린아이의몸으로는그힘을감당할수없었다.그래서부족한힘을채우기위해전신에마력을흘러넣어육체를강화시켰다.
전투직종을희망하는학생들은아서의마력활용능력에혀를내둘렀고,그걸모르는학생들은아서가웍을휘두를때마다천장으로치솟는불길에감탄을터뜨렸다.
“모두줄을서세요!줄을!”
요리가끝나가자릴리가큰목소리로교화부학생들에게소리쳤다.교화부학생들은방목하고있는양떼처럼곳곳에흩어져있다가,릴리의말을듣고는질서정연하게줄을서기시작했다.
모두가얌전히줄을서자한스가치킨들을용기에담아학생들에게배급했다.모든치킨이공평하게닭다리였으므로서로싸울일은없었다.
마라맛,허니맛,샐러드맛해서각각두개씩.학생들은종이양동이에그특이한치킨들을보고눈을휘둥그레하게떴다.
“그래,이향이야이향!아까부터나를미치게만들었어···!”
한남학생이마라치킨에코를킁킁거린후몸을부르르떨었다.
“핫!달아아아아!그런데맛있잖아!이음식은대체뭐냐고!”
허니맛치킨을바삭하고베어문학생이울부짖었다.어느새다시베어물려고했을때는뼈만남은치킨을보고입을떡벌렸다.
“아아···치유된다.먹기만해도건강해지는이맛은대자연의맛인가···.”
샐러드치킨을먹은학생의어깨에힘이축빠졌다.입가도흐믈흐믈해져마치산의정상에서산들바람을맞고있는사람처럼상쾌한미소를지었다.
한두명씩차례가지나,마침내고글여학생과모히칸남학생의차례가왔다.
“반응들끝내주는데···?여태껏로라의음식을먹었을때와전혀달라!”
“음식부터가다르잖아.나도로라가이런요리를할줄은몰랐다고.”
모히칸남학생이알고있기로로라는불에관련된요리가특기였다.특히숯과토치로위아래로지졌던바베큐의맛은그야말로천상의맛그자체라할수있었다.헌데치킨이라니.
빨간색과노란색그리고초록색.
모히칸남학생은신중하게먼저먹을치킨을고른다.침을꿀꺽삼키고땀을한방울흘린후에야과감하게손을움직였다.
생각하고말것도없었다.가장눈에띄는이빨간색치킨이야말로로라의인도일지니.옆으로고개를돌렸을땐고글여학생도같은생각을하고있었는지빨간색치킨을들고있었다.둘은동시에고개를까딱거린다음빨간치킨을베어물었다.
바삭!
“아,아악.”
“크으윽···.”
두눈을동시에질끈감는두사람.이어서허파를쥐어짜내듯큰목소리를허공에내질렀다.
“매워어어어어어어!!!”
이렇게폭력적인요리는지금까지의로라의요리가아니었다.영겁의불을몸에두른봉황이날아들어와온몸에쌔게부딪힌느낌이었다.혀는물론이고전신을마비시키는짜릿함에의해땀이뻘뻘흘러내렸다.
그럼에도왜일까.
손만은마비에걸리지않았다는듯이저절로움직인다.힘을줘서자신의의지가담긴게아닌,본능적으로움직이는것같았다.
다시베어물기가두려운그맵고빨간치킨을손이입으로들이댄다.어서먹으라는듯이유혹하는것이아니다.빨리물어뜯으라고몸이강제한다.
바삭!
“크아아아아아아악!!!”
그들뿐만이아니었다.빨간색마라치킨을먹은학생들이모두눈물콧물짜내며몸을부르르떨었다.로라의노점앞이강렬한비명으로가득채워졌다.
허나이매운맛은단순히위를강타하는자극적인매운맛이아니라,맛있는매운맛이었다.그래서그들은계속손을움직였다.빨간치킨을마저먹기위해.
“다,다음···.”
마라치킨을다먹자마자그들은노란색치킨,허니치킨을손에들었다.이어서재빨리바삭하고베어물었다.
“으,으오옷!”
“퍄하아···!”
자극됐던모든감각을가라앉혀주는천상의달콤함.방금까지가지옥이었다면지금은천국이었다.그것도극락이다.
기름의고소함과꿀의달콤함이입안에서조화를이룬다.귀에서는축하행진곡이울려퍼졌다.비참함의눈물이감동의눈물로탈바꿈하며그들은살아있기를잘했다고마음속으로되뇌었다.
이달콤함을맛볼수있던것에대한감사를···!
이쯤되면마지막샐러드치킨에대한의문이더더욱커져갔다.앞선두치킨이너무나도강렬했기에어떠한충격을받는다한들놀랍지않을것만같았다.
기대는되지만강렬한두자극을매듭짓기에는무엇을내놓아도따라올수없으리라.
하지만마지막까지먹어주는것이야말로음식에대한예절,예의다.
모히칸남학생은방금전고행을같이넘어온동료,고글여학생을한번힐끗쳐다봤다.그녀도모히칸남학생을고개를돌려바라본다.
뜻이통했다.마지막까지여정을함께하기로정한동료.그마지막광경을확인하기위해초록색치킨을잡아들고베어물었다.
바삭!
“흐아아···.”
“으아아아···.”
모히칸남학생과고글여학생이신음과도같은소리를내쉬었다.지옥과천국을지나그들은현실로되돌아왔다.허나차가운도시나,황폐한황야가아니다.따듯한대자연,새가지저귀고녹색나뭇잎이무성한대자연으로돌아왔다.
마지막의여행길로서이보다더좋을수는없으리라.눈을떴을때는세상이다르게보이는것같았다.그리고그제야그들은깨달았다.평소에맛봤던로라의음식에서느낄수있었던그것.먹는사람을행복하게해주겠다는따듯함이이음식에도담겨있다는것을.
“흐윽,흑.”
저절로눈이촉촉해지더니눈물이흘러내렸다.벅차오르는감동에고개를들수없었다.
“있잖아···.저번에네가로라를도와줘야한다고애들앞에서얘기했었잖아···.”
고글여학생이은근슬쩍얘기를꺼냈다.모히칸남학생은눈물을닦고천천히고개를돌려서그녀를바라봤다.
“모두들네가말했던내용은이미다알고있었어.그녀가학교에서받고있는괴롭힘이며불합리함은우리모두가다알고있었다고.”
“···그럼.”
“저번에도말했듯로라가먼저손을내밀기전까지,혹은현재그녀의상황에도움을주기딱알맞은사람이나타나기전까지우리도참기로정했던거야···.우리라고도와주고싶지않았던게아니라.”
“...”
“엠마교수님도이사실을잘알고계셨지.우리에게이렇게해달라저렇게해달라말씀은하지않으셨어도,내심마음고생을크게하셨을거야.교수님은우리모두를걱정해주시는분이니까.”
고글여학생이잠시말을멈추고고글을살짝들어올렸다.그사이로공기가통하며그녀가흘렸던눈물이폭포와같이콸콸터져나왔다.
“어쭙잖은도움은,혹은필요치않은도움은오히려마음에부담이줄뿐이잖아.그래서우리들도마냥지켜볼수밖에없었어.너에게도그말을전하고싶었지만,네가그발언을한이후로우리를피해서전할수없었고.”
고글여학생은마지막으로먹었던초록색치킨을잠시내려놓고로라를바라봤다.모히칸남학생도그시선을따라같이로라를바라봤다.
“어때? 지금의 로라는. 우리도움이필요한아이로보여?”
“···아니.”
로라는여전히요리하고있는상태였다.다만,한눈에봐도알수있을정도로행복하게미소짓고있었다.
그리고그미소는그두명뿐만아니라교화부학생모두가다함께지켜보고있었다.지금까지고생했을로라를,멀리서지켜보기만했어야했던로라를다같이바라본다.
같은음식을먹었을뿐인데서로마음이공유된다.로라를위하는따듯한마음.그들이모두죄를저지르고그처벌로인해이곳에왔을지언정,모두가악인은아니었다.악인이라고해도개선될여지가있는학생들이었다.그렇기에교화부에라도남을수있었던거니까.
스스로를변화시킬마음만있다면,노력하기를포기하지않는다면그들은변할수있다.
“모두!”
아서가자신이마무리하겠다고말했기에휴식을취할수있게된로라가교화부학생들앞으로나섰다.
“엠마교수님께서버스를대기시켜놓았다고하니편하게맥주받아가세요!”
로라가그말을끝으로노점에배치해뒀던냉장고를열었다.
“매,맥주!”
“진짜냐!!!”
“천국이야···여기가천국이야···!”
교화부학생들은그어느때보다눈빛을반짝였다.술은교화부담당교수인엠마의허락이없다면마실수없었기때문이다.
치킨과맥주의조화.
해가저물고대부분의학생들이피로를풀려고클럽이나술집으로향했으나,그들에게있어이치킨과맥주의조합이야말로클럽이자유흥이었다.
치킨을물어뜯으며그들은서로맥주캔을짠하고부딪혔다.이자리를마련해준로라에게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