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이유찬 (2)
혹시라도 고백이라도 해오면 어쩌지?
..잘생긴데다가, 운동도 잘해, 춤도 잘춰, 노래도 매력있게 잘불러, 여기선 아직 베프는 없지만 사교성도 좋아, 매너있지, 연애도 두번이지만 1년씩 사귄거 봐서는 바람둥이 같지도 않고..
완벽하잖아?
아씨..
고딩 따위는 남자로 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상대가 유찬이라고 하니까.. 응.. 솔직히 흔들린다.
하지만.. 그런 유찬이에 비하면 나는...사실 조금 비교되는게 맞지..
나중에, 정말 나중이라면.. 서큐버스 시스템으로 더 예뻐지면 모를까, 지금의 외모로는 비교가 많이 될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까 또 자신이 없어지고, 기분이 울적해진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나와보니 엄마랑 아빠가 거실 쇼파에서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고 계셨다.
엄마 아빠 틈 앞에앉아서 나도 티비를 보면서 슬쩍 물어봤다.
"엄마, 엄마는 아빠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어?"
"와.. 우리딸이 이제 이런걸 궁금해할때야?"
"아빠는 좀 가만히 있어봐.."
"으응."
엄마가 딸기를 오물오물 거리면서 대수롭지 않은듯 대답한다.
"그냥, 이 남자면 괜찮겠다 싶었어. 매일 집에서 게임만하고 밖에는 잘 안나가니까, 바람필 일은 없겠구나 싶었지. 가끔 술마시고 늦게 오긴 하지만, 그거야 이이 친구들이랑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뻔히 다아니까 걱정도 안되고. 그리고 일단 니 아빠가 나를 너~무 좋아했었거든."
"..으응. 아빠가 유난히 엄마를 좋아하긴해."
내 눈에도 그게 훤히 보일정도로.
"아무튼.. 너 요즘 관심가는 남자애 있어?"
"어? 어어? 아, 아니야!"
"아니긴 뭘 아니야. 말 떠는거 보니까 맞는거 같은데."
"아니라니깐.."
"왜, 뭐가 문젠데 그래? 얘기해봐, 우리딸 연애상담도 한번 해보자."
엄마가 나를 툭툭 치면서 말하자 옆에서 아빠가 엄마한테 푹~기댄체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휴우.. 그냥.. 요즘들어서 조금 그래. 나는 애들은 싫은데.. 좀 괜찮아 보여서, 살짝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래."
"애? 그니까 연하?"
"아니아니, 그냥 동갑인데."
"아, 하긴 오빠들이 좋지~. 근데 동갑이어도 오빠 같은 애들도 있잖아. 그런애들이면 상관 없을텐데."
...내 전생의 기억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스무살은 되야 할 것 같단 말이에요.
이게 쓸데 없는 고집? 뭐 그런거라는건 잘 아는데.. 알긴 알아도 마음대로 안된다는게 참..
"휴~ 아무튼 그래! 그냥 내 또래 애들은 남자로 안보였었는데.."
"신경이 쓰인다, 이거잖아. 근데, 걔도 너 좋아해?"
"그,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관심이 아에 없는건아닐것 같아."
"뭐야~ 도끼병이야? 그럼 아직.. 그 뭐야. 썸 인가? 썸도 안타고 있는데 그런거야?"
"..응."
"그런 걱정은 확실해 지고나서해. 어차피 너도 관심있고, 걔도 관심있다고 하면, 둘이 만날때마다 분위기가 어느쪽으로든 흘러갈거야. 좋게 흘러가면 사귈수도 있는거고. 그러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아. 뭐.. 그때 되면 고민할 여유도 없을걸? 정신차리고 보면 이미 사귀고 있겠지. 호호홍, 부럽네~ 엄마도 연애 하고 싶다야."
"..우리 딸도 이제 연애할때가 왔어.. 휴.. 아빠 마음이 너무..."
"응, 알았어. 역시 우리 엄마야! 난 잘게!"
아빠가 또 넋두리를 늘어놓기전에 후다닥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침대에 누워서 폰을 켜고 웹 포털로 여러 뉴스들을 보면서 계속 엄마가해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긴, 분위기 타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감정이 커져서.. 정신 못차리게 되겠지.
...진짜 설레발 쩐다.
궁상 맞게 이게뭐하는거야?
휴.. 아직 확실하지도않은거가지고 괜히 고민하지 말고 잠이나 자야지.
* * *
오늘은 아무도 내 꿈을 꾸지 않았는지, 꿈 소환이 되지 않았다.
역시나 오늘도 아침 운동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학교 수업이 끝나고 장기 자랑 연습까지 별 일 없이 끝났다.
장기자랑 연습은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9시 전에 끝내기로 했다.
그러면 사실상 야자 땡땡이아니냐고? ...응 맞아..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합법적, 비양심적인 꼼수로일찍 집에 가기로 했고, 정화를 데려다주고나서유찬이랑 우리집으로 가고있었다.
"저.."
"응?"
"코인 노래방 가지 않을래?"
유찬이가 뜬금 없이 코인 노래방에 가보자고 한다.
"코노?왜??"
"그냥, 노래 들려주고 싶어서. 내 노래를 들은건 너 뿐이잖아. 노래는 부르고 싶고, 혼자는 가기 싫고, 그렇다고 또 누굴 데려가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러니까 나랑 가자?"
"어, 싫으면 그냥 집에가고."
"아니.. 싫은건 아닌데, 뭐.. 좋아! 가자!"
"진짜??"
"어, 가자. 코노 열시까지만 할 수 있는거 알지?"
"알지! 지금이.. 아홉시 이십분이네. 빨리 가자!"
"어디로가? 건대?"
"음.. 건대 밖에 없을거 같은데?"
"그치? 그러면 한 십분 걸리겠네."
"...뛸까?"
"아, 안돼. 그냥 걸어가자. 어차피 몇십곡부를거 아니잖아?"
"그, 그거야 그렇지. 알았어."
응응, 그래 뛰어가면 안돼.
뛰면 아파...가슴이.
요 몇일 낌새가 좀 그렇더니.. 역시 오늘 아침에 생리가 터졌기 때문에 뛰면 가슴이 아파서 안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건대의 한 코인 노래방에 도착했다.
유찬이가 먼저 리모콘을 잡고 곡을 시작했다.
야생화...
이거 너무 어려울텐데.
"하얗게 피어난 얼음 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오..! 느낌 엄청 좋아!!!
김효신 오빠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확실히 매력적인 보이스다.
약간 허스키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와, 진짜 좋네.
특히 중간중간 약간의 바이브가 들어갈때마다 목젖이 꿀렁거리는게.. 하앙... 진짜 반할것 같아.
"메말라가는땅 위에 온몸이 타 들어가고 내 손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
물론~ 이 부분에서는 음정이 흔들리고 호흡도 짧아 원곡만큼의 성량이 나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이정도만큼이나 부른건, 그리고 이만큼이나 매력적이게 부를 수 있는건 확실히 칭찬받을만하다.
노래가 끝나고 나는 물개박수를 쳐줬다.
"와!! 진짜 대박!!! 노래 왜이렇게 잘부르는거야???"
"그, 그래?? 잘 불렀어?"
"그으러엄~!!!! 엄청 잘했어!!! 와, 우리 장기자랑에서 춤안추고 그냥 너 혼자 노래 부르면 안돼???"
"그건 안돼!"
"왜?? 왜??? 우리 어차피 힘내만 제대로 됐고 묘묘는 아직 부족하잖아. 그냥 묘묘 빼고 너 노래 부르는거로 바꾸자."
"..끄응... 안되는데.."
"안되긴 뭐가 안돼? 돼! 돼! 무조건 돼!!"
괜히 묘묘 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이정도면 굳이 묘묘 연습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부르니까..
그리고 시간도 아끼고, 얼마나 좋아?
"안돼, 진짜로.."
"돼!! 돼!! 돼!!! 일단 우리 애들 단톡방에 노래 올려보고 투표해보자."
"안된.. 어?? 노래 올린다니?? 너 녹음했어???"
"엉, 에헤헷.."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뒀지~!!
유찬이가 뭐라고 하기 전에 후다닥 단톡방에 파일을 올려버렸다.
"아.. 진짜..."
"괜찮아, 괜찮아!"
유찬이가 낙담하면서 있는 동안 단톡방의 숫자들이 빠르게 줄어들더니 애들에게 반응이오기 시작했다.
"봐!! 유찬아! 애들도 너 노래 잘부른다고 난리잖아!!"
단톡방에 실시간으로 애들에게서 톡이 날아왔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톡이 유찬이의 노래를 칭찬하고 있었다.
"아... 망했다.. 진짜."
"왜? 아까부터 왜 그래.. 너 노래 진짜 잘부른다니깐."
"그냥, 쪽팔려서 그러지."
"흐흥, 쪽팔릴거 하나도 없어! 애들 다 노래 잘부른다고 칭찬하는데 뭘."
"..휴~ 알았어.."
유찬이가 너무 좌절하는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내가 또 흥분해서 사고쳤구나..
"유찬아.. 미안해. 내가 너무 오바했나봐.."
"아니야, 괜찮아.. 뭐 어쩔수 없지."
의외로 회복도 빠른 타입인가보다.
애써 괜찮은척 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어느정도 괜찮아진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서..
"노래 불러줄까?"
노래라도 불러줘야겠다.
"노래? 그래!"
의자에 있는 리모콘을 들고 노래를 검색해서 시작 버튼을 눌렀다.
내가 고른 노래는! 하이유의 좋은날!
빰빰빰 거리는 전주가 나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그냥 모르는척 하나 못들은척 지워버린척 딴 얘길 시작할까~"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지만, 한때는 이 노래를 자주 불러서 내 방식대로 마스터한곡이기도 했기 때문에 선곡했다.
어..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가 훨씬 잘 불러진다.
성량도, 호흡도, 음정도 엄청 안정적이다.
아이돌로 활동했던 전생에서보다 훨씬 더 노래를 잘 부르는 느낌.. 이대로라면 하이유 만큼이나 이 곡을 잘 부를 수 있을것 같은 자신이 생겼다.
"한 번도 못했던 말 어쩌면 다신 못할 바로 그 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거어어얼~! 아이쿠, 하나 둘! I'm in my drea~, ea~~~, eaM~~~~!"
하이유와 같은 삼단 고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이유와는 색다른 매력의, 나름 시원한 고음이 뻗어나왔다.
"..... 이렇게 좋은 날~."
처음이었지만 왠지 할 수 있을것 같아서 불러봤고, 또 예전보다 훨씬 더 잘 부른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아이돌 그룹에서 메인 보컬 자리는 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솔로로 나와도 되겠어.
"오..와...아... 장난 아니다..."
"헤헤, 괜찮았어?"
"어? 어어.. 진짜 대박은 넌데? 와, 아질도 얼떨떨해. 님 가수에요??"
"히힛, 아닙니다~!"
전직 아이돌이요~!
"와 진짜 너무 깜짝 놀랐네. 혹시 너도 아이돌 연습생 준비하고 그런거 아니야??? 학원다니거나.. 그런거 맞지?"
"땡~! 아닙니다~! 진짜 그런거 아니야."
"근데 어떻게 이렇게 잘 부르지. 춤도 엄청 잘추고.. 완전 대박이다 진짜. 다시봤어."
"그전에는 어떻게 봤길래??"
"아, 아니야."
"시간 조금 더 남았는데, 노래 안불러?"
"니가 녹음 안하면 부를게."
"..알았어. 녹음 안할게. 뭐 부를까?"
"썸 어때?"
"썸? 콜!"
지난번에 승훈이가 잠깐 불러줬던, 썸.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어어~."
"니 맘 속에 날 놔두고 한 눈 팔지 마."
유찬이랑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 순간이 굉장히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느라 모니터를 보고있지만왠지모르게.. 유찬이가 신경쓰인다.
"너야말로 다 알면서 딴청 피우지 마."
"...피곤하게 힘 빼지 말고 어서 말해줘어어어~. 사랑한단~, 말야."
유찬이가 마지막에 노래한 '사랑한단 말야' 부분이 굉장히 달콤하게 들린다.
어쩌면 우리 둘이.. 꽤 잘 어울리는거 아닐까..
노래가 끝나고, 유찬이가 우리집까지 데려다주는 내내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시덥잖은 얘기들도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았다.
"그럼 내일은 뭐해?"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 헤어져야 할 타이밍에 유찬이가 불쑥 물어본다.
"글쎄? 뭐 없어. 그냥 집에 있을것 같은데. 넌?"
"나도 약속 없어."
"그렇구나.."
딱히 할말이.. 응, 있긴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아니! 못해!!
유찬이도 왠지 모르게 머뭇거리는 느낌.
"그, 그럼.."
"...그럼?"
말해 바보야!!
"그.. 내일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래?"
"점심?"
"어, 어어. 점심. 뭐 좋아해? 파스타?"
"파스타 좋지~! 그래! 내일 같이 파스타 먹자!"
"콜! 하핫, 그럼 내일 몇시쯤 괜찮아? 난 다 괜찮은데."
치.. 바보. 그렇게 바보 같이 웃으면 어떡해! 너무 귀엽잖아..
"흥후훗, 알았어. 그러면 한시쯤 볼래?"
"알았어! 한시에 여기로 올게!"
"여기?? 아, 아니야. 여기 말고 건대에서 보자. 2번 출구로 와."
"알았어, 건대 2번출구! 한시!"
"그래그래, 알았어."
"하핫,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갈게!"
"어~ 그래, 잘가! 데려다줘서 고마워!"
히힛..
유찬이가 하핫하고 바보 같이 웃으면서 내게 손을 번쩍 들고 인사를 하면서 뛰어간다.
"바보야! 앞에 보고가!!"
"어~! 잘들어가~!"
어휴~ 진짜 바보..
오늘은 나 엘레베이터 타는거 안보고 그냥 가버리네.
그래도 왠지.. 뭔가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든다.
진짜 썸.. 맞지?
* * *
집에 돌아와서 잠이 드는 순간, 느낌이 온다.
응! 꿈 소환!!
-띠링!띠링!
['방형식'의 꿈에 소환되었습니다.]
['이유찬'의 꿈은 소환이 취소되었습니다.]
['김영재'의 꿈은 소환이 취소되었습니다.]
[서큐버스 등급이 낮은 관계로 이유찬과 김영재의 꿈 소환은 취소 됩니다.]
[당신은 '방형식'의 정기를 흡수하면 '방형식'의 꿈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꿈 퀘스트를 완수하면 보상이 지급됩니다.]
[꿈 퀘스트 : 코인 노래방에서의 섹스]
[보상 : 물음표물음표물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