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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꿈 - 스타들의 비밀 여행 (유서준) (2) (99/488)



〈 99화 〉꿈 - 스타들의 비밀 여행 (유서준) (2)

마트의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에야 서준이도 마스크와 모자로 꼭꼭 가리고 차에서 내렸다. 스타들의 비밀 여행이라는게 정말 맞는지.. 선글라스도 꺼내서 썼다.

결국.. 누가봐도 '나 연예인임.' 하고 광고 하고 다니는것 같았다.

"오늘따라 이상하네.. 빨리빨리  와."


"아, 알았어."


치, 은근 예리하다니깐.
나도 서준이를 따라서 선글라스를 써서 얼굴을 모두 가린채 서준이를 따라갔다.

식품 코너에서 서준이가 이것저것챙기는게 보인다.


"아니, 뭘 그렇게 많이 챙겨?"


"걱정마, 다 먹을거니까."

..딱봐도 다 못먹을것 같은데.
무슨 고기는 그렇게 챙기는지.
과자도 열 봉지, 콜라에 사이다, 맥주, 소주에 복분자주.. 그리고 다시 정육 코너로 와서 스테이크용 채끝 등심 을 챙겼다.
그리고 가니쉬로 쓸 생각인지 각종 버섯과 아스파라거스를 챙기고 올리브 오일과 암염, 마늘 소금과 그냥 소금을 챙겼다.


"..이거 우리  먹을  있어?"

"왜 못먹어. 4일이나 있을건데, 미리미리 챙겨두는게 좋지."


"아.."

4일..씩이나?? 3박 4일로 왔나봐.. 스타라면서 스케줄이 없나?

아무튼 그 후로도 와인 코너에 가서 와인도 두세병 챙기고, 결제를  뒤에 차에 실고 차를 탔다.
답답했던 마스크와 모자를 벗은 다음 서준이를 봤다.
서준이도 답답했는지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는데.. 아까는 미처 못봤던 서준이의 얼굴이 보인다.

나이는.. 이십대중반쯤? 아, 폰을 보면 되지!
백에서 폰을 꺼내 잠금화면의 날짜를 보니 2027년 7월 26일.. 내가 29살..


그리고 다시 서준이를 봤는데 이십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이십대 초중반, 그러니까 스물셋? 넷? 정도로만 보인다.

그럼 나는??
꿈시야로 내 얼굴을 보니 나도 꽤 동안.. 헤헤헤.
서준이랑 비슷하게 스물 셋, 넷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서준이나 나나, 스물 아홉인게 티가나는게.. 아무리 생긴게 동안이어도 분위기라거나 느낌적인 느낌에서 이십대 후반이라는게 얼핏 느껴지긴 하네..

그렇게 잠깐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어느새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날씨가 벌써 어둑어둑해지는게.. 저녁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 쭉 이동하더니 바닷가 앞의 해안도로를 건너서 예쁜 조명들이 비추는 통나무로 지어진 건물들이 여러채 보이는 펜션으로 들어오니 날씨가 완전히 저물어서 어두워졌다.

"어, 나야.  도착했어. 짐이 좀 많으니까 도와줘. 어, 알았어."

펜션에 도착하면서 서준이가 폰으로 누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누군데??"

"저번에 얘기 했잖아. 수호네 펜션 간다고. 오늘따라 자꾸 왜이래? 하나도 모르는 것 처럼.. 이상하네."


"아.. 그, 그랬지..? 헤, 헤헤.."


"..너 오늘 진짜 이상해. 꼭 고딩때 모습 보는것 같네.. 평소에는 닳고 닳은 탑스타 코스프레 하더니.."

..아니, 나는  꿈에서 도대체 어떻게 하고 다니는거야?
닳고 닳은 탑스타?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아 듣겠는데, 그래서인지 기분이 살짝 나빠진다.
나도 뭐라고 한마디 쏘아 붙이려다가.. 앞에 누가 오는것 같아서 봤더니, 서준이가 말했던 수호였다.


어, 근데.. 수호가 맞아..?
지금 우리반에 있는 전수호는.. 살짝 통통하고 키도 커서, 마치 곰돌이 같은친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수호는 근육질의 헐크 같이 변해있었다.

"수, 수호 맞아..?"

"아, 은애야. 오랜만! 야, 티비로만 보다가 이렇게 다시보니까 정말 반갑네~. 잘 지내지?"

"어? 어.. 너는?? 어떻게지냈어?"

"나야 뭐.. 직장 때려치고 펜션 차렸는데, 서준이가 많이 도와줘서 입에 풀친은 해."

"아.. 그, 그렇구나."

"하하, 와.. 진짜 넌 옛날이나지금이나 변한게 없네. 여전히 예쁘다."


"고, 고마워."

지금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푸근하게 웃는 수호를 보자 바로 오늘도 학교에서 봤던 푸근한 곰돌이 같던 수호랑.. 매칭 되기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수호가 수호로 보이기 시작한다.
살이 근육으로 빠진것 빼고는 변한게 없네.
수호의 여전히순박한 미소 덕분에 나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짐 부터 옮기자. 냉장고에 넣어야 될게 많아."


"그래그래."

장을 봐왔던걸 서준이랑 수호를 도와서 펜션 안으로옮겼다.
세명이서 옮기자 한번에 펜션으로 옮겨 올  있어서, 나는 여유있게 펜션 내부를 둘러봤다.


외부는 그냥 평범한 통나무 집이지만 내부는 엔틱한 느낌, 유럽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였다.
몽환차원의 대기실 처럼 벽난로까지 있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정리를 대충 끝내고 서준이랑 수호랑 함께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의외로 수호가 요리를 엄청 잘했다.
마트에서 장봐온 걸로 부대찌개를 뚝딱 만들어내서 소주를 한병까서 같이 먹었다.

밥은 대충 먹고, 어느새 술자리가 돼버렸고 이 꿈에서 수호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졌다.

"나? 그냥.. 지윤이랑 헤어지고나서 회사도 때려쳤어. 그러다가 뭐할.."

"자, 잠깐만. 지윤이???"

"어... 도지윤.. 왜? 나랑 지윤이랑 사겼던거 몰랐나..?"

"아니아니, 미안. 계속해."


와, 대박 지윤이랑 사귄거야???
지윤이도 지금 우리반 친구인데, 키도 작고 아담한데다가, 슬렌더형 체형이라서 정말 귀욤귀욤하게 생긴 인형 같은 친구다.
근데 너무 아이 같아서.. 보고있으면 모성애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그런 아이였다.

"아, 하긴 너는 몰랐을수도.. 지윤이랑은 스무살때 부터 사귀기 시작했거든. 대학교도 같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뭐, 과는 달랐지만."


아, 그랬구나.. 그래도 같은 학교니까 보려면 얼마든지  수 있었을 수도..


"그러고 나서 군대간 것도 기다려주고.. 군대 갔다와서는 학교 마저 다니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했는데, 무슨일인지 지윤이가 자꾸 헤어지자고 해서.. 하하.."


"으, 응..."

"야야, 꿀꿀하게 얘기하지마. 잘 헤어진거야.  싫다고 떠난 애를 뭐하러 자꾸 얘기해? 벌써 이년이나 지났잖아. 그정도면 이제 잊을만 하구만 뭘. 한잔 해!"


"그, 그래. 짠~!"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서준이의 말에 바로 짠을 외치며 소주 잔을 내밀었다.
둘다 시원하게 원샷 하길래 나도 원샷 하려고 했는데..

"야, 야! 적당히 마셔! 얘가 벌써부터 취할라고.. 어휴 식겁했네."


"왜..??"


"그걸 몰라서 물어?? 니 주량을 뻔히 아는데, 너 이제 술잔 내려놔."

"으, 응.."

..뭐야.  이제 이게 세잔짼데?
세잔도 못마시게 하네.
나 술 그렇게 약한거야??
음.. 근데 확실히 조금 머리가 어지럽긴 하네.. 취한것 같지는 않아도 점점 알콜이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꿈시야로 보니 얼굴도 살짝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전생.. 박은미 때도 이랬었는데, 나도 그러네.


"아무튼, 그러고나서 회사도때려치고 요리 배우기 시작했어. 목공 일도 좀 배우고. 그러고나서 모아둔 돈이랑 대출 땡겨서 바로 펜션 차렸지."


"아~ 펜션 하고 싶었던 거야?"

"어.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펜션에 까지 관심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목공소가서 일도  배우고,그러고나서 펜션 차린거야. 여기 있는 가구들도 몇개는 내가 만들었어."

"진짜?? 와~ 대박!!"


와.. 진짜 수호가 다르게 보인다.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몰라.
아니지? 수호랑 펜션.. 정말  어울려.
펜션 손님들도 수호 얼굴 보면 푸근해질거야. 마음 편하게 푹 쉬다가 갈  있을것 같아.


"서준이가 많이 도와줬지. 나한테 돈도 빌려주고.. 펜션홍보도 자주해줘서, 서준이 팬분들도 자주 놀러와."

"아, 진짜?? 서준이가???"

"야야, 넌 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빌려준게 아니라, 투자! 투자라는 좋은 말도있는데 꼭.. 사람 정없게.."

"하하, 그런가?"

아.. 서준이가 의리가 있구나.
고딩때 친구를 위해서 해줄  있는건 정말 다해 주고 있는것 같다.
의리 있는 남자는 멋있지.. 서준이가 정말 다시 보인다.


"휴.. 근데 저번에 앤시랑 펜션에 왔던거 파파라치 한테 걸려가지고.. 진짜 그때는 펜션  닫는줄 알았어."

"야.. 그 얘기는  왜.."


"그뿐만이 아닙니다.. 열애설 터질때 마다 우리 펜션 기둥이 뽑혀나갈것 같아요. 투자자면 투자자 답게 우리 펜션  닫지 않게 해주세요.. 투자자님, 제발."

"아, 알았다.."


..앤시는  누구야?
딱 봐도 연예인 이름인데.. 아이돌인가??
..흐응, 열애설이 자주 나나봐? 아이돌이 아니라 바람돌 이런거 아니야??
나중에 물어봐야겠네. 아니다, 나중에 그냥 폰으로 검색해봐야지.

서준이랑 수호가 주거니 받거니 술을 한잔씩 하다가 자리를 마무리하고 설거지는 나랑 서준이가 하기로 했다.
서준이가 닦으면 나는 물로 행궜다.

"야, 빡빡 좀 닦아. 여기 기름 그대로 잖아."

"아~ 대충대충 하자.. 이제 벌써 세시야. 밖에 나가서 바닷물에 발은 담궈야 될 거 아냐."

"야! 나중에 또 안먹어?? 이따가 또 쓸건데 깨끗하게 닦아야지."

"아~ 귀찮아. 알았어, 알았어."

서준이가 다시 접시를 깨끗하게 닦는다.
으휴, 투덜투덜.. 그래도 입을 삐죽 내밀고 접시를 닦는 모습이..  귀엽다. 헤헷.

"야, 이제 다했으니까, 나가자."

"어? 바로??? 바다에 간다면서?? 옷 안갈아입어?"

"갈거야. 그래도 발만 담궈야지. 벌써 해졌어.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들어가. 그러다가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아.."

맞다. 우리.. 연예인이었지? 그것도 유명한 스타..
비밀 여행이니까 들키면 곤란하겠네.

잠깐 화장실에 들려서 볼일을 보며 폰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서준이를검색해봤다.
유서준 가수/ 배우.
소속그룹 오아시스.
소속사 ZYP.
데뷔 .....

어.. 데뷔는 제대로 안나오네? 으음.. 왜 이러지??


 밑으로 각종 기사들이 나왔다.

드라마 출연 부터, 그룹의 신곡 관련 기사들.. 그리고 열애설까지.
와, 보이그룹의 열애설은 진짜 치명적인데.. 열애설이 수두룩하네.
웬만한 걸그룹마다 한명씩은 꼭 열애설이.. 어?? 나, 나랑도 열애설이 있었네??

아까 봤던 앤시의 열애설 보다 지금 나와의 열애설이 더 궁금해져서 기사를 누르려는데..

"야, 언제 갈거야? 빨리 좀 나와라."


"아, 알았어!"


으.. 매너 없는 놈.. 아무리 그래도 나도 여잔데.. 화장실에 오래있다고 구박하는게 어딨냐!!



뒷정리를 다하고나서 다시 마스크에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꽁꽁가리고 밖으로 나왔다.
해안도로의 횡단 보도를 건너서 바닷가로 나오자 약간 시원한 밤의 바닷 바람이 나를 반겨준다.

서준이랑 총총 뛰어가서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여름 밤의 시원한 바닷물이 파도치며  발목까지 차올랐다가 빠져나간다.


"크, 그래도 역시 바다가 최고야."

"헤헤, 그치?"


아직 극성수기는 아니어도 준성수기는 되는데, 그래도 월요일이기도 하고, 저녁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야, 이 정도면 수영도 할 수 있겠는데?"


"안돼. 혹시라도 누가 사진찍으면 난리나. 그리고 밤에 무슨 수영이야. 절대 안돼."

..어차피 난 꿈이니까 상관 없는데.

"흥! 찍으라면 찍으라지!  그냥 들어갈래."


"야! 안돼!!"

그냥 들어가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서준이가 내 손목을 잡아 낚아 채는 바람에..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서준이가 내 위로 엎어지듯 넘어진다.

내 위로 엎어진 서준이의 얼굴이 내 코앞에서 멈춘다.
그 뒤로는 별이 총총 빛나는 여름의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그 별을 담은듯, 어둠속에서도 반짝거리는 눈동자..

"야아.. 비, 비켜 줘.."

"..싫은데."


"..읏. 비, 비켜."


"싫다고."

아, 진짜 얘가 왜, 왜이래.. 겁나게..

서준이의 부담 스러운 눈빛을 피해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서준이가 손으로 내 얼굴을 다시 돌려 자기를 바라보게 한다.

한 여름밤, 바닷가의 파도가 지근거리에서 치는 모래에 누워 별을 닮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유서준.. 그의 입술이 열리며 얄미운 소리를 해대기 시작한다.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네. 평소 같으면 먼저 달려들어서 키스했을텐데."

"..내, 내가? 절대! 아니거... 음.."

서준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단번에 혀를 내밀어  입안으로 집어넣어 키스를 한다.

손으로 서준이의 가슴팍을 밀어보지만..  손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서준이의 말캉하고 달콤한 혀가 내 입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그 달콤함에 내 몸이 사르르 녹아드는것만 같았다.


아.. 내가 무슨 설탕인줄..


"으, 으음.."

키스와 함께 서준이의 짙은 페로몬향이  코를 타고 들어온다.
향수를 뿌린건지..  향이 나를 더욱 참기 힘들게 만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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