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꿈 - 따듯하고 부드럽게 위로 해주기 (1)
나 스스로도 영문도 모른채 쏟아낸 눈물을 서준이가 나를 꼭 안아 준채 닦아준다.
그리고 내가 겨우 진정을 되찾았을때..
-움찔!!
"흣!!!"
"아.. 미안."
서준이의 단단한 남근이 내 안에서 한번 움찔거렸다.
운건 운건데.. 서준이의 위에 올라타서 그 커다란걸 넣은채 울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아, 나 진짜 바보 같아.."
"아니야, 괜찮아."
치.. 또 뭐가 괜찮다는거야.
그순간.. 서준이의 백금발 머리카락이 먼지가 되어흩날리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시작으로 서준이의 몸까지 점점..
"아..!"
혹시, 방금 움찔거렸던게.. 이미 사정했던거였어???
"너 혹시 쌌어???"
"어? 어... 너 갔을때 나도 갔는데..?"
"아.."
말을 하는 중간에도 점점 서준이가 먼지로 변해 사라져간다.
다급한 마음에 서준이를 꽉 껴안아 보지만.. 서준이가 단번에 먼지로 변해 흩날렸다.
"아, 제발.."
잠깐만이라도 돌려줘..
그리고 이내 펜션의 모든 것들이 작은 입자로 변해 흩날린다.
* * *
-띠링!띠링!
[정기를 33 만큼 흡수했습니다.]
[유서준의 성적 판타지를 꽤많이 충족시켰으므로 꿈퀘스트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기본 꿈 퀘스트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으므로 상위 보상으로 D 등급 아이템, 자라나라 머리머리 물약이 지급됩니다.]
..아, 서준이 꿈은 왜 맨날 아쉽게 끝나는거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데..
현실의 서준이는 그냥 얄미울 뿐인데, 꿈속의 서준이는 얄미우면서도.. 항상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
휴, 아니야. 꿈은 꿈일 뿐이잖아.
이렇게 생각을 끝내 정리하다보니, 요동치던 감정이 차츰 가라앉으며 진정되기 시작한다.
휴..
음.. 다음 꿈은 뭐였지?
['고중현'의 꿈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꿈 퀘스트 : 따듯하고 부드럽게 위로 해주기]
[보상 : 물음표물음표물음표]
음.. 위로?? 저번에 서준이 꿈도 그렇고.. 마음이아픈 사람들이 많구나.
어차피 이것도 결국에는 그걸..하게 되겠지만, 중현 오빠는 아무래도 이민성이나 형식이 수준은 아니니까 그냥 해볼까?
-띠링!
['고중현'의 꿈 소환을 수락했습니다.]
* * *
눈을 떠보니.. 보이는건.. 엘리엇 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오른쪽 어깨에 매고있는 에코백 안을 뒤져서 폰을 찾아 날짜를 확인해봤다.
2018년 8월 2일.. 오후 7시.
어? 내가 스무살때네.
그럼 나도 대학생인건가?? 헤헷.
이때도 헬스장에는 꼬박꼬박 다니고 있었나보다.
에코백에 든 물건들을 보면 마침 헬스장에 가는길인 것 같으니 헬스장으로 가려는데 엘리엇 타워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중현 오빠다!
이번 꿈의 소환자! 내 목표! 내 먹잇감..은 아니고.. 헤헤.
"오.."
빠..라고 할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만나서 얘기하자고. 갑자기 왜 이러는건데?? 하루 아침에 헤어지자는게어딨어. 뭐??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해?? 납득 할 수 없어."
아.. 뭔가 되게 심각한 내용의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것 같다.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는걸로 봐서는 여자친구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현 오빠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라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화를 낼 이유가 충분하니까.. 또 그이유를 들으니까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니..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뭐?? 그, 그럼.. 그때.. 아, 아니야.. 아니라고 해줘, 제발.."
..중현 오빠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뭔가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모양인데..
"전화로 하지말고.. 만나서 얘기하자. 직접 들어야겠어.. 뭐?? 그래도 우리가 2년이나만났는데, 꼴랑 전화 한통으로 정리하자고??? 그것도 니가 바람핀걸 이렇게 들어야돼???"
아......
"야, 임수연!! 수, 수연아?? 임수연!! 으, 으아!!!"
임수연.. 아마도 여자친구분이겠지..? 그런데 그쪽에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모양이다.
중현 오빠가 벽을 주먹으로 쾅쾅.. 몇번 더 주먹질을 한 뒤에야 씩씩거리고는 있지만 조금 진정을 되찾는것 같았다.
"오, 오빠.."
"누.. 아, 은애야.."
중현 오빠가 나를 보자마자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며 바닥에 주저앉으며 눈물을 쏟아낸다.
"아, 오빠.. 어, 어떡해.."
중현 오빠의 눈가에서 굵은 눈물 방울들이 주륵주륵..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그게 너무 진실되게 느껴져서 나도 마음이 아파온다.
오빠가.. 여자친구를 정말로 사랑했었구나.. 아, 정말 얼마나 슬플까..
나도 모르게 중현 오빠의 옆에 앉아 등을 쓰다듬어주게 됐다.
한참을 그렇게 자신의 팔로 눈을 가린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중현오빠가 슬슬 진정을 하기 시작한다.
"후우.. 미안. 못 볼 꼴을 보였네.."
"아, 아니에요.. 내가 엿들으면 안되는데, 어쩌다보니 그만.."
음.. 그나저나 따듯하고 부드러운 위로를 해주라는게.. 이별의 슬픔을 달래주라는것 같은데?
그럼 헬스장에 가는건 좀 그렇고.. 한잔 하자고 해야되나?
전생에서 코디 언니들이랑 수다를 떨다가 들었던건데, 이별의 아픔은 원래 세가지로 치료를 하게 된다고 들었다.
첫번째는 술.
두번째는 시간.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새로운 사랑.
혼자서 마시든, 친구들이랑 마시든.. 처음에는 무조건 술로 응급처치를 하게된다고한다.
하지만 술은 말 그대로 응급처치,임시 처방일 뿐이고, 결코 치료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두번째, 시간 부터는 치료의 단계라고 한다.
실제로상처가 나면 응급처치 이후 상처가 낫는 동안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므로, 이별의 상처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세번째, 새로운 사랑.
상처가 다 낫는다는 말은, 새 살이 돋는다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 상처가다 나을때 쯤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과거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에 의해 덮여지고,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는것이라고 한다.
상처가 크면 클 수록 흉터가 남게되겠지만.. 흉터가 남지 않도록 좋은사람을 만나면 된느거라고..
코디 언니들에게 이 말을 들었을때는 나도 정말 그런 사랑한번 해보고, 또 이별을 했다가, 또 새로운 사랑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중현 오빠의 슬픈 눈동자를 보고있다보니.. 그런 생각은 싹 달아났다.
사실, 유찬이의 꿈에서 자꾸 유찬이랑 헤어지는 내용이 나와도 그렇게 막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슬프지 않았던건, 이런 내 이기적인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후.. 안되겠다. 유찬이랑 헤어지면 나도 저렇게 아플거아냐..
"이제.. 좀 괜찮아?"
"어.. 휴, 고마워. 아, 운동하러 온거지?"
"응. 근데 무슨 운동이야. 오늘 같은날은 운동 따위는 때려치고! 자, 따라와! 내가 술 살게."
..에코백에 든 지갑에 돈이 있긴있겠지??
없으면.. 헤헤, 오빠가 있겠지.
중현 오빠를 데리고 뚝섬유원지 근처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감자튀김, 소세지 세트에 순살 치킨, 그리고 맥주 500cc 두잔을 주문했다.
곧 주문한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자, 짠.."
-챙!
중현 오빠가 잔을 부딪히자마자 맥주를 꿀꺽꿀꺽 엄청나게 마신다.
"후~!!! 끅.. 아, 미안."
"헤헤, 괜찮아."
나도 적당히 두모금정도 맥주를 마셨다.
많이 마시면.. 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겁나잉.
내가 맥주를 마시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오빠가 다시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후.. 여자친구랑은.. 아니지. 이제 전여친이지. 걔랑은 대학교때 처음 만났어.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서로 연락도 안하고 있다가.. 2년전에 동창회를 한다고 해서 나갔더니, 그때 다시 만나게 됐었어. 그 후로 어떻게 하다 보니 자주 연락하게 돼서.. 사귀게 됐지. 그렇게 2년이나 사귀고 슬슬 결혼 얘기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는데.. 어, 어떻게 갑자기.."
중현오빠는 다시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지 굵은 눈물 한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오빠..."
"아, 아니.. 걔가 지입으로 나한테 그러는거야. 바람 폈다고. 딴 남자랑 잤다고.. 그것도 나랑 만나다가 친구랑 약속 있다고해서 보내준 그날에.. 어,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10인 10색이라지만, 중현 오빠의 꿈에 나온 여자친구는 정말 너무했다..
전생에서는 주로 코디 언니들의 남자친구가 나쁜짓을 많이해서 언니들이 많이 울었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남자들의 연애 문제를 들어보니, 남자나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그냥 잊어버려요.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잖아요.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된일 아니에요? 한번 바람핀 사람은 계속 바람핀다고.. 아는 언니가 얘기해줬었어요. 그런 여자친구를 계속 만나다가 나중에 헤어지는것 보다는, 차라리 지금 이렇게 빨리 헤어진게 더 좋을거에요. 다른 새로운 여자를 만날 시간도 많아지잖아요. 오빠는 잘생기고 몸매도 좋고, 착하니까 금방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에요."
"..그럴까?"
...이오빠 팔랑귀??
말 몇마디에 귀가 팔랑팔랑 거리는것 같..
"그렇다니까요. 오빠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바람핀 사람을 못잊어서 이렇게 슬퍼해요?"
"휴.. 나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잘 안돼.."
그러고선 맥주 500cc 잔을 단숨에 비워버린다.
와.. 잘마신다..
다시 새 맥주를 주문하고, 오자마자 또잔을 절반정도비워버린다.
"오빠, 천천히 마셔요."
"후.. 알았어. 나도 모르게 계속 마시게 되네."
내가 말리기는 했지만, 오빠는 계속해서 맥주를 마시다가.. 결국에는 소주까지 시켜서 쏘맥을 말아 마셨다.
나야 걱정되서 지켜봐주고, 오빠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탓에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오빠가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조금씩 마시게 됐다.
"내가.. 여자를 다시 믿을 수 있을까..?"
"네?? 그, 그럼요! 여자만 그런게 아니잖아요. 남자들도 바람피는 남자들 얼마나 많겠어요. 그건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일 뿐이에요."
"하아... 그래, 그 말이 맞겠지만.. 그래도 나.. 이제는 여자들을 못 믿을것 같아.."
"오빠..."
중현 오빠의 입장에서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라서.. 나도 어떻게 해줄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맥주잔을 만지작 거리다가 목이타서 맥주를 벌컥 마셨다.
"아, 저.. 죄송한데 저희 마감시간이라서요."
"아, 네.."
어쩔수 없이 계산을 하고 호프에서 나오게 됐다.
동네 장사라서 그런지 일찍 마감하네..
이제 어딜가지??
어차피 이 근방에는 술집도 없고..
한강..? 한강으로 가야겠다.
한강으로가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한강변에 있는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중현 오빠가 한강과 강남쪽을 아련하게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수연이랑 여기도 자주 왔었는데.. 으후.. 나쁜년..."
"후.. 오빠. 그 여자는 이제 잊어요. 내가 다른 여자 소개 시켜줄게요. 제 친구들이나 아는 언니들 많아요.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다른 사람 만나다 보면 다시 괜찮아질거에요."
"..아니야. 당분간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 그리고.. 누굴 다시 만날 자신도 없고.."
"오빠!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요!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중현 오빠의 팔뚝을 감싸면서 말했는데.. 중현 오빠가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서 너를 처음 만났었는데. 기억나?"
"아, 맞아요. 여기서 조금 더 가서 저쯤에서 만났었어요."
"그러고나서 몇주 뒤에 수연이를 만났었는데.."
..또 전 여친 얘기.
아, 진짜 안되겠다.
어떻게든 해봐야 겠어.
"오빠. 그럼 난 어때요?"
중현 오빠의 팔뚝에 더 매달린채 일부러 더 단호하게 말했다.
"..뭐?"
중현 오빠가 깜짝 놀라서 나를 돌아본다.
"오빠. 이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잊을 수 있대요. 그거, 제가 잊게 해줄게요."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한건.. 이번 꿈, 단 한번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우리는 다시 그냥 평범한 아는 동생과 오빠 사이, 그리고 헬스장 트레이너와 회원의관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