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특유의 진하면서도 이상 야릇한 향이 입안을 감돌고 목구멍을 타고내려가면서 콧속을 자극한다.
반 입 정도 입을 적시는 정도만 살짝 마시는데 내 가슴쪽을 훑는 헨리의 시선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안봤나 보네. 역시 남자들이란 다 똑같지.
그래도 난 남자들이 내 몸매를 훑어 보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서 안보면 괜히 섭섭할 때도 있다.
그.. 노출증 판타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원래도 전생에서 아이돌로 활동하다보니 어느정도의 노출은 상관 없다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에휴, 아무래도 노출증 판타지의 영향이 있긴 한 것 같다. 헨리까지 이렇게 내 가슴을 힐끔거리니까 몸이 살짝 달아 오르는 것을 보면..
"와, 생각 보다는 오래 버티는데?"
"뭐?"
뭐라는 거야?
"흠.. 술을 안마셨나?"
"마셨는데? 조금이지만... 어... 뭐, 뭐지..."
어지러운 느낌..
기분이 점점 이상해진다.
어질어질, 시야가 흐릿해지면서도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
뭔가 잘못 됐.. 어.....??
"조금? 조금만 마셔서 그런가? 아, 이제 약효가 드나보군."
어지러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도 헨리가 재수업게 쪼개는게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화끈 거리며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아서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너..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호.. 아무리 그래도 약효가 도는데도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있다니.. 대단한데?"
"야.. 약..??"
"넌 알 필요 없어. 그냥 기분 좋아진다고만 알고 있으면 돼."
"하윽..!"
"바로 이렇게 말이지."
헨리가 내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만지는데.. 별 것 아닌 터치에도 불구하고 마치 클리토리스가 만져지는 것 같이 아찔한 자극이 느껴졌다.
"학! 하, 아으으으..."
순간적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손등을 만져진 것만으로 가볍게 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분명히 약이라고 했는데...
"감각이 무딘가? 아니면 약이 잘 안받는 체질인가? 흠.."
"아, 아아..."
몸을 제대로 못가누는데.. 내 입에 술잔을 강제로 가져다대고.. 술이 내 입 안으로 흘러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그걸 마셔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점점 더 정신을 차릴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아무런 생각도.. 이어 나갈 수가 없게 됐다.
* * *
#규호 시점
"아니, 대체 어딜 간거야?"
효성이 새낀 아만다인지 다만나인지.. 그 여잘 데리고 나간 것 같은데, 나랑 놀던 여자는 대체 어딜 간거냐고..
하, 분명히 처음에는 잘 될 것 같았는데..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에 어디론가 가버리다니..
어느 미친놈이 여잘 데리고 화장실에서 떡치는 것만 아니었으면.. 금방 갔다왔을텐데. 그럼 올리비아? 그 여자가 이렇게 사라질 일도 없었을 거고..
화장실.. 하, 참.. 대단한 커플이야.
변기칸에서 들리는 소리로는.. 분명 블로우잡하고 있는게 확실했지.
여자가 정말 잘 빠는건지.. 남자 놈 주제에 말이야.. 신음소릴 그렇게 흘려서야 쓰나..
좆물이나 흘리면 몰라도, 남자가 체면이 있지. 쯔쯔쯧..
..근데 좀 부럽긴 하네.
아, 맞다. 나도 어제 그렇게 빨려봤지.
흐... 은애도 잘 빨긴, 잘 빨지.
올리비아가 좀 아쉽긴 해도.. 은애 두고 다른 여자 만나는 것도 사실 좀 불편하긴 했어.
그래, 오늘도 은애랑 있어야지. 오늘은 무슨 컨셉잡고 놀까, 흐흐흐.
테이블로 돌아와서 보니.. 빈 잔 두개랑 은애의 백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뭐야, 자리에... 없어?
어딜 간 거지?
잔이 두개..? 잔을 봐서는.. 칵테일을 마신 것 같진 않고.
아, 혹시 딴 남자가 들이댔나?
뭐.. 은애 정도면 남자들이 가만히 냅두는게 말이 안되긴 하지. 어제도 웬 흑인 놈이 찝쩍대더만..
근데 정말 얘는 또 어딜 간거야?? 진짜 남자 따라갔나???
혹시.. 내가 딴 여자랑 논다고 이러는거 아니겠지???
아~ 참나. 그냥 잠깐 논 것 뿐인데.. 진짜 질투라도 하나??
호옥시라도.. 다른 남자 만나고 있는거면.. 방해해줘야지~ 프흐흐흐.
일단 바로 근처에 있는 직원을 불렀다.
"여기 앉아 있던 레이디 못봤어?"
"여기 있던 여자분이라면.."
"모르는 척 하지마. 존나 예쁜 동양인 여자애 있잖아. 검은색 원피스 입고있었어. 가슴도 크고."
"기, 기억 납니다. 어느 백인 남성분이랑 있었어요."
"백인??"
"예."
"이 술도 그 둘이 마셨나?"
"예.. 남자 분이 시켰습니다."
아.. 술 한잔씩 마시고 둘이 나간건가?
아니, 그럼 백은 왜 두고가???
뭔가 이상한데...
"아, 알았어.."
직원에게 팁을 건내주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유은애의 립스틱 자국이 있는 빈 잔을 들고 만지작 거리는데.. 잔에 뭔가 보이는 것 같다.
뭐야.. 이건??
분홍색 가루..?
...미친? 이거 혹시???
아니, 아니야.. 일단 진정해보자.
효성이놈한테 전화해서 확인하는게 먼저야.
"야."
-아씨.. 바쁜데 왜. 급한일 아니면 이따가 죽는다.
"너 분홍색 가루.. 술에 타져 있으면 뭐 같냐?"
-뭔 개소리야. 분홍... 음.. 뭐가 떠오르긴 하네. 그.. 뭐더라? 뱀 이름인데.
"블랙맘바?"
-어! 어, 맞어! 그거. 근데 그건 왜??
"..미친. 하..."
-뭐야 미친놈아. 뭔데 그래??
"유은애.. 아무래도 당한 것 같다."
-뭐???? 은애가???
"어. 그러니까 빨랑 돌아와라. 여기 아직 클럽라운지니까."
-나, 나도 아직 클럽라운지야. 룸 잡고 있었어. 아니, 됐고!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우리 테이블이지."
효성이 놈이 전화를 끊더니.. 잠시 뒤에 허겁지겁 뛰어오는게 보인다.
"아니 시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난 말 없이 효성이 앞에 은애가 마셨던 잔을 내밀었다.
효성이가 그 잔을 살펴 보더니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헐~ 미친??? 어떤 개 쌍놈으새끼가???"
"백인이래."
난 그 직원을 다시 불러서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봤다.
"금발이었습니다. 머리 길이는.. 조금 길었어요. 귀를 덮었고.. 음.. 그리고 조금 슬림한 체형이었습니다."
"그럼 어디로 갔는지 아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쪽으로 가는건 봤습니다."
음.. 그쪽은 화장실 쪽이긴 한데...
....어?? 화, 화장실????
서, 설마???
허.... 아까 남자 화장실에 있던.. 그 블로우잡 커플이 설마 유은애였어???
"야!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야! 같이 가!"
화장실로 뛰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용했다.
아까 분명 저쪽 변기칸에서 난 소리 같았는데.. 역시나 지금도 문이 닫혀있다.
효성이도 내가 보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효성이도 내 옆에 서서 조심히 변기칸으로 다가갔다.
일단.. 확인이 먼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