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0화 (270/488)

와, 갑자기 멘붕 제대로 오네..

"아, 아니야. 그래도 난 진짜 니가 더 내 취향이야. 쟤는 일단 되게 싸가지 없어 보이잖아."

"전 뭐 착해 보이나요?"

"어.. 그리고 섹시하기도 하고."

"참나.."

..웃으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자, 이제 유은애씨, 재환씨 준비 부탁합니다."

"네! 오빠, 가요."

"그래."

일어나서 가려는데 송팀장님이 주먹 불끈 쥐고 파이팅 자세를 해보이길래 나도 주먹을 불끈 쥐어줬다.

스텝 한 분이 나랑 재환 오빠에게 동선 설명을 해주고 대본 점검을 했다.

그리고 풀 샷이랑 바스트를 따로 딸 테니 두세번 정도 추가 촬영을 할 거라는 등등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촬영이 시작됐다.

내 첫 촬영 장면은.. 저~ 멀리서 재환 오빠랑 김서린이 나란히 가는 뒷 모습을 인상쓰며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아.. 진짜 하기 싫어...

휴...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해야지..

전생에 배우였는데, 이 정도 프로 정신 없으면 말이 안되잖아?

카메라 두 대 정도가 나를 포커싱 하는게 시야에 거슬렸다.

그래도 카메라를 절대로 의식하면 안된다.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서 아에 없는 존재여야 한다.

가수의 무대에서는 카메라와 눈을 맞춰야 하지만, 배우들의 세계에서 카메라를 마주 보는 것은 경우에 따라선 있을 수도 있지만 거의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다음 장면은 나랑 김서린이 부딪혀서 넘어지는데 재환 오빠가 난 버려두고 김서린만 일으켜 주는 장면...

진짜 뻔하디 뻔한 클리셰지만 그만큼 내 기분인 되게 이상했다.

왜 항상 김서린인지..

이유찬이랑 김지석이 안떠오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내 기분이 처참해진다.

* * *

#전지적 시점

"쟤 감정 과잉인데요?"

"내 눈에도 그래 보이긴해. 뮤비에 쓰기에는 아쉽다야."

모니터에는 곧 눈물이라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분노가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유은애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있었다. 이번 뮤직 비디오의 감독인 정 피디는 유은애의 표정이 뮤직 비디오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릴수가 없었다.

"그쵸? 어쩔까요? 컷 할까요?"

"음.. 냅두지, 뭐. 암만 뮤비여도.. 편집만 잘하면 뭐 괜찮게 뽑을 수 있잖아?"

"그야, 그렇지만서도.."

"아, 방금 표정 진짜 마음에 드네. 얜 어디 소속사야?"

"저번에 송팀장이 없다고 그랬었잖아요. 완전 무명이에요. 피팅 모델이라던데요."

"아하, 그랬지?"

"그런데.. 얘는 진짜 느낌 있네요. 진짜인 느낌."

정피디는 조피디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엑시트 쟤들은 연기 수업도 받는다더니.. 영 글렀어. 근데 쟤는 무명인데도 저렇게 배우 느낌 내는데.. 니 말대로 진짜 물건인 것 같다. 나중에 연기 제대로 배우면 장난 아니겠는데?"

"그쵸? 크으.. 제 안목도 좀 는 것 같지 않습니까?"

"늘긴 뭐 임마. 그건 그렇고 남주 놈은 언제 온대? 걔 때문에 지금 촬영 일정 다 꼬이는거 좆 같구만."

"이번 씬 들어가기전에 연락 왔는데 한 삼사십분.. 아, 슬슬 올때 됐겠는데요?"

"그래? 그럼 슬슬 이번 테이크로 씬 마무리하고 다음 씬 촬영하자. 남주 도착하는대로 메이크업 시키고 바로 투입하자고."

"아, 그러시게요? 하긴, 걔 요즘 시간 없으니까.. 어제도 간신히 시간 뺀거라면서요?"

"아, 시발. 말도 마라. 오늘도 걔 한시간도 못 써."

"네에?? 아니, 저번 회의때 세시간으로 합의 봤다면서요?"

"아, 몰라. 시발 낸들 어쩌겠냐? 갑자기 시간 없다는데."

"와, 이거 계약 위반 아니에요?"

"그거야 SN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야 하청 받아 촬영하는게 단데, 뭔 상관이겠냐."

"뭐.. 그건 그렇지만.."

"됐고, 아.. 쟤 진짜 물건이네. 표정 죽인다. 컷해 컷! 운동장 준비 다됐어?"

"네, 거의 다 끝났답니다."

"그럼 배우들 체육복 세팅하고 다음 씬 진행시켜."

"넵!!"

'그건 그렇고.. 쟤 이대로 걍 묻어가게 두는건 좀 아쉬운데.. 남주랑 어ㅔ 함 엮어 보자고 할까..? 에잇.. 아니다. 그러다 SN에서 지랄하면 안되지.'

* * *

# 유은애 시점

휴.. 이제 오늘 촬영은 거의 다 끝나가는 것 같다.

근데 아직도 남주가 안나오네..

다음 씬 촬영에선 나와야 되는데, 아직도 안왔을리가 없는데.. 흠..

"자자, 이제 세 씬 남았습니다! 운동장 세팅 끝났으니까 주조연 배우 분들 준비해주세요."

아, 이제 다음 씬 촬영하나 보다.

재환 오빠랑 같이 나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 내용은 체육 시간에 피구하는 장면인데.. 재환 오빠는 김서린을 열심히 지켜주는 장면이고..

나는 엑시트 멤버 중 한명이 던진 공을 맞아 넘어지는 장면이었다.

"컷! 넘어지는 장면 다시 갑니다~."

아씨.. 하필 이게 NG냐.. 아파 죽겠네..

"어우야.. 괜찮아??"

"아, 괘, 괜찮아요.."

컷 상황에서 날 걱정해주는건 재환 오빠 뿐이구나...

그래도 다시 카메라 돌아가면 바로 김서린 러브러브 모드라서 괜히 더 짜증나지만..

아무튼.. 유치한 틴에이지 스쿨 클리셰.. 진짜 지겹긴 지겹다.

대체 언제까지 넘어져야 되는거야?

"꺄악!!"

"컷!! 이번엔 서린씨가 공 던질게요!"

아..씨.. 이젠 김서린이 나한테 던지는거야??

진짜 지랄 맞네.

욕을 안할라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잖아..

다시 카메라가 돌아간다.

김서린이 작정한듯.. 나에게 공을 힘껏 던진다.

그래도.. 힘 없이 날아 오는 공... 저걸 제대로 맞아도 아프진 않겠지만, 아픈척 연기해야 하는게 배우다.

그것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뮤직 비디오 컨셉에 맞게 최대한 코믹하게!

우당탕 넘어지는데.. 무릎이 까졌는지 따꼼따꼼 아파왔다.

"아야야..."

아니, 실제론 그렇게 엄청 아프진 않지만.. 진짜로 무릎이 아픈 척 연기한거다.

"괜찮아?"

어..? 누구지..? 대본엔 이런거 없었는데????

갑작스런 상황에..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예쁘게 잘 생긴 얼굴.

하늘빛으로 물든 머리카락.

그리고 마찬가지로 하늘빛 눈동자..

유.. 서준..??

니가 여기서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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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랜만에 등장!!

그렇다고.. 유서준의 본편 에피소드는 아니옵니당 ㅠㅠ

MV. 니가 여기서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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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 누구지..? 대본엔 이런거 없었는데????

갑작스런 상황에..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잘 생긴 얼굴.

하늘색으로 물든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에 짙은 속눈썹.. 그리고 하늘빛 눈동자..

유.. 서준..??

니가 여기서 왜 나와...???

* * *

"너, 너...??"

오랜만에 보는 유서준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괜찮아?"

"캇트!!! 5분 쉬고 다시 갑니다~!!!"

아.. NG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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