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6화 (376/488)

"아~ 진~짜 너무 좋아."

"응?? 뭐가?"

"헤헷.. 그냥~ 다!"

"참나.. 그러고 보니까 너 그렇게 웃는거 오랜만이네."

"뭐가?"

"헤헷. 이렇게 웃는거 말야."

"어? 그런가?"

"어, 그래. 그러고 보니까 너 웃는 것도.. 쩝.. 아니다."

...서준이의 말투가 뭔가.. 음..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9년이나 사귄 상태라.. 이젠 뭘 해도 서로 좀 건조해진 상태인 걸까?

꿈속의 내 기억들도 이게 맞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아.. 그래, 진짜 9년이나 사귀면.. 정말 이렇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게다가 요즘엔 바빠서 잘 만나지도 않았던 것 같으니까.. 뭔가 서로 냉전 상태인듯한 느낌도 조금 있고..

그래도 어젯밤에는 서준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게 아닌가 싶은데.. 뭐, 암튼 나야 이제 막 이 꿈에 들어왔을 뿐이고.. 서준이 마음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아, 그래. 지금 정보창을 보면 되겠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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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준] [일반인] [꿈]

-호감 : SSS

-애정 : SSS

-매력 : SS+

ㄴ외모 : SS+

ㄴ몸매 : A+

ㄴ키 : 185.3cm

ㄴ몸무게 : 76.4kg

ㄴ성기 : A+

-성욕 : D

-성감 : C

-정기 : S

-판타지 : 첫사랑과 결혼하기

-선호 신체 부위 : 첫사랑의 모든 것-상태1 : 9년간의 연애에 지친 상태지만 호감, 애정 등급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신 없인 살아도 사는게 아닌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길고 긴 연애를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하는 상태입니다.

-상태2 : 회사 일로 정신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직장이 여초인데다 워낙 잘생긴 남자라 사내에서도 대시를 자주 받았왔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다고하며 거절을 해왔던 탓에 점점 고백을 받는 횟수는 줄었지만 최근 입사한 신입 사원 중 한 명이 유서준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거절을 당해도 시도 때도 없이 고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하는 유서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음주 토요일에 있을 직장 상사의 결혼식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라는 상사의 말에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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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정보창이라서 그런지.. 이런 정보는.. 에휴.. 현실에선 도움이 안되겠네.

근데 9년이나 사겼다면서 호감이랑 애정 등급이 장난 아니네? SSS라고?? 이런거 완전 처음이잖아?

와.. 나를 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근데 왜 흔들리고 있는 거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걸 보면.. 그 신입 사원한테 흔들리고 있다는게 맞지?

그 신입 사원이.. 예쁜가...?

예쁘다면 나도 예쁜데.. 아니, 나보다 예쁜 여자를 찾기가 얼마나 힘든데..

휴.. 뭐.. 그래도 9년이나 만났으니.. 다른 여자한테 눈 돌아갈 때도 되긴 했겠지..

현실에서 막 넘어온 내 감정도.. 이 꿈에서 9년간 닳고 닳은 애정의 무뎌짐에 매몰되어 가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나도 서준이에게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버리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싸람이 말야! 으리가 있어야지!!

우리가 어떤 사인데.. 딴 년한테 눈이 돌아가?? 하, 참나.. 어이가 없네.

속으로는 열이 뻗쳤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서준이의 정보를 보는 사이 건대입구의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는 그냥 헐리웃의 평범한 액션 영화였는데 항상 그렇듯 그냥저냥 재밌게 볼만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아침겸 점심도 먹고, 오락실도 가고.. 쇼핑도 좀 하고 저녁이 되면서 술집에서 술도 마셨다.

정말.. 정말정말 오랜만에 완전 해방된 기분으로 데이트를 해서 그런가.. 상대가 냉전중인 서준이였어도 나름 행복했다.

정말 간만에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했지만..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뭐?? 집에 간다고?? 왜???"

"내일 수원으로 출장 가야 돼."

"뭐?? 아니 이걸 왜 이제 말해??"

"나도 지금 들었어..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겼나봐. 가서 확인해봐야 할 거 같아."

"아..."

"그래서 오늘은.. 그냥 집에 가야 될 거 같아."

"..뭐, 그래.. 나도 내일은 바쁠거라서 안그래도 집에 가야했어."

이 정도 데이트했으면 모텔을 가든 아니면 집에 같이 가서 라면을 먹든 해야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일이 있다고 하니.. 어쩔수가 없다는건 인정해야만 했다.

그래도 존심이 있지.. 그냥 알았다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뻔한 말이라도 해놓고 뒤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화가 난 티를 팍팍 내며 훽 돌아 서서 가는데.. 이렇게 하는데도 날 붙잡거나 부르지도 않네.

꿈에서.. 이런 서준이를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고, 막상 이런 서준이를 보니까 진짜... 진짜 서럽네..

집으로 돌아와서 내 방에 들어오니.. 지난 9년간 서준이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는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그만큼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우리가 연예인이 되지 않고.. 그냥 일반인으로 남았을 때, 우리가 연애했다면 정말 이렇게 됐을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오늘 데이트를 해서 좋기는 했지만.. 그건 그냥 데이트가 아니라 일반인으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놀아서 좋았던 거였다.

데이트라서, 서준이랑 데이트를 해서 기분이 좋았던게 아니었던 거다.

데이트를 하면서도 대화도 거의 없었고.. 그냥 딱딱 정해진대로 영화보고, 밥 먹고.. 아무런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9년 연애의 권태로움인가.. 전혀.. 전혀 행복하지 않아.

"..애정 SSS등급이라며..."

근데 왜 그러는 건데...

좋아하던 감정마저 너무 익숙함에 무뎌지고 무뎌져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걸까...

내가 바라던 행복한.. 일반인으로 살며 행복한 삶이란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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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유서준 - 9년 연애의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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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데이트를 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날로 넘어가게 됐다.

무의식적으로 출근 시간 전에 일어나서 기계 처럼 씻고.. 오피스룩을 챙겨 입고는 판교에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

꿈속이었지만 마치 정말 지난 몇년간 회사 생활을 해왔던 것 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설기만 했다.

다니는 회사는 게임 퍼블리싱 회사로, 유명한 톡톡의 자회사였고, 게임회사 치고는 대기업에 속했다.

내게는 낯설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커피도 마시고.. 일도 하고.. 점심시간에 식사도 하고.. 또 커피 마시고.. 수다 좀 떨다가 또 일하고.. 퇴근 시간이 지났어도 야근 좀 더 하다가 퇴근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7호선을 타고 청담대교를 넘어가는 사이에 저 멀리 남산 타워가 보였다.

...뭔가.. 허무해..

내가 그렇게 원하던 직장 생활이었는데 그냥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질 않는다.

난 그냥 기계나 다름 없었다.

동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어도 재미가 없었고, 회사 일을 해도.. 뭔가 일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 와중에 서준이에게서는.. 달랑 톡 몇개가 끝. 출근했는지, 점심 먹었는지, 퇴근 했는지..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돌아와서 무미 건조하게 저녁을 배달 시켜서 대충 먹고.. 티비 좀 보다가 잠들게 됐다.

그리고 또 다음날 아침에 기계 처럼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 그리고 퇴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같은 날이 반복 됐다.

금요일까지 일을 하고.. 퇴근하는 길의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런게.. 행복할리가 없잖아..

회사에 출근하면 느껴지는 은근한 경멸의 시선들과 관심, 호감의 시선들이 혼합되어 느껴졌다.

첫날에는 익숙하다면 익숙했지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서.. 적응하는데 금방 지나가버렸고, 두번째날부터는 마치 지난 몇년간 쭉 일해왔던 것 처럼 알아서 척척 일했다. 그러면서 희미하게만 느껴지던 이상한 분위기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나를 질투하는 여자 동료들과 좋아하는 여자 동료들, 그리고 나에게 관심 있는 남자 직원들의 시선들..

예민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하나하나가 전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치 잠깐 깜빡했던 것 처럼 어떤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느껴진다.

난.. 남다른 내 외모 탓에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온갖 종류의 관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런 여러 종류의 관심들은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입사 후 부터 지난 몇년간의 회사 생활은 오로지 스트레스만 떠오를 뿐이었다.

"아, 유 대리? 잠깐 내 방으로 와."

남자 상사의 부담스러운 관심과 호감 표시들로부터 마음대로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도..

"저 썅년 좀 봐. 또 차 부장한테 꼬리치네."

그걸 질투하고 혐오스럽게 보는 동료 여자들도..

"유대리, 이거 원플러스원이라 하나 남는데 하나 어때?"

아무것도 모르고 나에게 들이대는 남자 직원들..

"아, 회식인데 이렇게 빼기 있기에요? 아~ 유대리님 술 잘드시는 거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한잔 더 해요~. 3차 갑시다~ 유대리님!"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머저리 같은 남자 직원들..

"이번에도 우리 차부장님.. 이 이사님한테 엄청 까였다던데.. 이러다가 또 실적 나가리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에이, 설마요.. 저번 분기 인센도 대박 까였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우리팀 분위기 작살나요.."

"조만간 상장하잖아. 그때 퇴사각 잡은 애들 쳐낸다고 위에서도 분위기 살벌 한거 몰라? 우리 이러다 진짜 백퍼 나가리다.."

"아.."

일을 똑바로 해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게 만드는 더러운 사내 정치의 복합적인 관계까지..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던 일도 점점 힘에 붙이면서 점점 이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가 되고 말았다.

..내가 바라던 일반인의 삶이라는게.. 이런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꿈이긴 하지만.. 정말 꿈이라서 이런 걸까..

아니.. 아닐 것 같아...

내가 만약.. 연예인이 되지 않고 그냥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더라면.. 정말 이렇게 됐을지도 모르지..

-웅웅..!!

자취방 건물이 눈 앞에 보일 때 폰에 진동이 느껴졌다.

서준이에게서 온 톡이었다.

아무리 권태기여도.. 서준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이 웃음조차 금새 없어졌다.

웬수 [퇴근?]

나 [ㅇㅇ]

웬수 [내일 시간 돼?]

나 [내일?]

나 [토요일이니까 당연히 되지]

웬수 [전에 몇번 말했던 서과장님 기억하지?]

기억에 없는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바로 떠올랐다.

서준이의 상사로 입사 초기부터 서준이를 잘 챙겨준 여자 과장님이었는데, 딱히 서준이에게 관심을 가진건 아니었다고는 하는데 뭐.. 나야 모를 일이지.

나 [ㅇㅇ]

나 [암튼 왜]

웬수 [내일 결혼하시거든]

결혼?

아.. 그러고 보니까 서준이 정보에 그런게 있었지? 토요일에 결혼식이랬나??

웬수 [근데 동료들도 그렇고 서과장님도 그렇고]

웬수 [다들 너 보고 싶다고...]

웬수 [한번 데려오면 안되겠냐길래]

나 [나를????]

나 [왜??]

웬수 [전에도 말했었잖아]

웬수 [여친 없는데 있다고 하면서 고백 거절하는 거 아니냐고..]

서준이의 톡을 보니 그랬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기분이 팍 나빠진다.

나 [미친]

웬수 [이젠 사진도 다 가짜 아니냐고 그런다]

웬수 [나도 할만큼 했는데.. 이러다가 회사 못다닐거 같음]

웬수 [그래서 말인데 한번만 고생해주라]

웬수 [나도 일일이 고백 거절하는거 힘들고..]

웬수 [니가 내 여자친구라는거 보여주면 고백 받는 일도 없어질거아냐]

참나.. 어이가 없네..

유서준 진짜 왜 이래?

나 [내가 왜?]

웬수 [왜냐니??]

나 [그런거 니가 알아서 잘 해야지]

나 [나까지 왜 나서게 만들어??]

웬수 [나도 진짜 할만큼 했어]

웬수 [처음부터 너한테 일일이 다 보고했잖아]

웬수 [언제 고백받았고 거절도 어떻게 했는지..]

웬수 [여지 안주고 진짜 철벽쳤다고]

...서준이가 좀 잘생겼어야지..

뭐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기분이 나쁜건 어쩔수가 없다.

아니.. 나 같은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들이댄다고? 미친거 아니야???

뭐? 가짜 아니냐고?? 하, 진짜..

웬수 [한번만 살려주라]

웬수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어서 그래]

웬수 [그리고..]

웬수 [회사 사람들한테 너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아.. 뭐야 갑자기..?

나 [뭐야 갑자기]

웬수 [그렇잖아]

웬수 [회사 사람들이 너 의심하는거 나도 기분 나빠]

웬수 [우리가 요즘 좀 뜸한게 사실이지만..]

웬수 [아무리 그래도 남들이 그렇게 말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잖아]

웬수 [같이 가서.. 이번에 같이 가서 보여주자]

..하여간 말은..

이것도 9년 사귄 학습 효과 같은 거야?

씨.. 화가 그냥 막 풀리네.. 으.. 짜증나.

나 [알았어]

웬수 [휴]

웬수 [땡큐?큐 내일 2시거든?]

웬수 [1시에 집앞으로 갈게]

나 [ㅇㅇ]

괜히 짜증나면서도.. 뭘 입고 가야 좋을지 두뇌 풀가동...

아, 이게 더 짜증나.

뭔진 몰라도 괜히 진 것 같잖아..

* * *

남의 결혼식이니 하얀색 옷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옷들을 골라봤지만.. 이 꿈속에서 가지고 있는 내 옷은 뭔가 다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도 나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산 옷들이 많은데.. 이십대 후반의 취향이란 이런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미묘하게 뭔가 마음에 안들었지만, 또 그렇다고 내 취향에 맞는 옷들을 입자니 너무 어리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 처럼 보일까봐 걱정도 들었다.

이건 이래서 마음에 안들고, 저건 저래서 마음에 안들고.. 차라리 이렇게 확실하게 딱딱 이유가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괜히 마음에 안드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답답해져 왔다.

그래도 옷이 많아서..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수 있었다.

검은 색의 흔한 여름용 쉬폰 원피스였는데, 브이넥에 긴치마가 모난 곳 없이 심플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었다.

서준이가 사준 걸로 보이는 눈꽃 모양의 목걸이에 큐빅 하나 박혀있는 심플한 귀걸이까지 가볍게 하고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오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하얀 SUV 한대가 보였다.

그 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내렸는데.. 당연히 서준이였다.

나랑 같은 검은색 슈트를 입은... 아.. 진짜 완전 사기 아니야????

현실에서의 유서준과는 다르지만, 지금의 검은색 머리의 단정한 유서준도 매력이 진짜 장난 아니다.

게다가 검은색 슈트에 흰 셔츠.. 거기에 넥타이까지.. 아.. 진심 매력 쩔어..

그런데 서준이도 나를 보면서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오와.. 오늘 장난 아닌데?"

서준이의 놀라는 표정이 은근 마음에 들었다.

그래!! 나도 예쁘다고~!!

"그러는 너는?"

서준이 못지 않게 나도 열심히 꾸미기는 했지만.. 확실히 서준이의 외모가 SS+라서 그런지.. 내가 좀 꿀려 보이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도 진짜 어디가서 꿀릴 외모는 아닌데.. 으...

그래도 막상 서준이 앞에 서 있는 나를 꿈시야로 보니.. 매력 버프 때문인지 비교 될 정도로 꿀려 보이지는 않았다.

서준이가 보조석 문을 열어줘서 ?큐라고 말하고 냉큼 올라 탔다.

다시 서준이가 운전석에 타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강남구에 있는 빌라드지디라는 예식장에 도착하고.. 서준이가 내 손을 잡고 안에 들어갔다.

"서준씨..? 아, 여, 여자친구분??"

어떤 여자가 서준이를 불렀다.

당연히 회사 동료겠지.

그 여자 혼자 있었는데 나를 보면서 완전 놀라는 표정이었다.

"네, 유은애라고 해요."

"아, 이대리님. 다른 분들은요?"

"서과장님 신부대기실에.. 와.. 실물이 훨씬 예쁘세요.. 서준씨가 사진은 종종 보여주는데 다들 이렇게 예쁜 분이 어딨냐고 안믿었었거든요.. 그런데 와.."

좀.. 거침 없이 말을 하는 스타일인지 이렇게까지 말할거라고는 생각 안해봤는데..

"아.. 네.. 감사합니다."

"어, 서준 대리? 이제 왔.. 어? 옆에는...?"

"김대리님, 제 여자친구에요."

이번에도 여자였는데 역시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어, 어... 지..진짜였네..? 아, 반가워요.. 서준 대리 동료에요.."

"네, 안녕하세요. 유은애에요."

"네, 네에.. 와.. 서준 대리님 여자친구분 진짜 미인이시네요.. 너무 예쁘셔서 합성 사진인가? 했었는데.. 진짜였어!"

김대리라는 여자도 거침 없이 말을했다.

처음 봤던 이대리님이라는 분은 그래도 경우가 있는지.. 김대리의 옆구리를 쿡 찌르더니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미안해요, 은애씨."

"거봐 내 말 맞지?"

서준이는 또 눈치 없이 거기다대고 맞장구를 치고 앉았다, 증말.. 어휴.. 이 바보야..

"가만히 있어, 그냥.."

"김대리님, 아무튼 저 진짜 거짓말 한 거 아니죠?"

"아휴, 나야 유대리님 말 다 믿었지. 안 믿는다는 애들은 저기 모여서 얼씬도 못하잖아."

김대리의 눈짓을 따라 그쪽을 보니..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들 서너명이 모여 딴청을 피우는 척 하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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