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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22. 시작해보자 (23/136)



〈 23화 〉22. 시작해보자

후우...


아침을 먹은  오늘은 다행히도 어제에 만족한 듯 강서연은 로터의 착용 없이 나와 함께 등교를 하였다.

뭔가,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완전히 코가 꿰인 거라 불행이라고 해야 될까.

강서연은 어젯밤의 일로 이제 완전히 내가 본인 것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같았다.

뭐, 솔직히 나도 어제 꽤나 흥분한 상태로 그녀와 몸을 섞었으니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서 헤어지도록 할까요.”


“그래. 잘 가고...”

“그럼 나중에 방과 후에 찾아가도록 할게요. 별님이 아빠.”


“누가 아빠야?! 뭔데 벌써 태명까지 지었어!?”

“저는 개인적으로 아들이었으면 좋겠네요. 딸이면 또 아빠를 가지고 싸우는 라이벌이 늘어나게 되니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한테 질투를 하면 어떤 반응을... 아니, 애초에 수정도 안했다고.”


“아뇨. 이건 분명히 했음에 틀림없어요.”


“뭔데 확정을 짓는 건데?!”


“느낌이 그래요.”

“.............”

원래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소리 했겠으나 왠지 강서연 저 여자가 말하니까 진짜로 그렇게 된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이렇게 애기 아빠가  거면 ‘그’와의 만남도 이제 필요 없는 것 아니에요? 아, 너무 NTR취향이라 아직도 사귀길 원하시나?”

“아까부터 주장하지만 아직 수정하지 않았어. 애기 아빠는 안됐다고...”

완전히 이제  아빠 취급이다.


“흐음... 그렇게 부정하시는 모습도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확실히 애기 아빠가 되시면 이제 태양씨 취향에 맞춰서 계속 그와 만나는 것도 어려운건 생각해주셔야 돼요. 임신한 상태로 그와 만나는 것도 그렇고 태교나 애기가 태어난 뒤에 교육에도 좋지 못하다구요.”


“그러니까 애 아빠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냐!?”


“뭐, 혹시 만에 하나라도 태양씨 말처럼 지금 수정이 안됐다고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만에 하나라도 지금 수정이 됐다라고 해야지..”


“어차피 오늘밤도 있고, 다음날도,  다음날도, 다음날도 있는걸요?”

히죽.

나를 음흉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히죽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소름끼치는 것을 느낀 채 얼른 그녀를 보냈다.

진짜로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되겠어...


그리고 강서연 남친아.. 너는 도대체 어떤 연애를 하고 있기에 그녀를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활개 치게 두는 거냐..

보통 방과 후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아?


거기에 어제 그녀가 우리 집에 찾아오고 나서 넌 어째서 한 번도 연락을 제대로 안했냐..


그러니까 니 여친이 너한테서 마음이 떠나는... 아니, 애초에 마음이 제대로 있진 않았지,

후우... 어쩌지? 이거 얼른 우리 집 방범장치를 올리던가, 이사를 가던가,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진짜로 내가 강서연을 임신시켜버릴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임신엔딩은 순애물 해피엔딩이나 능욕계 배드엔딩으로 나오는 엔딩 아니었냐?


금태양한테 순애물의 해피엔딩을 바라지 말라고....


아니, 그렇다고 물론 능욕계 배드엔딩 느낌으로 강서연을 버린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지도 못하지만...


NTR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드한 느낌의 NTR로 여자가 임신하자마자 버린다거나 육변기로 사용하는 엔딩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애초에 강서연은 그런 식으로 버린다고 한들 버려지는 여자도 아닐테고..

이건 진짜 나중에 잘못해서 생겨버리면 책임을 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

“......”


설마, 이런 마인드 때문에 강서연에게 패션 금태양이니 뭐니 소리를 듣는 건가?!


 진짜 마음먹고 완전 양아치, 쓰레기의 마인드를 가지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고?!

제길... 파생형 금태양들은 근본 금태양이 아니니 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 역시 제대로  근본 금태양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건 꽤나 충격이다.


물론 충격이라 해도 나 스스로 그런 금태양이 되기엔 성격이고 뭐고 나 자신을 바꾸라는 이야기니 당장 그런걸. 하기 힘들다.

뭔가, 방범장치를 더 강화한다던가, 이사를 가는 방법은 없을까?


남친과 함께 멀어져가는 강서연의 모습을 보며 나는 대체 이 전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정말 이래저래 고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


“하아.”

“뭐야? 뭘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어?”


학교에 도착하자 나는 이 답답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한숨을 쉬자 뒷자리에 있던 박아영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이래저래 고민할게 많아서.”

“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

뭐라는 거야. 이 여자는...


아... 그러고 보니 연애 도와주고 있었지..


설마 지금 내가 고민하면서 한숨 쉬는 게 본인 연애 상담 때문에 고민이라 한숨 쉰다고 착각하는  그런 거라고?

이건 좀... 착각이 심한데..


내가 뭐라고 그쪽의 연애상담을 한숨까지 쉬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나도 지금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넘쳐난다고..

“........뭐, 할  하는 남자니까.”

그렇게 생각은 해도 굳이 본인이 그렇게 오해를 하는데 내가 딱 잘라 오해를  필요는 없었다.


이런 식으로 오해를 하는 게 오히려 나에게 이득이면 이득이지 결코 손해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너무 고민하지는 마. 나도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볼 테니까.”


“..........그래. 기특하다.”


양 손을 쥐며 내게 다짐하듯 말하는 박아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칭찬하며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구라는 다르게 노력하는 모습이 사람 골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특하게 느껴지는구만.

 녀석은 어제도 그렇고 사람 힐링시켜주는 무언가가 있네. 힐링형 캐릭터인건가.


“자, 잠깐 뭔가 이렇게 쓰다듬으니까 부끄러운데?”


“뭐 어떠냐. 네 머리는 내가 맨날 갖고 노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네. 너 내 머리 좀 그만 건드려.”

“그럴 수야 없지.  머리를 헝클이거나 쥐어뜯거나 쓰다듬는 것 전부 내가 관리한다. 물론 나머지 정리는 너의 몫이지.”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


그렇게 멍하니 박아영과 농담 따먹기를 하며 박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자 나는 문득 강서연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다행히 그녀는 이쪽의 행동에 관심이 없는  같았다.

하하.. 결국  아빠가 되었으니 이제 내가 무슨 행동을 하던 관심이 없다?

완전 잡은 물고기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같은 논리군.

오히려 좋아.

이런 식으로 강서연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에 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음.. 그럼 일단 적당히 공략하고 있던 박아영을 공략해야 하나?”

일단 가능한 한 한명이라도 빨리 공략하면 공략할수록 나에게 이득이다.


박아영의 공략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다른 여자를 찾아서 공략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무리가 있는 전략이지.

차라리 최면어플이라도 내 손에 쥐어져 있었더라면 어떻게 전개를 더 빨리 이끌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지, 차라리 그런 최면어플을 얻는다면 강서연한테 바로 당신은 나를 좋아한 적이 없습니다. 라며 최면을 걸어서 그녀석이랑 잘되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


뭐, 이런 지금 가지고 있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망상을 해본들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은 행동이다 행동.


일단은 박아영의 남자친구부터 만나보도록 할까.

정석대로  녀석의 취향을 찾아내서 박아영을 조금씩 농락하는 식으로 말이지...


뭐, 기왕이면 그냥 조금씩 말고 단번에 이 녀석 취향을 알아낸 다음 박아영을 능욕하고 시험시켜 본 뒤에 내가  좋았지? 라는 전개로 바로 박아영을 NTR할 수 있으면 좋은 전개일 텐데.


뭐 이리됐든 저리됐든 우선은 행동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점심시간이 되어 박아영의 남친을 찾아갔다.


“여. 네가 박아영 남친?”

“네.. 그런데 누구...?”


“아, 난 박아영 반 친구. 금태양이라고 한다.”

“금태양.....”

내가 이름을 말하자 뭔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박아영의 남자친구.

그래. 나도 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이름이지.

이름 자체가 금태양이라니, 성만 다르면 그냥 태양이라는 이름이니까 별로 특이하진 않을 텐데 하필이면 성이 금이라서 뭔가 미묘한 이름이 되었지.. 그래.


게다가 실제로도 머리도 금발에다 태닝한 듯 거무죽죽한 피부.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잔 근육질에 건장한 체격.

딱 불량해보이면서 여자 빼앗기 좋아 보이는 이미지가 그대로 튀어나온 금태양 그 자체지!


......외견만이지만.


“아영이 남자친구. 최지호라고 합니다.”

“그래. 반가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이름은 이제야 듣는 기분이지만 어쨌든.


뭐, 이름은 평범하네.

뭐 그렇다고 생긴 것이 특이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지.


적당히 내린 머리에 뿔테 안경.  평균 정도의 체형에 저 공부 열심히하게 생겼어요. 같은 범생이 냄새 풍기는 딱 그런 녀석이었다.

“제 이야기를요?”

“그래. 맨날 좋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니니까 모르기가 힘들다고.”


“그, 그렇군요.”


쑥스러워하는 것 봐라.

 NTR물에서 전형적으로 빼앗기는 남자 쪽 인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저는 왜?”

“아, 박아영이 최근 너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말이지.”


“저 때문에요....?”

최지호 녀석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자 녀석은 잠시 생각을 하다 생각난 것들이 있는지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래.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넌 그것들 때문에 나한테 곧 NTR을 당하게 될 테고 말이지.


무언가 찔리는 반응을 보이는 최지호의 모습에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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