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화 〉 228화. 자말 해전(?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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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대륙에서 벌어지는 해전(?戰)은 지구에 함포가 발명되기 전까지의 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먼저, 적을 발견하면 대부분 노예로 구성된 선저(??)의 수부(??)들이 노를 저어 전속력으로 다가간다.
그동안 선수(??)에 장착된 대 마수용 투사 무기 및 쇠뇌와 불화살을 쏘아 올려 최대한 타격을 가한 후, 역시 선수의 흘수선(???) 부분에 돌출된 충각(??)을 이용해 배와 배를 충돌시켜 상대편을 침몰시키는 일명, 당파(??)전술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서로 갈고리를 던져 배를 접근시키고는 사다리나 그물을 통해 상대방 배에 올라 백병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포스 각성자의 존재로 인해 서로 껄끄러워했다.
당파전술 대신 한쪽이 기를 쓰고 백병전을 위해 접근한다면 이는 그 배에 감히 대적하기 힘든 포스 각성자가 존재한다는 뜻이었고, 그런 존재와 대등하게 맞서 싸울 자가 없는 한 붙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하여 간혹 해적들이 약탈을 위해 다가오면 선장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대범하게 접근하거나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해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 해적들이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나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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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함대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빙산의 정상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누런 얼음 성을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빙산이 어느 순간 해류를 무시하고 제 자리에 가만히 떠 있자, 모두 어리둥절해하였고, 지금까지의 해전과는 다르게, 저 성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제국 함대의 총지휘관인 휴리첼은 살펴보던 망원경을 내리고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고민에 휩싸였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빙산에 성이 존재하리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으며, 분명 좋은 목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감했다.
무엇보다 포스 각성자인 그의 직관력이 불길하다는 것을 알려왔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해류의 흐름을 거스르다니. 그리고 그 깃발은 뭐였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 빙산이 제자리에 멈추자, 얼음 성의 꼭대기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지 않고 접힌 채로 있었기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곧 냉정을 되찾고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저 괴이한 빙산을 뒤로한 채 싸울 수는 없다. 일단 저것의 정체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야. 정찰 함대가 다가가 확인하도록 한다.”
합리적인 명령에 신하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명령이 전해졌다.
곧, 정찰선 십여 척이 함대의 대열에서 벗어나 빙산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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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타비 제국 황가의 깃발이라... 우리가 떠날 당시, 제국은 여러 왕국으로 갈라지며 사라진 상태였지.
그래, 녀석들이 숨겨둔 발톱을 드러낸 것이군.
한 번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군을 키울 줄은 미처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우두머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비상한 녀석이로구나. 하긴 그 정도쯤 되어야 제국을 다시 일으킬 수 있겠지.
저들이 여기까지 온 걸 보니, 헤실론 왕국이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모양이야.
분명, 바다에서는 자기들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자만한 결과겠지.
하지만 운도 참 없지. 하필이면 여기서 우릴 만나다니. 민타비 제국의 부활이라... 어림도 없는 이야기. 오늘 여기서 그 싹을 잘라야겠구나.”
“그러게요, 스승님. 안되는 놈은 끝까지 안된다더니. 불쌍한 녀석들. 쯧쯧~”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한번 보는 것만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고르카였고, 모두 저들의 지지리도 운이 없음에 혀를 차고 말았다.
“어? 사조님~ 스승님, 배 몇 척이 우리 쪽으로 다가옵니다.”
창을 통해 밖을 구경하던 운씨 형제가 정찰선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외치자, 흘깃 바라본 고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찰이로군.”
“어떻게 하시렵니까? 고르카님.”
올먼의 물음에 고르카는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알면서 왜 묻나? 하하.”
그 말에 올먼의 얼굴이 흐려지며 일명, 대마신의 강림이라 불리는 대살육의 날이 뇌리에 떠올랐고, 그의 코로 다시금 그날의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오는 것 같았다.
‘설마 저번처럼 살기에 취하시지는 않으실는지... 라놀카 사제, 아니 황제도 이제 없고. 믿을 것은 앨리스님 밖에 없구나.’
고르카는 그의 표정을 보고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말게, 내가 나설 일은 없을 터이니. 아이들도 있는데 이 나이에 내가 나서겠는가?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은 다들 뭘 하는 게야? 아침부터 보이질 않는군.”
로라가 그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덥다고 모두 물속에 들어갔어요. 아라랑 같이 놀고... 아! 저기 있네요.”
마냥 해맑은 표정의 로라가 한곳을 가리켰고, 모두 그곳을 바라보고는 곧 뜨악한 표정을 지었는데, 바다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불쑥 정찰선에 기어오르는 일곱 숲 거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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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거인, 세상에서는 일명 오거라 부르는 그들은 강대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머리 회전도 빨라 가히 무적이라 불릴만한, 마수 중에서도 최상위 마수이다.
이런 오거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물이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물을 극도로 싫어하여, 잘 씻지도 않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당연했다.
꼬마를 처음 만난 고르카가 제일 처음 한 일이 코를 쥐고 꼬마를 목욕시키는 것이었고, 강제로 목욕 당하는 꼬마가 발버둥 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그들이 헤엄을 칠 리는 만무한 노릇이었다.
고르카 역시 전생에 헤엄에는 자신이 있어, 그 기억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격렬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신체 반응으로 인해, 최초로 물에 빠져 죽은 오거라는 불명예를 안을 뻔한 적이 있었다.
고르카에 의해 단 몇 세대 만에 빠른 진화를 거친 그의 손주 녀석들은 기존의 다른 오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이다.
불을 다룰 줄 알았고, 도구를 사용함에 익숙했으며, 생존의 최대 난적인 식량 문제에서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았고, 무엇보다 홀로 살아가는 대신, 무리를 이루어 서로 활발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오거인 듯 물을 두려워했으니... 이를 그대로 두고 볼 고르카가 아니었다.
“물을 두려워 말거라. 바다의 부력(?力)은 너희들을 충분히 물 위로 띄우고도 남는다. 이 거대한 빙산도 바다를 떠다니지 않느냐.
어허~ 몸에 힘을 빼고 바다에 몸을 맡기거라. 너희들이 아무리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발버둥 칠수록 몸은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고, 더불어 체력을 빠르게 소진할 것이다.”
바다가 잔잔한 날을 택해, 고르카에 의해 차례대로 바다에 던져진 손주 녀석들은 겁에 질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허우적거렸고, 할배의 말은 귓등에도 들리지 않았다.
말이야 쉽지, 고르카의 주문은 태생적으로 물을 두려워하는 그들이 단번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쿠워억~꼬르륵~”
“쿠억~ 컥~”
일곱 숲 거인이 바다에서 난리를 피웠고, 고르카는 시큰둥한 표정이었으나, 그의 두 눈만은 푸른 빛을 머금은 채, 녀석들의 상태를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이들이 모두 질린 표정이 되었고, 오직 뿌옥만이 두 쌍의 눈에 즐겁다는 눈빛으로 커다란 꼬리를 흔들며 평소 자기를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바닷물을 잔뜩 먹고 드디어 기절한 알파가 둥둥 떠다니자, 독한 할배는 혀를 차며 옆에 대기하고 있던 로라에게 말했다.
“쯧, 로라야. 알파 녀석을 얼리거라.”
“네, 큰 아빠.”
로라의 입이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한번 휘젓자, 알파 주위의 바닷물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곧 커다란 얼음덩이가 되었다.
이에 고르카는 검은 진주호의 닻인 절멸을 던져 얼음덩이를 건져 내었고, 로라가 반대로 얼음을 녹였다.
반 기절한 상태의 알파를 뒤집어 등을 두들기자, 삼켰던 바닷물을 토해내고는 정신을 차리는 알파였으니, 과연 오거답게 엄청난 회복력이었다.
“쿠워? 쿠워어?”
“난 누구? 여긴 어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리둥절해하는 알파는 흉악한 할배에 의해 다시 냅다 바다로 던져졌고, 이렇게 일곱 숲 거인의 고난은 한동안 이어졌으니, 이 훈련법은 고르카가 전생에 해병대의 수영을 못하는 장병들에 대한 훈련법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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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바닷속으로 뛰어든 일곱 숲 거인 형제자매는 해류를 조절하기 위해 낑낑거리는 아라의 주변을 맴돌며 힘내라고 응원을 한다고 하였지만, 오히려 아라의 집중력을 흩트렸다.
화가 난 아라는 그들에게 물대포를 쏘았고, 물대포에 휘말린 그들은 팽그르르 돌며 멀찌감치 밀려났으나, 오히려 신이 난 그들은 몇 번이고 이 행위를 되풀이했다.
이렇게 신나게 물속에서 노는 중, 황금빛 털을 지닌 막내 이타는 머리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고, 자기보다 몇 배는 커다란 배의 바닥을 발견했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린 형제자매들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그들은 모두 위를 한번 보고는 모두 시선이 마주쳤고,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서로 모종의 수신호를 주고받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일곱 숲 거인들은 각자 가까운 배를 향해 헤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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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뭐야?”
괴이한 빙산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정찰선에 탄 한 병사가 바다에서 커다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자, 의아해하며 난간에 기대어 상체를 내밀고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오랜만에 잔잔한 푸른 바닷속에서 뭔가 시커먼 형체가 점점 커지며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기겁하여 소리쳤다.
“으악~ 바닷속에서 이상한 것이 올라온다!”
“뭐, 뭐야? 마수?”
“헉~ 진짜다!”
정찰선은 이렇게 난리가 났고, 바닷속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불쑥 솟아올랐으니, 커다란 머리만 둥둥 떠서는 처음 발견한 병사와 시선이 마주쳤다.
“오, 오거?”
“오거다! 오거가 나타났다! 바다 마수 오거다!”
“뭔 개소리야, 바다 마수 오거라... 헉! 진짜 오거다!”
“아니, 오거가 왜 바닷속에서 나와?”
그들이 놀라 당황해하며 공포에 휩싸인 사이, 불쑥 양손을 내밀어 함선의 옆을 잡고는 단번에 기어오르기 시작하자, 함선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으아악~”
함선 위의 병사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울어진 방향으로 선상에 놓인 물건들과 함께 나뒹굴었고, 바다에 풍덩 빠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는 함선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 한쪽으로 기울어진 탓에 노를 젓는 구멍으로 바닷물이 밀어닥쳤고, 바닷물과 함께 내부는 엉망으로 변했다.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오거가 이윽고 선상에 오르자, 배는 복원력으로 인해 다행히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함선은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밧줄이나 그물, 혹은 갑판에 고정된 구조물들을 붙잡고 겨우 버틴 병사들은 함선의 갑판에 우뚝 선 황금빛 털을 가진 오거를 보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타는 그런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훑어보고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양손을 들어 함성을 내질렀다.
“쿠워어~!”
그 함성은 아주 멀리까지 퍼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정찰 함대 곳곳에서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쿠워억~”
“크와아~”
병사들은 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의 함선을 보았고, 절망에 빠졌으니, 다른 함선 역시 오거들이 하나씩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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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타가 일등이라고 소리치네요.”
“그래, 이타 녀석이 수영을 가장 빨리 터득했지. 다른 녀석들도 이제 수영에 익숙해졌군. 가르친 보람이 있어.”
방실방실 웃으며 이야기하는 로라와 손주 녀석들의 수영 실력에 감탄하는 고르카였고, 이를 지켜본 올먼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겨우 등수 놀이였냐? 어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야.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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