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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2화 〉 272화. 대결(??). (272/281)

〈 272화 〉 272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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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카에게 가메오를 안내한 후, 다시 지하도시의 입구로 돌아온 운카스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강철 기사를 꺼내기 위해 크게 만들어졌던 입구가 개미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쯧, 어렵사리 겨우 만든 것 같던데, 아깝지도 않나? 이거 곤란한데. 어떻게 들어가지?”

자기의 민머리를 벅벅 긁으며 혀를 차던 그는 이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가메오, 그 여자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었단 말인가? 설마, 그럴 리가. 분명 다른 곳에 숨겨놓은 출입구가 있을 거야.

다른 이들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이지. 암~ 현명하구나, 운카스여~!”

히죽 웃으며 자화자찬한 그는 숨겨놓은 출입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주변의 숲과 산을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리던 그는 걸음을 뚝 하니 멈추고는 천천히 한곳을 바라보았다.

“출입구를 찾아 쓸데없이 돌아다녀봤자 소용없소. 그런 것은 없으니 말이오.”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있던 로브를 머리까지 눌러 쓴 인물이 그렇게 말하고는 바위에서 훌쩍 뛰어내려 운카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오랜만이오. 당신은 그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구려.”

로브에 달린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건넨 그는 운카스의 제자이자 조카이며, 형과 형수를 죽이고 달아난 운구아였다.

운구아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운카스가 입을 열었고, 당장 잡아 죽일 듯이 수십 년을 찾아다닌 그였지만, 의외로 담담한 어조였다.

“너는... 많이 늙었구나.”

그의 말대로 잔주름으로 가득한 운구아의 얼굴에는 세월의 흐름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젠장, 당신이 정상이 아닌 거요.”

툴툴거리며 답한 운구아였고, 그런 그를 운카스는 한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후~ 지금쯤 욕망이라는 괴물에게 먹혀 완전한 하로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눈가에 광기가 맴돌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이지(??)를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았구나.”

운구아는 답하지 않고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동안 너를 찾아다니며 꼭 그랬어야 했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것 또한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오히려 네가 너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미안하다. 너를 세심히 보살피지 못한 내 잘못이었어.

돌아가자. 돌아가서 스승님께 나와 같이 용서를 구하자꾸나. 스승님께서 너를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운카스의 애절한 설득에 운구아는 말없이 그저 눈을 감고 한동안 침묵했고, 둘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적막은 운구아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으로 끝났다.

“늦었소. 이미 깨진 그릇이오. 그리고 아무리 그분이라 해도 내 상태를 예전으로 돌리지는 못하오.”

그 말에 운카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장탄식(???)을 흘렸다.

“그래, 그렇구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운고르,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느냐?”

운고르는 운구아가 납치하다시피 한 형의 아들이었다.

“... 죽었소. 사고로 그만...”

“이놈!”

순식간에 다가가 운구아의 멱살을 잡은 운카스는 그의 뺨을 강하게 후려갈겼고, 운구아는 순순히 뺨을 내주고는 입안이 찢어졌는지,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놈아, 네가 그런 벼락 맞을 죄를 지었다면, 그 아이라도 잘 키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했어야지. 책임지지도 못할 것이면 왜 그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 것이냐? 차라리 놔두었으면 내가 거두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 아이가 가진 잠재력은 나와 너의 형제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어. 스승님도 인정하셨을 정도였다. 운고르는 우리 부족의 앞날을 이끌어 갈 재목이었단 말이다!

네놈이 부족의 미래를 어렵게 함과 동시에 우리 집안의 명맥을 끊어버리는구나.”

운구아는 멱살이 잡힌 채로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 운카스의 말이 끝나자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부모님은 어찌... 되셨소?”

그 질문에 운카스는 그만 맥이 탁 풀리며 잡았던 멱살을 놓고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허~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았구나. 이 어리석은 것. 부모로서 그런 참사를 겪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으냐?

그 일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병이 생겨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치료도 거부하였지. 이미 마음이 죽은 것이었어.

그렇게 얼마 못 가, 차례대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둘은 세상을 떠나기 전, 내 손을 꼭 붙잡고 당부하더구나. 다 자신들 탓이니 너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운고르, 그 아이만은 꼭 찾아 올바르게 키워달라고 하였고,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 하지만 동생 부부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면목이 없구나.

그나마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으니, 그리 춥지 않을 것이다.”

운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이 작게 어깨를 들썩이더니 힘겹게 말했다.

“... 고맙소.”

“고마워할 필요 없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이었고, 스승으로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둘 사이에 한마디씩 오고 갔고, 그렇게 한 명은 하늘을, 한 명은 땅을 바라보며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운카스였다.

“그만 결판을 내자꾸나. 너도 그러려고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냐. 네 정체된 실력으로는 나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저걸로 나를 상대하려고?”

운카스가 가리킨 곳에는 숲속의 커다란 나무 사이로 삐죽이 나와 있는 거대한 검은 강철 기사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맞소. 아무리 당신이라도 용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저것, ‘흑염룡(???)’이 날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오.”

“거참, 이름도 뭐 같군. 도대체 누가 지은 거야?”

운카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운구아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볼 뿐이었다.

“크기도 더럽게 크군. 스승님과 비슷하겠는데? 그래도 생긴 것은 스승님의 험악함을 못 따라오는군. 역시 우리 스승님이셔.”

쓸데없는 것을 비교하며 뿌듯해하는 운카스를 본 운구아는 그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전하구려, 그 이상한 성격은...”

“성격이 바뀌면 죽는다는 말을 모르냐? 나처럼 일관성이 있어야지 말이야. 그런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 저런 놈을 상대하라니. 쯧~ 좋아, 어디 한번 붙어 보자꾸나.”

이렇게 한때는 스승과 제자, 동시에 삼촌과 조카 사이였던 둘의 목숨을 건 한판 대결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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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아는 자기가 이름 붙인 흑염룡으로 가메오의 황금빛 강철 거인 ‘카르고’를 상대하면 할수록 강철 거인이 가진 힘에 한껏 매료되었다.

거대한 바위쯤은 일격에 박살 낼 수 있는 파괴력과 강철 거인의 체고(?高)보다 더 높이 뛸 수 있는 엄청난 도약력, 날아다니는 용을 따라잡을 수 있는 속력까지.

가히 사조(??)인 고르카에게 절대 꿀리지 않는, 오히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흑염용이 그러할 진데, 가메오의 카르고는 흑염룡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기체(??)임을 알고 나니, 그저 탄성만 나올 뿐이었다.

운구아와 가메오는 가온 대륙에 흑염룡과 카르고를 상대할 이는 결코 없다고 자신했고, 그것을 증명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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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대결은 시작과 동시에 일방적인 흑렴룡의 공세에 운카스는 공격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수준으로 이어졌다.

운카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흑염룡의 조종석에서 운카스의 상태를 본 운구아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승리를 자신했다,

“역시, 당신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결국, 피육(??)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요. 결코, 나의 흑염룡을 이길 수 없소. 그만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드리리다.”

운구아의 말에 운카스는 발끈하였다.

“시끄러워~ 인마, 정신 사나워 죽겠구먼. 흑염룡인지 흑염소인지 더럽게 빠르네, 젠장! 이크~ 에크~”

흑염룡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하자, 주먹은 머리 위를 아슬하게 스치듯 지나갔고, 그 풍압(風?)에 의해 머리 가죽이 벗겨질 듯한 압력에 식겁한 표정을 지은 운카스였다.

그리고 열이 뻗쳤는지, 얼굴이 붉게 변하며 외쳤다.

“오냐, 한 번 더 들어와~ 들어와 봐!”

“허~ 그런 객기(客?)는 그만 부릴 나이가 아니오? 좋소, 더는 봐주지 않겠소.”

흑염룡이 꿈틀거리며 다시 공세를 이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가 한 장담과는 반대로 운구아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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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강철 기사의 약점은 뭘까요?”

키 작은 제자의 물음에 키 큰 스승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고, 이윽고 스승의 입이 열렸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오랫동안 정비를 하지 않으면 녹이 슬게 마련이다. 적어도 수천 년 전의 기계가 제대로 온전할 리가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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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움직이는 흑염룡의 모습을 본 운카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스승님~ 전혀 녹슨 것같이 안 보이거든요. 마치 새로 만든 것처럼 광택이 좌르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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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멀쩡하게 움직이면은요?”

키 작은 제자가 다시 묻자, 키 큰 스승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그럼 아마도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나보다 더 큰 쇳덩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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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내리치는 공격을 피한 운카스는 다시 투덜거렸다.

‘스승님, 저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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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죠?”

키 작은 제자의 염려에 키 큰 스승은 버럭 화를 내었다.

“나도 몰라! 그냥 부딪쳐 봐, 인마!”

“아니, 물어볼 수도 있지, 왜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사제지간(??之?)은 그렇게 한참을 옥신각신 다투었고, 끝날 때쯤 스승은 뭔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강철 기사는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이지?”

스승의 질문에 제자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핀잔 섞인 말투로 답했다.

“그야 용을 잡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럼 용의 크기는 어떨까? 나보다 클까? 너처럼 작을까?”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엄청나게 크지 않을까요?”

“그래, 나보다 몇십 배는 될 정도로 엄청나게 크지. 그런 덩치로 하늘을 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그런 용을 잡는데 특화된 강철 기사가 너처럼 코딱지만 한 작은 녀석을 정확하게 때려잡을 수 있을까?”

“... 스승님의 코딱지가 그리 클 줄은 몰랐습니다만, 말씀에 일리가 있군요.”

“그래, 강철 기사는 쥐새끼를 잡을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그러니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 없는 존재지.”

“오~ 듣고 보니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설마 쥐새끼가 저를 표현한 것은 아니겠죠?”

제자의 심상찮은 눈초리에 스승은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너의 자격지심(??之心)이니라.”

“아, 예~ 그렇겠죠. 그런데 스승님, 꼭 어디서 용을 보신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스승은 다시 고개를 제자에게 향했고, 얼굴에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음? 내가 말 안 했나? 옛날에 용을 만났다고 말이야.”

“헉~! 진짜 용이 있단 말입니까?”

스승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북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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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기사는 파괴적이고 빨랐다. 하지만 고르카의 말대로 세밀함은 개나 줘버린 수준이었다.

운구아의 흑염룡은 자신보다 큰 가메오의 카르고만을 상대하며 연습하였기에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티탄족은 강철 기사를 운용(??)할 때, 항상 마법사와 다른 전력을 함께 움직이며, 강철 기사가 용이나 거대 마수만을 상대할 수 있게 하였고, 대규모의 난전에만 참여시켰기에 미처 그것을 깨닫지 못한 가메오와 운구아였다.

“이, 이런~”

처음에는 아슬하게 피하던 운카스는 이제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피할 정도로 여유를 찾았고,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이걸로 끝이다.”

운카스의 염력이 가득 담긴 창은 흑염룡의 가슴 쪽에 자리한 조종석을 뚫고 들어와 운구아의 가슴을 관통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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