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노예, 제가 삽니다-68화 (68/99)

〈 68화 〉 세이렌 혼혈 유나

* * *

"음...대신교가 마녀 신문에 광고를 냈네. 신흥 사이비 종교 치곤 자금력이 꽤 센가보군."

카운터에 서있던 리나가 레너드의 말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어머, 마녀 신문 1면에 광고를 냈다니...대신교가 진짜 돈 하나는 썩어 넘치나 보네요."

"내 말이 그 말이다."

레너드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신문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음...어쩌면 광고비가 예전보다 훨씬 싸진 게 아닐까요? 요즘 불경기니까 마녀신문도 옛날처럼 배짱장사를 하진 못할 거 아니에요."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헉, 혹시 광고비용이 싸졌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닐까요 사장님?!"

"그때라니...? 아. 시발 그 얘기 하지마. 하지 말라 했다."

레너드가 불안한 눈빛으로 리나를 바라보았다.

"풉...뭐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까요? '5년이면 전문가가 됩니다. 누가? 내가.' 광고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까요? 아니면 '내 이름은 레너드. 마리아리온 노예상' 광고에 대해 말하지 말까요? 푸핫핫핡핡!"

"그믄...하르그..."

레너드가 이를 악문 채 수치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거 보고 한동안 레이븐씨가 사장님한테 광고 하나 제대로 못하는 찐따새끼라고 놀려댔잖아요! 핳하핳핳!"

리나가 레너드를 비웃으며 배꼽을 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레너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측은하게 어깨를 움츠렸다.

"시발...시발 아니까 닥쳐! 돈이 없어서 겨우 15글자를 넣을 정도의 공간밖에 못 샀다고! 그게 최선이었어!"

"차라리 '레너드 자지는 풀발시 17센티미터!'라는 광고문구를 쓰시지 그러셨어요?! 아핳핳핡! 전문가가 됩니다! 누가? 레너드가! 아핳핳ㅎ핡핡!"

"...시발...사진이라도 큰 걸 썼다면 무시당하진 않았을 텐데...가게 홍보에 돈을 아끼지 말걸...시발...으흑흑..."

레너드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가게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구만. 거기 아가씨, 빨리 손님 받으쇼."

"...!"

리나가 가게 정문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마법을 써서 재빨리 카운터로 순간이동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그녀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마리아리온의 자랑 레너드의 노예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군. 어서 와 프로듀."

레너드가 오랜 지인 프로듀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흠...오랜만이군 레너드."

프로듀가 레너드의 손을 맞잡고 그와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래, 이번엔 배우야 아이돌이야?"

레너드가 프로듀를 고객 응접 테이블로 인도한 뒤, 자리에 기대 앉아 프로듀가 데려온 매물의 용모를 위아래로 훑었다.

"뭐 흔하디 흔한 아이돌 준비생이지. 데뷔시킬만한 가치가 안되는 매물. 사장님이 얘는 글렀다고 너한테 팔아서 육성비용이라도 회수하래."

"..."

프로듀의 말을 듣고 그의 옆에 서있던 아이돌 준비생이 미간을 찌푸렸다.

"늘 그렇듯 네가 데려온 매물은 참 얼굴이 반반하다니까."

"당연하지. 아름다워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서 파는 게 우리 엔터테이먼트의 역할이니까."

"오오..."

"음...일단 이 녀석은 세이렌 혼혈이고...이름은 유나야. 보시다시피 얼굴은 꽤나 미인인 편이고...보지는 꽤나 명기야. 못 믿겠다면 여기서 써봐도 돼."

입을 꾹 다물고 프로듀 옆에 앉아있던 유나가, 프로듀의 말을 듣곤 깜짝 놀라 프로듀의 어깨를 주먹으로 마구 쳤다.

"...여전히 담당 아이돌이랑 열심히 섹스하고 다니는 구나. 그래도 예전보단 덜 하고 다니는 거지?"

"당연히 여전히 내가 담당중인 아이돌 13명, 배우 7명 전부랑 하고 있지. 연예계 일은 빡세니...이렇게라도 사내 복지를 뽑아 먹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레너드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그럼 순혈 세이렌 싯가가 34골드이니까...꽤나 미인인 거랑...아이돌 준비생이었던 거...그리고 처녀가 아닌 점..."

"...새 수인치고 지능이 꽤 높다는 걸 잊지 말아줘."

"...오케이. 도합 21골드. 이 이상은 못 쳐줘."

레너드가 고민을 마친 뒤 리나에게 손짓해 21골드가 담긴 자루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아, 이러지마. 우리 상회 사장님이 못해도 30골드는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고. 얘 몸값이 21골드 밖에 안된다면 할 수 없이 사장님이 내거셨던 비장의 카드를...읍?"

프로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유나가 재빨리 몸을 날려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뭐야? 비장의 카드가 뭔데?"

프로듀가 그를 노려보는 유나의 눈빛을 보고, 체념하듯 고개를 숙이자 유나가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거두었다.

"...하아, 아니다. 이년이 자존심이 존나 세 가지고 순수히 본인 몸값으로 30골드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면 그냥 아이돌을 마저 하겠다고 하네. 씨발..."

"...그러냐? 아깝네. 세이렌치고 꽤 예쁜 매물이었는데."

레너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음, 뭐 다른 기준은 없어? 보통 세이렌 매물들은 뭘 기준으로 값을 높이나?"

"당연히 노래와 입기술이지. 세이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는 자연스럽게 손님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유연한 혀는 손님의 바지를 벗게 만드니까 말이야."

"아까 말했지만 유나의 입기술은 정말 끝내준다니까?"

"아깐 보지라며."

"윽..."

프로듀가 움찔했다.

"...그...사실 유나가 입으로 빠는 건...좀...후달리는 편인데..."

레너드가 프로듀의 말을 듣고, 아까 리나에게 건네받은 21골드가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3골드를 빼버렸다.

"세이렌이 입을 잘 못쓰면 시발 건조한 슬라임이랑 뭐가 달라? 3골드 뺀다."

"아오 시발..."

"..."

자신의 가격이 낮아졌다는 말을 듣고 유나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레너드의 수염을 손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아야...! 뭐...뭐하는 짓입니까? 빨리 놔요!"

"...ㄴ..."

유나가 화가 난 표정으로 무언가 말을 하려 하자, 옆에 앉아있던 프로듀가 재빨리 유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하하! 그래, 그럼 뭐...18골드에 만족하지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래 빨리 계약 하자고!"

"읍...으읍...!"

유나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프로듀의 손을 떼내려하자, 프로듀가 유나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작게 속삭였다.

­­­"그러지 말고 그냥 비장의 카드를 쓰자. 그거 한방이면 30골드에 널 팔 수 있..."

조용히 프로듀의 얘기를 듣고 있던 유나가 그녀의 다리로 프로듀의 낭심을 차버린 뒤, 레너드의 멱살을 잡고 레너드를 쨰려보았다.

"으긁으으윽...저 앙칼진 시발년이...으윽...."

프로듀가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뭐...뭡니까 갑자기?"

레너드가 그의 멱살을 잡은 유나의 손을 떼내려 했다.

"..."

유나는 레너드를 바라보며 뭔가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레너드의 멱살을 놓고 손가락으로 모래 바닥을 가리켰다.

"...?"

이윽고 유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모래 위에 손톱으로 무언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 얼굴을 봐요. 절세 미인이잖아요. 30골드 쳐줘요. 안 그럼 제 12명의 열성팬들이 당신의 목을 노릴 겁니다.

"호오, 그러니까...유나씨는 미인이니까 값을 9골드 정도 더 쳐달라 이거군요?"

유나가 레너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예쁜 걸 중시하는 남자들은...단돈 40은화에 폴넌씨 가게의 도플갱어 코너에서 밤낮으로 물고 빨 수 있는데요?"

"..."

유나가 주춤했다.

­­­그래도 자신만의 미인을 소유한 건 뭔가 다른 느낌이잖아요! 그런 식이면 상급 슬라임들이나 도플갱어들이 가장 잘 팔리는 매물이어야죠!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

유나가 당돌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그럼, 빼어난 유나씨의 미모를 믿고 제가 당신을 30골드라는 거액을 주고 샀다 칩시다."

"..."

유나가 레너드의 말을 듣고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럼 제가 산 가격이 있으니 유나씨를 팔 때는 못해도 36골드, 적당히 본전을 치려면 40골드는 받아야겠죠?"

"..."

유나가 무언가 대답을 하려다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손님이란 가정 하에...40골드란 돈이 있어 노예를 사려 한다면...꽤나 미인인 세이렌 혼혈 유나씨를 살까요? 아니면 40골드짜리 주인을 잘 따르는 절세미녀 고양이 소녀를 사갈까요?"

"..."

"물론 유나씨겠죠? 세이렌인데 말도 못하고 까탈스러운게, 누가 봐도 몸도 유연하고 은혜도 잘 갚으면서 무려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수인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레너드의 얘기를 듣고 유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이내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바닥에 당차게 글을 적기 시작했다.

­­­할 수 없죠. 이리 된 이상 제 가치를 높이려면 제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밖엔 없겠네요.

"...목소리가 끔찍해서 말을 안하고 있던 거 아니셨어요? 세이렌 혼혈들한테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의외로 노래는 잘 부르시나 보네요?"

레너드의 말을 듣고 프로듀가 흠칫 놀라 유나가 모래 위에 적어놓은 글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아..아아...지..지랄하지마! 안돼! 너 목소리가 좆같잖아! 빨리 벙어리인척 하고 몸값으로 19골드라도 챙겨!"

유나가 프로듀의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뻥 차버렸다.

­­­제 목소리는 인간의 피가 섞여 혼탁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어머니를 닮아 노래는 꽤 잘 부른답니다. 한번 귀 귀울여 들어보시고 제 몸값을 재고해주시길 바랄게요.

레너드가 모래 위에 적힌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는 싱긋 웃으며 목을 풀기 시작했다.

"어머, 세이렌의 노래라니. 오랜만에 귀 호강 좀 하겠는데요?"

카운터에 서있던 리나가 허겁지겁 달려와 레너드의 옆에 붙어 앉았다.

"그러게 말이야.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아쉽구만.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게요...노래 들으면서 함 하실까요? 무드 있게?"

"다 듣고 난 뒤에 마실 시원한 커피나 준비해놔라."

"힝...일단 한 곡 듣고 난 뒤에 탈게요."

"그러던지. 그래도 방심하진 마라. 난 잘 부른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정말로 잘 부르는 사람을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

"에이~여기 사장님 옆에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잖아요? 명가수 리나요."

"근거가 하나 늘었군."

"...시..시발. 병신들아! 만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야! 빨리 도망쳐! 하다 못해 귀를 막....!"

"야, 호들갑 좀 떨지 마라. 얘가 못해봤자 얼마나 못 부르겠어. 나도 노예상 경력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맨드레이크의 비명도 견딘 내 귀인데, 고작 음치 세이렌의 노래 한 곡을 못 견디겠냐?"

"그래요 프로듀씨, 원래 세이렌이란 마물은 아무리 노래를 못 불러도 결코 감출 수 없는 근본이라는 게 있답니다?"

"아니 리나씨...저 새끼는 근본을 따질 수준이 아닙니다! 저희가 오죽 답이 없으면 세이렌을 립싱크 전문 댄스 가수로 육성했겠어요? 귀가 멀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크흠..."

""...?""

그러나 프로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나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동시에 레너드와 리나의 귀에 칠판을 긁는듯한 짜릿한 소음이 느껴졌다.

"ㅈ..좆됐다. 난 여길 빠져나가야..."

프로듀는 몸을 돌려 가게를 빠져나가려다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유나의 노랫소리를 듣고 이미 자신이 좆돼버렸음을 깨달았다.

"아아아아아아~글로리아스! 디스 이즈 송 포유에에엥엙~♪"

"으아아아아악! 개씨발...! 이 씨발련아아아아!"

"...이...이게 무슨....으....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어떻게 세이렌이 이리도 끔찍한 소리를..."

이내 리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기절했고, 레너드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은 채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렸으며, 프로듀는 모래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처박으며 넘어졌다.

"10골드도 못 줘...명기면 뭐해! 침대 위에서 신음 소리 한번 들으면 뻣뻣하게 서있던 것도 전부 죽어버리겠구만!"

레너드가 침을 질질 흘리며 괴로움에 몸을 마구 비틀었다.

"...잠깐, 지금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내 신음을 들어본 적 있어?! 들어봤냐고!"

세이렌의 분노가 담긴 외침을 듣고 레너드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조..좀 닥쳐봐...! 내 귀....으윽...!"

레너드가 세이렌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그의 두 귀를 틀어막았다.

"...그래도 노래를 들어보니 생각이 바뀌었죠? 우리 바보같은 사장님이나 프로듀서가 제 가치를 몰라봐서 절 30골드에 팔려 헀는데. 사실 전 못해도 300골드는 받아야..."

­­­휘리리릭. 촥!

"으븝...? 으븝..븝...!?"

말을 이어가던 유나가, 불현듯 그녀의 입에 날아온 볼 개그에 입이 틀어막혀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헉...허억...마안으로 봤을 때 불안정한 파장이 나오길래...재밌어 보여서 가까이서 구경하려 했었는데..생각보다 더 심각하네요...허억..."

"...나..나이스 리나!"

귀를 틀어막은 채로 바닥을 기고 있던 레너드가, 소파 밑에서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쉬고 있던 리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읍...으읍....!"

허나, 리나가 채운 볼 개그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유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레너드와 리나의 귀를 저릿저릿 아프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이건 정신이 나갔어! 단돈 3골드도 아까운 매물이었군! 프로듀! 네가 어떻게 나한테...!"

"...하..하하..."

프로듀가 꼿꼿하게 선 그의 머리를 긁적였다.

"...빨리 저 쓰레기 매물을 데리고 내 가게를 나가! 윽..머리가 울리는군."

"...이리 된 이상 방법이 없군.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지만...어쩔 수 없지. 지금 여기서, 너에게 우리 사장님이 준비해놓은비장의 카드를 하나 제시하도록 하겠어."

"지랄하지마, 절대 안 사! 쓸데없는 말하려 하지 말고 저 애물단지를 데리고 내 가게를 떠나!"

"호오, 후회할텐데?"

"...일단 들어는 볼까...?"

레너드가 씩씩거리며 귀에 흐른 피를 닦다가, 이내 조금 솔깃한 눈빛으로 프로듀를 바라보았다.

레너드가 그의 얘기에 관심을 보이자 프로듀가 씨익 웃으며 레너드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년을 단돈 30골드에 사가면...특별히 우리 몬무몬무 엔터테이먼트 상회가 인기리에 출판중인 성인 잡지 시리즈에...무료로 광고를 띄워주지!"

"내...내가 그런 곳에 광고를 실어봤자 대체 무슨 의미가...!"

"그래...? 그럼 무려 21글자의 광고 문구와 대문짝만한 가게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공란은...대체 누구한테 팔아야 하나...?"

"...스..스물 한글자...? 거기다가...대문짝만한...사진까지...? 단돈 30...골드에?"

"지금 당장 내게 이 돈을 받고 저 애물단지...아니 세이렌 유나를 팔아!"

"크크크, 현명한 선택이야 레너드..."

레너드가 건넨 돈주머니를 받고, 프로듀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레너드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읍....읍읍...!"

(지랄하지 마! 광고비가 30골드인데! 심지어 책의 첫 페이지면 100골드가 넘을 텐데! 지금 내 몸이 0골드도 아니고 ­70골드란 뜻이야?!)

"딱 보니 자길 거저로 팔아넘겼단 사실에 치를 떨고 있구만."

프로듀의 말을 듣고 유니가 고개를 거칠게 끄덕였다.

"와, 그걸 알아들어? 대단한데?"

"난 프로듀서니까. 난 담당 아이돌의 뭐든 걸 알고 있다고."

"음...이왕 하자가 있다는 걸 들킨 김에, 혹시 내가 따로 알아둬야 할 사실 같은 건 없어? 또다른 하자가 있다거나...아니면 내가 몰랐던 장점이 있다거나 하는 거."

"글쎄...아! 그러고보니 저년 의외로 신음 소리는 꽤 들어줄만 하거든? 그러니까 그냥 싼 값으로 하급 침묵의 저주를 건 다음에 신음 소리를 살려두는 것도 꽤 괜찮을 거야."

"...아, 오케이. 땡큐."

"...읍...읍..."

(시발...)

유나가 분한 듯 재갈을 문 채로 몸을 떨었다.

이내 프로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몬무몬무 엔터테이먼트 상회로 돌아갔고.

수치심에 몸을 떨고 있던 유나는 리나의 인도를 따라 안전하게 노예동 내부로 이동했다.

"어머, 사장님...이번엔 부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시지 않길 바랄게요."

"그래, 이건 기회야. 지난 실수들을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레너드가 야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창 밖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더 큰 사진을 쓸 수 있고. 저번보다 훨씬 긴 문장을 쓰실 수 있으니까...이번엔 광고를 하고도 매출이 떨어지는 불행한 일따윈 절대 일어나지 않겠죠?"

"...당연하지. 오! 리나야, 방금 내 머릿속에 아주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어!"

"혹시 '싸다 싸다 레너드의 노예점! 사자 사자 최고의 노예들!' 같은 허접한 광고문구는 아니겠죠?"

"...그냥 말 안 할래."

레너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리나는 그런 레너드의 표정을 보며 깔깔대며 웃어댔다.

"팔았다냐? 잘했다냐!"

몬무몬무 엔터테이먼트 상회의 사장 고양이 수인 루루가 프로듀의 어깨에 올라타 그의 얼굴에 볼을 비볐다.

"...네, 사장님의 말씀대로 저희 회사 신규 잡지 중간에 광고를 걸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역시! 나! 대단! 나 좀 뚁뚁한듯."

루루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까딱였다.

"아, 그러고 보니 레너드에게서 편지가 한 장 날아왔다냐! 이게 우리 잡지에 실을 문구인가냐?"

"벌써요? 저보다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군요. 평소에 광고에 실을만한 좋은 문구들을 많이 생각해놓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게냥."

프로듀가 루루가 들고 있던 편지를 건네받고 편지봉투를 능숙하게 뜯어냈다.

"...'싸다 싸다 레너드의 노예점! 사자 사자 최고의 노예들!'...진짜 존나 구리네요. 요즘 마이너한 10대 잡지들도 이런 문구는 잘 안 쓰는데."

"냐...돈을 갖다 버리는 구냐...이딴 멘트를 잡지 도입부에 실어버리면 구독자들이 곧바로 우리 잡지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릴 텐데...어떡하지...냐..."

루루가 중대한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여기 같이 붙어있는 사진을 버린 다음, 사진이 누락됐으니 마녀 우편으로 새로운 광고 문구와 그에 어울리는 멋진 사진을 다시 보내달라고 하자냥!"

"그런데 시간이 충분할까요? 자칫 잘못하면 다음 호에 이미 예약되어 있는 1면 광고를 미루고 레너드의 노예점 광고를 실어야 할 수도 있는데요?"

"하아...근데 이 구린 문구를 잡지 1면에 싣는 순간 우리 잡지의 생명은 그대로 끝장나고 말거다냥..."

루루가 치를 떨며 레너드의 구린 광고멘트가 담긴 편지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그건...맞네요..."

프로듀 역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혀를 끌끌 찼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