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임시 천계수용소장 안다미온은 위임장에 도장을 받기 위해 용기를 내 아탈란테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 * *
쿵...쿵....쿵...
"하아...피곤해 죽겠네...쉬발...."
산더미 같은 결재 서류들에 도장을 찍고 있던 아탈란테가, 테이블 위에 힘없이 고개를 처박았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산처럼 쌓인 결재 서류들을 올려다보았다가, 이내 테이블이 꺼질 듯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그래! 그냥 딱 눈 감고...5분만 자자...5분만...아주 잠깐만 눈을 붙였다가...그 뒤엔 정말 숨만 쉬고 일하는 거야...그래...쿨....zz..."
며칠 간 쌓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탈란테는 눈을 감자마자 곧바로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쉽게 달콤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고.
이내 그녀는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한 감각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흐아앗...흐아....엥, 주..주무시고 계시면 안되는데...아...아앗....어떡하지...!?"
"...흐엗..?!"
잠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던 아탈란테가 테이블 밑에서 들려오는 안다미온의 목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녀는 서둘러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볼펜을 하나 쥐어들고, 입에 흐른 침을 슥슥 닦은 뒤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일에 열중하느라 집무실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네요. 구름의 천사 안다미온이여...부디 이해해주시길..."
"...저..저 때문에 잠이 깨신 거라면...주..주.주주..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앗....! 제 목숨으로 사죄를!"
"...졸아요? 제가요? 후후...꽤 재밌는 농담을 하실 줄 아는 분이시군요..."
아탈란테가 쿡쿡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놓았다.
"자, 임시 천계 수용소장으로 임명된 안다미온이여. 무슨 용무로 날 찾아온 거죠?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묻도록 해요."
"하..하하...그..그게...제 천계 수용소장 임시 임명장에...도장이..거꾸로 찍혀 있어서...그...하하...소중한 기념품인데...정방향으로 도장을 찍고 싶어서요...하..하핳...?"
안다미온이 아탈란테의 표정이 굳어진걸 확인하곤, 눈물을 훌쩍이며 가져온 위임장을 테이블 위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
아탈란테가 이를 살짝 악문 채로 안다미온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종이를 눈으로 훑어보았다.
'임시 천계 수용소장 위임장'
구름의 천사 안다미온을 전기의 천사 소냐가 임무에 복귀하기 전까지 임시 천계 수용소장으로 임명한다.
*아탈란테 (인)
아탈란테는 거꾸로 찍힌 도장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안다미온의 얼굴을 보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음, 비록 제 도장이 거꾸로 찍혀 있더라도...이 도장의 효력은 충분히 유효할 텐데...굳이 이렇게 제 집무실로 행차하셔서...제 시간을 빼앗으시려는 이유가...고작 기념하기 위함이라...그렇군요..."
아탈란테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 끝까지 끓어오르는 짜증을 애써 가슴 속에 눌러담았다.
"하..하하, 네...그리고 묘하게 '(인)'자 밖으로 도장이 삐뚤어지기도 했고요..."
아탈란테가 안다미온의 말을 듣고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인)'자 옆으로 살짝 삐져나온 자신의 도장을 살펴보았다.
"아 이런 시바..."
아탈란테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가, 자리로 돌아가 테이블 서류함에 들어있던 자루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러곤, 자루를 탈탈 털어 안에 있는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난잡하게 흩어놓았다.
"그래요, 그럴 수 있죠...뭐...그래요..하하..."
"호..혹시 제가 뭔가...큰 실례를 범한 건가요!? 주..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미..미천한 제가 감히 대천사장님을 화나게 하다니...전 죽어 마땅해요!....으흑흑...죄송합니다 소냐님...!"
아탈란테가 조금 굳은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물건들 사이에서 화이트를 찾자, 안다미온이 초조한 표정으로 엎드려 아탈란테에게 잘못을 빌기 시작했다.
"아...아니에요. 고개를 드세요 안다미온. 그럴 수 있죠. 그럴 수...있어요...아마..."
아탈란테가 싱긋 미소지으며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물건들 사이에서, 위임장용 도장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앞에 놓인 산더미같은 서류 뭉치들을 가리키며 안다미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임시' 천계 수용소장일지라도 수용소장은 수용소장인법입니다. 직책에 맞는 위엄을 갖추시길 바랍니다..."
아타란테가 말을 마친 후, 그녀를 향해 엎드려 어깨를 덜덜 떨고 있는 안다미온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그만 그녀에게 정신이 팔려 조준을 잘못해 그녀의 도장을 안다미온의 임명장이 아닌 그녀의 손가락 위에 있는 힘껏 내려찍고 말았다.
콰직!
"...흐...흐갸악!"
그녀의 거대한 도장이 그녀의 손가락을 으깨버린 그 순간, 번개가 치듯 아탈란테의 비명이 퍼져나가며 온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렸고.
곧이어 아탈란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의 시간이 멈춘걸 확인한 뒤,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너무 아파! 으으으...이놈의 도장...이젠 지겨워! 갈란드렐, 뮈헤인이 튄 게 내 탓이야!? 가짜 신이 인간계의 신자들을 다 먹어버린 게 내 탓이냐고오! 으아아아아아 개씨발!"
그녀는 애처럼 바닥을 옆구르기로 데굴데굴 구르다, 이내 벌떡 일어나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발로 차서 넘어뜨려버렸다.
"서류고 개뿔이고 좆같아서 못해먹겠네! 그리고...대체 이 짬밥도 안되는 년은 도장 하나 거꾸로 찍었다고 대천사장한테 찾아와서 도장을 다시 찍어달라 말라 지랄하는 거냐고! 으아아아아악! 시이이이이발!"
아탈란테는 숨을 거칠게 쉬며 안다미온의 멱살을 쥐고 앞뒤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시발...! 천년 전만 해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선배천사를 찾아온 새끼들은 기본이 엎드려 뻗쳐 1년이었어! 이래서 요즘 천계 군대가 군기가 빠졌단 소리가 나오지...쉬벌...쉬이이이이이벌!"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는 안다미온의 정강이를 힘껏 차려다가, 이내 그녀의 뺨을 탁탁 때리며 정신을 다잡았다.
"아니지..아니야...아탈란테여...시간의 천사 아탈란테여...자넨 아름다운 인성과 자비로운 마음을 지닌 신세대의 대천사장...부디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그래 정신 차리자...신은...언제나...날 지켜보고 계신다..하아...."
잠시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안다미온의 얼굴을 째려봤다가, 안다미온의 멱살을 놓고 자리로 돌아가 다소곳이 앉은 후 임명장 위에 도장을 있는 힘껏 세게 내려 찍어 세상의 시간이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
"...! 아..아탈란테님! 괘..괜찮으신가요!? 바..방금 대천사장님의 소..손에 도장이!"
안다미온이 창백한 얼굴로 아탈란테의 손을 바라보았다가, 도장이 아탈란테의 손이 아닌 임명장 위에 찍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라...?"
"하하...제가 바보도 아니고 제 손에 도장을 내려찍을 리가 있나요. 후훗..."
아탈란테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는 안다미온에게 거꾸로 찍힌 도장 옆에 정방향으로 도장을 찍은 임명장을 건넸다.
"...아..앗!...가..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피곤한 건 제가 아니라 안다미온씨였던 것 같군요. 자, 정방향의 도장. 이제 만족하죠? 더 필요하신 게 없다면...이만 돌아가주세요. 대천사장은 보시다시피 결제해야할 서류가 아주~많으니까요~"
아탈란테가 쿠쿡 웃으며 테이블 위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던 서류들을 가리키려 했으나.
방금 전까지 아탈란테를 괴롭히던 서류들은 그녀의 발길질 때문에 바닥에 난잡하게 흐트러진 상태였다.
".....히히...시발..."
아탈란테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
안다미온은 그런 아탈란테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며 아탈란테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르렸다.
"...뭐..죠...? 대천...사...장은...바쁜...업무가...많답니다?"
아탈란테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서..서서...서류 치우는 일...도..도와 드릴...까요...?"
"..."
아탈란테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가, 이내 단념한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안다미온은 들고 있던 건네받은 위임장을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고 아탈란테와 바닥에 흐트러진 서류들을 함께 줍기 시작했다.
"...아, 맞다...대..대천사장님...그...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신 소냐 님이...제게 테러를 모의한 쥐새끼를 찾으라고 하셨는데요...쥐..쥐새끼는 대체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안다미온이 그녀의 허릿춤에 매고 있던 천계 수용소의 지휘봉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멍하니 기계처럼 바닥에 흐트러진 서류들을 줍고 있던 아탈란테는, 안다미온의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털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못찾아요. 희망찬 얘기를 해줄까 했지만...솔직히 못 찾아요. 단념하시길 바래요 안다미온."
"...네...?!헉! 소..소냐님은...소냐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제게 꼭 쥐..쥐새끼를 찾아내 놓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찾으면 어떡하실 건데요? 고문하실 거예요? 아니면 추궁?"
"그..글쎄요...? 차..찾을 생각만 하고 어떻게 처분할진 생각 못했는데요..."
"...참 슬픈 얘기지만...천사들은 어떤 죄를 짓던 결국 용서받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쥐새끼를 찾을 필요가 없어요. 그들의 목적이 뭐던, 신을 왜 배신했건...결국 나중가면...주신께선 천사라는 이유로 그저 용서해버리시니까요..."
"...그게 대체 무슨...?"
아탈란테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으며, 모은 서류 뭉치를 낑낑대며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
"천사는 무슨 죄를 짓던...그 끝엔 결국 주신의 용서를 받는다 아탈란테여. 허나 죄를 범한 인간은 심판의 때가 오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으며...마물들은...그 존재 자체가 죄 취급을 받는다...그렇다면 자네가 생각하기에...신의 뜻은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갈란드렐!?"
"...이 어리석은 대천사장이여...부디 내 얘기를 곱씹고 또 곱씹어보길 바라지..."
"글쎄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한 걸까요...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탈란테가, 갈란드렐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일단 다 모았습니다앗! 어..어쨌건 감사했습니닷! 이만 돌아가볼게요!"
"..."
아탈란테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테이블 위에 서류뭉치를 올려준 안다미온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심히 가세요."
"네..."
파직.
"...헉!?...조..좆됐다! 죄..죄송합니다! 겨..겨..결재서류를...바..밟아버렸어요! 주..죽여주십쇼! 으흑흑...전 병신이에요...이 중요한 종이를...밟아 구기다니!...."
"됐어요. 호들갑 떨지 말고 가져와봐요. 어차피 결재 서류에 도장이 찍혔냐 안찍혔냐가 중요하지. 종이가 구겨졌는지 찢어졌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요..용서 해주시는 건가요?"
"네...호들갑 떨지 좀 마세요...산만해요."
"아..아앗! 저는 또다시 죽을 죄를...!"
엎드린 상태로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리려 마음 먹었던 안다미온은, 아탈란테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형태를 복구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아탈란테를 머뭇머뭇 바라보았다.
"봐요, 천계 도서관에 보관된 갈란드렐의 과거 자료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달란 서류였잖아요. 우..울지 마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으시다니까요? 자~뚝!"
"...훌쩍..."
"음...어디 보자...! 지금이 2152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대략 1000년 정도 전. 한 999년 경쯤에...맞고. 당시 대천사장이었던 갈란드렐은 주신의 명령을 따라당시 마왕이었던 트뤼멜리악의 코어를 흡수하고 마계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맞고..."
"..."
"...마왕의 마력에 잠식된 갈란드렐은 그 영향으로 주신의 뜻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마물들이 아닌 애꿎은 인간들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맞고."
"...킁..."
안다미온이 콧물을 훌쩍이자 아탈란테가 더욱 큰 소리로 구겨진 결재 서류에 적혀있던 글자들을 읽었다.
"그래서 그녀는 천사 말곤 생명체로 취급하지 않는 악독한 천사 우월주의자가 되어버렸고....맞고! 주신을 모시는 교황과 장로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주피텔님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대천사장으로 임명된 아탈란테가 직접 나서서 갈란드렐을 체포했다...맞네요! 이상 없음!"
아탈란테가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며, 구겨진 종이를 대충 펴서 종이 위에 도장을 내려찍었다.
"자! 됐죠? 당신이 구긴 부분은 읽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분이였어요! 그러니 이제 좀 저리 꺼ㅈ...아니 돌아가보도록 하세요."
"네...졔성했습니더...훌쩍...아..!?"
"또 왜요 싯팔."
"...하..한장 더 밟았는뎁쇼...저..저란 놈은...으극...! 으그윽...!"
"하아...가져와봐요..."
아탈란테는 방금 순간, 시간을 멈췄을 때 안다미온의 정강이를 차지 않았던 것을 마음속으로 크게 후회했다.
"...올해 1월 1일에 있던 주신 회의에서...대신교라는 신종 사이비 종교에 대해 토의한 결과...12천사들은 주신이 내린 명령에 따라...아, 이건..."
아탈란테가 문서에 적힌 글을 읽다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해당 보고서를 허겁지겁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호..혹시 주..중요한 문서였나요..?!"
"...아니에요. 그냥 쓰레기였어요. 아! 그...지금 지상에 내려가 하위 천사들을 돌보고 있는 제 사촌 테냐에게서 온 편지였네요~그리워라~"
아탈란테가 주머니에 집어넣은 종이를 꽉 쥔 채, 시치미를 뗐다.
"헉...! 사촌이 있으셨나요?! 어..엄청 멋지신 분이겠죠?...아아...! 잠깐...그..그럼 제가 그...소중한 편지를...밟은 건가요...!? 저..저란 놈은...대체...!"
"...소중한 사촌이라...글쎄요..."
아탈란테는 급하게 둘러댄 것 치고 괜찮은 변명이었다고 생각하며 털털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좋은 녀석이긴 한데~뭐..."
그리곤 팔짱을 낀 채, 잠시 테냐와 보냈던 잔잔하고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렸다.
"하핳핳핳핡! 야 게이드! 내 사촌인 아탈란테가 사실 널 짝사랑하고 있는 거 아냐?! 나중에 너랑 같이 은퇴하고 나면 널 닮은 아들 하나, 자길 닮은 딸 하나 낳고 싶다네!? 아핳핳핳~이런 늙어빠진 해골이 뭐가 좋다고~."
"...내 이름은 게롤드라니까...근데...아탈란테가 정말...날 좋아해?"
"명계에서 활동하는 해골 상태가 아닌...네 천사의 형상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나 뭐라나~죽음의 천사와 시간의 천사~최강의 커플이네~"
"아...좆됐네...다음에 볼 때 뻘쭘해서 어떡하지...구라지? 거짓말이지?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라..."
"못믿겠으면 넌지시 물어봐보던가~캬캬캬컄컄~"
"새..생각해보니 잘 밟으셨어요. 그 년이 적은 편지라고 생각하니 그냥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네요."
"에..엥?! 정말요?! 제가 자..잘한 건가요!?"
"네..뭐...네."
아탈란테는 불현듯 테냐 때문에 짓밟혔던 한때의 사랑이 떠올라, 안다미온 몰래 뜨거운 눈물을 한방울 흘렸다.
"...어..어쨌건 해..해결해야 하..할 일이 많으실텐데 실례했습니다앗! 이만 도..돌아가 볼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안다미온이 또다시 아탈란테를 향해 도게자하며 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아댔다.
조금 꼰대 기질이 있는 아탈란테는 그 광경을 내심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피가 흐르는 안다미온의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
"허허..구름의 천사 안다미온이여...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다면...마음 편하게 이 아탈란테의 집무실을 찾아오도록 하세요..."
"앗...또 와도 되는 건가요!? 넵!! 꼭 올게요! 감사합니다! 이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이 많아요!!"
"...네..뭐..."
안다미온이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이마를 닦아내며, 눈을 반짝반짝 반짝였다.
"...그래도 오란다고 너무 자주 오진 말ㄱ..."
허나, 안다미온은 아탈란테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 실실 웃으며 대천사장의 집무실을 헐레벌떡 뛰어나갔고.
이에 아탈란테는 작게 웃곤,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결재 서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