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족이 나를 보고 딸침-1화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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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 손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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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식사에요.”

철컹. 지하 감옥 문이 열리면, 어김없이 ‘그게’ 들어온다.

“맛있게 먹어요?”

밝은 눈웃음조차 가증스럽다.

투입구가 닫히고 뜨끈한 김이 감옥 안을 채운다.

“오웨엑..”

절로 구역질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먹어야만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떨리는 손을 들어 ‘그걸’ 겨우 집는다.

뜨끈하게 향을 풍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파인애플 피자.

난 한 달째 이 쓰레기를 처먹고 있다.

****

‘집착녀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라는 야겜이 있다.

줄여서 집나좋.

게임이 중간에 망해서 ‘집나좆’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딱 그 때 유입된 나는 이 게임에 인생을 빼앗겨 버렸다.

수많은 선택지와, 다양한 모드들.

평생 했던 게임보다 이걸 더 열심히 했다.

설정집, 아트북까지 꼼꼼히 읽으며 공부하듯 했던 게임은 이게 처음이었다.

플레이 타임은, 1000시간 이후로는 세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도 이겜은 갓겜인 것 같다.

한 번만 찍먹해 보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텐데..

라며 새로 해금된 업적을 깬 새벽.

“..음?”

깜빡 졸았다 눈을 떠 보니, 나는 거적때기 하나 걸친 채 숲에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화난 멧돼지 한 마리가 맞아 주었다.

“히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겨우겨우 도망쳤을땐 아래쪽이 이상하게 허전한걸 눈치챘다.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도.

없다.

내 쥬지가 사라져 있었다.

그걸로 2차 패닉.

다그닥, 다그닥­

그러다 근처에서 말 소리가 들려오는걸 느꼈다.

날도 추웠고 근처에서 또 멧돼지한텐 공격당하고 싶지 않았다.

“저기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최대한 목소리를 짜내 도움을 요청하자.

내 간절한 구원 요청을 들었는지, 말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그건 구원의 손길 따위가 아니었다.

“크헤헤헤헷! 여자다 여자! 싱싱하겠구만!!”

머리에 동물 가죽 모자를 뒤집어 쓴 도적들.

생각해 보니 이 세계관이 막장이란걸 잊어버렸다.

다시금 날 공격하는 3차 패닉.

“끼야아아악! 머, 멈춰! 폭력 멈춰 개새끼들아!!”

잡히면 백퍼 돌림빵이다.

본능적으로 직감하곤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아슬아슬하게 잡히려던 순간, 날아온 화살.

쉬익!

그 화살로 도적 떼는 궤멸됐고 난 구출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다니면 안돼요. 위험하잖아요. 일단, 여기서 벗어나요.”

날 구해준건 한 귀족 아가씨였다.

푸른 눈에 붉은 머리칼. 예쁜 분이 마음씨도 곱구나! 하며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동하며 정신을 잃고, 깨어난 뒤.

나는 웬 지하 감옥에 처박혀 있었다.

이걸로 4차 패닉. 감금의 4단계다.

시발.

****

“우욱..”

간신히 파인애플 피자를 삼킨 뒤, 바닥에 쓰러졌다.

느끼함과 단맛이 입 안에 남아 토할 것만 같다.

난 파인애플을 싫어한다.

그리고 파인애플 피자는 더 싫다.

한 달째 처먹었으니 적응될 만도 한데, 어림도 없지.

멍하니 감옥 천장을 바라본다.

‘인생..’

겨우겨우 살아남았다 싶었더니 바로 감옥행.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감옥을 이렇게 간다.

머릿속에 온갖 음식들이 떠오른다.

치킨, 족발, 라면,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날 왜 납치했는지, 이유를 상기할수록 머리가 띵해진다.

철컹­

식사 후 시간이 좀 지나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식사는 맛있었나요?”

굳이 답하지 않았다.

눈웃음 짓는건 청순미가 돋보이는 아가씨.

여우상의 얼굴에, 고급스런 비단 원피스를 입고 있다.

식사가 끝나면 그녀는 어김없이 지하 감옥으로 들어온다.

훌렁­

대답이 없자 바로 옷을 벗어 버리는 스칼렛.

평평하면서도 살짝 부푼 몸이 달빛에 빛난다.

스칼렛은 바로 내 감옥 앞 의자에 앉았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좆같은 타임.

“오늘도 그 강아지 같은 눈빛, 최고에요.. 하아아..”

살짱 상기된 얼굴로, 제 다리를 벌린다.

찌걱, 찌걱­

그리곤 대뜸 제 뷰지를 쑤셔 댄다.

미친년. 중간 중간 흘러나온 물이 바닥을 적신다.

이거다. 스칼렛이 날 여기 처박아둔 이유.

핸드폰이 없는 중세 특성상, 딸감 구하기 참 힘들다.

있어봤자 상상딸에, 기구 딸정도.

그마저도 한계가 있다.

이럴때 배부른 귀족 놈들은 딱 생각했을거다.

아, 좋은 딸감 어디 없나?

그래서 스칼렛은 날 납치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본인의 성벽을 만족시킬, 예쁜 딸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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