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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손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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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식사에요.”
철컹. 지하 감옥 문이 열리면, 어김없이 ‘그게’ 들어온다.
“맛있게 먹어요?”
밝은 눈웃음조차 가증스럽다.
투입구가 닫히고 뜨끈한 김이 감옥 안을 채운다.
“오웨엑..”
절로 구역질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먹어야만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떨리는 손을 들어 ‘그걸’ 겨우 집는다.
뜨끈하게 향을 풍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파인애플 피자.
난 한 달째 이 쓰레기를 처먹고 있다.
****
‘집착녀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라는 야겜이 있다.
줄여서 집나좋.
게임이 중간에 망해서 ‘집나좆’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딱 그 때 유입된 나는 이 게임에 인생을 빼앗겨 버렸다.
수많은 선택지와, 다양한 모드들.
평생 했던 게임보다 이걸 더 열심히 했다.
설정집, 아트북까지 꼼꼼히 읽으며 공부하듯 했던 게임은 이게 처음이었다.
플레이 타임은, 1000시간 이후로는 세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도 이겜은 갓겜인 것 같다.
한 번만 찍먹해 보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텐데..
라며 새로 해금된 업적을 깬 새벽.
“..음?”
깜빡 졸았다 눈을 떠 보니, 나는 거적때기 하나 걸친 채 숲에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화난 멧돼지 한 마리가 맞아 주었다.
“히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겨우겨우 도망쳤을땐 아래쪽이 이상하게 허전한걸 눈치챘다.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도.
없다.
내 쥬지가 사라져 있었다.
그걸로 2차 패닉.
다그닥, 다그닥
그러다 근처에서 말 소리가 들려오는걸 느꼈다.
날도 추웠고 근처에서 또 멧돼지한텐 공격당하고 싶지 않았다.
“저기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최대한 목소리를 짜내 도움을 요청하자.
내 간절한 구원 요청을 들었는지, 말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그건 구원의 손길 따위가 아니었다.
“크헤헤헤헷! 여자다 여자! 싱싱하겠구만!!”
머리에 동물 가죽 모자를 뒤집어 쓴 도적들.
생각해 보니 이 세계관이 막장이란걸 잊어버렸다.
다시금 날 공격하는 3차 패닉.
“끼야아아악! 머, 멈춰! 폭력 멈춰 개새끼들아!!”
잡히면 백퍼 돌림빵이다.
본능적으로 직감하곤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아슬아슬하게 잡히려던 순간, 날아온 화살.
쉬익!
그 화살로 도적 떼는 궤멸됐고 난 구출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다니면 안돼요. 위험하잖아요. 일단, 여기서 벗어나요.”
날 구해준건 한 귀족 아가씨였다.
푸른 눈에 붉은 머리칼. 예쁜 분이 마음씨도 곱구나! 하며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동하며 정신을 잃고, 깨어난 뒤.
나는 웬 지하 감옥에 처박혀 있었다.
이걸로 4차 패닉. 감금의 4단계다.
시발.
****
“우욱..”
간신히 파인애플 피자를 삼킨 뒤, 바닥에 쓰러졌다.
느끼함과 단맛이 입 안에 남아 토할 것만 같다.
난 파인애플을 싫어한다.
그리고 파인애플 피자는 더 싫다.
한 달째 처먹었으니 적응될 만도 한데, 어림도 없지.
멍하니 감옥 천장을 바라본다.
‘인생..’
겨우겨우 살아남았다 싶었더니 바로 감옥행.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감옥을 이렇게 간다.
머릿속에 온갖 음식들이 떠오른다.
치킨, 족발, 라면,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날 왜 납치했는지, 이유를 상기할수록 머리가 띵해진다.
철컹
식사 후 시간이 좀 지나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식사는 맛있었나요?”
굳이 답하지 않았다.
눈웃음 짓는건 청순미가 돋보이는 아가씨.
여우상의 얼굴에, 고급스런 비단 원피스를 입고 있다.
식사가 끝나면 그녀는 어김없이 지하 감옥으로 들어온다.
훌렁
대답이 없자 바로 옷을 벗어 버리는 스칼렛.
평평하면서도 살짝 부푼 몸이 달빛에 빛난다.
스칼렛은 바로 내 감옥 앞 의자에 앉았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좆같은 타임.
“오늘도 그 강아지 같은 눈빛, 최고에요.. 하아아..”
살짱 상기된 얼굴로, 제 다리를 벌린다.
찌걱, 찌걱
그리곤 대뜸 제 뷰지를 쑤셔 댄다.
미친년. 중간 중간 흘러나온 물이 바닥을 적신다.
이거다. 스칼렛이 날 여기 처박아둔 이유.
핸드폰이 없는 중세 특성상, 딸감 구하기 참 힘들다.
있어봤자 상상딸에, 기구 딸정도.
그마저도 한계가 있다.
이럴때 배부른 귀족 놈들은 딱 생각했을거다.
아, 좋은 딸감 어디 없나?
그래서 스칼렛은 날 납치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본인의 성벽을 만족시킬, 예쁜 딸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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