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족이 나를 보고 딸침-47화 (47/170)

〈 47화 〉 약물 함락

* * *

“아가씨이이.. 헤엑.. 잠시만요..”

나는 혀를 늘어뜨리며 간신히 주사기에서 팔을 뗐다.

그러자 왜 그러냐는듯이 고개를 갸웃이는 스칼렛.

저건 진짜로 위험하다.

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스칼렛을 사랑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요? 요새 좀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상태가 나빠지고 있잖아요.”

스칼렛이 말하는 ‘나쁘다’ 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안다.

요새 있었던 심장의 통증.

어제 꿨던 악몽.

그리고 결정적인건 요정인 올리의 등장.

그녀로서는 조마조마할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거언..”

“괜찮아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아까 먹은 약하고 같이 들어가면, 다시는 울 일 따위는 없을 거에요.”

저걸 맞으면 정신이 아예 망가질거야.

적어도, 인간인 나는.

난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뒤로 꼼질꼼질 움직였다.

중간에 뷰지에 바람이 스치는 감각 때문에 힘이 계속해서 빠진다.

지나간 자리에 애액이 길게 늘어졌다.

스칼렛은 그걸 보며 생긋 웃더니.

루시에게 눈짓한다.

“루시. 아가씨좀 잡아 드려. 아프진 않게.”

“안대에..!”

그러자 총총 다가온 루시가 내 몸을 꽉 붙잡았다.

몸짓에 망설임이 묻어 났지만.

일단은 스칼렛의 명령이니, 거절할수도 없다.

“자아.. 움직이지 마요.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으.. 아으..”

나는 몸을 마구 비틀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돼.

서늘한 바늘이 피부에 닿았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저게 들어가면 안돼. 제발.

“루시.. 제발.. 이, 이거 놔줘어.. 제바알..”

눈물을 머금은 채로 루시에게 간곡히 애원했다.

루시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동요하고, 망설인다.

바늘이 피부 겉을 살짝 뚫고 혈관으로 내려가기 직전.

“우, 우으..”

내 몸을 꽉 붙잡은 루시가, 나를 뒤로 쓱 당겨 주었다.

다행히 약은 주입되지 않았다.

스칼렛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린 루시를 응시했다.

“..뭐 하는거야?”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

차갑고, 날카롭다. 그 말에 루시가 아으으 하며 손을 휘적거렸다.

이건 조금 아니라는 듯, 한숨도 살짝 쉬며.

“아가씨이.. 잠시만요..”

“루시. 다시 세실 아가씨 잡아.”

“아으으, 우으. 우으아아아..”

옹알이를 할 수밖에 없는게 본인도 조금 답답했는지, 인상을 살짝 찡그린다.

“잡으라고.”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이제 그건 단순한 명령 따위가 아니었다.

이건 강압이었다. 말하는걸 따르지 않는다면, 무언가 벌을 줄거라는 예고.

하지만 그럼에도 루시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나를 꼭 껴안을 뿐.

“네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콰악!

얼굴이 시뻘개진 스칼렛이, 루시의 목을 콱 움켜쥔다.

화들짝 놀라서 뭐 하는거냐며 소리쳤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분노한 표정을 내비쳤다.

“조금 아가씨랑 살 좀 섞었다고, 네가 아가씨의 여자라도 된 것 같아..?”

눈은 부릅뜨고, 어금니를 악물며, 분에 이기지 못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스칼렛은 잠시 숨을 쌕쌕대던 루시를 응시하다가.

이내 손에 쥔 주사기를 세게 쥐었다.

“그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리곤, 그걸 대뜸 루시의 팔뚝에 갖다댔다.

대체 뭘 하려는거지.

“아가씨! 자, 잠시만요..! 그건­”

“잠시 거기 있어요, 세실. 지금 벌을 주는 중이니까.”

‘벌’ 이라는 소리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저번에 루시의 혀가 잘린 것도 ‘벌’ 이었으니까.

이번에는 설마­

쿡.

주사기가 루시의 하얀 살결을 파고들었다.

“읏..”

“그렇게 아가씨가 좋으면.. 네가 대신 맞으면 되겠네.”

이대로는 안된다.

힘 빠진 팔을 뻗어, 스칼렛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쭈우욱­

주사기 안에 든 약물이 루시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아, 아아아..”

“아으, 읏..”

처음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기를 빼고.

루시가 털썩, 하고 뒤로 주저앉자.

퓻, 퓻­

작게 앙다문 루시의 뷰지에서 애액이 뿜어져 나온다.

“아긋..”

괴롭다는 듯이 신음하고서, 이내 벌렁 하고 뒤로 누워 버린다.

이윽고 허리가 탁 튀고 눈이 풀리는 루시.

순간 본인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런 약은 루시에게 처음일텐데.

그래서 그런지, 이 감각이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극.. 극, 그윽..!”

루시의 몸이 휘어졌다.

풀린 동공은 크기가 작아졌다 커지고, 발은 극한의 쾌락을 감내하듯 확 하고 오므려졌다.

찌익, 찌이이익­

벌렁거리던 뷰지에서는 애액이 찍 하고 튀어나오고.

미친 듯이, 몸이 경련하기 시작한다.

“루, 루시.. 루시이..루시..”

나는 애처롭게 팔딱이는 루시를 꽉 껴안았다.

그러자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지며 침을 질질 흘리는 루시.

다리를 쩍 벌린 채 목을 부들부들 떤다.

이윽고 다시 한 번 분수.

찌익, 찌익, 미친 듯이 새나오는 분수는 멈추지 않고 한참을 계속되다가.

바닥이 흠뻑 젖었을 때에야 몸이 축 늘어지며 멈춘다.

“루시..? 루, 루시.. 정신 좀.. 차려 봐아.. 루시이..”

뚝, 뚝.

루시의 얼굴에 눈물이 떨어지자.

“아으..”

멍하니 눈을 뜬 루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루시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에, 에으으으윽..!”

찌이이이익!

또 한 번, 분수가 터져 버렸다.

“헤엑, 헤엑.. 헤엑..! 에헥..”

마치 발정난 짐승처럼.

반쯤 정신이 나가 버린 루시가 내 품에서 가쁘게 호흡했다.

“루시.. 끄윽, 루, 루시이..”

눈시율이 붉어지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끅끅대며 루시를 끌어안은 채로 울고 있자.

왜인지 흥분된다는 표정을 지은 스칼렛이, 살포시 앉아 내 뺨을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세실. 상태를 보아하니.. 아직 망가지진 않았네요. 걱정 마요.”

“끄윽, 끄윽.. 그러면.. 루, 루시느은.. 괜찮은거.. 흐윽.. 맞죠..?”

“그럼요. 용족의 신체라면, 하루 정도면 문제 없이 해독 될거에요.”

다행이다.

진짜로 다행이다.

나는 꺼이꺼이 울며 루시를 꼭 끌어안았다.

내 품 안에서 작게 경련하는 작은 루시.

루시가 멀쩡하다니, 정말로 다행이다.

하지만.

스칼렛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가.. 씨..?”

그녀는 잠시 작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주사기를 하나 더 꺼냈다.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이제 이 약은 세실이 맞을게 아니니까.”

뭐라고?

내가 맞지 않는다면.

설마.

스칼렛이 생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거언..”

“자기가 약을 맞겠다고 자처했으니, 이 정도는 감내해야죠.”

그쵸? 그녀가 덧붙인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품 안에서 쌕쌕대는 루시를 꼭 껴안고 있을 뿐.

“아가씨.. 제발..”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루시한테 약을 주사할거에요.”

스칼렛은 이젠 내 말따윈 전혀 듣지 않았다.

그건 그저 통보였다.

방 문을 열어 젖힌 뒤, 그녀가 나지막히 말했다.

“잘 생각해 봐요, 세실. 아무리 용족이라도 이만한 약을 일주일 이상 버티긴 힘드니까요.”

덜컥­

문이 닫히고.

이 방에는, 나와 애액을 질질 흘려대는 루시만이 남았다.

난 본능적으로 느꼈다.

큰 실수를 해 버린것 같다고.

****

“오늘자 약이야, 루시. 팔 대.”

“에윽, 윽, 끄윽, 윽.”

팔이 잡히자, 루시가 풀린 눈으로 위험한 소리를 낸다.

그 때 이후로 사흘이 지났다.

스칼렛은 정말 본인이 말한 대로 내가 먹을 약을 전부 루시에게 주었다.

루시는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으면서도.

내 몫의 약을 전부 자신이 받아 냈다.

그 결과는­

“루시. 똑바로 서야지.”

털썩­

“게헥, 켁..”

숨을 거칠게 들이마신 루시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뷰지가 철퍽 하고 닿곤.

그 사소한 마찰에, 루시의 뷰지에서 애액이 오줌처럼 바닥으로 퍼진다.

“또 지려 버렸네. 약이 그렇게 좋아?”

“헤엑, 헤엑.. 헥..”

스칼렛은 루시의 머리를 쓰담으며, 주삿바늘을 하얀 팔뚝에 다시금 갖다 댔다.

그러자 풀린 눈으로 헥헥대며 애액을 흘리는 루시.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루시의 팔에는 퍼렇게 변한 주삿바늘 자국들이 선명히 나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강제로 주삿바늘을 꽂은 탓이다.

“흐윽, 흐윽..”

그 모습을 바라보니 왜인지 눈물이 터졌다.

루시는 하루하루, 조금씩 약에 절여져 갔다.

처음에는 빵싯 웃으며 조금 버티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맑은 눈빛은 보지 못한다.

항상 스칼렛이 주는 알약에 절여진 채.

아침마다 주삿바늘로 약효가 비교도 되지 않는 약물을 주입받는다.

그 때문일까.

쭈우우우욱­

오늘도 어김없이, 약물이 그 작은 몸 속으로 들어가자.

쪼르르르­

루시가 선 채로 오줌을 지려 버렸다.

“헤에.. 헤에엑.. 헤엣..”

그리고, 자신이 무슨 부끄러운 짓을 한 지도 모르는 채.

동공이 컸다 작아지고.

눈이 안쪽으로 모이며.

뇌를 범하고 찌르며 녹여 버리는 극상의 쾌락을 선 채로 맛본다.

쪼르르르르르­

오줌에는 끈적한 액이 중간중간 섞여 있었다.

철퍽­

자신도 모르게 바보같이 실금해버린 루시가, 철퍽 하고 제가 싸지른 것 위에 주저앉는다.

“헤에, 으헤에.. 헤에에..”

그러면서도 온 몸을 헤집어대는 약물에 기분 좋게 신음한다.

이제 약 투여는 끝났다.

나는 멍한 얼굴로 일어나, 하반신이 젖은 루시를 일으켜 세웠다.

“루시.. 씻으러 가자.”

“헤엑, 헤에엑. 에헤엑..”

루시는 뭐가 그리 좋은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내 배에 얼굴을 부볐다.

그 망가진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다시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전 밥 가져 올게요. 식기 전에는 와야 해요?”

그 모습을 보던 스칼렛은 생긋 웃으며 방을 나섰다.

나는 루시를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어차피 나도 알몸이라 몸이 더러워지는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애액을 질질 싸며 꼬리를 흔드는 루시를 욕실에서 씻긴 뒤.

나는 식사가 올라간 식탁 의자에, 루시를 앉혔다.

“히이, 히잇..”

퓻, 퓻.

실수로 루시의 뷰지를 의자 바닥에 살짝 쓸리게 해 버렸다.

작은 자극에도 루시는 애액을 바로 지려 버린다.

침을 질질 흘리며 행복감에 빠져 있다.

나는 그런 루시의 몸을 붙잡아 준 뒤, 오늘 아침 식사를 한 숟갈 펐다.

그리곤 그걸 루시의 입에 넣어 준다.

“에으..”

루시는 이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다.

요새 너무 울어서 그런지, 눈가가 따갑다.

밥을 먹고, 루시를 돌봐 주고.

스칼렛은 최근 들어 나를 상대해주지 않고 있다.

내가 어디까지 가려는지 보고 싶은 모양.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할까.

아니, 루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

이제 시간은 닷새째다.

“에으, 에으으..”

나는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지린 루시의 보지를 부드럽게 만져 주었다.

최근 들어 루시는 성감이 아니면 잘 반응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오줌과 애액을 지리고.

약에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벌컥­

오늘 아침도, 스칼렛은 어김없이 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루시는 저걸 맞고.

점점 더 망가져 가겠지.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한계다.

너무 울어서 피부가 살짝 벗겨진 눈가를 대충 쓸곤.

스칼렛의 앞에 섰다.

“응? 무슨 일이에요?”

털썩­

그리곤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정신이 버틸 수가 없다.

내가 망가지는건 몰라도, 나를 아껴주고, 도와주고.

나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저렇게 망가지는건 보고싶지 않다.

“아가씨..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눈물이 다시금 톡, 하고 떨어진다.

이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스칼렛이 말했다.

자신에겐 해독제가 있다고.

하지만 7일을 넘기면, 해독제도 듣지 않을 거라고.

이제 이틀 뒤면 7일이다.

난 그녀를 멍하니 올려다본 뒤, 힘 없이 말했다.

“약.. 제가 받을 테니까.. 해독제 좀 주세요..”

떨어지는 눈물에 눈 앞이 흐려졌다.

이젠 울고 불고 소리칠 힘도 없다.

매일, 매일, 목이 쉬어라.

소리치고 비명을 지르고 울어대고 간절히 애원했지만.

답은 이것 뿐이란걸 잘 안다.

스칼렛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었다.

더할 나위 없이, 밝게.

“잘 했어요.”

이윽고 그녀는 똑같이 무릎을 꿇은 채 내 팔에 주사기를 갖다 대었다.

“해독제는 이거 놓고 바로 가져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쭈욱, 하고.

약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