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생체 딜도 역강간
* * *
“으음..”
절로 눈이 떠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머리가 살짝 아픈게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것 같기도 했고.
나는 살짝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살짝 멍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그대로 몸을 꿈틀대며, 옅게 한숨을 쉬었다.
시각은 밤이었다.
옆에는 루시가 나를 껴안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살짝 지끈대는 머리를 만지작대며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나는 분명히 스칼렛의 미약을 맞고, 반쯤 약에 절여진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루시에게 딜도로 쑤셔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후우..“
잘 모르겠다. 일단 목이 말랐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물이 송글송글 맺힌 물병이 하나 올라가 있었다.
안에 든 액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마도구다.
물병을 들어 통째로 물을 벌컥거리니, 조금 나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침대로 향하려고 했건만.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우뚝 멈추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크리스?“
거기에 있는건 밝은 얼굴로 웃고 있는 크리스였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두 눈으론 날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 아마도요.“
그다지 크리스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한 답이 아니었다.
진짜로 그 전의 일들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마치, 안개가 기억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흠..“
크리스는 잠시 나를 응시하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요상한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세실. 2곱하기 2가 뭐죠?“
전에 스칼렛이 했던 질문과 똑같다.
뭘 하려나 싶었지만, 일단은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4죠.“
”4곱하기 4는요?“
”16이요.“
”8곱하기 8은요?“
”그.. 6.. 4요.“
”16 곱하기 16은요?“
”그으게.. 240..?“
”흐음.. 전부 다 돌아온건 아닌 것 같군요.“
두자릿수 곱셈에서 머리를 싸매쥐자, 그녀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돌아왔다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는 표저을 하니, 크리스가 옅게 웃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어차피, 나중에는 다 돌아올 테니까요.“
”..그런가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머리가 살짝 멍해서,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크리스는 잠시 입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 얘기는 이제 됐고..“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인다.
옆에서 자고 있는 올리를 흘끔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이제 슬슬, 전에 말씀드렸던 계획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획이요..?“
계획이라니. 무슨 계획?
나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멍을 때렸다.
살짝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는 크리스.
‘얘가 왜 이러지?’ 싶은 반응이다.
”그..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왕비의 시체를 빼와서, 왕을 무력화 시키는..“
”왕비님의 시체요? 시, 시체는 무서운데.. 그걸 왜 가져와요..?“
”허..“
크리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머리를 긁적이고, 난감하단 얼굴을 하다가.
이내 옆에서 자고 있는 올리의 몸을 툭툭 건드려 댄다.
”음냐, 음냐..“
”이, 일어나 보세요. 깨워서 죄송하지만, 잠깐만..“
”아, 왜애.. 씹년아..“
동시에 걸쭉한 욕이 튀어나오며 올리가 기상했다.
이름은 루시가 전에 알려주었다. 자신의 친구라고 했었다.
욕의 악센트가 너무 쎄서 좀 무섭지만, 착한 요정인 것 같긴 했다.
”그.. 세실 아가씨 상태가 대체 왜 저런답니까?“
”흐아암.. 몰랐냐..? 쟤 뽕 맞고 개멍청해졌어.. 루시도 못 알아보더만..“
뽕? 멍청해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살짝 억울한 감은 있었다. 난 안 멍청한데!
”흐으음..“
그녀의 말을 들은 크리스는 극심한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듯한 반응.
하지만, 이내 손가락을 치켜 들더니.
내 이마에 그걸 꾹 하고 누른다.
”으앗..“
”잠시만 참으세요. 상태가 이렇게 나빠졌을 줄은..“
샤아아
동시에 느껴진 것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청량감이었다.
다만 그 느낌은 잠시뿐.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깔끔하게 싹 사라졌다.
의아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였다.
”일단, 정신을 수복 마법을 설치했습니다.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죠. 크리스가 덧붙인다.
올리는 그런 나를 보며 옅게 한숨을 폭 쉬었다.
”올리..?“
”참 거.. 손이 드럽게 많이 간다니까.“
그리 말하고선 올리 또한 내 머리에 손을 올린다.
이윽고 작은 푸른 빛이 퍼지고.
아까와는 살짝 다른 감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후.. 설치형밖에 쓰질 못하니, 답답해 죽겠네.“
빛이 사라지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올리는, 제 침대로 포르륵 날아갔다.
크리스는 그런 올리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잠시만요’ 라며 올리의 귀를 빌렸다.
올리는 귀를 쫑긋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을 크게 치켜떴다.
”그거.. 진짜야?“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흠.. 그래. 제일 수상하지만, 믿을만 하긴 하지.“
둘이서 나 빼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살짝 궁금해서, 크리스의 근처를 티나게 기웃기웃 거려 봤지만.
올리가 ‘좀 꺼져봐’ 라며 툴툴댔기에, 시무룩하게 거리를 벌렸다.
이윽고 이야기가 다 끝난 뒤.
크리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다.
올리도 질문은 허용하지 않겠다는듯 곧바로 침대로 가서 곯아 떨어져 버렸고.
‘모르겠다..’
더 이상 대화할 사람도 없고, 물도 충분히 마셨다.
졸리니까 자야겠다. 난 침대로 쪼르르 다가가 몸을 뉘였다.
사랑스런 스칼렛을 껴안고, 음냐음냐 입맛을 다신다.
잠에 빠지려 하니, 불현듯 뒷목에서 또 따끔거리는 감촉이 퍼졌다.
이번에는 전보다 조금 더 심하다.
조금 아팠기에 뒷목을 만지작거리니, 통증이 바로 잦아들었다.
아픈게 사라지니 그동안 잊고 있던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던건, 기분탓일까.
이후 내가 눈을 뜬 곳은 스칼렛의 따스한 품 안이었다.
그녀는, 내 뷰지를 만지작대고 있었다.
****
찌걱, 쮸걱
”흐이잇.. 아가씨..?“
”가만히 있어요.“
눈을 뜨자마자 뷰지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서, 뭔가 했더니.
스칼렛이 살짝 굳은 얼굴로 내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나를 원했던 적은 처음이었는데.
당혹스러움이 들기도 잠시, 아래쪽은 그녀의 손짓에 맞추어 반응해 버린다.
나는 몸을 살짝씩 떨며 스칼렛의 몸을 꽉 껴안다가.
쯔걱, 쮸걱, 쯔븝, 쯔븝
질을 거칠게 휘젓는 감촉에, 허리가 휘어 버렸다.
찌이이익!
이내 앞쪽으로 분수가 튀어나가고.
”헥, 헤엑..“
곧이어 젖꼭지를 마구 자극하는 손길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가씻.. 잠, 시만요..“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지 그녀를 뿌리칠 수도 없다.
스칼렛은 왜인지 모르게, 표정이 무서웠다.
자면서 악몽이라도 꿨던 것일까.
그녀는 힐끔힐끔 루시를 쳐다보다 이내 서랍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건..’
이윽고 그녀가 꺼내온 것은 생체 부착형 딜도.
내가 전에 희롱당할때 많이 사용했던 딜도다.
지금 저걸 왜 가져오는 거지.
아침부터 저걸로 섹스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딜도를 사용한 대상은, 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쉬르륵
말 없이 자신의 배꼽 아래쪽에 딜도를 부착한다.
동시에 원래부터 있었던것처럼, 자연스레 하나가 되는 딜도.
그 상태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하아.. 후..“
약간 얼굴이 빨갛고, 심호흡을 하는 모습이 묘한 압박감을 준다.
”아, 아가씨..? 왜 그러세요..?“
”..이리 와요.“
그리고선 내 팔목을 세게 붙잡는 스칼렛.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살짝 아플 정도다.
”아가씨.. 아, 아파요. 왜 이러세요..!“
”가만히 있어요.“
평소처럼 나를 보며 웃어주지도 않는다.
상냥한 표정으로, 무얼 할 것인지 말해주지도 않는다.
처음 보는 스칼렛의 태도는 내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애석한 점은, 지금 상태의 스칼렛은 도무지 제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쯔어어어억
”잇, 히이잇..“
그녀는 말 없이 내 뷰지에 딜도를 찔러 넣었다.
전희는 필요 없었다. 애초에 아까 바보처럼 애액을 지려 버렸으니.
곧바로, 안쪽을 헤집던 딜도가 자궁구 끝에 콕 하고 닿는다.
”읏, 그읏..“
자궁구를 세게 찌르듯 올려쳤기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스칼렛은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내 몸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갰다.
그 상태로 날 꽉 끌어안고선, 정상위 자세로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쯔억, 쯔억
”읏, 흐응.. 흣..“
아까와는 달리 피스톤질이 한층 부드러워 졌다.
그렇지만, 그 손길에 담긴 묘한 감정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내 머리를 연신 쓰담으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세실.“
”네에.. 흣.. 아가씨..“
”사랑해요.“
그녀는 단순히 그 말을 끝으로, 피스톤질을 거칠게 시작했다.
푸걱, 푸걱!
”읏, 아흐으윽..!“
동시에 아래쪽에서 딜도가 질을 휘젓는 추잡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몸을 딱 밀착하고, 스칼렛의 체취를 맡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여지는 기분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내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허리를 야릇하게 움직이는 스칼렛.
딜도가 안쪽을 휘저으며 약한 부분을 쿡쿡 누른다.
그녀 또한 자극이 센지, 얼굴을 더 빨갛게 물들이며 숨을 헐떡였다.
목덜미에선 땀이 흐르고 눈에는 욕정이 들끓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다리를 올려 그녀의 몸을 감싼다.
그리고선 스칼렛의 목덜미를 팔로 두른 뒤.
”츄읍, 츕..“
뜨겁게 혀를 섞어 댄다.
”흡, 흐읍..!“
급작스런 공격에 당황했던 것일까.
스칼렛이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부르르 떤다.
쿠욱
하지만 그 공격도 이내 스칼렛의 허리돌림에 풀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허리를 올리며 자궁구를 꾸욱 하고 마사지한다.
”히그으으윽..“
찌이이이익
찌릿한 것이 온 몸으로 퍼지고, 스위치라도 눌린듯 애액이 분수처럼 튀어나온다.
”여기.. 약했죠..?“
그리고 스칼렛은 내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녀는 내 자궁구에 딜도 끝을 꼭 붙인 다음, 허리를 조금씩 흔들었다.
쮸븝, 쮸븝
동시에 자궁구 끝이 비벼지며 극한의 포르치오가 내 뇌를 휩쓸고 지나간다.
머릿속이 녹진녹진 녹아버린 것 같다.
약 없이, 이런 쾌감을 느낀건 처음이었기에.
그 쾌락은 더욱 각별하게 내게 다가왔다.
촤아아아악
바로 반응해 분수를 뿜고, 혀를 빼물었다.
”헥, 에헥..“
순식간에 다가온 두 번의 절정.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
나는 몸을 움찔움찔 떨며 헐떡이는 스칼렛을, 옆으로 확 밀어 버렸다.
”꺄앗?!“
동시에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옆으로 꼬꾸라져 버리는 스칼렛.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나는 스칼렛을 아래에 눕힌 채로 딜도를 안쪽 깊숙히까지 쭈욱 밀어 넣었다.
쯔어업
”하아, 핫.. 흣..“
딜도가 자궁구에 끈적히 키스하는게 느껴져, 잠시 고개를 푹 숙이며 절정하곤.
이내 허리를 앞뒤로 미친 듯이 흔들었다.
쯔걱, 쯔걱
”세, 시일..!“
스칼렛은 이런 내 돌발 행동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눈을 크게 뜨며, 몸을 옆으로 움직였지만.
위에 올라탄 내가 그녀의 양 팔을 꽉 눌렀다.
곧바로 움직임은 봉인.
그대로 허리를 옆으로, 앞으로 돌리다, 질을 꾹 쪼이며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렸다.
찌이이익
그렇게 허리를 얼마나 돌렸을까.
눈이 살짝 풀린 스칼렛이, 처음으로 애액을 지려 버렸다.
”학, 하악.. 아윽..“
”헤헤.. 아가씨.. 기분 좋아요..?“
어째서 스칼렛을 이렇게 덮쳐 버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진다.
이게 성욕인지, 그동안 억눌려 왔던 내 난폭함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스칼렛을 쳐다보다가.
이내 발딱 서 있는 젖꼭지를 꾹꾹 잡아당겨 주었다.
”히, 히이잇..“
그러자 좋은 목소리를 내며 허리를 떠는 스칼렛.
스위치가 들어갔다.
더 괴롭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메운다.
나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스칼렛의 귀를 깨물고선.
”사랑해요, 아가씨.. 사랑해요..“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을 마구 속삭이며, 허리를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스칼렛이 신음 섞인 비명을 지르고, 내 애액이 아닌 그녀의 애액으로 시트가 흠뻑 젖을 때까지.
늦은 저녁.
스칼렛이 실신해 완전히 표정이 녹아버렸을 때에야, 이 격렬한 섹스는 끝이 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