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한계점
* * *
멍청했다.
착각하고 있었다.
스칼렛의 광기를, 그리고 그녀의 집착을.
그리고 얼마나 스칼렛이 나를 떨어뜨리고 싶어 했는지를.
단순히, 바보 같은 귀족 아가씨의 강제적인 집착 정도라고 생각해선 안 됐다.
그 어떤 상황에서 방심해서도.
이 바보 같은 선택 때문에, 나는
“싸세요.”
찌이이이익
“히극, 끅..”
그녀의 최면 같은 목소리에, 곧바로 배가 움찔 하고 수축한다.
동시에 기저귀 안을 채우는 것은 뿜어져 나온 야릇한 액체.
나는 목을 부르르 떨며, 극한의 행복감을 느꼈다.
단순히 절정을 했기에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저항했는데.. 이젠 말을 잘 듣네요. 착하다.. 착하다.”
슥슥
그녀가 상냥한 목소리로 내 머릴 쓰담으며 내뱉는 칭찬.
이 황홀한 시간이 내 의식을 조금씩 좀먹는다.
안쪽에서 뷰지가 벌름거리는걸 느끼며,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그리고선 만족스러운 얼굴의 스칼렛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의식이 흐리다.
몸은 움찔움찔 떨리며, 그 다음에 스칼렛이 해 줄 성처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말도 잘 들었으니까, 이제 보지 만져 줄게요. 기다려요.”
‘보지’ 라는 말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창 밖은 조금 어두웠다.
저녁을 먹고, 슬슬 잘 시간에 다가가고 있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전에, 내가 미약을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한 뒤로부터.
조금씩 정신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이를 악물고 버텨 왔던 목표가 훅 하고 사라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완전히 넘어가 버리지는 않았다. 아직도 맨정신은 유지하고 있다.
약물을 사용했을 때처럼 순식간에 망가져 버리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나는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무너져 가고 있었다.
“히읏, 힛..”
“어머.. 오늘은 조금 많이 쌌네요. 제 목소리가 그렇게 기분 좋았어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수치스러움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행복감은 마음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있었기에.
더더욱 머리가 혼란스럽다.
스칼렛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웃음기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내 귀에 제 입술을 가까이 댄다.
“하아아아..”
이윽고 들려 오는 것은 숨 섞인 목소리였다.
귀가 간질간질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두근댄다.
왜인지 모르게 조금씩 몸이 달아올랐다.
핥쨕
그렇게, 내 귀에 숨소리를 불어넣던 그녀가 귀를 핥으니.
퓻, 퓻
곧바로 몸이 반응해 버린다.
“헥, 헤엑..”
머리는 급작스런 절정에 놀라, 새하얘져 버린다.
그리고 스칼렛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질 입구에 손가락을 넣더니, 평소에 했던 것보다 훨씬 거친 손놀림으로 손목을 마구 돌린다.
찌걱, 찌걱, 쯔걱, 쯔븝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머리가 타버릴 것만 같은 쾌락.
촤아아아악!
땀 범벅인 몸으로, 다시금 절정을 해 버린다.
미칠 것만 같다. 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민감도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또 가 버렸네요. ‘보지’ 쑤시는게 그렇게 기분 좋아요?”
움찔.
또 이런다.
‘보지’ 라는 말이 나올때마다, 스위치라도 눌린 듯이 몸이 반응해 버린다.
머리를 분명히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는데도.
그러고 보니, 스칼렛이 나를 조교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패턴의 일관성.
삼시세끼, 뷰지를 만지고.
꼭 성처리를 할 때엔 ‘보지 만져줄게요’ 라며 시작을 알린다.
그 일관적인 패턴에, 내 몸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스칼렛에 반응해 버리고 만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아무리 반응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약에 절여진 상태였으니까.
이런 패턴이 정신에 진득히 각인될 틈이 없었다는 소리다.
“후, 후으.. 흐..”
“흠.. 대략 몸은 다 넘어온 것 같은데.. 머리는 쓸데없이 저항하고 있네요.”
나를 쳐다보던 스칼렛이 제 턱을 쓸었다.
마치, 모르모트를 내려다 보는 연구원처럼.
하지만 이내 그 표정에는 생기가 맴돌아.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뭐.. 괜찮아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리 말한 스칼렛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단순히 머리를 쓰담는 것 뿐인데.
마치 약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대로 가다간..’
그 때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렇게 조금만 더 그녀에게 길들여 진다면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약은 돌이킬 수 있다.
격리만 한다면, 과정은 힘들지만 확실하게 몰아낼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내 맨 정신에 각인되는 것은.
한 번 기억해 버리면, 되돌릴 수 있을 리 없다.
“그럼.. 이제, 동화책 읽을 시간이네요.”
그리고 스칼렛은 그 사실을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생긋 웃으며 책을 들어올린 스칼렛.
내 정신이 완전히 함락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건 스칼렛만이 알 것이라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응, 흐읍..”
아래쪽이 이상하게 뜨거웠기에, 나는 곧바로 잠에서 깼다.
시야가 흐릿하다. 하지만 눈을 비빌 수가 없었다.
나는 목을 꿈틀대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방 안은 어둡다. 아마도 자는 도중에, 새벽에 깨 버린 모양이다.
‘안쪽.. 뜨거워..‘
얼마 가지 않아, 나를 괴롭히는 열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질 안쪽의 열기였다.
분명히, 나는 성 처리를 당한 뒤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끓어오르는 성 충동은 이기질 못하겠다.
“하.. 하아..”
요새, 반복적인 성처리 때문인지 점점 성욕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
전에는 그냥 꼴리면 바로바로 떡을 쳤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원한다면 말을 하라고는 했으나, 그런 노림수에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내 생각과 몸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채였다.
“음냐아.. 세실..”
시선은 나를 껴안고서 자고 있는 스칼렛에게 향했다.
그녀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스칼렛의 접촉은 이 상태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코 끝에 달콤한 향이 스쳐 지나간다.
요새 스칼렛은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뭔가 달콤하면서도, 계속 맡고 싶게 만드는 향.
딱히 마약 성분이 담긴 향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늘 풍겨 오는 이 달짝지근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에.
몸이 이 향기를 기억해 버렸다.
“흐, 읍.. 흐.. 하아.. 하..”
어떻게든 향기를 떨쳐 보려고 심호흡을 해 보았지만.
바보 같은 짓이다. 떨쳐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쳐버릴 것 같다. 어떻게든 이 열기를 해소하고 싶었다.
그렇게, 목을 부들부들 떨던 내가 찾은 것은.
루시의 존재였다.
“루, 루시.. 루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애타게 루시를 불렀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울 만큼 상도덕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일말의 이성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게, 스칼렛의 조교였다.
몇 번이나 루시를 불렀을까.
“우, 으으..?”
귀를 쫑긋이던 루시가, 부스스한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비몽사몽한 표정이 귀엽다.
루시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포옥
왜인지 모르게 나를 소중히 꼭 끌어안았다.
그 체온이 왜인지 모르게 안심이 되어, 옅게 숨을 내뱉는다.
“우응.. 아가씨.. 헤헤..”
잠시간을 그러다가, 내 뺨에 얼굴을 슥슥 비비는 루시.
정말 행복한 얼굴로 음냐음냐 입맛을 다신다.
꼬리는 정신 없이 이리저리 흔들려 루시의 기분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잠이 아직 덜 깬 것 같은데..‘
“루시, 루시이.. 이, 일어나 봐.. 응..?”
나는 정말 간절하게 헤실헤실 웃고 있는 루시를 불러 댔다.
내 간절함이 닿았는지 곧바로 루시가 반응한다.
눈꺼풀을 움찔움찔 떨다가.
이내 내 눈을 정확히 응시하고선, 화들짝 놀라며 몸을 뗀다.
눈에는 묘한 감정이 담겨 있다.
적어도, 전에 나를 바라보던 올곧은 눈빛은 아니다.
딱히 나를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은 아니었다.
다만 그 눈빛에 망설임이 서려 있을 뿐.
“아가.. 씨.”
나를 바라보던 루시가, 힘겹게 입을 연다.
매우 조용히. 스칼렛이 깨지 않게 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난 루시를 응시하며 짤막히 말을 이었다.
“루시.. 나, 아, 아래.. 너무 힘들어..”
처음에 루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몸을 올곧게 세워, 내 입가에 귀를 갖다댄다.
이렇게 직접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꾹꾹 참으려고 했었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부딪치려고 하면 져 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루시의 귀에 속삭였다.
“보.. 지좀, 마, 만져줘..”
“네, 네에..?”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나를 응시하는 루시.
순간 루시의 눈에 진득한 빛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온다.
루시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안돼요.”
“왜, 왜애..?”
나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대답이 너무 단호하다. 왜 그렇게 단칼에 잘라 버리는 걸까.
내 표정이 납득하지 못한 것 같자.
루시가 슬픈 얼굴로 말을 잇는다.
“스칼렛 아가씨가.. 절대로 해 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왜애.. 나, 너무 힘들어.. 자, 자꾸.. 아래쪽은 뜨겁고.. 미칠 것 같아..”
점점 가빠지는 숨을 몰아쉬며, 루시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조금 눈빛이 흔들리는 루시.
잠시, 눈을 질끈 감고선.
복잡한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안돼요, 아가씨. 제가 아가씨에게 손을 대면”
“왜.. 왜..? 조금만.. 진짜, 진짜로 조금만.. 잠깐이면 되니까아..”
하지만 내겐 그런 루시의 감정의 변화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더욱 중요했다.
금방이라도 절정할 것 같은데, 안쪽은 저릿하고 쿡쿡 쑤셔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최대한 간절하고 교태 어린 목소리로 루시에게 절정을 조른다.
고작 성욕 하나에 이렇게 애원을 해야만 하다니.
꼴사나운 짓거리였지만, 내게 그런걸 신경 쓸 이성은 없었다.
“제발.. 키, 키스.. 키스 만이라도 좋으니까..”
“..키스?”
미칠 것만 같아서, 아무렇게나 말을 던졌는데.
루시가 ’키스‘ 라는 말에 반응한다.
“키, 키스 정도라면..”
그리고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는 루시.
스칼렛이 깨지 않았나, 하며 잠시 그녀의 상태를 살피다가.
이내 내 옆에 살포시 누웠다.
밀착한 거리에서 루시의 숨결이 닿는다.
“아주 조금만이에요. 알겠죠..?”
“알겠어.. 알겠으니까, 빨리이..”
루시는 내 말에 고개를 잠시 끄덕이고선, 전보다 더 커진 손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 준다.
그리고선 곧바로 입술에 짧게 키스한다.
쪽.
가볍게 체온을 나누고, 한 번 더 키스.
이내 서로의 입술을 포개며 혀 끝으로 내 치열을 가볍게 누른다.
“음.. 츄흡..”
입을 열자, 달콤하고 말랑한 혀가 입 안에 조심스레 들어왔다.
그리고선 곧바로 루시와 혀를 섞어 댄다.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이 황홀한 기분을 가져가기 위해.
아랫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나는 입술을 딱 붙인 채로, 최대한 루시의 딥키스를 맛보았다.
“읍.. 파하.. 버, 벌써..?”
그렇게 얼마나 키스를 하고 있었을까.
얼굴이 새빨개진 루시가 곧바로 입을 뗀다.
왜 고작 이 정도밖에 해 주지 않는거야.
살짝 원망 어린 눈으로 루시를 응시한다.
“이제.. 그, 그만 해요. 아가씨가 깰 것 같아요..”
루시의 분홍빛 입술엔 침이 늘어져 이어진 은색 실이 남아 있었다.
아까까진 좋았잖아.
너무나도 아쉬워, 다시 키스를 졸라 보았지만.
루시는 아예 몸을 뒤로 돌려서 누워 버렸다.
’저대로, 그냥 자 버리면..‘
큰일이다.
아까 키스를 하다 말아서 그런지, 욕구가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끓어올랐다.
하지만 루시가 그런걸 알 리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저릿하게 쑤시는 안쪽의 감각을 느끼며, 겨우겨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내가 일어났을 때에는 안쪽이 애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는 채였다.
****
“어머.. 만지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스칼렛은 생긋 웃으며 애액이 찐득하게 묻은 기저귀를 응시했다.
그리고선 그걸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어, 핥아 보더니.
상기된 뺨으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고생할거면, 차라리 만져달라고 하는게 낫지 않아요?”
“싫.. 어요..”
순간 스칼렛의 달콤한 제안에 넘어갈 뻔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참아 왔는데.
지금까지.
..왜 참아 왔더라?
’어..?‘
아냐. 난 탈출하기 위해 이걸 참아왔던 거지.
그런데, 진짜로 탈출을 할 수 있는 걸까?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몸으로, 탈출을 한다고?
왜인지 모르게 머리가 조금씩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극한으로 내몰린 정신은,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으려 애썼고.
나는 말 없이 멍한 얼굴을 했다.
결국, 오늘도 평소처럼 정신적으로 마모되어 가며 하루가 지나가겠지.
입술을 짓씹으며 애써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스칼렛은 그런 나를 응시하며.
이제 곧이라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