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외전 현대 if (3)
* * *
“으, 으응?”
가은이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다.
꼭 잡은 손에선 떨림이 멈췄고.
시선이, 이상하게 진득했다.
“넌 나 어떻게 생각해?”
“어, 어떻게 생각하냐니..”
살짝 당황스러운 질문에 입을 오물거렸다.
이걸 뭐라고 답해야 하지.
평소라면 ‘좋은 친구’ 라고 말하겠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뭔가 그런 말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얘가 왜 이러지..?’
오늘따라 스킨십을 좀 많이 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역으로 장난치는건가?
다만 가은이는 장난을 그리 많이 치는 편이 아니었다.
당하는 입장이었지.
나는 잠시 입을 오물거리다가.
할 말이 전혀 없자, 끝내 예상했던 좋지 않은 답안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가, 가은이 너는 좋은 친”
터업.
하지만, 그녀는 내 입을 살포시 막았다.
그리고선 다시금 말을 잇는 가은이.
“..날 어떻게 생각해?”
심상치 않은 행동에 당혹감이 위로 올라왔다.
뭐지. 분위기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난 마른침을 삼키곤 그녀를 향해 옅게 눈웃음 지었다.
“으븝.. 가, 가은아. 잠시만..”
“있잖아, 세원아. 넌 되게 좋은 애다. 알아?”
“으, 으응..?”
스륵
낮은 톤으로 질문한 가은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렸다.
머리칼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며 장미 향이 훅 끼친다.
영화는 슬슬 하이라이트를 향해 가고 있었기에,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마주잡은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잠시 멍하니 TV 화면을 바라보던 가은이.
천천히 말을 잇는다.
“나 너 좋아해.”
그와 동시에 영화는 하이라이트를 맞았고.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반면에 나는 입을 쩍 벌린 채로, 믿을 수 없는 소리에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 그.. 뭐라고..?”
내가 어버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도.
가은이는 정말 태연한 얼굴이다.
“너 좋아한다고.”
“나, 나도.. 가은이 좋아. 헤헤..”
“아니. 친구로서 말고.”
“으응..?”
급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정지해 버린다.
나는 입을 달싹거리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가은이를 응시했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 보던 것과 다른 성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그게.. 가은아..”
꾸욱.
뭐라고 말을 이으려는 순간, 가은이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선 목소리를 내는 가은.
“나, 너 처음 봤을때 무슨 바본줄 알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갑자기 처음부터 극딜을 박는다.
난 뻘쭘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였다.
“무슨 길 잃은 사람 도와주겠다고 자기까지 늦는 사람은 처음 봤어.”
아, 맞다.
그렇긴 했지.
처음 그녀를 봤을 때, 괜한 오지랖이 발동해서 길안내를 하다 지각을 해 버렸다.
그 때 가은이가 엄청 미안해 하던데.
“어, 그러긴 했지..”
“난 있잖아. 돈 보고, 얼굴 보고 접근하는 사람은 봤어도, 너 같은 사람은 처음 봤거든.”
그 말에 살짝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이 전에도, 가은이에게 접근한 사람은 많았다.
대부분 그녀에게 ‘신한 그룹 외동딸이지?’ 라며 접근해, 가은이가 컷해버렸지만.
가은이는 조금씩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체온이 오가고 숨이 가까워졌다.
잡던 손은 떨어졌지만, 부드러운 손길이 내 등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돈 깨나 있는 집안 외동딸이라는걸 아는데도, 다른 애들 대하듯이 대해 주고..”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조금 어질어질하다.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눈빛에 이상하게 빠져들 것만 같았기 때문일까.
나는 조금씩 올라오는 손을 제지할 생각도 하지 않고, 숨만 쌕쌕 내쉬었다.
말에 독기가 서려 있는걸 보니 평탄한 유년기를 보냈다곤 생각할 수 없었다.
“저기, 가은아..”
“최근에는, 스킨십이 늘어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가은이가 내 어깨를 슬며시 움켜 쥐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보석 같은 푸른 눈과 좋은 향기.
부드러운 입술이 뺨에 근접했다.
“진짜 좋아해, 세원아..”
“자, 잠시만. 가은아.. 너, 너무 가깝”
털퍼덕!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제지하려 했지만.
가은이는 팔에 힘을 주어 내 몸을 넘어뜨려 버린다.
머리를 팔로 감싼 덕에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가은이가 내 위를 잡고.
내가 아래에 깔린 곤란한 구도가 되었다.
목덜미에 뜨거운 숨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다리 사이로 가은이의 가녀린 다리가 들어온다.
흘러내린 머리칼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마치 꽃밭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살짝 거칠어진 숨결과 함께 가은이가 내 뺨을 손으로 어루만진다.
“샴푸도, 향수도.. 다 네가 좋아하는 향으로 한 거야. 넌 꽃 향을 좋아하잖아.”
‘전에, 샴푸를 바꿨다던게..’
확실히 그랬다.
내가 장미 향이 좋다고 한 뒤로부터, 풍기는 향이 바뀌었지.
꽃 향이 취향이라고 한 뒤엔 꽃 향이 나는 화일이나 향수 같은 것을 많이 뿌리곤 했다.
“하아.. 하아..”
나는 서서히 내 몸을 옥죄어 오는 그녀의 손길에,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래쪽에 부드러운 무릎의 감촉이 닿고.
남는 손은 내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짧은 돌핀 팬츠를 입어, 모든 감각이 적나라하게 전해진다.
“요리도.. 전부, 네가 좋아하는 걸로 배웠어. 넌 분식 류를 좋아하잖아. 간은 세고, 목 막히는게 취향이고.”
쪽
“힛..!”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하던 가은이가, 대뜸 내 목에 키스한다.
작게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킥킥대며 웃는 가은.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
뿌리치긴 해야 하는데,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가은아, 잠시.. 마안.. 이건..”
아무리 저항해도 가은이의 원인 모를 괴력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저항에, 옅게 웃더니 다시금 목덜미에 키스하는 가은이.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훨씬 농밀하고 끈적하게, 내가 제일 많이 반응하는 곳에 집중적으로 키스한다.
“읏, 가은아아.. 가은앗..”
“아핫.. 키스마크 생겼다. 이제 당분간 목은 못 드러내고 다니겠네..?”
그리 말하며 웃는 가은이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내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게 그리도 기쁜지, 밝은 표정을 짓고선.
잔뜩 흐트러진 내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 준다.
“좋아해, 세원아. 진짜 좋아..”
그 때 직감했다.
그녀는 이대로 나를 놔 줄 생각이 없다.
“제발, 가은아.. 자, 잠시만 진정하자.. 응..?”
아무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쪽, 쪽.
그녀는 목덜미를 애무하며 나를 꼭 안아줄 뿐.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서서히 위쪽으로 올라오며, 뺨에 닿는다.
닿는 콧김에 정신이 멍해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친구랑 맛있는거 먹고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대뜸 그 친구가 나를 덮쳐 버렸다.
참 애석한 점은, 이 상황이 이상하게 싫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진짜 돌아 버렸나.
하지만 코 끝에 닿는 가은이의 향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흐으, 읍..”
이번에는 뺨에 키스했기에, 목소리를 최대한 삼켰다.
에어컨을 틀었지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잠시 우리는 서로 엉키고 섥힌 채 숨을 헐떡대다가.
이내, 가은이가 내 귀를 살짝 앙 문다.
“히약!”
동시에 튀어나와 버리는 목소리.
얼굴이 새빨개지고, 킥킥대는 가은이가 내 아래쪽을 계속해서 무릎으로 문지른다.
단순히 반복적인 움직임을 하는 것이 아닌.
묘하게, 나를 자극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땀 많이 흘렸네.”
그렇게 내가 약한 부위만 계속해서 공략하다, 차분히 말을 잇는 가은이.
그녀는 그리 말하며 몸을 슥 일으켰다.
이런 더위에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던 가은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땀에 젖어 있다.
“가, 가은아..?”
뭐지. 이제 슬슬 날 놓아줄 생각이 든 건가?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이건 끝 따위가 아니었다.
“..씻으러 가자. 땀 흘렸더니 찝찝하네.”
“어, 그게.. 잠시만. 둘이서..?”
근질근질한 아래쪽을 의식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키자.
가은이 웃음기 서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끼린데. 뭐 어때?”
명백히 누구의 말을 인용했는지 보인다.
아까 샤워하고 나왔을때 가은이의 기분이 이랬구나.
난 잠시 망설이다, 옷을 훌렁 벗고 욕실로 들어가는 가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우리 집에서 씻고 간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둘이 씻는건 처음이다.
쿵, 쿵.
반투명한 문을 닫고 안으로 욕실에 들어가자.
가은이의 가녀린 실루엣이 흐리게 보인다.
그러자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
돌겠네.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더욱 돌겠는 것은, 나 또한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들.. 어갈게.”
몸에 걸친 가벼운 옷들을 벗은 뒤.
욕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집 주인은 나인데 왜 이렇게 어색한 거지.
가은이는 이런 내 반응이 재미있어 죽겠는 모양이다.
대답은 없고 킥킥대는 웃음소리 만이 욕실 안에 울린다.
끼이익
그리고, 한숨을 쉬며 욕실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가은이가 욕조에 물을 받고 있었다.
자그마한 욕실 의자 두 개를 끌고와, 하나를 가리키는 가은.
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욕실 의자에 앉았다.
가장 처음 보인 것은 하얀 살결이었다.
그 흔한 티 하나 없는, 백지 같은 피부.
얇은 목을 타고 슬렌더한 라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무슨 운동 같은걸 하는지, 희미한 11자 복근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슨 모델인줄 알았다. 사람 비율이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여기 앉아 있어, 세원아. 내가 등 닦아 줄게.”
멍한 얼굴로 있자, 먼저 행동한건 가은이다.
그녀는 내가 뭐라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비누를 슥슥 문질러 거품을 냈다.
그리고선 대뜸 내 어깨를 붙잡는 그녀.
“내, 내가 닦을 수 있는데..”
“등은 닦기 힘들잖아. 내가 해 줄게.”
괜찮다며 거부해 보아도, 이미 몸을 훑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어깨를 타고 미끈한 비누의 감촉과 손가락이 흘러내린다.
상완을 슥슥 문지르다, 이내 겨드랑이 안쪽에 비누칠을 한다.
“아하하.. 하핫.. 가, 간지러워..”
“가만히 있어. 꼼꼼히 씻어야지.”
느릿한 손길은 겨드랑이에서 허리로 이동했고.
이내 허리를 타고 등에도 손길이 닿는다.
처음에는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그 안도감은 이어지는 손길에 곧바로 박살나 버렸다.
“저.. 가은아..?”
“응. 왜 그래?”
“손이 조금 이상한 곳으로 오는데..”
“여기도 씻어야지. 등만 닦을거야?”
“그, 그건 아니긴 하지만..”
나는 몸을 움찔 떨며 가슴을 슬며시 주무르는 손길을 의식했다.
미끌거리는 비누 때문일까.
묘하게 마사지를 하는 기분도 들고, 기분이 조금씩 이상해진다.
아랫가슴을 뽀득뽀득 문질러 주다, 이내 앞쪽으로 올라오는 손.
툭
“흡..”
순간 젖꼭지에 손가락이 닿아, 목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위쪽 가슴에 비누칠을 하고 슬슬 내려오는 손.
다시금 젖꼭지에 손이 스친다.
“흐읏, 읍.. 가, 가은아. 이제 여긴 됐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쉬잇.”
가슴을 야릇하게 씻겨주던 가은이가 작게 속삭인다.
톡.
아, 또다.
손가락이 발딱 서 버린 젖꼭지에 닿으며, 찌릿찌릿한 감각이 온 몸으로 퍼진다.
내가 미쳤나 봐. 가은이는 친구인데.
친구가 몸 씻겨 준다고 흥분하는 미친년이 어디 있
“섰네.”
비누 거품에 가려져,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길 빌었건만.
스칼렛은 피식 웃으며 내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선 검지 손가락을 젖꼭지에 갖다 대더니.
마치 그걸 가지고 놀듯이 톡톡 친다.
“가, 흐은아.. 잠시마한..”
순간, 전해지는 찌릿함에 힘이 풀리고.
쮸읍
가은이가 다시금 내 목덜미를 세게 빨아대기 시작한다.
목덜미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고, 젖꼭지를 가볍게 튕겨지며 자극당한다.
그렇게 얼마나 몸을 희롱당하고 있었을까.
“하아.. 윽.. 흐읏..”
“미안. 궁금해서 한 번 건드려 봤어.”
드디어 입술을 뗀 가은이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목에 다시 한 번 그녀의 흔적이 남았을 거라는 자극이, 너무나도 각별하다.
정신이 몽롱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욕실 안을 채우는 수증기 때문일까, 아니면 친구에게 몸을 희롱당한다는 비상식적인 일 때문일까.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가은이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앞쪽은 다 씻겼으니까.. 이제 아래쪽 씻겨 줄게.”
“후으..”
이젠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멍하니 그녀에게 몸을 맡기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머금은 흥분을 노출한다.
남은 부위는 하반신.
새로 비누칠을 한 가은이의 손이, 내 허벅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미끌한 상태를 유지하며 점점 올라오는 손.
나도 모르게 움찔대는 뷰지 위로 이동해, 그 근처에 비누칠을 해 준다.
단순히 몸을 씻기는 것 뿐인데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
온 몸을 주무르는 가은이의 손길은 무엇보다 안심 되고 부드러웠다.
“자.. 이제, 비누칠 다 했으니까.. 물로 씻어 줄게.”
촤아아악
슬슬 비누칠을 다 했으니, 이제 씻어내기만 하면 된다.
이제 이 몽롱한 샤워도 슬슬 끝이구나.
안도감 반, 묘한 아쉬움 반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가은이가 날 그대로 보내줄 리는 없었다.
상반신을 씻기고, 하반신에 물을 뿌리던 와중.
샤워기의 물줄기가 이상한 곳으로 향한다.
촤아악!
“히, 히이이윽..!”
움찔, 하고 허리가 탁 튄다.
세게 자극을 받은 곳은 훤히 드러난 내 뷰지.
따뜻한 곳에서, 온 몸을 장시간 마사지 당했으니 긴장이 풀어지는 것은 당연했고.
샤워기 물줄기는 아슬아슬하게 꽂혀 있던 마개를 뽑았을 뿐이다.
다만 그 충격은, 내겐 너무나도 달콤한 자극이었다.
“어머..”
“히익, 히이익.. 힉..”
배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발이 나도 모르게 확 오므려진다.
그런 나를 꼭 껴안으며 생긋 미소 지은 가은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내 몸을 번쩍 들며 욕조로 향한다.
첨벙
미리 받아둔 물이 살짝 넘치고 몸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가은이도 자신의 몸에 물을 끼얹은 뒤.
천천히, 욕조에 들어온다.
“내가 너무 부주의하게 씻겼나 보네. 미안해, 세원아.”
그녀는 살짝 눕듯이 앉은 내 몸을 세로로 세워준 뒤.
날 마주 보며 생긋 웃었다.
“헤엑, 헥..”
반면 난 열이 완전히 얼굴로 올라와서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은.
내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뭐얼..?”
“고백.”
“그.. 잘, 모르겠어.. 가은이는.. 예쁘고, 좋은 친구인데..”
이번의 가은이는 ‘친구’ 라는 말에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이것도 반응이라면 반응일까.
말을 하는 대신 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선.
쪽.
뺨에 다시금 키스한다.
그러다가, 내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생긋 웃었다.
“좋아해, 세원아.”
이윽고 촉촉한 감촉이 입술에 닿는다.
잠시 맞닿은 입술은 곧바로 떨어졌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가은이가,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했는지 또 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두 번, 세 번.
찰박
그녀가 내 손을 꼬옥 붙잡았고, 물살이 튄다.
이내 입술이 맞닿는 시간은 더욱 길어졌으며.
입술을 길게 포개던 가은이가, 노크하듯 혀로 내 치열을 두드렸다.
나는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안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혀.
‘아, 이거 첫 키스인데..’
찰박, 찰박!
그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은이의 팔이 날 꼭 끌어안았다.
쿵쿵 뛰는 심장을 느끼며 정신 없이 혀를 마구 섞어 댄다.
친구와 한 첫 키스는, 달콤한 과일 주스 맛이 났다.
몸을 꼭 끌어안고 마구 찰박이며 거친 숨을 내뱉는다.
“으흡.. 푸하.. 하아.. 핫..”
서로의 숨이 한계까지 다다를때 즈음, 일제히 입술을 뗐다.
서로의 입술을 이으며 달콤한 증거를 남기는 은색 실.
우린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짜릿하고 끈적한 첫 키스의 맛을 똑똑히 새겼다.
숨을 헐떡이며 나와 시선을 맞추던 가은.
그녀는 더 이상 참기 힘든지, 나를 와락 껴안으며 다시금 진하게 혀를 섞어 댔다.
남는 손은 치골을 타고 내려와 움찔대는 뷰지를 어루만졌고.
그렇게 우리는 정신 없는 일탈을 즐겼다.
잔뜩 서로를 맛보다 욕실을 나온 뒤론, 침대에서 정신 없이 살을 섞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짜릿한 쾌락을 즐기던 우리 둘.
정신이 들었을 때엔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어..”
나는 어젯 밤의 섹스를 떠올리곤,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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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우우웅
‘미쳤지, 미쳤어..’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미친 듯이 울리는 핸드폰을 응시했다.
전화를 건 것은 다름 아닌 가은이.
가뜩이나 머리 아픈 월요일 아침이건만, 심란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미쳤어.. 미쳤다고.. 어떻게 친구랑.. 그런.. 그그런..”
작게 중얼중얼대니, 그 때의 기억이 더욱 선명히 떠오르다.
가은이의 부드러운 살결과 혀를 섞던 짜릿함.
나는 전화가 울리는 것도 모르고, 깊게 한숨 쉬었다.
똑똑
학교를 가야 하는 것도 잊은 채 침대에 앉아 있자니.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걸 열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긴 했지만.
밍기적대며 걸어가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안녕. 오늘은 일찍 깼네?”
거기에는 여느때와 다름 없는 얼굴의 가은이가 서 있었다.
아니, 평소보다 조금 더 밝은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까.
“어, 으응.. 좋은 아침..”
나는 살짝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던 가은.
쪽
이내, 까치발을 들어 기습 키스를 시전한다.
“어, 어어..”
당황하며 입술을 어루만지자 가은이가 킥킥대며 웃는다.
“자꾸 멍때리면 늦는다? 빨리 학교 가자. 오늘은 내가 맛있는거 사 줄게.”
난 멍을 때리면서도, 일단 ‘학교’ 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일단 뭐가 됐던 지각은 좋지 않지.
매우 빠르게 옷을 챙기고, ‘이리 와’ 라며 날 부르는 가은이를 따라 등교를 시작했다.
그 때의 기억 때문에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매우 망설였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은이는 날 평소처럼 대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은 있었다.
그 이후로부터 매일매일 내게 1일 1고백을 시전한다는 것.
방학 직전인 7월 초까지 고백은 받지 않았지만, 틈날 때마다 키스는 하는, 조금 이상한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방학식 전날.
학교에서 가은이와 섹스를 하게 된다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