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연금술사가 되는 방법
* * *
피리나와 진득한 행위를 마치고, 성일은 조용히 그녀를 껴안으며, 성일은 그녀와 잡담을 시작했다.
그녀를 품에 안고 가슴을 주무르며 쓸데없는 신변잡기를 한참 떠들다, 성일은 본격적으로 피리나를 떠보기 시작했다.
"아, 그나저나. 피리나 당신 여기에서 꽤 오래 일해봤지?"
"음..? 흐음.. 우리 주인님 여자의 부끄러운 비밀을 너무 깊게 파시면 안 좋아요?"
그런 그녀의 말에 성일이 변명하며 말했다.
"아. 그런 뜻은 아니고,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요...?"
성일은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며 흘러가듯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뒷골목 관련 정보상 좀 알아?"
"정보상..?"
"응. 듣는데로."
피리나는 성일의 가슴에서 슬쩍 빠저나와 한 손으로 머리를 괴며, 성일의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흐음.. 상황에 따라 알 수도 있긴 한데.. 정확히 어떤 건이에요?"
"음.. 자세하게 말할 순 없고. 대충 힌트를 주자면 정당하되, 정당하지 않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
"흐음..."
묘한 신음을 낸 피리나는 한참 동안 성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묻는 거에요?"
그런 그녀의 말에 성일은 최대한 침착을 가장하며 자신이 준비해 온 답을 꺼냈다.
"아무래도.. 당신은 꽤 어림에도 불구하고, 벌써 '밤의 무희' 정도 되는 곳의 사장으로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잖아."
"그 정도 능력자라면, 뒷세계 관련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끝을 흐린 성일은 피리나의 보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살을 섞었던, 내 여자라면 믿어봐야 하지 않겠어?"
그런 성일의 말에 피리나가 싱긋 웃으며 성일에게 키스를 시작했다.
한참 동안 끈적한 입맞춤을 맞추고 난 뒤, 피리나가 성일에게 말했다.
"흐음.. 그런 이유라면, 내가 꽤 믿음직한 사람을 한명 소개시켜 줄 수 있긴해. 혹시 내일 낮에 시간이 있어?"
"당신이 원한다면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지."
그런 그의 말에 피리나가 미소를 지으며 성일에게 말했다.
"후후.. 그럼 내일 낮에 이곳에서 나와 만나 데이트하자. 그러면 그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을 거야."
"좋지."
그렇게 대답을 마친 성일은 피리나에게 달려들어 한번 더 끈적한 시간을 즐긴 후 집으로 귀가했다.
다음날 오후, 성일은 피리나와 약속한 시각에 맞춰 '밤의 무희'로 이동했다.
그러자 성일의 앞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복장을 한 피리나가 그를 맞이했다.
"오.. 몸매가 딱 드러나는 가죽옷이네? 섹시하군.."
그런 성일의 말에 피리나가 웃으며 그에게 입 맞추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한 피리나는 성일의 팔에 팔짱을 끼고, 창관 뒤편의 술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응.. 여긴 어디야?"
"아~ 술집이야. 우리 가게 무희들은 단순히 몸만 파는 게 아니라, 춤을추며 손님들의 흥을 돋워주기도 하거든."
"술집을 이용하는 손님에 대한 서비스이자, 무희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일종의 홍보랄까..?"
그런 그녀의 말에 성일이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술집에서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희들의 매력을 어필해서 창관의 이용률까지 끌어올린다는 거네? 영리하군.."
"그러엄~ 이곳의 사장이 누구인데..?"
그렇게 그녀와 잡담을 하던 나는 술집 깊숙한 곳을 지나, 지하 술 저장고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도적 길드로 가는 길이 있나 보군..?'
그런 나의 태연함에 피리나가 묘한 얼굴로 내게 질문했다.
"안 궁금해?"
"...뭐가?"
"보통 이렇게 으쓱 한곳으로 가면 의심할 법도 하지 않나..?"
그런 그녀의 말에 성일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연기하며 그녀에게 답했다.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리나 당신이잖아? 내 여자가 날 위험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믿어."
그런 성일의 말에 피리나는 살짝 감동했다는 듯한 과장된 연기를 하며 그의 볼에 키스했다.
"어머~ 우리 주인님 여자의 마음을 좀 아시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조용히 술통 옆 벽에 걸려있는 횃불을 뒤로 잡아당기고. 술통의 묘한 장치를 누르자. 그들의 앞에 있는 벽이 슬며시 열리더니, 밀실이 나타났다.
"가자~"
그렇게 피리나는 성일을 이끌고 밀실로 들어갔다.
밀실로 들어가자, 눈앞에 꽤 넓은 크기의 광장과 제법 많은 사람이 광장에서 북적이고 있었다.
흥미롭게 주변을 살피고 있는 성일의 귀에 피리나가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주인님. 잠시 여기에 있어 줄래요? 제가 소개해줄 사람과 잠깐 미팅 좀 할께요."
"물론이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한 남성에게 다가가더니 그에게 무언가 속삭였고, 그 남자는 성일을 한번 힐끗 바라보더니, 조용히 성일의 옆으로 와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그들을 놔두고 피리나는 조용히 어디론가 자리를 떠났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궁금할 법도 했지만, 성일은 이미 피리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도 대충 짐작했기에 옆의 남자에게 단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자, 덩치 큰 남자 한명이 성일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손님. 보스께서 대담을 요청하십니다."
"보스..?"
성일의 반문에 남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성일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성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성일의 모습을 본 남자는 앞장서 조용한 방 앞까지 그를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손님. 그럼 이만."
남자는 성일에게 인사를 한번 하고, 말없이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성일은 문을 노크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고, 한참의 기다림 끝에 대답을 포기한 그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
성일의 예상대로 방 내부에는 피리나가 책상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괸 체, 그에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했다.
'모르는 척! 모르는 척!'
성일은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이런 상황을 이해 못했다는 듯,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한 척을 했다.
"응? 뭐야? 피리나 소개해줄 사람을 같이 기다려주려고?"
그런 성일의 필사적인 연기에 피리나가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주인님. 다만 소개해 드릴 당사자가 소첩이란 게 문제랄까?"
'이해 못한 척! 순진한 척!'
"대체.. 무슨 소린지..?"
그런 성일에게 섹시한 레오타드 스타일의 가죽옷을 입은 피리나가 다가오며 말했다.
"인사할게요. 피리나 엘스리드. 창관 '밤의 무희'의 사장이자, 아덴하임 시 도적 길드에서 동부와 남동부를 관리하는 길드의 2인자에요."
그런 그녀의 소개에 성일은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뭐라고? 다.. 당신이 도적 길드의..? 아니, 도적 길드원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2인자? 대체 무슨.."
놀라는 척을 하는 성일을 보며 방긋 웃은 피리나는 그의 질문을 자르며 성일에게 용건을 묻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고.. 아무튼, 문의하고자 하시는 게 뭘까요..?"
그런 그녀의 질문에 성일은 필사의 연기를 시작했다.
생각하는 듯, 제자리를 뱅글뱅글 맴돌다 한숨을 쉬고, 성일이 그녀에게 말했다.
"귀금속, 금식기, 장식품 같은 거 처분 가능해?"
그러다가 성일은 고개를 한번 젓고, 말을 자른 채,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던 자신의 질문을 또 하나 던졌다.
"아니.. 그나저나 창관의 사장이자, 도적 길드의 이인자면 부족한 것 없을 신분일 건데, 대체 왜 내게 몸을..?"
그런 성일의 질문에 피리나가 방긋 웃으며 질문에 답을 시작했다.
"처음엔 호기심, 그리고 몇 번 지내보니 당신이 맘에 들어서..? 성격도 귀엽고, 밤일도 잘하고~ 돈도 많고.. 이유는 넘쳐나게 많죠? 후훗"
그렇게 마지막 질문에 답변한 그녀는 다시금 본론으로 주제를 돌렸다.
"자, 사업 이야기를 하죠 우리. 귀금속을 팔고자 하는 건 알겠어요. 근데 어제 말한 '정당하되, 정당하지 않은 물건' 이란 건 뭔가요? 표현대로면 장물은 아닌 거 같고..?"
그런 그녀의 날카로운 추리에 성일은 솔직하게 자신이 팔고자 하는 물건의 진실을 말했다.
"맞아. 당신의 말대로 장물은 아냐. 정당한 거래로 받은 물건들이지. 허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이지."
"..어떤?"
성일은 심호흡을 한번하고 그녀에게 답했다.
"폴케 교단의 재산."
"!"
표정이 싸늘하게 굳은 피리나가 성일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주인님 위험한 사람이셨나?"
그런 그녀의 경계어린 모습에 성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이 짐작하는 신분은 아냐. 약 백년 전 폴케 교단이 대대적으로 탄압됐던 사건. 알고 있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피리나.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성일이 설명을 이었다.
"폴케 교단이 성왕에게 대대적으로 탄압받아 교세가 위태로울 때, 놈들은 네르케 왕국에서 도주하기로 했지."
"문제는 국경을 넘어 제국이나 공화국으로 도주한다고 해도, 그들은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고 판단했어. 그 때문에 그들은 아예 바다를 넘어 도주하기로 했지."
"문제는 왕국 어디에서도 그들을 위해 배를 태워줄 우호 세력이 없었단 거지. 때문에 그들은 왕국의 이해관계와 완전히 무관한 세력. 즉 우리 동방 상인들에게 거래를 요청했어."
"딱히 폴케 교단에 악감정이 없었던 우리의 선조께서는 탈출을 대가로 그들이 제공한 막대한 대금에 만족하시며, 폴케 교단의 잔존자들을 '그림자 군도'로 남김없이 수송해 주었지."
"그 외에도 폴케 교단이 미처 챙기지 못한 아덴하임 내 숨겨진 비처의 물품들의 양도 제안도 매력적이었고."
그런 성일의 말을 자르며 피리나가 물었다.
"...잠깐 폴케 교단이 그림자 군도로 도주했다고?"
그런 피리나의 물음에 오히려 성일이 실제로 당황하며 되물었다.
"어... 몰랐어?"
"물론이죠. 그들이 백년 전 연기처럼 흔적 없이 통째로 사라진 건 네르케 왕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이야기에요."
그런 그녀의 말에 성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그들은 모두 그림자 군도로 떠난 게 맞아."
"폴케교단에서 미처 회수하지 못한 비처의 물품은 우리가 거의 다 회수했지만, 딱 한 군대의 비처에 대한 정보를 유실해서, 회수하지 못했었지.
"그러다 우연히 가문에서 내가 그 정보를 입수했고. 그 물품을 찾아 내가 소유한 상황이야."
그런 성일의 말에 피리나는 등을 벽에 대고, 조용히 한쪽 팔로 턱을 괴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뗐다.
"어쩐지.. 화대를 지불할 때마다, 동방 금화나, 신(?) 금화가 아닌, 구(?) 금화를 지급하길래 뭔가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런 거였군요."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일이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런 셈이지. 아무튼 난 금화와 별도로 그들이 대가로 남긴 패물(?物) 따위를 처분하고 싶어."
"...그런거라면 주인님의 나라에서 처분하시는 게 낫지 않아요? 그곳이라면 폴케 교단과 뭔 짓을 했더라도 전혀 손가락질받지 않을 건데 말이죠."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성일은 한숨 쉬며, 예전부터 준비했던, 네르케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하려 했던 변명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난 가문에서 도망친 상황이야."
"?!"
피리나는 성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성일을 바라봤다. 그런 피리나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성일은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뭐.. 난 동방에서 꽤 유명한 상인 가문의 적장자야. 그 때문에 어려서부터 숨막히는 가문의 기대에 치여 살았었지."
"근데. 남들은 죽도록 선망하는 후계자 자리가 내겐 너무 고되고 미칠것 같았어, 마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 와중 어느 순간 내 아래의 은월이라는 여동생이 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
"걘 진짜였지. 어설프게 가문에서 강제적으로 이끌렸던 나와는 달리, 재능도 충만하고, 사리 분별도 뛰어난 녀석이었어. 만약 남자였다면 충분히 가주 후계자 자리를 양도할 수 있을 정도로."
"덕택에 난 미칠 거 같았지. 무능한 후계자와 천부적인 재능의 여동생에 대한 비교. 그건 마치 세상이 내게 손가락질 하는 느낌이었어."
"고뇌를 참지 못한 난 가주님께 말씀드렸지, 은월은 자질이 충분하고, 가주님도 앞으로 그녀가 장성할 때까지 충분히 돌봐주실 수 있으니, 그녀를 후계자로 만들자고."
"그런데 가주님과 원로들이 뭐라고 한 줄 알아?"
내 이야기에 한껏 빠진 피리나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아리따운 입술을 열었다.
"글쎄요..?"
그런 그녀의 대답에 성일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숨을 쉬고 연기를 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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