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마법 도시와 명탐정
* * *
"어? 마법 도시와 명탐정? 이걸 어디서 봤었지?"
멀뚱히 게임을 바라보다 게임을 뒤적거리는 성일.
"아! 이 게임이였구나! 어드벤쳐 야겜?!"
마법이 과학처럼 발달한 도시에 부잣집 영애가 유행하는 추리 소설을 읽고 감동해 아버지를 졸라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고 친구 한 명과 홈즈 & 왓슨 놀이를 하며 돌아다니다 따먹(?)히는 괴상한 게임.
여주물임에도 불구 여러 명의 매력적인 여인들이 등장하는 데다가. 전투 진행, 대화 진행, 추리진행 등 다양한 진행 루트가 있어 은근 명작 취급받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 마법 배울 수 있지 않았나?! 그것도 공부할 필요 없이?!'
성일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래! 이 게임 전투 회피가 가능하잖아?'
'거기다 게임내 존재하는『마법각인』시스템을 이용하면 노력 없이 마법 사용도 가능하고!! 덤으로 중간에 특수 능력을 가진 마도 공학자와 인연을 잇는데 성공만 한다면 보급형 아티팩트를 수급할수도?!'
'거기다... 탐정 루트를 깬다 치면, 내『감응』이랑도 궁합이 좋을테니.. 이 게임은 나랑 궁합이 정말 잘 맞을지도 몰라!'
성일은『마법도시와 명탐정』이 자신의 현 상황에 딱 맞는 적절한 게임의 등장에 흥분하며 생각했다.
'그 전에.. 포인트부터 좀 볼까.'
사용자 : 한성일
1. 현재 세계 : 현실
2. 보유 능력 : 감응, 게임 마스터
감응 LV.1 : 전자 제품을 이용하여 인물, 아이템 등의 능력을 수치화하여 파악합니다.
게임마스터 LV.2 :
1) 게임 속 세상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2) 게임 속 인물로부터 퀘스트 확인이 가능합니다.
(클릭으로 ON/OFF 가능)
천지음양교접신공 3성 : 내공을 소지한 무인입니다.
3. 능력치
민첩성 : 10
근력 : 10
지능 : 5
체력 : 11
마력 : 10
4. 포인트 : 13,200점 (+2,000)
5 상태 : 색공 연마(부작용 존재)
※ 총평 : 이쯤 되면 게임 클리어해 볼 때가 되지 않았냐?
"...이 새끼가?"
게임마스터를 살펴보다 적혀진 총평을 보고 짜증이 난 성일.
'게임마스터 총평 저거 은근 사람을 열받게 살살 긁는단 말이지..'
하지만, 동시에 총평은 성일로 하여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근데 딱히 틀린 말도 아니란 말이지.. 솔직히 정석적으로 플레이를 했으면 이미 C급 게임 몇 개는 깼을지도 몰라.'
깊게 고민해보니 욕먹을 만했다고 생각한 성일. 그런 그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좀 더 신중하게 게임을 공략할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내가 잦은 위기 상황을 마주치는 이유가 뭘까? 전투력 부족..?'
그렇게 고민하다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아냐. 그건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이야. 솔직히 인 게임 내에서 전투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동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고.'
'내가 고생을 하는 이유는 게임의 정보를 초반에 너무 과도하게 써먹어서 게임 내용을 뒤틀어,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인『정보』를 제대로 못 써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가설을 신중히 고민해보는 성일.
"음.. 100% 그렇다기엔 변수가 많긴 한데... 에잇 모르겠다! 어차피 한번 가설대로 해보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중얼거린 성일은 가설대로 플레이해보기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스토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말아보자. 위기 상황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 외는 웬만하면 안 건드리는 거로. 그리고 퀘스트 위주로 플레이를 하면서, 주인공을 보조하기만 해보자고! 그러면 돌발 상황이 적어지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짧은 계획을 매조 지은 성일은 고개를 끄덕인 후 게임마스터에서『마법 도시와 명탐정』을 구매하고 게임 세상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진입을 느끼며 도착한 성일.
그는 자신이 낡고 지저분한 방 안에 앉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더러운 침대와 낡은 탁자와 의자 하나. 그리고 옷걸이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성일이 생각했다.
'음.. 가난뱅이 설정인가?'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게임마스터 상태창 및 퀘스트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이 게임에선 무슨 설정으로 잡혀있으려나..."
사용자 : 한성일
1. 현재 세계 : 마법 도시와 명탐정
2. 보유 능력 : 감응, 게임 마스터
감응 LV.1 : 전자 제품을 이용하여 인물, 아이템 등의 능력을 수치화하여 파악합니다.
게임마스터 LV.2 :
1) 게임 속 세상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2) 게임 속 인물로부터 퀘스트 확인이 가능합니다.
(클릭으로 ON/OFF 가능)
천지음양교접신공 3성 : 내공을 소지한 무인입니다.
3. 능력치 :
민첩성 : 10
근력 : 10
지능 : 5
체력 : 11
마력 : 10
4. 포인트 : 3,200점 (10,000)
5 상태 : 색공 연마(부작용 존재)
※ 총평 : 하루하루 막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난한 하층민. 모리아티 탐정 사무소의 조수 면접을 볼 예정이다.
"어?"
'면접을 볼 예정'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성일.
'원작 주인공의 파트너를 내가 대체하는 건가?! 그나저나 면접이면 대체 어디로 어떻게 몇 시까지 가야 하는 거야?'
순간 패닉에 빠져 다급하게 스마트 폰을 뒤지며 퀘스트 항목을 찾는 성일.
"있다!"
[ 퀘스트 목록 ]
메인 퀘스트(1/?)
모리아티 탐정 사무소 취업하기
**** ***기
** ****를 **하기
'근데 딱히 뭘 어쩌란 말이 없네 미치겠군..'
불친절한 퀘스트 목록에 한숨을 쉬며 성일은 밖으로 나섰다.
"일단. 돌아다녀 보자."
다행히 게임 세상에서 모리아티 탐정 사무소의 주소가 개략적으로 공개되었기에 성일은 행인에게 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응?"
도착한 사무소 앞에 붙어져 있는 벽보.
[ 탐정 업무 보조 모집! ]
주급 : 5 실링 (협의 가능)
자격 요건 : 건장한 남성 (격투기 가능자 우대)
주요 업무 사항 : 심부름, 신변 보호, 말벗 등등
하고 싶은 말 : 앞으로 명탐정이 될 샬롯 모리아티와 함께할 탐정 보조를 모집 중! 앞으로 왕국에서 가장 유명해질 예정인 예비 명탐정과 함께하실 우수한 인재를 모셔요!
"...."
차분히 모집 공고를 읽어본 성일이 생각했다.
'정말 어설프게도 썼네... 그나저나 5실링이면 급여가 상당한데?'
해당 세상에서 일반인 월급이 10실링 정도니 주급이 5실링이면 거진 일반인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라 볼 수 있었다.
'음... 일반인 월급 두 배면 경쟁이 빡세겠는데.. 어쩐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딱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성일이 탐정 사무소 문을 두들기며 중얼댔다.
"에라 모르겠다. 정 뭐하면 1/3으로 월급 네고가 가능하다고 해보든가 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을 여는 성일과 마중 나오는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
"누구신가요?"
"아! 안녕하십니까! 모집 공고를 보고 탐정 보조 관련 면접을 보러 왔는데요.."
"아~ 탐정 보조 희망자시구나! 어서 오세요! 근데 12시부터 면접 시작이였는데.. 늦게 오셨네요?"
"아..."
멍하니 시계를 살펴본 성일은 시간이 이미 오후 다섯시가 다 되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 곤란한데.. 사실 이미 '알프레드'씨라고.. 거의 확정될 분이 계시거든요."
'알프레드?!'
원작의 탐정 보조의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성일은 다급하게 그녀에게 사정했다.
"명탐정님! 면접을 늦은 건 사과드립니다!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면접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사정할게요!"
다급한 마음에 고개를 조아리다 무릎까지 꿇는 성일.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란 샬롯이 성일을 일으켜 세우며 답했다.
"그.. 그렇다고 무릎을 꿇으실 것까지야..!"
"아닙니다! 정말 간절하다면 이 정도는 해야지요! 얼마 전 명탐정 모리아티란 소설을 읽고 모리아티 & 루팡 듀오가 정의를 수호하는 모습을 보며 이 길이 제 꿈인 걸 알았어요! 절 부디 샬롯 양의 루팡이 될 기회를 주세요!"
그런 성일의 말에 난감한 기색을 표하는 샬롯.
그러나 간절한 그의 말에 표정이 흔들리던 그녀는 한숨을 쉬고 성일에게 답했다.
"후... 알겠어요!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지셨는데 면접도 보지 않고 내치는 건 명탐정으로써 부끄러운 일이죠!"
'휴... 다행이다.'
게임 시작 전부터 좌초할뻔한 위기에 식은땀을 흘린 성일. 그런 그를 데리고 샬롯은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여기 앉으시겠어요?"
"아! 네네!"
샬롯이 지정해 준 의자에 앉은 성일.
그가 의자에 앉자 샬롯은 맞은편에 있는 멋들어진 책상으로 이동 후 의자에 앉은 뒤 그에게 질문했다.
"우선...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네! 전 한성일이라고 합니다! 빈민가에서 막노동하며 살고 있지만, 나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엔 무투술도 배운 경험이 있어요! 평소에 관찰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흐응.. 그래요? 무투술이라 하셨는데 어떤 거죠?"
"아.. 가전 무술인데. 여기서 한번 펼쳐볼까요? 검술과 무투술 두 개가 있는데.."
"오!!!"
성일의 말에 반색하는 샬롯. 그녀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성일에게 말했다.
"그러면 무투술을 한번 펼쳐보시겠어요?!"
"네!"
성일은 그런 그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치우고, 그동안 수련했던 파산신권을 멋들어지게 펼쳐보았다.
'후... 맹주가 빡세게 알려줘서 다행이야.'
배운지 얼마 안 됐음에도 무림 최고수 중 한명인 진천휘에게 직접 무공을 사사받은 관계로 성일의 파산신공의 형(?)은 제법 멋들어졌다.
그가 파산신공의 첫 번째 품세를 멋지게 펼치자 샬롯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멋져요! 굉장히 강해 보이는 걸요?"
"강해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꽤 강합니다!
"잉?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건데요?"
조금은 어이없다는 표정의 샬롯.
그런 그녀를 보며 성일이 답했다.
"샬롯 양, 혹시 책상 위에 있는 금속 집기 중 부서져도 되는 집기가 있을까요?"
"응?"
뜬금없는 성일의 질문에 당황하는 샬롯.
그러나 이내 침착을 되찾고, 금속 텀블러 하나를 성일에게 건넸다.
'오.. 이 세상도 텀블러가 있었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텀블러를 인계받는 성일.
그러다 텀블러를 인계받자 성일은 텀블러를 손에 쥔 뒤 샬롯의 얼굴 앞에 가져대며 말했다.
"한번 보시겠어요?"
그렇게 말한 뒤 내공을 극성으로 온몸에 순환시키는 성일. 내공이 충분히 몸에 도는 걸 느끼자 그는 손아귀에 강하게 힘을 불어넣으며 텀블러를 쥐어짰다.
꾸와악!
그러자 종이컵처럼 찌그러지는 텀블러. 그런 성일의 괴력에 샬롯이 입을 척 벌리며 감탄했다.
"우와!! 혹시 스트렝스 마법을 각인하셨나요?"
"아뇨. 전 가난한지라 마법 각인이 아예 없어요. 그냥 제 순수한 완력이라 보시면 될 거 같네요."
"대단해요!!"
성일의 완력에 감탄사를 내뱉는 샬롯.
그런 그를 보며 성일이 답했다.
"제 무투술과 합쳐지면 더 대단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샬롯양! 제발 절 당신의 루팡으로 받아주십쇼!!"
"그.. 그치만 이미 전 알프레드씨와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 된 상황인.."
"주급 2실링!"
"!!"
"주급 2실링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샬롯양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겠고요! 제발 어떻게 안 될까요? 정 못미더우시면 한 달간 무급으로 봉사할 수도 있습니다!!"
"!!!!!"
성일의 간절한 말에 깜짝 놀라는 샬롯.
결국 그녀는 침음성을 내며 고민을 시작했다.
'휴.. 먹힌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는 성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음... 사실 알프레드 씨가 맘에 들긴 했는데. 성일님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말씀하시니 저도 흔들리네요. 어쩌지...."
그런 그녀를 향해 성일이 발악하듯 외쳤다.
"샬롯양! 모리아티의 파트너 루팡이 검은 머리인 건 아시죠?!"
"!!"
"보시다시피 전 이 나라에 흔치않은 흑발입니다!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음!!"
"샬롯양! 거기다 당신의 성은 무려『모리아티』잖아요! 이건 우리 둘을 향한 운명의 계시입니다!"
"오오!!"
"제발 저와 파트너가 되어주세요! 제가 당신의 장자방.. 이 아니라 루팡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콧김을 내뿜으며 성일에게 다가온 샬롯. 그녀가 성일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합격! 그 정도로 훌륭한 마음가짐을 갖추셨는데 제가 어찌 손을 놓겠어요! 알프레드 씨에겐 미안하지만 성일님과 같이 일을 해보지요!"
"감사합니다아!!"
"오호홋!"
집무실에서 괴성을 지르는 두 남녀.
한참을 흥분하던 성일이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