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마법 도시와 명탐정
* * *
몹시도 감격한 에드윈 모리아티 경.
평소 기행으로 자신의 마음을 썩히는 무남독녀 딸이 이렇게 높게 평가당하자, 평소 철혈의 장관이란 그의 모습과 다르게 마음이 살살 녹고 말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왠지 매관매직(????)의 현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성일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상황을 넘기며 생각했다.
'뭐... 원래 샬롯은 『괴도의 편지』 이벤트 이후에 특별 고문이 되는 건 맞긴 하니까.'
'문제는 이런 이벤트가 원작에 없었던 거 같은데..? 설마... 스토리가 꼬인 건 아니겠지?? 정말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눈치 보면서 플레이했는데.. 에이... 설마...'
물론 중간에 유나 좀 건드(?)리고, 유프테시아도 약간 건드(?)리긴 했지만, 살짝(?)만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 상황을 돌렸을 뿐, 이전 게임들과의 양상과는 다르게 '최소한의 개입만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자위하는 성일.
'그리고... 히로인들이 저렇게 미인들인데 어떻게 안 건드려? 야겜에 들어와서 저런 미인들을 냅두고 스토리만 플레이할 거면 그냥 죽고 말아야지. 무슨 고자도 아니고...'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며 얌전히 일행의 대화를 듣던 성일. 그런 그에게 샬롯이 질문했다.
"성일군! 성일군도 저희 모리아티 탐정 사무소의 일원으로써 '경시청 특별 고문' 업무 제안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
"당연히 찬성이지요! 꿈을 이루는 동시에 국민으로서 국가에 공을 세울 기회인데,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가 다가왔다면 당연히 붙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오!! 멋진 말입니다! 역시 저의 루팡!!"
"감사합니다!! 명탐정님!!"
그런 샬롯과 성일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청장. 그 모습을 바라보다 청장이 둘에게 물었다.
"혹시 특별 고문 관련 궁금하신 사안은 없으신지요..?"
"예? 에에..."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며 고민하는 샬롯. 그런 그녀의 귀에 성일이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제가 질문해도 될까요?"
성일의 속삭임에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의 샬롯.
그녀는 성일의 등을 탁탁 치며 청장에게 답했다.
"오! 제 파트너 성일군이 저 대신 질문하고 싶다는데 질문해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탐정님!"
그렇게 답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성일을 바라보는 펠튼 청장.
"어서 질문해 보게나!"
"아.. 그러면 실례를 무릅쓰고 몇 개만..."
그렇게 답한 성일이 말을 이었다.
"혹시, 저희가 특별 고문을 맡게 되면 경시청으로 출근하는 건가요...? 또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걸까요?"
"아! 좋은 질문일세! 정확히 알려주자면 굳이 경시청으로 출근할 필요가 없네. 청에서 자네들도 잘 아는 레스트라스 경감과 샬롯 탐정 사무소간 핫라인을 이어줄 생각이거든! 도움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가 연락책을 보내서 의뢰를 보내는 형식으로 말일쎄.
맡기고자 하는 업무는 보통 공권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뢰를 할까 하네. 괴도 추적이라던가..."
"아하!!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민감한 질문입니다만..."
"....?"
성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청장.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성일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샬롯 탐정님이야 원체 고귀하신 가문 출신이시니, 체면에 맞지 않는 발언 하시기 좀 그래서 제가 대신 여쭙겠습니다... 혹시.. 급여가...?"
"아하!!"
성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펠튼 청장.
그런 그가 당연하다는 듯 성일에게 답했다.
"확실히! 고귀한 모리아티 가문의 탐정님께서 그런 지저분한 안건을 꺼내시기 어려우니 자네가 하는 게 맞지! 우리는 경시청 차원에서 월 50실링 정도를 생각하고 있네!"
"오!?"
그런 청장의 말에 성일과 샬롯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오는 감탄사
둘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를 바라보다 멋쩍게 웃고 말았다.
'원작이라면 세상 물정 모르는 샬롯이 아무 말도 못 했다가 20실링이나 간신히 받았던가..? 그래도 재무 대신 앞이라고 두 배 이상 불러주네.. 괜찮은데?'
나서서 답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성일.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청장이 질문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괜찮으실지...?"
"물론 좋습니다앗!! 애국애족(?)의 기회인데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오!!"
"오오!! 역시 샬롯 명탐정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샬롯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는 펠튼 청장.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에드윈 모리아티 경.
'와... 일찍 결혼했으면 손녀딸 정도 될 여자애한테 저렇게 허리를 숙이네. 어떻게 진급했는지 안 봐도 뻔하고만...'
그런 청장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고 성일이 속으로 한숨지을 때 에드윈 경이 말을 걸었다.
"샬롯! 잘 됐구나!!"
"고마워요! 아버님!"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는 마무리가 되었고, 일행이 후식으로 달콤한 케이크과 홍차를 마실 때쯤, 펠튼 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런! 에드윈 재무 대신님! 제가 오늘 오후 보안 감사가 있어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소? 그러면 어서 가보셔야지! 고생하셨소이다!"
"아닙니다! 저도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와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훌륭한 인재도 얻어서 너무 만족스럽군요."
"하하..!"
펠튼 청장의 기분 좋은 아부에 웃음을 짓는 에드윈 모리아티 경.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펠튼 청장이 비굴하게 미소지으며 질문했다.
"아! 그나저나.. 이건 개인적으로 여쭙는건데... 혹시 저희 윈덤 경시청 추경 예산 요청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아! 그 건 말이오? 뭐 각 재무 부처에서 난색을 표하긴 했소만... 걱정하지 마시오. 다른 것도 아니고 윈덤 시의 안전을 지키는 경시청에서의 요청인데 어찌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소! 내 선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보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발 이게 목적이였고만..?'
자신이 이끄는 기관의 추경 예산을 확보하고, 차기 재상에게 줄을 댄 것에 성공한 루시우스 펠튼 청장. 그는 만면에 희색을 띤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에드윈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다 자리를 떠났다.
그가 자리를 뜨자, 에드윈 경이 샬롯에게 말했다.
"축하한다 샬롯. 너도 이제 어엿한 한 명의 탐정이 되었구나?"
"호호홋! 부족하지만 그렇게 됐네요! 앞으로 정진하여 더 이름을 떨쳐보겠습니다! 아버님!!"
"그래.. 그래야지. 그나저나 앞으로 특별 고문 업무를 하게 되면 연락을 받기 위해서라도 사무실을 항상 열어놔야 할 건데. 그 부분은 어찌 해결할 생각이더냐?"
"에에...?"
전혀 생각도 못 했다는 듯한 표정의 샬롯.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에드윈 경이 살짝 한숨을 쉰 후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욘석아. 아무리 네가 뛰어난 탐정이라도, 네가 홀로 사건 현장을 가는 건 위험하잖느냐. 그 때문에라도 항상 성일군을 너의 호위이자 수행원으로서 따라다니게 해야 할 것인데....
만약 경시청 특별 고문과 관련없는 사건이라도 하나 맡게 되면, 사무실이 늘 텅텅 비게 될 것인즉슨. 그 경우 경시청의 전보를 놓칠 수도 있는데, 그 부분도 대비해야지."
"아하.. 그렇네요..?"
"이 참에 사무원을 하나 뽑지 그러냐. 어차피 그 3층 건물은 통으로 네 것이니. 사무원 겸, 널 도와줄 메이드를 하나 뽑으면 좋지 않겠니? 2층은 창고를 포함해 방이 세 개나 되어 숙식 제공도 가능할 테니, 메이드에게도 메리트가 높아, 괜찮은 지원자도 많을 듯 싶다만.."
"어... 맞는 말씀이긴 한데..."
"...?"
말꼬리를 흐리는 샬롯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에드윈 경.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샬롯은 살짝 귀여운 표정을 짓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고백했다.
"그.... 초반에 주신 사업 자금을 거의 다 써서요.... 추가 인원을 고용하기에는 돈이 좀...."
말을 흐리며 묘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올려보는 샬롯.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에드윈은 쓴웃음을 지으며 샬롯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쉬고 샬롯을 향해 입을 떼는 에드윈 경.
"내 원래, 추가 자금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줄 생각이 없었다만.... 이번에 네가 큰 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명예로운 직장도 얻었으니 포상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지. "
그렇게 말을 흐리며 에드윈 경은 조용히 자신이 들고 온 서류 가방을 열어 내부에 있는 상자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받아라. 반은 내 돈이고 반은 에이백 공작가에서 준 사례금이다."
"예에...!?"
"에이백 공작가에서 큰 공을 세운 너에게 포상을 내리고 싶어 했지만, 평민이나 하급 귀족도 아닌, 나름 왕국에서 유서 깊은 우리 모리아티 가문의 영에인 너에게 무언가를 '하사'한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더구나.
때문에 에이백 공작께서 어제 친히 내게 찾아와 너에게 전달해달라고 그 포상금을 주셨단다. 그러니 그 추가 자금을 받고 사업에 쓰도록 하려무나."
"아버님!!!"
뜻밖의 횡재에 큰 기쁨을 느끼며 아버지의 품으로 뛰쳐 들어가는 샬롯.
"허허.. 녀석도 참..."
에드윈 경은 다 큰 딸아이의 애교에 난색을 표했지만, 말과는 다르게 표정은 싫지 않은 듯 미소가 만연했다.
'흐음.. 내 월급도 올려주려나..?'
에드윈 경의 포상에 즐거운 상상을 하는 성일.
한참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셋. 그들은 후식을 먹으며 잡담을 하다 헤어져 다시 탐정 사무소로 돌아갔다.
"성일군! 성일군!"
"네네! 샬롯양!!"
"아까 아버님이 돈을 짭짤.. 아니 상당히 많이 주셔서 당분간 탐정 사무소 자금 걱정이 없어서 그런데 말이죠...?"
'어쩌라고 그래서..'
"아버님이 말씀하신 대로 메이드 겸, 사무원 뽑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그쵸 그쵸?"
그러나 그렇게 말을 뱉어놓고 뜨끔한 성일.
'잠깐...?! 이거 원작에 없는 내용 아냐?'
스토리가 꼬여 망했던 게임들이 생각나자 등골이 싸늘해지기 시작하는 성일.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샬롯이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일군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나요?"
"....에? 저요?"
"네네! 우린 파트너잖아요! 참고로! 이번에 성일군 월급을 최초 공고했던대로 다시 올려드릴 거랍니다?"
"히익?!"
"뭘 놀라세요! 성일군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재치에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성일군 정도의 인재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챙겨드려야지요! 오홋홋홋홋!!"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통 큰 샬롯의 행보에 진심으로 감동한 성일.
그런 그를 보며 샬롯이 말을 답했다.
"아무튼..! 원하시는 인재상은?"
"음..."
갑작스러운 샬롯의 말에 고민을 시작하던 성일.
그가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며 답을 시작했다.
"우선, 요리와 청소를 잘했으면 좋기 때문에 여성이면 좋겠어요. 가부장적인 윈덤 시 특성상 남성은 해당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서 남성은 제외하고요.
만약 유능한 메이드가 고용되어 저희가 청소나 식사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면 저희가 외부 업무에 집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거고요. 그리고 또..."
"또...?"
"경시청에서 연락이 왔을 시 상황이나 문건 정리를 해야 하니 일정 수준의 사무 능력은 갖추는 게 좋을 것이고... 특히!! 기초 수준이라도 경리 업무가 가능하면 더 좋겠죠? 결정적으로..."
"호오...! 결정적으로...?"
"미인이어야 합니다."
"갑자기...?"
"헤헤..."
"오홋홋홋 성일군 그쪽 취향이었습니까?"
뜬금없는 샬롯의 취향 타령에 당황한 성일.
그런 당황한 성일의 모습을 보며 짓궃게 놀리는 샬롯.
"부끄러워할 것 없습니다아! 메이드 제복(?) 취향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은근 많은 경우라. 오홋홋홋!!"
"아..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데요.."
"....?"
"탐정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라는 게 메이드 잡무를 제외하면, 비서와 고객 응대가 주요 업무일 건데. 이 경우 미녀가 응대하면 고객에게도 꽤 인상 깊을 테니까요. 의외로 고객 응대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 못 합니다! 이건 실제로 통계학에 나왔던 내용이고요!!"
"오오!!! 통계학!!! 오오!!!
샬롯은 통계학이 뭔지 몰랐지만, 일단 멋져 보였기에 환호하며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메이드 겸 사무원 뽑는 거에 찬성하시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유능한 사무 보조원은 우리 사무소에 날개를 달아줄 겁니다!"
"과연!!! 그럼 당장 모집 공고를 만들러 갑시다!!"
"네! 샬롯양!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