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의 지배자-133화 (133/576)

〈 133화 〉 마법 도시와 명탐정

* * *

"그렇게 할겁니다. 다행히 저희도 구룡성채를 토벌할 준비를 끝내놓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내일 샬롯 탐정님을 호위할 겸, 토벌 작전을 실시하도록 하지요. 긴급 보고로 총장님 및 윗분들의 허락은 받아놨으니 걱정 마시고."

표정을 굳힌 레스트라스 경감은 성일에게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고 그 말을 들은 성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내일이면 끝이군.'

다음날.

성일은 샬롯에게 혹시 모를 『더 클럽』 소탕 작전의 지원을 핑계로 샬롯에게 일시적 이탈을 요청했다. 그녀는 성일을 걱정하며 만류했지만, 어차피 일리나를 비롯해 많은 경관들이 샬롯을 호위하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필요 없을 거라 설득한 후, 소탕 작전에 합류하고 싶다고 강하게 요청했다.

결국 성일의 고집을 꺾지 못한 샬롯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승낙했고, 성일은 경관들과 합류하러 가는 척하다, 이탈해 유프테시아와 함께 합류했다.

"흐음... 이쪽이야?"

"맞아요. 걱정 말고 따라오기나 해요."

마법 가면을 착용해 정체를 숨긴 후 로건의 보물창고로 이동하는 둘. 성일은 구룡성채 지하수도를 통해 잠입하려하는 유프테시아의 계획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그녀는 당치도 않은 의심이라는 듯, 그를 타박한 후 이동한다.

"후우... 냄새..."

"응? 가면에 호흡 장치 있어요. 그거나 써요."

"엇? 그래?!"

뜻밖의 조언에 깜짝 놀라며 유프테시아가 알려준 대로 가면을 사용해보는 성일. 그러자 악취가 사라지고 호흡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거의 만능이잖아? 이 가면.'

알면 알수록 대단한 마법 가면의 효과에 감탄하는 성일. 그는 반드시 가면의 관세를 지불해 소유권을 완전히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며 유프테시아의 뒤를 쫓는다.

"흐음... 이쯤이군."

미로 같은 하수도의 특정 위치로 이동한 유프테시아. 그녀는 천장을 살펴보더니 로프건을 발사해 천장에 줄을 매단다.

"따라 올라와요!"

그렇게 말한 후 조용히 밧줄을 타고 위로 오르는 유프테시아. 성일은 얌전히 그녀를 따라 오른다.

'막혔잖아? 뭐 하려는 거지...?'

성일이 유프테시아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던 그때, 그녀는 품에서 통 하나와 붓을 꺼내 통속의 액체를 붓에 묻히더니 벽에다가 치덕치덕 칠하기 시작한다.

"뭐 하는... 엇? 그거 설마?"

"예~ 당신이 줬잖아요. 기억 안 나요?"

아마도 자신이 줬던 '흐물흐물 페인트'를 바르는 듯한 유프테시아의 행동. 그 행동에 성일은 어째서 그녀가 이 밀폐된 하수도로 오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찌익! 찌익!

뽑기 아이템의 신비한 힘으로 인해 종이가 되어 찢어지기 시작한 두꺼운 벽. 두 번 정도 페인트를 칠하자, 거의 10m에 가까운 벽은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손쉽게 뚫려버린다.

"호오..."

그리고 둘 앞에 나타난 온갖 예술품들과 금괴가 쌓여있는 로건의 보물창고. 방에 들어오자 유프테시아는 마도구인듯한 장치를 이용해 벽에 난 구멍을 가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흐음... 보석이나 좀 슬쩍해볼까?'

성일이 그렇게 생각하며 보석에 손을 뻗는 그 순간.

"손대지 마요!"

"!?"

귀신같이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유프테시아의 말. 성일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며 보석을 만지려는 손놀림을 멈춘다.

"감지 마법이 걸려있어요. 막 손대다가는 놈들이 알아차릴 거에요!"

"아...."

성일은 그런 그녀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얌전히 그녀를 따라 방구석에 있는 사각지대에 몸을 숨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법 시간이 지나자 건물 외부에서 큰 소요의 함성이 들린다.

"뭐...! 뭐야!! 침입자다!!"

"침입자는 무슨! 공권력의 행차시다!! 이 새끼들아! 다 대가리 박아!!"

등등

온갖 괴성과 폭음소리, 그리고 고통 어린 신음 등등, 성일이 외부의 소요에 긴장하며 숨을 참고 있던 와중...

"빌어먹을! 왕국 놈들이 미쳤나?! 그래도 아직 제국과의 협정이 몇 년 남았는데 왜 저 지랄을...!"

그렇게 욕설을 내뱉으며 보물창고에 들어온 거친 인상의 한 남자. 그는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보물창고에서 보석과 금괴 몇 덩이를 챙겨 가방에 넣은 후, 등에 들쳐메며 중얼거린다.

"후우... 일단 이 정도면 얼마간 도주하며 버틸 때 쓰기 충분하겠군... 부족하면 다른 은거지에서 챙겨도 충분하니... '그것'만 챙기면 되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후 로건은 방구석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풍경화 앞에 다가선 후,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손에 쥐고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위대한 욕망의 악신이시여 그대의 종이 그대를 부르나이다..."

얼핏 들어도 사악해 보이는 로건의 주문. 성일은 심상찮은 로건의 중얼거림에 긴장하며 유프테시아를 흘끗 쳐다본다.

그런 성일의 시선을 바라본 유프테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좀 더 기다리라고 신호를 준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림에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더니 '진짜'처럼 바뀐다. 그리고 로건은 아무렇지 않게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쫒아가야하는 거 아냐?'

혹시라도 로건이 그림 속에 숨겨진 마법으로 탈출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하는 성일. 그러나 유프테시아는 아무렇지 않아 하며 얌전히 기다릴 뿐이었다.

'흐음... 쟤가 저렇게 여유롭게 있는 거면 이유가 있는 거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능한 유프테시아의 행동이라면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얌전히 대기하는 성일.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로건은 그림에서 다시 돌아 나왔고, 그의 손에는 주먹만 한 검은 보석 하나가 들려있었다.

'...저게 악신의 유물이군.'

자신이 노린 유물의 등장에 표정을 굳힌 성일. 그녀는 얌전히 유프테시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그녀는 성일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준다.

그녀의 신호와 동시에 전광석화같이 로건에게 돌진하는 성일

"뭐...! 뭐야!? 네놈들은!"

"뭐긴? 네놈 새끼를 처단하러 온 탐정나으리지."

"건방진!"

그렇게 말하는 성일에게 품 안의 마법봉을 꺼내 조준하려는 로건. 하지만 성일은 오랜만에 헤이스트 마법 각인을 발휘해 육체의 속도를 두 배로 만든 다음, 내공을 극대화하며 질풍같이 파산신권의 초식을 펼치기 시작한다.

"뭐... 뭐야!!"

인간 같지 않은 성일의 몸놀림에 기겁하는 로건. 그는 마법봉을 사용해 성일에게 사악한 힘이 느껴지는 마법을 뿜어댄다.

'피할만 해.'

경관들이 사용하는 무색의 충격 마법봉과 달리, 사악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로건의 마법. 척 봐도 위력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사악한 마법이었지만, 충격봉과는 다르게 눈에 보이는 관계로 성일은 어렵지 않게 회피하기 시작한다.

"괴물 새끼!!"

그런 성일의 초인적인 몸놀림에 기겁하며, 마법을 끊임없이 난사하는 로건.

'헤이스트의 발동 지속 시간은 5분. 그 안에 반드시 저놈을 죽인다.'

그렇게 생각하며 성일은 파산신권의 현란한 초식을 로건에게 펼치기 시작한다.

"맞아!! 맞아!! 맞으라고!!! 이 괴물 새끼!!"

발악하듯 마법봉을 발포하는 로건, 하지만 성일은 기묘한 보법으로 로건의 눈을 현혹하며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런 성일의 접근에 기겁한 로건은 품에서 칼을 꺼내 그에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병신 새끼."

끽해봐야 평범한 도적 1의 칼 놀림에 불과해 보이는 로건의 손놀림. 성일은 그런 로건의 손놀림을 비웃으며 가볍게 회피한 후 카운터를 날린다.

'총호법은 커녕, 총호법이 데려온 수하들만도 못한 쓰레기잖아.'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순식간에 로건의 손목을 후려쳐 그의 칼을 떨군 후, 파산신권의 마지막 절초를 펼친다.

"뒈져."

어깨와 머리를 일직선으로 만든 후 몸에 가공할 수준으로 내공을 폭주시켜 회전시킨다. 그런 후 하체에 몰린 내공을 상체로 폭주시켜 튕겨 나가듯 로건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하는 성일.

뻐어어어억!!!!

사람과 사람의 몸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트럭과 인간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소리가 로건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쿠와아아아앙!!

보물창고 벽 한구석에 몸을 처박아버리고 쓰러져 있는 로건. 성일은 파산신권과 헤이스트의 리바운드가 동시에 몰려오는 걸 느낀다.

'...시발 이러다간 기절할지도!!'

둘 중 하나의 리바운드만 느껴도 격한 탈력감을 느꼈는데, 두 개가 동시에 몰려오자, 몸에 무지막지한 쇼크가 올 것 같은 느낌에 기겁하는 성일.

그는 필사적으로 품에서 스태미너 포션을 꺼낸 다음 잽싸게 마시기 시작한다.

"꿀꺽! 꿀꺽! 푸하아..."

스태미너 포션의 덕에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성일. 그는 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탈력감이 해소되는 걸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와... 방금 뭐에요? 그거?"

그런 그의 곁에 다가와 감탄사를 내뱉는 유프테시아. 그는 넘어져 있는 성일을 부축한 다음 쓰러져있는 로건에게 이동한다.

"우어... 곤죽을 만들어 놓으셨네...?"

성일의 몸통 박치기를 제대로 맞아 몸이 으깨지듯 박살나 절명한 로건. 그는 얼굴과 흉부가 워해머에 두들겨 맞은 것 마냥 으깨져서 죽어있었다.

"후우... 별것도 아닌 놈이었잖아?"

"...동업자님이 괴물이라고는 생각 안 하시고?"

"..."

성일은 그녀와의 입씨름을 그만두고 로건의 품에서 그가 소중히 안고 있는 주먹만 한 검은 보석을 집는다.

"...이게 뭐지?"

"몰라요. 근데 딱 봐도 정상적인 물건은 아닌 거 같네요. 저주받은 거 같은데..."

"흐음... 그래도 로건이 다른 건 대충 챙겼지만, 이것만은 소중히 챙긴 걸 보니 굉장한 보물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근데 악마적인 유물 같은데..."

"흐음... 어쩌지? 이 보석의 소유권은?"

"흠... 전 무슨 대단한 비보 같은 걸 숨겨놓은 줄 알았는데... 그런 사악한 유물이라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네요. 전 필요 없어요. 저딴 걸 제 컬렉션 룸에 놔두면 꿈자리가 사나워질 듯?"

"그래...? 뭐... 그렇다면야 일단은 내가 챙길게."

"...그걸요? 정말? 저주받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여기다 방치하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로건이 소중히 챙기는 걸 보면 분명히 악용할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놈의 부하가 이걸 챙겨서 악용하면 곤란하잖아?"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이건 내가 챙긴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말한 후, 그들은 로건의 보물창고에 있는 보물들 몇 가지를 잔뜩 챙긴 후 탈출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더 클럽』에 뚫어놓은 지하도를 탈출해 구룡성채 외각으로 탈출한 그들.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고 생각하자, 성일은 유프테시아를 향해 말을 건다.

"후우... 이만하면 난 다시 『더 클럽』 쪽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그쪽 무리에 합류할게.

"예! 전 사무소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사무소를 지키고 있을게요."

"응! 그러면... 가는 김에 이것 좀..."

그렇게 말한 후 성일은 탈출할 때 한 아름 챙겨놓은 각종 보물들을 그녀에게 건넨다.

"흐응... 많이도 챙기셨네요."

"크흠... '오토마타' 만드는데 보석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푸하하... 알겠어요. 이건 제가 맡아드리죠."

그렇게 말한 후 유프테시아는 성일의 배낭을 들고 모리아티 탐정 사무소로 떠나갔다.

그녀가 떠나자 성일은 품속의 검은 보석을 꺼내 몰래 살펴보며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보석은 대체 뭐지?'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말없이 『감응』을 사용해 아이템을 감식해본다.

사신의 영혼석 : 세상을 창조했던 신 중 하나의 영혼 조각이 담긴 보석. 한때는 중도를 상징하는 신이었으나 타락하여 악의와 욕망만 가득 찬 악신이 되었다. 이 혼 조각 보석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강력한 쾌락과 힘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사용자를 끝없이 타락시키는 강대한 저주가 걸려있다. 조각에 시동 주문을 외우면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10배가 된다. (사용 시 해제 불가능한 타락 저주 발동.)

'....절대로 써선 안 될 물건이군. 사용하면 짐 로건처럼 욕망에 타락한 악마가 되겠지.'

'...근데 저주가 걸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물건인데 관세는 얼마일까? 안 쓰더라도 확인은 해보고 싶네.'

"관세!"

사신의 영혼석 : 10포인트

"존나 싸네..."

아무래도 끔찍하게 강한 저주가 걸린 물건이기 때문이어서일까? 관세는 터무니없이 쌌다. 때문에 성일은 포인트를 지불해 아이템을 사며 생각했다.

'왕국을 반쯤 망하게 하는 마약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물건이니, 차라리 내 인벤토리에 처박아 그 누구도 강탈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안전하겠다. 좀 찝찝하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저주받은 영혼석의 관세를 지불한 후 자신의 인벤토리에 숨겨버렸다.

"자... 이제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니, 퀘스트를 완료하러 샬롯을 만나러 가볼까!"

원작에서 로건을 몰락시킨 후 샬롯과 만나며 메인 퀘스트가 끝나던 『마법 도시와 명탐정』, 성일은 그간 고대했던 첫 번째 게임 엔딩을 위해 『더 클럽』과 그곳에 있을 샬롯을 만나러 떠나갔다.

"명탐정님!!"

"아앗! 성일군!!"

『더 클럽』 입구에서 레스트라스 경감과 서성이고 있던 샬롯. 성일은 잽싸게 그를 향해 달려가 외쳤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예에! 일리나 순경과 나머지 경관님들이 절 안전하게 지켜주었지요! 성일군은?"

"아! 전 짐 로건을 반쯤 죽여놨습니다..."

그러자 샬롯과 레스트라스 경감은 깜짝 놀라며 성일에게 묻는다.

"뭐라고요!? 놈을 말입니까?!"

그렇게 자신에게 묻는 둘에게 성일은 자신이 꾸며놓은 거짓말을 펼치기 시작한다.

"예. 전 VIP 회원인 척하며 놈의 서재로 접근해 놈을 두들겨 패서 반쯤 죽여놨지요! 놈의 목숨줄을 끊어 놓으려는 순간, 놈의 부하가 나타나, 도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쉽네요."

"오오... 그래도 대단합니다!"

"얼굴을 반쯤 뭉개놨으니 멀리 못 갔을 겁니다! 수색해 보시죠!"

성일의 말에 레스트라스는 희색을 띤 얼굴로 『더 클럽』을 수색했고, 얼마 가지 않아 놈이 숨겨놓은 비밀통로와 그 보물 창고에서 놈의 시체를 발견했다.

놈은 누군가에게 무자비하게 맞아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 아마 부하의 배신인 듯하다고 판단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우리는 위험천만한 『더 클럽』의 내부를 탐험해 윈덤시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인신매매를 해결하고 악명높은 로건파를 괴멸시킨 것에 핵심적인 공을 세운것으로 평가받아 윈덤시 내에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후후... 드디어...!"

자신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덜덜 떠는 손으로 게임마스터를 켜는 성일.

'...드디어 첫 번째 게임 클리어다!! 대체 무슨 보상을 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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