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화 〉 던전의 수호자
* * *
'끄응... 이 게임은 적들 대비 아군이 엄청나게 부족한 관계로 그녀들을 강제로 취하다 척을 지면 엄청 곤란한데...'
그렇게 성일이 그녀들에 대해 불순한(?) 생각을 하던 그때. 그녀들이 성일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물건을 안 챙기나요?"
"아... 갑자기 고민이 생겨서."
"...갑자기?"
뜬금없다는 표정의 다크 엘프. 그런 그녀에게 성일은 본심을 숨기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아, 아까 종자가 도망친 게 좀 찝찝해서."
"아....."
"놈들이 일반적인 모험가였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빛의 신이 부리는 종복들 같아서 좀 찝찝해서 말이죠."
"..."
그런 성일의 말에 표정을 굳히고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엘프. 성일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아차 하는 마음을 갖는다.
'...자기들 때문에 성지가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름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만, 자신으로 인해 되려 위기가 증폭될지 모른다는 상황에 엘프들의 표정은 우울해진다. 그런 그들을 위로하듯 성일은 입을 떼기 시작한다.
"뭐, 오면 어떻습니까. 막으면 되는걸. 그리고 이걸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음... 그러려나요?"
"그럼요. 자신이 없었으면 저희가 흩어진 신도들을 모으기 위해 영혼 등대까지 건설했을까요? 그리고 빠르건 늦건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했을 일이고요."
게임의 스토리를 알고 있던 성일은 그렇게 담담한 어조로 플레이어가 했던 대사를 읊기 시작했고, 그 말에 고무된 엘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한다.
"후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
"아까 놈들과 싸움을 하는 와중 당신이 스스로를 대전사라고 칭하시는 거 같던데... 정말인가요?"
살짝 미심쩍다는 표정을 짓는 엘프. 그런 그녀에게 성일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물론. 제가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죠. 전 일주일 전쯤 신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성지를 건설 중이고요."
"!!"
새로운 성지라는 표현에 무척이나 밝은 표정을 짓는 엘프 자매들.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더니,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 그에게 질문한다.
"음...! 듣기만 해도 든든한 말씀이네요! 다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믿을 수 있을까요? 증명을..."
"어... 음... 없는데요."
"..."
"그게 성지를 건설하는 와중 뜬금없이 하수인들에게 연락을 받고 튀어온 거라 뭘 준비할 시간이..."
난감해하는 성일의 표정을 보자 자매들은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쨌건 자신들을 구해준 존재이기에 무례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어물쩍한 태도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같이 가시죠. 성지로 가면 모든 걸 알 수 있는데."
"음..."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조심스러운 요청에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대처를 해드리겠지만, 방금 말했듯 저도 성지에 부름을 받은 지 일주일밖에 안돼서..."
"아..."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성일의 말. 그러나 그녀들이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성일은 그들에게 강하게 말을 잇는다.
"어차피 이렇게 있어봐야 서로 시간 낭비만 할 뿐입니다. 그냥 절 믿고 가주시죠."
"음..."
그런 성일의 말에 그녀들은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성일에게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음!! 믿어볼게요!"
쌍둥이 중 동생인듯한 여성이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자, 성일은 웃으며 그녀들에게 손짓했고, 그녀들은 성일을 따라 미궁 구석 깊숙이 숨겨져 있던 달의 신의 성지로 도착했다.
"오셨군요!!"
그런 그들을 반갑게 반겨주는 라쌀. 그는 고작 반나절의 시간 동안 성지 내에서 고블린들을시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헤에... 그 짧은 시간에 뭔가를 잔뜩 지어놨네?"
"아! 영혼 등대를 켜놨으니 앞으로 신도들이 많이 올 테니까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임시 거주지를 만들었습니다."
"...임시?"
갑자기 임시라는 표현에 의아해하는 성일. 라쌀은 그런 그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설명을 시작한다.
"이곳은 입구에서 너무 가까우니까요. 지금 신께서 힘을 보충하시느라 이곳에 잠시 머물 뿐, 언젠가 더 깊숙한 곳으로 안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아, 뭔 말인지 알겠네.'
라운드별로 더 깊숙한 곳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던전의 수호자 시스템. 성일은 본능적으로 라쌀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아 더 캐묻지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뭐, 이곳에서 임시 던전을 짓고 안으로 더 파고드는 거겠지.'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던 와중,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엘프 자매들이 쭈뼛거리며 튀어나왔고, 그 모습을 본 라쌀은 반갑게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 바로 이번에 먼 곳에서 이곳까지 힘겹게 오신 분들이군요."
"아! 맞아요! 반가워요."
"예. 정찰나간 병사들이 여러분들이 위급하다 하셔서, 대전사님이 급히 도움을 가신건데,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 이분이 정말로..."
그렇게 성일이 진짜 달의 신의 대전사라는 게 증명되자, 두 자매들은 경외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러다 그녀들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성일에게 자신들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정말 대전사셨군요! 그러고보니 자기 소개를 안했네요. 저는 레나, 저 아이는 제 쌍둥이 동생 레아에요!"
"아, 전 성일입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소개한다. 그들이 소개를 마치자 라쌀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이동한다.
"이쪽으로 오시죠!"
"...?"
뜬금없는 말에 의아했지만 그를 따라간 성일. 그러자 성소 구석에 작지만, 꽤 쓸만해 보이는 숙소가 등장한다.
"오..."
그 짧은 시간 동안 휴식할 장소를 만든듯한 라쌀. 성일이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올 테니 전 앞으로 대전사님이 데려온 하수인들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성지를 개발해 나갈 겁니다."
"오홍..."
"참고로 식량도 이런 식으로...."
그렇게 자신의 도시 계획을 성일에게 설명한 라쌀. 그는 설명을 마치고 그에게 앞으로 해야 할 임무들을 정해준다.
"...때문에 대전사님은 저를 도와 많은 일꾼들을 구해주셔야겠습니다."
"그래야지."
첫 번째 웨이브까지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 모르지만, 성일은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해보기로 한다. 그가 라쌀을 따라, 신전을 둘러보는 그때, 신상의 머리 위에 !표가 떠 있는 걸 확인한다.
"...?"
뜬금없이 보이는 느낌표 표시에 의아해하던 성일. 그는 그러다 그 표식이 오랜만에 ON한 서브 퀘스트의 능력임을 깨닫는다.
'아, 저거 서브 퀘스트 알람이였지?'
그렇게 성일은 재빠르게 폰을 켜서 내용을 확인해본다.
『서브 퀘스트 보상 및 연속 퀘스트! 신상에게 다가가서 보상을 수령하고 연계 퀘스트를 받아보세요.!』
"어? 보상? 연퀘?"
서브 퀘스트 보상으로 늘 포인트만 받아 봤던 성일. 그는 뜬금없는 보상 멘트에 의아해한다. 하지만, 주겠다는 걸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기에 그는 얌전히 신상 앞으로 다가간다.
후드를 쓴 채, 구슬을 들고 근엄하게 서 있는 달의 신 석상. 성일이 궁금한 마음에 석상에 다가서자 석상의 구슬이 강렬한 빛을 내며 성일에게 빛을 뿜는다.
'...뭐지?'
그렇게 의아해하던 것도 잠시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팔찌가 되어 성일의 눈앞에서 둥둥 떠 있게 된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목소리.
『잘했노라 나의 대전사여. 그 팔찌를 지니고 있으면, 이곳에서 네가 죽더라도 얼마 후, 이 시간대로 다시 회귀할 수 있게 된다. 권능을 잘 사용해 보아라.』
『그 권능을 이용해 적들에게서 성소를 수호하도록.』
"!!"
아마 세이브 아이템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달의 신의 보상. 성일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느낀다. 그런 그는 빠르게 팔찌를 들고 『감응』을 사용해 아이템의 능력을 확인해본다.
『달의 축복 : 특정 시간을 1회 지정해 회귀할 수 있다. (던전의 수호자에서만 사용 가능 / 쿨타임 30일)』
『첫 번째 회귀 시간을 강제로 지정하려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Y/N)』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인 팔찌의 성능. 그는 팔찌를 쥐어 들고 시간을 지정한다.
'뭐... 어차피 다음 라운드 전까지는 방법이 없으니 무조건 지정하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한 그는 거침없이 회귀 시간에 대해 동의를 누른다. 그러자 강렬한 빛이 발산되더니, 얼마 안 가 그의 폰에 알람이 뜨기 시작했다.
『회귀 시간 지정 완료.』
"오... 됐다!"
사실상 세이브가 완료되자, 성일은 그동안 몰려있었던 긴장감이 확 풀리는 걸 느낀다. 때문에 그는 급격히 피로가 몰려오는 걸 느껴, 아까 라살이 안내해준 자신의 방에 돌어간다.
"오... 그 사이에 또..."
그 잠깐 사이에 이제 침구류까지 세팅해놓은 라쌀의 능력에 감탄하며, 성일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 한다.
'아오... 피곤해. 오늘 하루 동안 진짜 많은 일이 있었네. 일단 좀 쉬자...'
똑똑!
"누구...?"
고된 피로로 인해 잠자리에 들려는 준비를 하던 성일. 그러던 와중 누군가 자신의 방에 노크하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안녕?"
"어..."
방문자의 등장에 마중을 나가자, 뜬금없게도 아까 자신이 도와준 다크엘프 자매 중, 한 명이 자신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바빠? 나 레나야. 기억하지?"
"아, 뭐... 바쁜 건 아닌데..."
"오! 잘 됐어!"
"...?"
믿도 끝도 없는 그녀의 화법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성일. 그런 그를 무시하고 레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방에 침입을 시도한다.
"흐음... 깔끔하네?"
"어... 내가 관리하는 곳도 아닌지라..."
"하긴! 무려 대전사께서 투숙하는 곳인데 부하들이 관리해줘야겠지!!"
'...뭐래.'
뜬금없이 자신의 방에 찾아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그녀에게 성일은 무척이나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건성으로 대꾸한다.
"어.. 너무 안 반가워하는 거 아냐?"
"아... 좀 피곤해서."
"하긴... 아까 그렇게 대단하고 격렬한 무용을 보여줬는데, 피곤할 만도 하지."
"어어..."
긴장이 풀려 진짜 지친 관계로 침대에 걸터앉아 건성으로 대꾸하는 성일. 그는 에게 눈치를 주며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
'아, 좀 쉬자...'
그런데도 불구 나갈 기미가 안 보이는 레나. 성일이 피로로 인해 정말 짜증 내며 축객령을 내리려는 그때.
"...?"
뜬금없이 눈앞의 다크엘프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벗기 시작한다.
"....뭐하니?"
뜬금없는 전개에 황당해진 성일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그녀에게 질문하자, 레나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그에게 답을 시작한다.
"응? 너 여자 안 좋아해?"
"어... 그... 그 말이 아니잖..."
"후후... 순진한 척하긴."
그렇게 말한 레나는 무척이나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성일에게 다가간다.
생전 처음 겪는 황당한 상황에 성일이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자, 그녀는 피식하고 웃더니, 얌전히 손을 움직여 그의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시발, 이게 뭔 상황이래.'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는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살짝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레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맞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부터 설명해주면 안 될까?"
성일이 진지하게 표정을 굳히고 그녀에게 상황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자, 그의 가슴을 부드러운 손으로 매만지던 레나는 다크엘프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잇는다.
"왜라니? 당신은 우리가 믿는 신의 대전사잖아?"
"..."
"그렇다는건, 당신과 긴밀한 관계가 되면 우리의 미래가 더 편해지지 않겠어? 그리고..."
"...그리고?"
"신께서 점찍으신 강한 전사의 씨를 받는다면, 우리 역시 좋은 후손을 가질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
"..."
"그러니 그냥 편하게 누워있어. 우리가 나머지는 알아서 해줄 테니."
"...우리?"
"응, 레아는 잠시 씻고 있어서. 곧 올 거야. 혹시 따로따로 하는 게 더 편해?"
'아니! 시발! 절대로 아니지!!'
생전 처음 쌍둥이와 3P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성일은 절로 피로가 가시는 걸 느낀다.
"...물론, 절대 그렇지 않지."
"푸하핫... 밝히긴... 일단 좀 앉아봐."
그렇게 말한 레나는 성일을 침대 끄트머리에 앉혀놓고, 그의 허리띠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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