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의 지배자-226화 (226/576)

〈 226화 〉 저주받은 왕좌

* * *

"그런 놈들을 한 번 도와서 별의 교단을 추적할 수 있으면!! 잠시간의 고통을 감내할 만하지 않겠나!! 정의의 일보 전진을 위해 때론 일보 후퇴를 할 필요도 있는 법일세!!"

"음...."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내뱉는 반. 성일은 그런 그의 반응에 반쯤 당근책을 내밀며 그를 회유한다.

"그리고..."

"...?"

"첫 번째 임무에 비해 목표가 명확하잖나! 오늘 마무리 지은 임무처럼 허탕 치긴 좀..."

그런 성일의 말에 세나는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로 그에게 달려들어 설득을 시도한다.

"그래 반! 거기다, 세 번째 임무는 너무 멀잖아! 걸어서 닷새는 걸어야 나올 영지인데... 가까운 일부터 하자고!"

"아, 그 말은 마음에 드는구나 꼬마 인간."

"헤헤... 그렇죠?"

동료들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로 쏠리자 반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의 의견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휴... 간신히 설득했네.'

상황을 자신이 의도한 대로 상황을 유도하는 대로 성공한 성일. 그는 안도하며, 일행과 함께 마스터 팔라딘을 만나러 이동한다.

"아, 벌써 결정된 건가? 하루 이틀 쉬고 와도 되네만."

"...신을 섬기는 기사 된 자로써, 몸이 편해 무얼 하겠습니까."

"하하, 옳은 말씀이네. 형제여. 그래, 어떤 임무를 택하려 하는가?"

"두 번째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이걸 받게나."

그렇게 말한 마스터 팔라딘은 곁에 있는 책상에서 양피지로 된 문서 하나를 꺼내 반에게 건넨다.

"이건...?"

"추천서일세. 그걸 가지고 행정 지구로 가게나. 그곳에 베리사 콜리너스라고 하는 여마법사를 찾아가게. 그 소개장을 주면 그녀가 알아서 업무를 설명해 줄 걸세."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성일과 일행은 추천서를 들고 솔라니움의 행정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헤에... 마법사들이 왜 행정지구에 있는 거예요? 다른 대도시는 시외곽에 마법 길드를 만들어 탑 속에 박혀 살던데."

"그거야 솔라니움은 마법사들의 입김이 매우 강한 도시니까. 수백 년 전에 놈들이 세운 마법 길드는 거대 상인 가문 몇 곳과 손을 잡고, 도시의 권력을 휘어잡았다고 하더군. 때문에 다른 도시와 달리 이곳은 마법사들의 권력이 무척 강하다고 하더라."

"오... 그런 거를 브루노는 어떻게 아는 거예요?"

"...너 도적 맞냐? 이 정도는 기본 상식이지 않으냐."

"흥! 난 당신처럼 늙다리가 아니라서 내가 활동하지 않은 지역의 이야기는 모른다고요!"

그런 식으로 일행이 티격태격하던 와중, 그들은 어느새 행정지구에 있는 시청에 입성한다.

'...꽤 크네?'

게임 속 장소와는 달리 꽤나 큰 솔라니움의 시청. 대리석으로 고급스럽게 지어진 시청의 건물. 화려한 문양에 감탄하며 성일이 건물 내부를 감상하던 그때. 일행에게 한 중년의 남성과 중무장한 경비 둘이 다가온다.

"잠시 정지해주시지요. 여기서부터는 허락된 인원만 내부 진입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정의의 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갑주를 입은 반과 누가 봐도 전투 사제인 복장을 차려입은 브루노 덕인지, 그들은 나름 정중하게 일행을 저지한다.

"저희는 업무차 이곳에 왔습니다. 이건 관련 문서이고요."

"아... 잠시만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리더인 반은 자연스럽게 관리자에게 양피지를 건넨다. 그가 건넨 양피지를 꼼꼼히 읽던 관리자는 이내 표정을 고친 후 일행에게 가벼운 사과의 말을 꺼낸다.

"아, 베리사 의원님의 손님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연한 거니까요. 혹시 지금 그분을 뵐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절 따라오시죠."

그렇게 중년의 남성은 일행을 이끌고 경비들과 함께 시청 구석에 있는 집무실로 걷기 시작한다.

"헤에... 난 단순 마법사인 줄 알았는데, 무려 시의원님이셨어...? 귀족이셨나?"

의뢰인의 정체가 궁금했던지, 세나는 작게 의뢰인에 대해서 중얼거린다. 그러자 관리자는 빙그레 웃으며 세나에게 베리사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아, 그분은 평민이지만 5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시에 큰 공을 세운 천재 마법사 십니다. 그 공로로 지금 시의원이 되신거고요."

"...그래요?"

"예. 참고로 그분은 5년 전에 초급 마법사에 불과하셨지만, 솔라니움 마법 길드의 임무를 맡아, 룬 대륙 곳곳을 탐험하며 실력을 크게 올리신 분으로도 유명하지요."

"헤에... 그게 가능해요?"

"그게.. 하하.."

"...?"

"크흠... 그분이 운이 엄청나게 좋으셨거든요."

"에?"

"어찌나 운이 좋으셨던지, 맡으신 임무마다 기연을 얻으셔서, 온갖 마이너 아티팩트들을 획득해 실력이 빠르게 증진되셨거든요."

"와...."

"아! 참고로 그분께 운... 이야기하면 매우 불쾌해하시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알겠어요!"

'음? 그런 배경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냥 퀘스트 주는 NPC인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

그렇게 의뢰인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던 와중, 일행은 그의 집무실에 도착한다.

"베리사님. 정의의 신전에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아! 이렇게 빨리요? 어서 안으로 모시세요."

'오... 꽤 미인인데?'

붉은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베리사의 외모. 검정과 적색이 섞인 실크 타입의 로브를 입은 그녀는 일행의 등장에 화사한 미소를 띠며 일행을 맞이한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팔라딘님!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저렇게 어린데 벌써 시의원에 중급 마법사라고?'

그런 베리사에게 묘한 궁금증을 가진 성일. 그녀는 인게임에서 딱히 두각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아젠트. 손님에게 차를 내오렴."

"예. 스승님."

기껏 해봐야 24~25살밖에 안 됐음에도 불구, 제자를 받은듯한 베리사. 그런 그녀의 명령에 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젠트라는 남성 제자는 그녀의 명에 따라 찻주전자를 들고 일행이 앉아있는 접객용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헤에... 꽃향기가 나네요?"

"예, 솔리움 차입니다. 솔라니움 부근에서만 자생하는 솔리움 꽃의 잎을 따서 만든 차에요."

"잘 마시겠습니다."

그렇게 아젠트가 내준 차를 마시던 그때.

『...어?』

뜬금없이 의문사를 내뱉는 저주받은 검에 의아해진 성일은 검을 쥐고 속으로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왜?'

『...여기 위험해.』

'갑자기...?'

성일은 밑도 끝도 없이 위험하다는 저주받은 검의 말에 당황한다. 때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위험한 점을 찾을 수 없어 조심스레 검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좀 자세하게 말해봐. 난 딱히 모르겠는데...'

『교묘하게 숨겨져 있긴 한데, 내가 잘 아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아는 느낌? 무슨 소리... 어?!'

무슨 소리냐며 검을 타박하려던 그때 성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성일의 마음을 읽었던지 저주받은 검도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다.

『아무래도 이곳 근처에 내 전 주인이 숨어있는 거 같아.』

'여기에? 이곳은 무려 솔라니움의 행정 중심이자, 강력한 마도사들의 거주지인데? 이곳에 숨어 있다고?!'

『내 주인은 보통 마법사가 아니란 걸 잊었어? 그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마도의 괴물이라고.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기운을 전혀 티 나지 않게 숨길 수 있을 거야.』

'음... 그럼 너는 어떻게 그걸 확인했는데?'

『그거야... 내가 예전에 설명해줬잖아. 난 내 주인인 데미리치의 영혼 조각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 때문에 그가 가까이 있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를 눈치챌 수밖에 없어.』

'...'

듣고 보니 이해 가는 검의 말에 소름이 돋는 성일. 그는 마른침을 삼킨 후, 조심스럽게 『감응』을 사용해 베리사를 조심히 정탐해본다.

'흠. 딱히 이상한 건 못 느끼겠는데...'

최근 날카롭게 진화한 『감응』덕에 웬만한 적의 위협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던 성일. 거기에 얼마전 얻었던 위기 감지용 서브 스킬인 『탐정의 직감』 역시 딱히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관계로 성일은 찝찝한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한다.

'...쓸데없이 티를 내면 그게 더 위험할 테니까.'

그렇게 성일은 평정을 가장하며 베리사가 말하는 내용을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부에 있을지 모르는 언데드들과 소수의 악마들을 상대할 수 있는 성기사님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음... 그 정도로 위험한 유적이라면, 도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협조해야겠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탐사 관련 물품들은 모두 저희 마탑에서 지급해드릴 테니,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예! 그러면 이틀 뒤, 유적의 앞에서 뵙는 거로 하지요."

그렇게 일행은 베리사와의 대담 일정을 마치고, 그의 제자를 따라 행정 구역의 보급품으로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베리사 콜리너스라... 주의해야겠어.'

『음... 그러게. 아까 나도 대충 들어보니 5년 전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신예 마도사라며? 마침 내 전 주인이 팔라딘들에게 패배하고 도주한 게 그쯤이였어.』

'...그 말은?'

『아마, 내 전 주인이 완전한 데미리치가 되어, 육신을 다시 만든 존재가 바로 그녀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크네. 문제는 내 『감응』에 그녀의 위협이 전혀 체크가 되지 않던데, 왤까?'

『감응? 아, 그 네 고유한 정탐 능력 말이지? 그거야 뭐... 데미리치는 반신에 가까운 존재니, 너와 격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게 아닐까?』

'하긴... 그나저나...'

『?』

'...네가 그를 탐지할 수 있다면, 반대로 그 역시 너를 탐지할 수 있는 거 아냐?'

『응. 그래서 내가 위험하다고 했던 거야.』

'시발....'

성일은 사악한 괴물 중의 괴물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무척이나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그러던 와중 보급품 창고에 도착한 일행은 각자 필요한 물품을 조금씩 챙기기 시작했다.

"흐음... 오! 포션이다!"

"그거 쓸만하겠군."

꽤 품질 좋은 보급품들이 쌓여있는 창고에서 왁자지껄하게 보급품을 챙기는 일행들.

평소라면 성일 역시 기분 좋게 물건들을 뒤지려 했겠지만, 이곳에 무시무시한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물품을 뒤지기보단 빠르게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음, 난 바깥에서 좀 쉬고 있겠네!!"

"에? 야만인 아저씨 보급품 따로 필요 없어요?"

"포션 정도 빼면 딱히... 다만 난 포션을 잘 모르니! 세나양에게 내 몫까지 부탁 좀 하겠네!"

"아항! 알겠어요!"

그렇게 일행들에게 양해를 받은 성일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젠트에게 말을 걸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말한다.

"나 먼저 좀 나가 있어도 되나?"

"아, 보급품은 필요 없으신지요...?"

"그렇다네! 딱히.."

"후후... 그렇다면 저기 응접실에 잠시 앉아계시죠. 가벼운 다과를 준비하겠습니다."

"에? 딱히 필요 없는데... 그냥 나가면 안 되나?"

그런 성일의 말에 아젠트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만류한다.

"그게... 장소가 장소인지라, 물품 절도 때문에라도 출입을 일행과 함께하셔야 해서요..."

"쩝... 그렇다면야. 알겠네."

"후후...! 감사합니다! 경비병 아저씨! 저 대신 저분들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런 아젠트의 말에 담당자인듯한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답하기 시작한다.

"알았네 아젠트 군."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젠트는 성일을 데리고 근처의 응접실로 이동했고, 그의 앞에 꽤 괜찮은 다과를 내려놓기 시작한다.

"오, 색이 이쁘네."

"아! 요새 유행하는 향료를 넣은 과자에요! 한번 드셔보시죠."

꽤 귀엽게 생긴 미소년의 말에 성일은 빙그레 웃은 후 과자를 집어 든다. 그러자 입속 가득히 풍기는 과자의 풍미.

성일은 그렇게 아젠트가 챙겨준 과자를 우걱거리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근데... 『감응』이 레벨업 하기 전에도 웬만한 존재는 강함을 떠나 충분히 전력 파악이 됐었는데, 이런 약점이 있었다니 좀 아쉽네.'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씁쓸한 마음에 연습하듯 『감응을』 베리사의 제자 아젠트에게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

그러자 성일은 아젠트의 몸에서 무지막지하게 흉악하고 무서운 기운이 자신의 감각을 파고드는 걸 느낀다.

'시... 시발 이거 뭔데?!'

얼마 전 조우영 교수에게서 느꼈던 감각 이상의 흉악한 기운을 풍기는 아젠트의 감각. 성일은 그 끔찍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몸이 덜덜 떨리며, 겁에 질리기 시작한다.

"꿀꺽..."

성일은 최대한 자신의 이상함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바닥에 박고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아젠트가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흐응... 아까 느꼈던 기묘한 '감각'이 착각이 아니었네요?"

"...!!"

"자신의 정신을 파장 형태로 외부에 투사를 한다라... '식별' 마법을 고차원도로 진화시킨다면 이런 마법이려나...?"

"..."

성일은 갑작스럽게 바뀐 아젠트의 말투에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폰을 집은 후 언제든지 현실로 귀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런 후 성일은 이를 악물고 용기 내 아젠트를 바라본다.

"씨발...."

그리고 그런 성일의 눈앞에 몸에서 흉악한 오라를 뿜어대며, 기묘한 구슬들을 몸 주위에 띄우고 있는 아젠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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