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의 지배자-332화 (332/576)

〈 332화 〉 미솔로지 아카데미

* * *

"알버트 라이볼린. 네 녀석의 선배 되는 사람이다."

"...알버트 라이볼린?"

성일은 클라우디아 뒤에 서있는 남성이 뜬금없이 튀어나와 나서는지를 깨닫는다.

'이 자식... 주인공 라이벌 중 한 놈이잖아.'

알버트 라이볼린, 클라우디아를 짝사랑하는 마법사. 그는 클라우디아 못지않게 재능있는 마법사임에도 불구,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도부로 들어와 그녀의 수족을 자청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이 새끼... 꽤 실력 있는 놈이지만, 동시에 음흉한 새끼로 알고 있는데...?'

금태양이 대놓고 양아치인... 그러니까 일종의 초보자용 라이벌이라면, 알버트는 상급자용 라이벌이었다.

그는 상급자용 라이벌 답게, 능력치가 허접한 금태양과는 달리, 능력치가 무척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더불어 클라우디아를 공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알버트를 능가하는 능력치를 갖춰야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아... 이놈을 꺾으면, 클라우디아 공략 조건 중 하나가 달성된단 말이지?'

'그러면 귀찮아질 테니, 그냥 적당히 사과하고 넘길까?'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긴 했지만,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될 것 같자, 성일은 냉정함이 돌아오는 걸 느낀다.

'그래. 그냥 사과나 하고 넘기자.'

그렇게 생각한 성일이 잠시간의 침묵을 멈추고 알버트에게 사과의 말을 하려는 그때.

"겁먹었나?"

"...뭐?"

"내 이름을 듣고, 겁먹었나 보군. 그렇지 않고서야,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을 리가 없을테니."

'이 새끼가 돌았나?'

성일의 침묵을 두려움으로 착각한 것인지, 그에게 한층 더욱 도발적으로 나오는 알버트의 모습.

성일은 그 태도에 다시금 피가 끓는 걸 느낀다.

"꼴을 보아하니, 운 좋게 능력을 폭주 시켜 1등급 평가를 받고, 실습도 좋은 평가를 받은 모양인데, 운적 요소가 짙은 평가를 보아하니, 네가 진짜 재능이 있는지 의심스럽군."

'이 새끼 봐라...?'

알버트는 아마도 성일을 클라우디아에 대한 새로운 연적으로 생각한 것인지,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의 뻔한 수작을 깨달은 성일은 대놓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다.

"...웃어?"

"뭐... 같잖은 도발이라니 재밌네."

"...같잖다고?"

"아니, 너무 행동이 티 나지 않나?"

"...?"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알버트의 코앞으로 다가가 성일은 그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발정난 개새끼도 아니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러다가 뒈지게 맞는다?"

"!!"

자신의 도발에 주눅 들기는커녕, 좀 더 거친 도발로 나서는 성일의 언행에 알버트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진다.

"이놈이...!!"

그러나 그보다 그를 더 분노하게 만든 건, 성일이 자신에게 빈정대서가 아닌, 너무 손쉽게 자신의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격분한 알버트는 등에 메고 있던 쿼터스터프를 꺼내 성일에게 가져다 대며 고함친다.

"건방진 놈 같으니!! 감히 선배이자 선도부 위원에게 그따위 망발을!!"

"언제부터 후배의 존중을 주둥아리로 받는 시대가 됐지?"

"이놈이...!!"

"나에게 존중을 받고 싶다면, 입을 털지 말고 실력을 보여. 그게 안 된다면 인품이라도 좋던가."

"...감히 내 앞에서 실력을 논해!!"

결국 성일의 도발에 알버트는 참지 못하고, 아카데미 한가운데에서 대놓고 주문을 영창 하려는 자세를 취한다.

"그만! 알버트!! 무슨 짓입니까!!"

"...이건 자존심에 문제입니다. 클라우디아."

연모하는 여인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듯 싶자, 평소 그녀에게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이던 알버트는 평소와는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만류를 뿌리친다.

"하지만! 알버트! 이곳은 교정 한가운데입니다! 선도부원으로서 어찌 교칙을!!"

"..."

클라우디아가 정론을 앞세우며 자신을 다독이자, 말문이 막힌 알버트. 결국 그가 감정을 다스리고 지팡이를 내리는 그 순간.

"그럼 다른 곳으로 가면 되잖습니까?"

"...어?"

자신이 중재하려는 와중, 뜬금없이 성일이 갈등을 재점화시키자, 클라우디아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마침 잘 됐네요. 저도 무려 각 학년에서 손꼽히는 무력과 재능을 가진 선도부의 간부들과 한번 손을 섞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무슨...!!"

성일이 실습에서 상당히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그는 고작 1학년생.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홀로 혹은 가정 교사를 통해 수련한 학생은 한계가 명확했다.

그에 반해 아카데미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과 초능력자들이 교수로 즐비해 있었고, 그런 아카데미에서 교수들에게 체계적으로 지도받은 학생을 신입생이 이길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차이가 있는 상황에 흥분한 두 사람의 대련이 격렬해지기라도 한다면, 자칫 신입생인 성일에게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이건... 반드시 말려야 해!!'

자신보다 재능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알버트의 실력을 조금도 무시하지 않는 클라우디아.

그녀는 성일이라는 눈여겨본 재능이 다칠까,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갈등을 말리려고 한다.

"두 사람! 지금 선도부 지도위원인 제 말을 우습게 보는 건가요? 설마!!"

클라우디아는 특유의 여왕님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고한 어조로 외친다. 그 표정과 어조에 알버트는 물론, 성일마저 살짝 녹아내릴 뻔한다.

'이쁘긴 살벌하게 이쁘네.'

고고한 태도로 사람을 내려다보는 클라우디아의 표정. 그 특유의 귀족적인 분위기는 사람을 위압하고, 동시에 마음을 닳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넘길 수 없지.'

원래대로라면 적당히 숙이고 넘어갔겠지만, 이미 이번을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

때문에 이참에 성일은 아예 활동 노선을 바꿔버리기로 한다.

'클라우디아가 등장한 걸 보니, 어차피 내 명성치는 임계점을 넘었어. 아카데미를 조용히 다니기는 글러 먹었단 말이지.'

'그럴 바에야 이젠 그냥 싸가지 없는 놈으로 노선을 변경한다!!'

'틱틱대며, 싸가지 없게 굴면 아웃사이더 생활이 가능해지겠지!'

'그러면 인간관계도 좁아질 것이고, 불필요한 이벤트에 휘말릴 가능성도 줄겠지?'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좀 전까지 지었던 존경 어린 표정을 남김없이 지워버리고,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두 남녀에게 독설을 내뱉는다.

"선도부고 간부고 나발이고. 생전 처음 보는 인간들이 뜬금없이 찾아와, 다짜고짜 이거 해라 저거 하라며 무례하게 굴어놓고, 이대로 넘어가려 한다고?"

"!!"

"내가 우스워 보여? 나는 아카데미의 학생 이전에 열국 대상맹 상주의 후계자란 말이지."

"..."

"내 실력을 무시한다는 것은 그간 가문에서 해준 교육을 무시하는 것과 같아! 고로 이건 우리 가문의 명예를 무시하는 처사란 말이야!"

"어..."

"그런데 그걸 이대로 쉬쉬하며 넘기라고?"

"..."

성일이 귀족인 클라우디아에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귀족적 핑계인 '가문'과 '명예'를 들먹이자, 그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알버트랬나? 고작 나보다 1~2년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위세 삼아 내 가문을 모욕해? 당장 대련장으로 날 안내해라. 그곳에서 네놈이 내게 위세를 부릴 자격이 있는지 직접 판단해 줄 테니."

"감히..."

여전히 화가 난다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그 역시 귀족가의 자제여서 그런지, 알버트는 성일의 논리에 순간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

"계속 그렇게 주둥이만 놀릴 건지?"

"윽..."

"내게 선배 대접을 받고 싶다면, 그만한 실력을 보여봐."

"네놈이..."

"쫄?"

"...?"

"쫄았냐고."

"이런 씨...!!"

성일이 마지막에 내뱉은 저속한 도발은 결국 화룡점정이 되어 알버트를 폭발시킨다.

"좋다! 당장 따라와라!! 네 녀석에게 선배의 위엄을 보여주지."

"하아..."

그저 성일을 선도부로 스카웃하려 했을 뿐인데, 일이 커지자, 결국 클라우디아는 한 손을 들어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거 재밌겠군."

"...?"

그렇게 기 싸움을 하는 그때. 그들의 옆에서 누군가 등장해 대화에 끼어든다.

'아론 교수 또 너냐?'

그는 쥐도 새도 모르게 등장해, 성일과 알버트의 설전을 재밌다는 듯, 이죽이며 즐기고 있었다.

"아힌델 교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론 교수는 이죽이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중년의 남성에게 말을 건다.

'아힌델이면... 마법사 쪽 교수잖아?'

어째서인지 아론 교수는 자신의 라이벌인 마법학쪽 교수와 함께 서 있었고, 그는 자신의 라이벌인 아힌델 교수에게 도발적인 어조로 질문한다.

"...재밌겠구려."

그리고 그런 아론 교수의 도발은 제대로 먹혀들어가, 아힌델은 굳은 표정으로 아론에게 동의를 표한다.

"자, 모두들 들었겠지? 초능력자 교수인 나와 마법사 교수인 아힌델 교수가 보증한다. 대련 중 두 사람이 다치는 걸 우리가 막아주마."

"!!"

"클라우디아! 선도부 전용 수련실로 당장 우리를 이끌도록."

"그... 그건..."

말려야 할 교수들이 나서서, 장작을 넣고 있자, 얼굴이 새파래진 클라우디아. 그녀는 필사적으로 두 교수를 설득하고자 한다.

"그저 학생 간에 말다툼일 뿐입니다! 거기다 3학년과 1학년의 대결은 불공정..."

"그만! 다른 것도 아니고, 가문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 어찌 귀족으로써 그런 사소한 것을 따지는가?"

"..."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아힌델 교수가 두 학생이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걸세. 설마... 우리의 실력이 못 미더운 건가?"

"그... 그럴 리가요."

각 학년의 지도 교수가 나서서 그녀를 권위로 압박하자, 고고한 클라우디아마저, 결국 고개를 젓고 만다.

"하아..."

한숨을 쉰 그녀는 포기한 얼굴로 성일과 알버트를 데리고 대련장으로 이동한다.

'호... 꽤 좋잖아?'

아카데미의 엘리트들을 위한 대련장답게, 훌륭하게 만들어져있는 대련장의 모습.

"각자 대련장에 양 끝단에 자리를 잡도록."

감탄하고 있는 성일의 귀를 때리는 아론 교수의 목소리. 흥미롭게도 그는 두 사람을 대련장 중앙이 아닌, 양 끝단에 자리 잡으라 말한다.

'마법사와 초능력자의 대결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육체적인 능력보다는 마력을 가지고 싸우다 보니 그런 모양.

익숙지 않은 패턴의 대련이지만, 성일은 군말하지 않고 알버트의 반대편에 자리 잡는다.

"대련의 룰은 간단하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가 전투 불능이 된다면, 그 즉시 공격을 멈춰야 한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좋아. 금화를 던질 테니, 금화가 바닥에 떨어지면 전투를 시작하도록."

중앙에 서서 금화 하나를 손에 들고 있는 아론 교수. 그는 두 사람을 가볍게 훑어보더니, 이내 허공에 금화를 던진다.

"쨍그랑...!!"

금화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와 동시에 성일은 몸에 내공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염력』과 『감응』을 동시에 사용한다.

'흐음... 확실히 강화시술 덕에 염력의 범위가 무척이나 넓어졌군.'

물론, 범위를 넓히면 넓힐수록, 당연히 힘의 밀도는 낮아졌다.

하지만, 성일이 펼친 『염력』은 단순한 『염력』이 아닌, 무려 『감응』과 결합해 있는 상태.

때문에 성일의 염력이 퍼진 반경 30m 정도까지는 먼지 한 톨의 정보마저 성일에게 완벽히 통제되고 있었다.

'『감응』으로 어렴풋하게 주변을 파악하던 과거랑은 비교가 안 되는걸?'

염력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강력해진 공간 장악력. 성일은 장악된 염력안에서 자신은 마치 신이 된듯한 느낌을 받는다.

'알버트가 뭔 짓을 해도 내가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

자신의 힘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진 성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알버트가 전투를 준비하는 걸 구경한다.

'흐음... 뭘 하려나?'

여유롭기 그지없어 보이는 성일의 모습. 얼핏 건방져 보이는 모습이지만, 알버트는 대련장의 공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단 걸 깨닫고 진지하게 대련에 임한다.

"..."

얌전히 좀 전의 나무 지팡이를 꺼내 성일 방향으로 겨누고 무언가 주문을 캐스팅하는 알버트.

'흐음... 『감응』에 따르면 공격 주문은 아닌 것 같고... 소환 주문... 인가?'

성일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알버트는 흥미롭게도 시공에 균열을 내 무언가를 대련장으로 소환하기 시작한다.

'바람...이 느껴지는데? 뭐지...?'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성일. 그런 그의 눈앞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크기의 에어 엘리멘탈 둘이 나타난다.

"호오..."

작은 트럭만 한 크기의 에어 엘리멘탈. 흥미롭게도 해당 정령은 신체가 없었지만, 공기의 '흐름'으로써 형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재밌는 걸 소환했네...?"

소환을 마치자마자, 알버트는 자신의 신체에 각양각색의 주문을 걸기 시작한다.

'흐음... 쉴드, 가속, 힘 증가 마법인가? 보조 마법이란 마법은 모조리 사용해 몸에 떡칠하는고만...'

성일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알버트가 버프 마법을 다 거는 걸 얌전히 구경한다.

"다 걸었어?"

"..."

알버트가 캐스팅을 끝내자, 도발적으로 그에게 묻는 성일. 알버트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지팡이를 겨누자, 성일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돌진을 시도한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