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의 지배자-392화 (392/576)

〈 392화 〉 미솔로지 아카데미

* * *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성일은 어느덧 분신의 조치로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두 주시자를 데리고 병실로 복귀한다.

'일단.... 이 새끼들을 이대로 놔두고....'

붙잡은 주시자들을 포션으로 회복시킨 후, 놈들에게 『경이의 마법서』를 사용해, 수면 마법을 걸어놨던 성일.

그는 상황에 맞춰 놈들을 기절에서 깨울 수 있도록, 포켓걸즈 세상에서 가져온 손톱만 한 초소형 전기 충격 장치를 놈들의 발바닥에 부착해놓는다.

'모든 준비가 끝났군.'

밑 작업을 마무리한 성일. 그는 주시자들의 재갈을 살짝 풀어놓은 후, 문을 나서, 선도부 전용 연락 장치를 사용해 클라우디아를 호출한다.

『부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반드시 방문 바랍니다.』

『음!? 무슨 일이지요? 성일군?!』

『일단, 병실로 오시면 압니다. 마법 서한으로 논의하기에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괜히 상세한 이야기를 했다, 클라우디아가 교수를 끌고 왔다가는 골치 아파질 수도 있었기에 성일은 많은 말을 하기보단, 그저 긴급하다는 점만 부각해 그녀가 홀로 이곳을 오도록 유도한다.

***

"성일 군!! 무슨 일입니까아!!"

"오셨습니까."

"예! 대체 어떤 일이...? 어엇?! 그 피는?!"

성일의 흰색 환자복에 미약하게 묻어있는 핏자국. 그 모습에 클라우디아는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온다.

"일단... 목소리를 낮춰주십시오."

"으음....?!"

성일의 요구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클라우디아. 성일은 그런 그녀에게 사전에 편집해놓은 기억 보석을 건네며 말을 잇는다.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성일의 말에 클라우디아 표정은 경악으로 물든다. 그녀가 놀라 고함을 지르자, 성일은 재빨리 손을 들어 클라우디아의 입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후, 주변을 살피는 척하다, 그녀에게 조용히 말한다.

"쉿! 또 다른 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숙을...."

"아아...."

"일단, 마법으로 당시의 상황을 녹화해놨으니, 이걸 받고 영상을 살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그래요...."

일리 있는 성일의 말에 클라우디아는 별다른 반발 없이 얌전히 그가 건넨 기억 보석을 붙든다. 그러자, 자신의 정신에 빨려 들어 오는 성일의 기억.

"!!!"

또다시, 경악에 물들기 시작하는 클라우디아의 표정. 성일의 병실 외곽시점에서 보여지는 영상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데빈.... 그리고.... 론?! 어째서?!"

"글쎄요... 어째서인지 녀석들이 절 암살하려 했습니다. 아마..... 주... 아니, 외신의 졸개들이 아닐까요?"

습관적으로 '주시자'라는 단어를 쓰려다가 잽싸게 말을 멈추는 성일.

"그... 그들이.... 외신의 졸개!? 그나저나.... 이 영상은 어떻게 촬영한 거지요?!"

"아, 그건... 사실... 제가 잘 모르는 장소에서는 편하게 잠을 청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요. 침대에 마도구를 이용한 가짜를 만든 후 쇼파에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잠을 쉽게 청하지 않는다고요?"

"예. 전 암투가 심한 가문의 후계이다 보니.... 전 충분한 방비가 되어있지 않는 곳에서는 절대로 편하게 잠을 자지 않고 경계하는 습관이 있지요. 그리고 그 행동이 오늘 절 살렸고요."

"아....."

그렇게 상황을 대강 파악하고 클라우디아가 부원들의 배신에 충격받아 얼어붙어 있던 그때, 성일은 말없이 병실에서 두 명의 배신자를 들고 복도로 돌아온다.

"....일단, 이들을 기습 후 기절시켜놨습니다."

"그렇군요...."

꽁꽁 묶여있는 배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클라우디아. 그러다가 그녀는 무슨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간 건지 의아한 표정으로 성일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왜 저 혼자만 오라고 한 거죠? 다른 부원들을 함께 부르는 게 맞지 않나요?"

"이미 선도부 내부에서 오래 활동한 데빈과 론이 배신한 마당에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었거든요."

"음....."

"때문에 제가 선도부에서 '유일'하게 믿는 클라우디아 선배를 급히 호출한 겁니다."

"어....."

성일이 자신을 유일하게 신뢰한다고 대답하자, 클라우디아의 얼굴에는 묘한 홍조가 피어오른다. 순간 얼어있던 그녀는 표정이 녹기 시작하며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호호홋!!! 저를 믿는다니!! 그럼요!! 탁월한 선택입니다아!! 오호호홋!!!"

감정이 격해졌을 때 특유의 말버릇이 나오기 시작하는 클라우디아. 다행히 자신의 핑계가 잘 먹힌 듯 싶자, 성일은 조심스럽게 나노머신에 마력을 주입해 증강 현실을 시전한다.

"그나저나아...."

"예?"

"성일 군의 말대로라면, 저희 둘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뜻인데, 이들을 데리고 외부로 나서는 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겠죠."

"....그렇다면, 차라리 교수님을 부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아!"

"옳으신 말씀입니다."

다행히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해주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에 성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금 당장 수작을 부리기보다는... 좀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볼까나?'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당장 전기 충격 장치를 사용해 주시자들을 깨우지 않고, 『감응』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데만 집중하기 시작한다.

"예! 교수님! 클라우디아 입니다아!!!"

『....』

"위급 상황이.... 예!! 예!! 지금 외신에게 영혼을 판듯한 배신자가...."

아마도 교수인듯한 인물에게 마도구를 이용해 직통으로 그와 연락을 하는 듯한 클라우디아. 비록, 직접 듣고 있지는 않았지만, 성일은 마도구에서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교수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휴우...."

"지원이 오는 건가요?"

"예! 아마 담당 교수님들이 올듯싶습니다. 아무래도 큰 사건이니까요."

"그렇죠."

그렇게 답한 성일은 품에서 『악마의 이빨』을 꺼내 주변을 경계하는듯한 포즈를 취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죠. 내부에서 배신이 일어나, 부원들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니까요."

"음...."

"거기다 전 이틀 연속 생명의 위협을 당한 관계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말입니다."

"아아.... 그렇겠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성일이 마력까지 일으켜 경계 자세를 취하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던 클라우디아. 하지만, 이어진 설명의 이야기를 듣자, 그것이 아주 당연한 반응이란 생각이 든다.

'하긴... 나라도 이틀 연속 이유 없이 암살을 당할 상황에 처한다면 저렇게 하겠지...'

살짝 성일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클라우디아. 그런 그녀의 감정을 『감응』으로 읽은 성일은 한껏 안심하며, 『감응』을 전력으로 전개한다.

'날 안타까워하네? 뭐....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면 땡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성일은 나노머신으로 활성화되어, 증강 현실과 결합되어 펼쳐진 『악마의 일기장』을 살핀다.

'으음... 이런 식으로 증강 현실과 연동할 수 있는 『미니맵』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언젠가 악마의 지도 같은 아이템을 한번 알아봐야....'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성일은 '미니맵'에 누군가 숙소로 다가오는 걸 발견한다.

'교수들이다....!!'

기다리던 인물의 등장. 성일은 때가 왔음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나노머신을 이용해 두 주시자의 몸에 설치된 전기 장치를 시동한다.

지지직!!

"큽....!!"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자극. 덕택에 성일의 수면 마법에 곯아떨어져 있던 주시자, 데빈과 론은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응?"

주시자들이 묶인 채로 일어나 발버둥 치자, 클리우디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내려본다. 그런 그녀에게 성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한 태도로 말을 건다.

"놈들이 깼나 봅니다."

"웁!! 우웁!! 우우웁!!!!"

상황이 파악된 두 주시자. 그들은 당혹감에 온몸을 흔들며 애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린다.

"가만히 있어!! 이 배신자 새끼들!!"

"!!!"

성일의 '배신자'란 말에 표정이 파랗게 질리는 데빈과 론. 그들이 완전하게 상황을 파악한 듯 싶자, 성일은 그것을 이용하고자, 잽싸게 놈들을 위협한다.

"감히.... 날 암살하려 해? 아마도, 외신의 명을 받고 이딴 짓을 한 것이겠지? 어제 악마 소환도 네놈들의 짓일 거고 말이야!!!"

"읍!! 으으읍!!!!!"

"기대하라고!! 외신의 졸개 놈들아. 이제 곧 도착하실 교수님들께서 네놈들을 철저히 심문하실 거다. 각오하라고. 지옥 같은 고통이 네놈들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

성일의 서슬 퍼런 위협에 움찔하는 두 사람. 그들은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성일은 상황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슬슬.... 시작해 볼까나....'

혹시 모를 클라우디아로 인한 변수를 없애기 위해, 성일은 조심스레 주시자들과 클라우디아 사이에 자리를 잡고, 그녀의 시야를 차단한 후 주의를 돌리기 위해 말을 건다.

"부장님."

"예?"

"....이 외신의 졸개 놈들을 붙들었으니, 이것들을 이용하면, 아카데미 내에 숨어있는 외신의 세력을 소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으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듯싶습니다."

성일의 물음에 진지하게 끄덕이는 클라우디아. 그렇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성일은 『감응』으로 배후의 주시자를 쉼 없이 살핀다.

'시작하나....?!'

으득!!

분명히 성일의 『감응』에 걸리는 무언가를 씹는 느낌. 성일은 놈들이 자살용 독약을 깨물었음을 깨닫는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쉼 없어 클라우디아의 주의를 분산하는 성일. 그런 와중 두 주시자는 독약을 열심히 목구멍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자네!! 괜찮나!!!!"

"아! 교수님 오셨습니까!!"

새벽에 깊은 잠에서 깨고, 급하게 와서인지, 평소 특유의 깔끔한 모습이 온데간데없는 교수들.

그만큼 아론, 아힌델, 아나힐로 교수는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여긴듯싶었다.

"암살 기도범은?"

"아... 그들은 제가 제압해서 뒤에 놔뒀습니다."

"부상은?"

"다행히....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을 잡은 이유를 이 기록 보석에...."

성일은 혹시라도 교수들이 마법으로 주시자들을 살리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들의 주의를 끌려 노력한다.

"잠시!!! 옆으로 물러서게!!!"

"예....?"

교수의 호통에 성일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어리바리한 태도를 보이며, 슬며시 옆으로 움직인다.

"아앗!!!"

그러자 보이는 피거품을 물고 죽어가는 주시자들의 모습. 그 광경에 클라우디아는 경악성을 내뱉는다.

"허엇!!"

그 광경을 본 성일은 필사적으로 감정을 숨기며, 고의로 경악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대지여!! 무한한 생명력으로 삶을 영위시키라!!"

다급하게 정령을 소환해, 회복 주문을 펼치는 아나힐로 교수. 하지만, 독이 이미 퍼질 대로 퍼져버린 데빈과 론은 주문을 강하게 주입 당했음에도 불구, 눈이 뒤집힌 채로 죽어버린다.

"이런....."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놈들을 붙잡고, 방심한 바람에...."

마치 자신의 실수 때문에 포로를 죽인 것처럼 송구해 하는 성일의 모습. 그 절실한 연기가 먹혀서일까?

교수들은 그를 나무라기보단,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위로한다.

"됐네. 외신의 수작에 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걸세."

"예...."

"....그나저나, 이 보석은 뭔가?"

충격적인 사건이 흘러가자, 지친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하는 아힌델 교수. 성일은 그에게 미리 준비한 대답을 남긴다.

"아, 그건 저희 가문이 막대한 황금을 주고 구입한 고대의 마도구입니다."

"...어떤 마도구지?"

"마력을 사용해 기억을 집어넣을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호오..."

"보석을 손에 집어넣고, 흘러나오는 마력을 받아들이면, 기억이 전송되는데....."

아힌델에게 기억 보석의 사용 방법을 설명한 성일. 그의 말을 귀 기울인 교수들은 하나둘 기억 보석에 기록된 장면을 살피기 시작한다.

"음......"

침중해진 장내. 나름 학내의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는 선도부 내에서, 외신에게 영혼을 판 배신자가 나왔다는 것에 교수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나저나, 자네는 이런 귀한 아티팩트를 어떻게 가지게 된 건가? 그리고 왜 거기서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아... 그건 성일 군이...."

조금 전 성일에게 들었던 가문의 사정을 대신 설명해주는 클라우디아. 그 모든 사정을 들은 교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저장 구슬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아,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당할 경우 가문에 보고하여 보복할 용도로 가지고 있던 물건입니다."

"...."

"...저희는 상인 가문이라서요. 금전을 비롯한 거래 관계는 깔끔한 게 최고고, 그러기 위해서는 녹화나 녹취가 진리죠."

"....."

제법 그럴듯한 성일의 설명에 얼어붙어 버린 교수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 후 쓴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상인 가문이니, 그럴 만하군. 잠시 비켜보게. 정말로 그들이 외신의 졸개들인지 알아봐야 하니."

'...다행히 잘 넘어갔군!!'

유디를 위해 준비했던 모든 연극이 완벽하게 끝나자, 성일은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