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의 지배자-456화 (456/576)

〈 456화 〉 미솔로지 아카데미

* * *

에픽급 아티팩트인 에테리얼 스톤과 달리, 불사조의 깃털은 상대적으로 덜 빠듯하게 관리하는 모양. 성일은 아론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른다.

'근데.... 딱 봐도 능력이 장난이 아닌데.... 이거 관세가 얼마려나?'

최근 농장 세계를 클리어하고 꽤 많은 포인트를 수급했던 관계로 포인트에 여유가 있던 성일. 그는 에테리얼 스톤이 너무 비싸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괜찮겠어요?"

"예?"

출구에 다가서자 뜬금없는 말을 하는 위라인 교수.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성일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스톤 말이에요. 지킬 수 있겠어요? 그걸 노리고, 누군가 성일 군을 습격할 수도 있어요."

"....아카데미에서요?"

"물론 외부죠. 아카데미 내에서는 그런 짓을 할 간이 큰 작자는 없지요. 있다고 해도 교수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거고요."

"음...."

"하지만, 먼 곳으로 외출 혹은 외부 활동을 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곳까지 아카데미의 사람들이 따라가 성일 군을 보호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지극히 합리적인 위라인 교수의 말. 성일은 그런 그녀에게 미리 준비한 답을 내뱉는다.

"아, 그 점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다가올 방학 때까지 아카데미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생각이 없거든요."

"아하!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그러나 남방에 갈 때 보안 문제는 어떻게....?"

"가문의 도움을 받아야지요. 원래대로라면 아무리 제가 적자라해도 가문에 사사로이 호위를 요청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요."

"으음.... 그런가요?"

"예. 잘만하면 대상맹 부근에 은거한 대마법사와 정식으로 연줄이 이어질 수도 있잖습니까? 장로들도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아,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성일의 말을 듣고 인자하게 미소 짓는 위라인 교수. 나이 많은 여마법사의 기품있는 태도를 본 성일은 진심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한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그나저나 참 고약한 성격을 지닌 마법사군."

"예?"

뜬금없이 대화를 자르고 들어오는 아론.

"자네가 아카데미 학생인 만큼 실험이 들킬 수도 있었던 건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고약한 방식으로 벌을 준다는 게 말이네."

"아, 뭐.... 그렇기도 하네요."

아론의 독설에 어색한 미소를 짓는 성일. 하지만, 아론의 말속에서 성일은 내심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묘한 감정이 이는 걸 느낀다.

'씨발.... 겉보기로는 현실의 조우영과 비슷한 스타일의 교수인데.... 자세히 파고들면 나를 위해주는 점이 천지 차이군.'

순간 비참했던 대학 생활이 떠올라 씁쓸해하던 성일. 그는 얌전히 품에서 기억 보석 하나를 꺼내 아론에게 건넨다.

".....이건?"

"유나라는 대마법사의 수제자가 만든 비전 강의 영상입니다."

"호오.... 벌써?"

"예. 대마법사님께서 제가 물건을 수령하면 즉시 전달하라 하셨거든요."

"아아...."

성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론 교수. 어느덧 옆에는 위라인 교수가 다가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구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봐도 될까요?"

"....원래는 수호탑에서 빨리 나가야 하겠지만. 잠깐 정도는 봐도 괜찮겠지. 구경이나 해봅시다."

냉정하기 그지없는 아론 교수도 호기심을 견디지 못한 모양. 다행히, 그들은 보호구역에서 벗어나 1층 입구에 다다른 상태이기에 보석을 살필 시간이 충분했다.

"흥미롭네요....!!"

"....재밌군."

기억 구슬을 읽고 난 다음 몽롱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서 있는 위라인 교수.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아론 역시 무언가 깊은 상념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인체를 마력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니...."

"으음...."

"매커니즘이 원체 상이한 관계로 이해하기 어려워 즉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습한다면 저희도 마법 각인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맞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지."

"예."

유나의 기초 강의를 어지간히 인상 깊게 들은 모양. 두 사람은 성일을 바라보며 묻는다.

"....이게 전부는 아닌 듯싶네만. 추가 강의가 있는 건가?"

"아, 예. 일단, 차분히 기초 강의를 진행하고, 교수님들의 질문 사항을 받아 답변한 다음, 다음 단계를 강의하겠다고 하더군요."

"훌륭하군."

트집 잡기 어려운 정석적인 커리큘럼. 아론은 궁금하다는 듯 성일에게 재차 묻는다.

"....그런데, 이 정보를 자네는 어떻게 아는 건가?"

"아, 그거요? 마법사님이 저번에 봤던 그 기괴한 세상에 제 영체를 소환한 다음, 제 영체에 자신의 기억을 집어넣어 주시는 겁니다. 방법은 저도 잘..."

"정말 대단한 자로군."

순수하게 감탄하는 아론 교수. 초능력자에게 마법을 쓸 수 있게 하는 외부 마력 회로를 창조한 것만으로도 경이로운데, 영체를 소환하는 독특한 차원 마법까지 사용하자, 교수들은 가상의 대마법사 은월의 능력에 경외를 표한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하는 거짓에는 분명 허점이 있을 것이고,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의심하는 교수들이 등장해야 정상이겠지만....'

문제는 성일이 증거로 제시한 마법 공학 각인은 타차원의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독창적 마법 체계이다보니, 그 독창성과 천재성에 압도당해버린 교수들은 감히 은월을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과정이 이상해도, 증거가 명백하니 먹히는거겠지. 오히려 속이는 대상이 똑똑하기 때문에 더더욱 잘 먹히는 걸지도. 어설픈 마법사나 초능력자라면 마법 공학 각인의 독창성과 천재성을 읽지 못했을테니.'

이 기묘한 모순을 지켜보며 대화를 끝마치고, 성일은 자신의 기숙사로 몸을 옮긴다.

***

"후우.... 『감응』으로 체크해보니, 날 감시하는 것은 없는 듯 싶고...."

위험 여부를 철저하게 체크한 성일. 그는 걸리는 것이 없다고 느끼자, 주저하지 않고 이너플레인을 시전한다.

"후우.... 관세!!!"

외부의 시선에서 안전한 장소에 오자, 성일은 낮에 인계받은 에테리얼 스톤을 붙들고 그것의 가치를 확인한다.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 : 관세 100,000 포인트』

"이런 씹...."

살벌한 에테리얼 스톤의 관세. 여타 종결 급 아이템들과 동일한 값어치에 성일은 인상을 구기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돌아버리겠네.... 블랙볼도 구입해야하는데.... 이걸 대체 언제...."

생각할수록 머리 아픈 상황. 그러던 그때 성일의 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위잉!!

"....?"

뜬금없는 알람에 증강현실을 켠 후 메시지 내용을 살피는 성일.

『추종자 분기 결산』

『지난 분기 동안 당신의 추종자들이 각자의 세계에서 활동으로 해당 세계에 끼친 영향력만큼 당신에게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수령 가능한 포인트 : 70,000포인트』

『포인트를 수령하겠습니까? (y/n)』

"오옷!!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첫 번째 포인트 수령 후 어느덧 3개월이 지난 모양. 성일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포인트 수령 버튼을 누른다.

"캬!! 개꿀이고만!! 7만 포인트라니!!!!"

3개월 전보다 추종자가 3명이나 늘어서인지, 첫 번째보다 2만이나 늘어난 포인트 액수. 예상치 못한 포인트 획득에 환호하며 성일은 물건 구매를 고민한다.

"어디 보자... 그러면 보유한 포인트가.... 18만점이네?"

농장 이야기 세계를 구입한다고 모든 포인트를 꼬라박은 지 두 달 만에 18만 포인트나 벌린 모습에 성일은 감개무량함을 느낀다.

"후우.... 18만이면.... 그래도 하나 지를만 하구만."

에픽 아이템의 관세를 지불하고도, 7만이 남는 상황. 포인트를 소모하고도, B급 게임을 두 개 정도는 여유롭게 구매할 수 있기에 성일은 속으로 생각한다.

'블랙볼은.... 당장 없어도 무방하지? 딱히 누군가를 강제 포획할 일은 없으니까. 정말 나중에 게임 세상에서 탐이 나는 인재를 강제 추종자로 만들 것이 아니면 말이지.....'

'거기다, 은월의 사례처럼 해당 게임 세계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블랙볼로 포획한 캐릭터는 소환하는데 패널티가 크기도 하고...'

성일은 블랙볼이 막강한 아이템인 건 이견이 없었지만, 의외로 제약이 많다는 걸 느꼈고, 때문에 블랙볼 구매를 후순위로 미룬다.

'....일단, 블랙볼은 다음에 하는 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한 성일은 낮에 얻은 두 에테리얼 스톤. 물질과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을 품에서 꺼낸다.

"일단....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부터 써볼까나?"

보라색 스톤에 가볍게 마력을 불어넣는 성일. 그러자 스톤은 가벼운 공명음과 함께 성일의 주위를 공전하기 시작한다.

"마법으로 하급 몬스터 소환을...."

그렇게 중얼거리며, 성일은 인벤토리에서 경이의 마법서를 꺼내 3클래스 주문인 『하급 몬스터 소환』을 시전한다.

"키에에엑!!"

성일이 주문을 외우자 등장한 서넛의 고블린들. 조잡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놈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성일을 바라본다.

"크르르륵!!!"

하급인 관계로 정신 조종이 생략되어, 소환자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고블린의 모습. 놈들은 성일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한다.

"액티브는 어떻게 활성화하는 거지? 감응을 써볼까나...."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에 감응을 투사하는 성일. 그러자 그는 액티브 시동법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의지를 강하게 투사하면 되는건가....?"

성일은 그렇게 자신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고블린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강하게 액티브 활성화를 염원한다.

그러자 에테리얼 스톤은 성일의 주위에서 부유하며 보이지 않는 기묘한 파장을 사방에 퍼뜨리기 시작한다.

"꾸에에에엑!!!!!"

무색, 무음의 파동. 그것을 직격당한 고블린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붙잡고 끔찍한 비명을 질러댄다.

"케렉!! 켁!! 케헥!!!"

그러던 와중, 고블린 한 마리가 고통에서 벗어나 제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고쳐잡는다.

"음? 이렇게 쉽게 저항했다고?"

고작 해봐야 하급 몬스터인 주제에 빠르게 에테리얼 스톤의 힘에서 벗어나자, 성일은 황당한 마음이 이는 걸 느낀다.

"하.... 에픽템이래서 엄청 기대했는데...."

자신에게 올 고블린의 공격을 대비하며 손을 치켜든 그때.

빠악!! 빠악!!!

"케레레!!!"

실망도 잠시, 고블린은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겨대기 시작한다.

"오....."

그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성일.

"....스톤에게 정신을 지배당한 거였군? 나에게 반항하는 동료들을 대신 죽이는 거였고."

흥미로운 광경. 성일은 실망이 마음속에서 빠르게 사그라드는 걸 느낀다.

"뭐... 하급 몬스터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주변에 고통스러운 정신 파동을 뿜고, 저항에 실패하면 하수인으로 만드는 패시브를 준다면 상당히 좋은 거니까 뭐...."

"크르륵...."

어느덧 주변에 누워있던 동료들의 머리를 모조리 두들겨 부숴버린 고블린. 그는 멍한 표정으로 성일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는다.

"음? 다 끝냈다는 거냐?"

"크륵!"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고블린.

"....이젠 딱히 뭐 네 도움이 필요 없다만."

"크륵!!"

성일의 말이 떨어지자 놀랍게도 고블린은 들고 있던 몽둥이를 들고 스스로의 머리를 강하게 강타하며 자해를 시작한다.

"!!!!"

깜짝 놀라게 만드는 광경. 놈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살해 버리는데 성공한다.

"와.... 내가 알기론 어지간한 고급 정신 지배 마법으로도 자해 행동을 시키는 게 어려운 거로 아는데... 이 스톤은...."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이 얼마나 강력하게 지성체의 정신을 지배하는 건지 알게 된 성일. 그는 깜짝 놀라 스톤을 바라본다.

"다수를 상대하거나,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는 사용하기 정말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성일은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을 비활성화시킨다.

"이젠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을 써볼까나?"

정신 에테리얼의 스톤을 연구하면서 알게된 스톤 사용법. 성일은 물질의 스톤에게도 이전과 동일하게 미약한 마력을 부여해본다. 그러자, 그의 몸을 부유하기 시작하는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

"나와라!! 분신!!!"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의 위력을 확인해보고자, 성일은 품에서 보석을 꺼내 바닥에 뿌려 분신을 소환해본다.

"성일아 안녕!"

순식간에 등장한 세 명의 분신들. 성일은 사전에 준비한 강철 구슬을 그들에게 던져주며 명령한다.

"애들아. 한 번 던져봐. 날 공격한다는 생각으로."

"응!!"

성일의 말에 주저 없이 그에게 강철 구슬을 던지기 시작하는 분신들.

우웅!!

그러자 허공에 떠 있는 스톤은 기묘한 파동을 주변에 뿜어 강철 스톤을 허공에 멈추게 한다.

까드득!! 까드득!!!

"오...."

흥미롭게도 허공에 정지시킨 강철 구슬을 넓게 펼쳐 방패를 만드는 물질의 스톤. 그런 후 스톤은 얇게 펼친 강철 방패과 함께 성일 주변에서 움직이며 분신이 던지는 구슬을 튕겨내기 시작한다.

"금속에 마력을 부여하는 식으로 강도를 높이는 건가? 흥미롭네."

대략 5개 정도의 방패와 함께 원거리 공격을 쉴 새 없이 막아대는 스톤의 모양새. 그 모습에 성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한다.

"이건 정말 좋네. 움직임도 엄청나게 빠르고. 방어도 정밀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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