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2화 〉 저주받은 왕좌
* * *
'정신과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으로....!!'
성일은 드래곤이 순간 날뛰느라 박살 난 바닥에서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염력과 에테리얼 스톤으로 조작해 드래곤의 머리에 투척한다.
그런 후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을 전력으로 사용해 소환된 이프리트의 정신세계에 간섭을 강하게 시도한다.
『끄아아아아!!』
램프의 지니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시미터를 들고 있던 이프리트들은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의 강력한 정신 간섭을 버텨내지 못한다.
'예상대로 잘 먹히는군.'
햄스터와 함께 몇 차례 모의실험을 통해 준비한 성일만의 소환수 카운터 방법.
그는 정신의 에테리얼 스톤을 이용해 정신 지배한 이프리트를 드래곤에게 역돌진시킨다.
『감히!!』
신나게 돌진해 브루노와 반을 거대한 발과 꼬리로 두들기는 와중, 성일이 자신의 하수인에게 수작을 부려 되레 자신을 공격하게 하자, 드래곤은 격분한 표정을 지으며 성일을 바라본다.
"찌익!! 광역 마법 해제!! 저주 해제!!"
"에잇!! 공포 저항!!"
성일 때문에 레드 드래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일행에게 돌진해오는 걸 순간 멈추자, 멀찍이 엄폐물에 숨어있던 세나와 햄스터는 스크롤을 찢거나 주문을 외우는 식으로 디버프를 제거해준다.
"다시 포위!!"
저주를 지우고, 급속 버프 주문을 몸에 건 전위의 파티원은 다시금 산개하며 용을 포위 공격하기 시작한다.
『크워어어!!!』
거칠게 포효해 정신 방호 주문이 걸리지 않은 이프리트들을 공포에 빠뜨려 떨궈내 버리고, 드래곤은 브루노와 반쪽으로 돌진해 그들에게 거대한 꼬리를 번개같이 휘둘러 두들겨 버린다.
"크으윽!!!"
마치 산사태 도중 집채만 한 바위에 두들겨 맞은 느낌. 일반인이라면 버티긴커녕, 그 자리에서 다진고기나 핏물로 변했겠지만, 각자 믿는 신에게서 엄청난 양의 신성을 부여받은 반과 브루노는 괴물 같은 힘으로 그 공격을 버티는 데 성공한다.
"혼돈이여. 내 의지를 따라 적을 찢어발겨라...!!"
그 와중 가아즈는 드래곤의 발 근처에서 혼돈 마력이 주입된 검을 강하게 휘둘러 드래곤에게 생채기라도 입히려 필사적으로 공격한다.
팅!! 티팅!!
비늘이 어지간한 강철보다 단단한 관계로 가아즈의 공격은 대부분 튕겨 나갔지만, 혼돈의 힘이 담긴 날카로운 가아즈의 검은 몇 차례 공격 만에 기어이 드래곤의 몸에 생채기를 입히는 데 성공한다.
『죽여버리겠다!!!』
미약하지만 어쨌든 상처는 상처. 가아즈의 공격에 격분한 드래곤이 눈이 반쯤 뒤집힌 채 그를 향해 거대한 앞발을 거칠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후....!"
드래곤의 거친 공격이 자신을 향하자, 가아즈는 연습했던 대로 등을 돌려 사정없이 드래곤의 후방으로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망치와 모루께서 나와 함께 하시노니!!"
"정의시어 저를 붙잡아주소서!!"
그와 동시에 반과 브루노 두 성전사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회복 주문을 사용한 후 각기 드래곤의 양방향 측면에서 다시금 근접 공격을 시도한다.
『크아아아아!!!』
타겟에게 다가갔다 싶으면, 놈은 쥐새끼처럼 도주를 시도하고, 나머지는 양 측면, 심지어 공중에서 기묘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상황.
그 짜증 나는 상황에 드래곤은 눈이 반쯤 뒤집힌 채로 두 번째 브레스를 사용해 적을 모조리 태워죽이려 한다.
'어딜 감히!'
공중에서 신나게 바위를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 바위 공격이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에 막혀 드래곤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짜증이 난 성일은 다시금 마법 각인을 활성화해 드래곤의 등 뒤로 몸을 순간 이동한다.
"씹새야. 난 무시하냐?"
『!!』
성일이 생전 처음 보는 기묘한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등에 올라타자, 드래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뒤를 살핀다.
"이거나 처먹어!!"
검에서 찬란하기 그지없는 황금빛 마력을 뿜어대며 자신의 등을 후려치려는 듯한 야만전사의 모습.
드래곤은 본능적으로 그 어떤 공격보다 눈앞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주문을 외운다.
『연쇄 번개!! 화염과 염산의 폭풍!! 극한의 냉기!!』
드래곤은 급한 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빠르지만 강력한 마법 공격을 닥치는 대로 쏟아내 성일을 죽이거나 떨구려 한다.
'씨벌.... 공격 한번 살벌하군.'
성일은 자신의 주변에서 쏟아지는 지독한 불과 염산 세례에 치를 떨며, 드래곤은 정말 살벌한 괴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하지만.... 이걸 노렸지!'
성일이 그림자에서 파멸의 전령을 소환해 자신의 몸을 두들기는 전기를 막아내던 그때. 그는 불가해의 반지를 들고 아끼고 아꼈단 비장의 주문을 외운다.
"나자루스의 마법 흡수의 덫!!"
『뭐....?』
뜬금없게도 등 뒤의 야만전사가 9위계 최강 대마법 방어 주문의 이름을 읊조리자 드래곤은 순간 공격하는 것도 잊고 순간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본다.
우우웅!!
『!!!』
드래곤인 자신조차 9위계의 주문을 외우려면 충분한 시전 시간이 필요하건만, 인간 나부랭이인 성일이 고급 주문을 이름을 읊는 것만으로 시전하는데 성공하자, 드래곤은 정말로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다.
'드래곤은 저런 표정으로 놀라는군?'
마법적 화염, 벼락, 염산, 냉기 따위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둥근 마법 방어막과 충돌해 소멸하는 사이, 성일은 드래곤의 몸에 검을 꽂고 놈의 표정을 잠시 구경한다.
'이런 식으로 주문이 충전되는 거군....'
그리고 그 와중 감응 덕에 느껴지는 불가해의 반지 충전 매커니즘. 성일은 주문 방어의 덫이 다른 마법과 충돌해 부서지며 생성되는 원초적인 마력을 반지가 흡수해, 소모된 주문을 충전하는 데 사용하고 있음을 느낀다.
'좋아.... 이 정도면....!!'
드래곤이 시전한 마법 덕에 반지의 마법이 다시금 재충전되자, 성일은 때가 왔음을 느끼고 반지를 들어 드래곤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방어 마법을 파훼하기 시작한다.
"나자루스의 강력한 주문 돌파!! 주문 돌파!! 주문 돌파!!"
눈 깜박할 새에 드래곤에게 강력한 주문 돌파를 세 방이나 먹이자, 놈의 몸을 보호해주던 강력한 보호 및 강화 마법은 순식간에 소멸한다.
"찌익!! 드디어 내 차례!!"
성일이 드래곤을 보호해주는 방어 마법을 해제해주자, 햄스터는 이를 악물고 준비했던 마법을 폭풍처럼 쏟아내기 시작한다.
"마법 저항력 감소!! 저항 약화의 저주!! 둔화!! 쇠약!!"
햄스터는 차분히 드래곤이 태생부터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마법 저항력을 깎아내린 후 놈의 몸에 온갖 저주와 디버프를 박아대기 시작한다.
『크워어!!!』
햄스터 덕에 몸이 무겁고 느려지기 시작하자, 정말로 위기감을 느낀 드래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햄스터를 노려본다.
"찌익!! 세나 양!! 뒤로!!"
"으아악!! 넵!!"
햄스터의 외침과 드래곤의 모습을 본 세나는 기겁하며 즉시 바로 옆에 있는 기둥 뒤로 빠르게 숨어버린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기둥을 때리기 시작하는 드래곤의 무시무시한 숨결.
"흐아아.... 죽을뻔했다."
돌로 되어있는 바닥이 불에 타거나 녹아버린 모습을 보고 세나는 몸이 덜덜 떨리는 걸 느낀다.
"찌익! 겁먹지 마세요! 겁을 먹으면 정말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으응....!"
햄스터의 말에 세나는 빠르게 정신을 다잡고 다시금 기둥 옆으로 튀어나와 햄스터가 드래곤에게 각종 저주를 사용하기 쉽게 자리 잡는다.
"이거나 처먹어라 씹새야!!"
햄스터 덕에 드래곤의 방어력이 한층 약해졌단 걸 깨달은 성일은 몸속의 모든 내공을 격발시켜 드래곤의 등 위에서 거칠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크아아악!!』
황금빛 힘이 넘실거리는 검이 자신의 등 비늘을 꿰뚫고 진피(?)에 깊은 상처를 입히자, 드래곤 카사락'타룬은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크게 고함지른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잠시. 카사락'타룬은 사악한 레드 드래곤답게 반쯤 광기에 빠진 눈으로 성일을 노려보며 다시금 주문을 쏟아낸다.
"응. 병신아. 안 먹혀~ 나자루스의 마법 흡수의 덫!!"
『쥐새끼 놈이!!!』
불가해의 반지 덕에 하루 두 번이나 강화 주문 흡수의 덫을 쓸 수 있는 성일은 여유롭게 놈의 주문을 반지로 흡수해버린다.
"물어뜯어!!"
『크워어어!!』
그렇게 드래곤의 마법에서 안전함을 느낀 성일은 파멸의 전령과 함께 벗겨진 비늘 안쪽에 칼과 발톱을 무자비하게 쑤셔 박아 넣기 시작한다.
"반!! 아킬레스건을 노려라!!"
"예!!"
그리고 드래곤이 등 뒤에 정신을 쏟고 있던 그때. 아래에 있던 브루노와 반은 놈의 측면으로 돌아 상대적으로 약한 드래곤의 신체 부위를 집요하게 두들기기 시작한다.
『끄으으!!』
등과 바닥에서는 겉으로 보기엔 쥐새끼지만, 실제론 거인의 힘을 가진 적들이 자신의 몸을 연신 두들기고, 멀리서 쇳덩이는 자신의 눈을 쉴 새 없이 기괴한 힘을 쏴대며 괴롭히는 상황.
그 끔찍한 고통을 참는 데 실패한 카사락'타룬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
'등 뒤에 쥐새끼만 떨굴 수 있다면....!!'
다른 공격은 충분히 참아줄 만했지만, 등 뒤의 공격은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
때문에 카사락'타룬은 급소인 배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성일을 깔아뭉개 죽이거나 떨구기로 마음먹는다.
쿠웅!!!!
거대한 드래곤은 날개를 휘둘러 반과 브루노에게서 멀어지듯 백 점프를 한 후 뜬금없이 뒤로 넘어지듯 강하게 쓰러지기 시작한다.
'씨발.... 이 새끼가.... 반과 브루노를 떨군 다음에 나부터 깔아뭉개 죽이려고....'
그런 놈의 심리를 읽은 성일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마지막 마법 각인 점멸을 사용한다.
우웅!!
혼란스러운 와중, 성일은 감응의 예지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위치로 번쩍이며 순간 이동한다.
『크륵?!』
가증스러운 야만 전사 놈이 순간이동과 함께 자신의 이마 5m쯤에 튀어나오자 드래곤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입을 크게 벌린다.
"어림없지 씹새꺄. 파멸의 전령!! 눈을 노려!! 눈을!! 으아아아아아!!!"
자신이 좋아했던 야만전사의 대사를 외치며, 성일은 그림자 정령과 함께 드래곤의 눈에 자리 잡고 그곳을 거칠게 찔러대기 시작한다.
『끄아아아아!!!!!!!』
드래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끔찍한 비명.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로 뒤덮인 다른 부위와 다르게, 드래곤이라도 눈은 본질적으로 약점일 수밖에 없어, 카사락'타룬은 눈에 잔혹한 칼질을 당하자,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포효한다.
"좀 뒈져라!!"
『끄아아아!!!』
고통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는 드래곤. 놈은 기존에 보여줬던 간교한 전술적 몸놀림이 아닌, 그저 본능에 휩싸인 거친 몸놀림만을 보이기 시작한다.
콰앙!! 콰앙!! 쿠와아아앙!!
거대한 드래곤이 뒹굴기 시작하며 퍼지는 거대한 소음. 그 미친 난동에 동료들은 차마 돌진하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일을 바라보기만 한다.
"죽어!! 죽으라고 씹새야!!"
고통에 이성이 반쯤 날아갔음에도 불구, 드래곤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바닥에 닿게 한 다음, 격하게 바닥과 비벼 성일을 뭉개버리려고 노력한다.
'어림도 없지!!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
하지만, 성일은 물질의 에테리얼 스톤을 이용해 자신과 바닥이 닿으려 하면, 스톤의 힘으로 주변 물질을 통째로 분해해 몸에 닿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죽어 좀 씨발!!"
그러면서 미친 듯이 놈의 눈에 전령과 함께 칼질하기를 십수분. 성일은 살을 태우는 끔찍한 드래곤의 피가 온몸을 뒤덮는 걸 느끼며 죽어라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미친놈처럼 검을 휘두르던 그는 어느 순간 드래곤의 움직임이 굼떠졌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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