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88. 요검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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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최면이라.'
최면이란 어감부터가 별로이며 현실에서는 최악으로 치부해야 할 사술. 이런 힘이 존재한다면 사내새끼들 중 십중삼사는 색마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최면은 악?이지만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최면에 걸린 척을 하는 게 나쁜 건가?
여령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도가 아닐까?
일단 그녀와 이어져야 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아예 고정이 되니 상황을 볼까?
화안금정이 있어서 인식변화 주물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 그리고 얌전히 역최면을 당하는 척을 하며 상황을 내게 유리하게 유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두고 심화되던 갈등은 이내 후자 쪽으로 기울었다.
어찌 됐든, 미래를 고려하면 강해지는 게 여령에게도 좋았기에 최선까지는 아니어도 차선 쯤은 됐으니까.
자는 척을 하느라 여전히 눈을 닫고 있었기에 몰래 화안금정을 발동해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폈다.
어느새 여령은 폐월을 붙잡고 주인이 되기 위한 시련을 치르고 있었다. 사람을 홀리는 요검답게 여인으로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나 나는 여령이 통과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폐월의 시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여령이라면 반드시 통과하겠지.'
폐월의 시련은 임시로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가짜 짝사랑 상대랑 성교 승부'를 펼치는 거였다.
환영마라진 속에서 내게 주기적으로 보지를 털리는 여령은 매번 패배하고 있지만 그건 상대가 나라서 그랬다. 어지간한 사내라 할지라도 여령의 명기를 상대로 조루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나와 꾸준히 운우지락을 나누며 단련한다면 스승님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게 될 잠재력을 품고 있는 게 그녀니까.
그리고 폐월이 아는 가장 강한 정력가는 여포일 터. 결국 시련의 가짜는 나보다 못한 좆과 정력을 탑재한 하위라는 거다.
날 상대하며 단련된 여령이 그런 허접에게 패배해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사실 불쾌하기는 하지.'
가짜라도 내가 아닌 수컷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여령을 떠올리면 기분이 상하는 걸 넘어 명경지수가 깨지고 당장에 이 분노를 열기로 발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얌전히 있을 수 있는 건 혈마의 주장 덕분이었다.
미래에서 혈마는 나와 관계를 가진 이라면 폐월의 시련에서 정식으로 통과하지 않고 편법으로 공략할 것이며, 질투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전여친의 말을 못 믿을 수는 없지.'
그래서 얌전히 있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웅웅웅!
홍련봉황검이 울부짖었다!
내 애검이자 무?의 동반자인 홍련봉황검. 녀석이 울면서 이어진 심령을 통해 자기의사를 밝혀왔다.
그리고 그 뜻을 들은 나는 순간 어벙한 눈으로 벽에 기대어져 있는 녀석을 보고 말았다.
'뭐? 저 요검한테 반했다고?'
웅!
이 미친 신검이 요검한테 반했단다. 이미 자아까지 깃들어 정실이 된 홍련봉비검이 있음에도 녀석은 요검 폐월을 제2부인으로 탐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얼척이 없는 상황 속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럼 홍련봉비검은 어쩌고?'
웅웅.
'진실한 사랑이면 바람둥이라도 괜찮다고? 아니, 뭘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우우웅!
'날 보고 배웠다고?'
웅!
'…….'
찔리는 게 많아서 차마 반박을 못하겠다.
주기적으로 스승님과 짐승처럼 교접을 나누고, 진법 강의 중에는 여령이를 강간하듯이 쉴새 없이 몰아붙이는 형식으로 떡을 치며, 은설지와 시간을 보낼 때는 안마를 명분으로 그 백옥 같은 피붓결을 만끽하며 떡 주무루듯 몸을 만지작거린다.
더욱이 중간고사 때 이어질 언서진과 아직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은설보까지 추가하면 문란하기 짝이 없는 여자 관계로 보일 터.
홍련봉황검은 그 소유자이자 주인인 나를 보며 여자관계에 대한 사고관을 구축한 것이었다.
보고 배운 게 나 같은 특이한 경우니 이 녀석도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폐월이 암시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눈치 못 채게 보조 좀 해.'
웅?
'내가 여령이랑 연인이 되어야 너도 폐월이랑 같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올라가지! 폐월이랑 사귀기 싫어?'
우웅.
수줍다는 감정이 연결된 심령으로 느껴졌다.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냐?'
웅!
'지랄 염병을 떠는구나……. 어쨌든, 날 적극 도와야 너도 폐월이랑 잘 될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걸 알아둬.'
웅웅웅!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는 홍련봉황검.
여자, 아니… 여검??를 밝히는 이 녀석을 과연 신병이기라 불러줘야 할까. 아니면 색검이라 불러야 하는 걸까.
어쨌든 폐월의 미검계에 넘어가 주인을 홀라당 배신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후우웅.
시련이 끝난 것인지 여령을 둘러싸고 있던 오묘한 기운이 점차 가라앉는다. 시련을 돌파한 것인지, 도깨비의 뿔에서 느껴지는 양기가 한층 더 짙어졌으며 몸매가 조금 더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바뀌었다.
가슴이나 엉덩이가 살짝 커지고 허리가 잘록해져 한층 더 여인다워졌달까.
남자로서 수련하느라 어쩔 수 없이 쌓인 군살이 조금 있었는 데 그게 전부 빠지며 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듯한 모습.
나는 깨어 있는 걸 들킬세라 서둘러 침대에 누워 다시 자는 척을 했다.
저벅. 저벅.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여령. 그런 여령의 손에는 폐월이 들려 있었으며, 화안금정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심령이 이어진 연결고리를 간파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시련을 통과해 폐월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내 침대에 걸터앉더니 날 향해 폐월을 겨누고는 이형적인 분홍빛 기류를 발산했다.
그 기류에 감싸이자 심령에 충격이 오는 게 느껴졌다. 삼위일체를 이뤄 심신이 통일되고 부동에 가까운 심적 방어력을 지닌 내게 이 정도 기술은 누워서 떡을 먹는 것보다 대처하기 쉬웠다.
'이건…… 막지는 말고 계속 품으면서 당한 척이나 하자.'
거슬리기는 하나 어차피 내게는 통하지 않는 수준이었기에 걸린 척을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그냥 말하면 일단 시키는 대로 한다고? 화경의 극의여도 상식을 비틀거나 강한 반발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면 된다는 거지? 그렇다면…………… 백운. 일어나 봐."
혼잣말을 하더니 돌연 일어나라 시키는 여령.
아마 지금 암시 중이기에 시키는 대로 할 거라고 폐월이 가르쳐 줬으리라. 시키는 대로 눈을 떴지만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굴기 위해 초점을 흐리게 하고 이지를 최대한 숨겼다. 그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나자 반동으로 그새 죽어 축 쳐진 자지가 여령의 면전에서 덜렁였다.
그걸 멍하니 보다가 이내 손으로 잡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애무, 라기 보다는 갖고 노는 것에 가까운 손놀림이었다.
그래도 여성의 손길이 기분이 좋아 빠르게 혈기가 쏠리고 있기는 했다.
"자. 잘 들어. [너는 내가 여자라는 것과 본명이 사마여령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나와 사귀는 사이지만 서로의 출신을 고려해 비밀연애 중이다.]"
주술 중에서도 최상위로 손꼽히는 언령??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에 까무러치게 놀랄 뻔했으나 초인다운 인내심으로 내색하지 않고 차분히 분석했다.
분명 언령의 기척이 느껴지나 격을 논하자면 수준을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뒤떨어졌다. 언령을 응용해 가볍게 최면을 거는 식인 걸까.
최면이라기보다는 암시에 가까울 정도.
내게 최면을 건 여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나만 물을게. 백운, 너랑 내가…… 무, 무무무, 무슨 사잇떠라?"
너무 긴장했는지 입을 씹은 듯한 발음.
거기에 불안한 건지 자지를 대딸하는 주제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은 귀여웠다.
"나랑 여령은…… 사귀, 는 사이……."
"응응…! 그, 그렇지! 우리는 연인 관계지. ……헤헤."
내가 이 상황을 기억 못할 거라 생각하는지 무방비하게 실실 웃기까지 한다. 진짜 이런 여자애다운 본성을 가지고서 어떻게 여태까지 숨겨온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럼 백운."
사륵. 사륵.
그때, 대딸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 여령이 무복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까지 전부 벗어던져 태초의 자태가 된 그녀는 최면의 걸린 내게도 그냥 보이는 건 부끄러웠던 건지 가슴을 팔로 두르고, 고간을 남은 손으로 가린다.
그렇다고 커다란 첨과?와도 같은 흉부를 가녀린 팔로는 절반조차 못 가렸지만 말이다.
나는 이때만큼은 정말로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 같은 고운 흑발에 요조숙녀 같은 외모와 몸매로 쑥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움츠러들어 연약해 보이는 모순적인 매력. 시련을 통과하고 폐월의 주인이 되어 한층 더 두드러진 여성다운 몸의 곡선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마성의 몸매였다.
아마 초선의 미美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를 보관하던 사념인 폐월이 여령에게 넘겨준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렇게 혼이 빠질 기세로 넋을 잃은 내게 수아 누나 뺨치게 아름다워진 여령이 홍조를 띄우며 물었다.
"지금의 날 보면…… 무, 무슨 생각이 들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질문.
'무슨 생각이 드냐니.'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당장이라도, 널 덮쳐서……."
"으, 으응. 그리고…?"
"여령, 네 보지에 자지를 찌른 다음…."
"보, 보지라니…!? 너무 파렴치해……!"
"정액 싸서, 임신시키고 싶어……."
"흐뀨?!"
정말로 가감없이 작금의 심정을 토로했다.
저러다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붉어진 여령의 얼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본전에 들어가지도 않은 단순한 예열이건만, 저 상태를 봐서는 과열됐다고 하더라도 믿을 것 같았다.
"자,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생각 좀 하게."
잠시 열이 나는 머리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여령.
그렇지만 미세하게 무언가를 경청하는 듯 했기에 폐월과 대화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니 결심을 내린 것처럼 돌연 결연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다시 최면을 걸었다.
"[성교 도중에는 여자친구의 말에 절대복종 및 절대신뢰야.] 알겠어?"
"응……."
"그럼 운. 일로 가까이 와서 무릎 꿇어."
그대로 행동하자 방금 전과는 정반대로 내 앞에 여령의 고간이 위치하게 되었다.
가리던 손을 치우고 관리된 방초림, 그리고 그 사이로 환영마라진에서 수없이 보았었고 찌르기까지 했던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작에 흥분해 음란액을 질질 싸며 방초림을 번들거리게 적신 앙다문 처녀 보지를 그녀가 스스로 벌린다. 보지 둔덕을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고 좌우로 당기며 벌려서는 그 내부를 노출한 여령이 명령했다.
"[이제 잠에서 깨.]"
"응…. 응? 여령? 이게 무슨……?"
"뭐, 뭘 그렇게 놀라. 운우지락을 나누려고 준비하고 있었잖아."
"아……. 그렇지. 참. 나도 잊을 걸 잊어야지."
연기가 제대로 먹히는 건지 얼굴에는 의심 한 점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 운."
여령은 상당히 음란해 보이는…… 소위,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서 내 보…… 음부를 빨아줘. 성심성의껏."
보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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