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104. 전력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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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신공.
혈맥에 흐르는 내력을 역순환시키며 그로 인해 마찰을 일으키는 반발력을 위력으로 치환하며 격에 맞지 않는 위력을 뿜어내는 신공. 나도 익히기야 했지만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쓰지 않는다.
반발로 인한 제어가 힘든 것도 그렇지만 뭣보다 아프거든.
천마용린무가 역천신공보다 나한테 적합했기에 더 효과적이고 효율성도 높았기에 쓸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역천신공이 더 맞는 체질인 이가 아군에 있었다. 죽음이라는 순리로부터 벗어나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활강시이자 천기를 읽는 예지자.
바로 언서진이었다.
활강시이자 금강불괴라는 육체를 달성한 그녀의 육신은 역천신공의 역순환 심법이 더욱 잘 맞는 언서진은 체내 흐르는 피마저 독성이 높은 독혈이었기에. 내력과 혈류를 역순환시키며 위력을 증폭시키는 역천신공에 의해 말도 안 되는 독공의 고수가 된 것이다.
그렇게 역천신공을 배운 언서진은 곧장 나랑 실전 비무를 펼치는 중이었다.
"하아앗!"
언가의 권법이 금강불괴를 달성한 활강시의 주먹에서 펼쳐진다. 거기다 그녀가 평소에 익히던 독 속성 권강이 역천신공에 의해 부풀어진 위력은 결코 얕볼 수가 없었다.
나 또한 금강불괴를 달성했으며 경지의 차이가 워낙 크니 괜찮을 거라 여기고 귀신처럼 몰아치는 언가권을 전부 장법으로 상쇄시키며 받아냈다.
'흠? 뚫으려고 시도를 해?'
내 몸은 만독불침이다. 정확히는 불침?이라기 보다는 독이 들어오면 전신에 고루 퍼져 있는 양기에 불살라지는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어떤 독이든 통하지 않는 육체란 건 똑같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금강불괴였기에 어지가한 독이 아니고서야 뚫는 것조차 불가능한 육체를 가진 게 나다.
그런데 고작 화경 초입인 언서진이 역천신공을 배우자마자 그 독성이 금강불괴를 뚫고 날 침범하려고 한다.
내가 극양지체가 아니었다면, 회귀 후 곧장 전신에 양기를 퍼뜨려 육체를 이런 식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면 마냥 받아주기도 힘들었겠다. 물론, 강기를 일으킨다면야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을 테니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나저나 언가권이라. 확실히 강시에 맞춰서 만든 무공이라 그런지 뛰어난 걸.'
진주언가가 오대세가에 비견되는 세가이긴 하나 그들의 권법은 강시에 맞춰 제작된 무공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펼치기에는 그 오의를 끌어낼 수 없으며 오대세가의 무공에 한 수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
하지만 그런 진주언가의 언가권을 활강시인 언서진이 펼치니 오대세가의 무공에 뒤쳐지지 않는 위력을 선보인다.
즉, 언서진이 금강불괴의 육신으로 언가권과 역천신공으로 뻥튀기된 권법을 선보이니 화경의 초입이라고 보기 힘든 결과가 나오게 됐다.
'단순 위력만 보자면 화경의 완숙은 뛰어넘었고… 극의랑 비교하면 반끗 딸리나.'
기량은 무위대로 초입이지만 위력은 극의랑도 얼추 비빌 수 있는 불균형을 이뤄내는 활강시 언서진.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아악! 짜증 나! 왜 한 대도 안 맞는 건데?!"
"…그래도 생사경인데 화경이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손바닥으로 전부 받아내자 자존심이 상한 건지 언서진이 어떻게든 한 방을 먹이겠다는 비장감을 내비친다. 보아야 내가 무위를 화경에 맞췄던 데다가 남자라면 무시 못할 급소를 노려 빈틈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거였지, 지금의 나는 생사경의 무위에 걸맞는 기량을 그대로 내보였다.
그러니 어떻게 공격하든 성공하는 일은 1리(1%)도 안 된다는 걸 의미했는 데 그걸 알고 있을 터인 데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그 순간, 언서진의 무공이 바뀌었다.
주먹을 쥔 권법에서 손을 풀고는 살짝 뾰족한 녹빛 손톱을 세운 조법??이었다.
독기가 담긴 조강답게 녹빛을 띠며 예기를 번뜩이는 조법이 내게 쇄도한다. 바람을 가르며 들어오는 손톱은 마치 검수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권법에서 조법으로 변화구를 넣어서 기습을 노리는 건 좋은데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내공을 손톱에 집중시킬 때 은밀히 했어야지."
"이거 우리 아빠도 못 막는 거거든?! 화경 완숙한테도 충분히 먹혀!"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적이 화경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 알잖냐."
"……시발."
조법을 유려하게 흘려낸 나는 무공도 아닌 단순한 철산고로 언서진의 빈틈을 두들겼다.
"꾸웳?!"
…원래 어깨를 낮추고 등판으로 때리는 기술인데 나와의 신장차이로 인해 등짝이 그녀의 안면을 두들겼다. 조금 미안하네.
같은 금강불괴이기에 내 철산고가 적중한 언서진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나가 떨어졌다. 여인답지 못한 비명이었지만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연무장 바닥을 몇 번 구르며 날아간 언서진을 응시하며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냅둬도 예지자답게 자신이 본 미래의 정보를 기반으로 강해지며 생사경까지 알아서 성장할 언서진이지만 어찌됐든 지금은 그저 마경학관 학생1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 않은가.
화경이라는 경지가 대문파 장로, 혹은 장문인 급이긴 하지만 적들은 화경의 경지가 무색할 정도로 강하기 짝이 없다. 최소한 현경을 이기지는 못해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은 갖춰야 할 터. 기말고사 때 그녀를 공략하게 되는 건 필연이지만 그 전까지는 기량을 다져줘야겠다.
손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내가 교보재가 되어 언서진을 가르치는 거다.
미래에서 첫 아내였던 보아에게 장법을 배우고, 그 다음 여자친구인 언서진에게 권법과 각법을 배운 내가 다시금 그녀들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에 감미로운 흥분을 맛보며 나는 손을 까딱였다.
"어서 와. 내가 미래의 너는 얼마나 강했는지 알려줄 테니까."
"이 씨.……죽인다, 미래의 나!"
미래의 자신인 혈마를 내게서 투영하는 걸까. 방금 전과 다르게 진심으로 살의를 내비치는 언서진이 날다람쥐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오듯이 덤벼들었다.
호전적인 그 모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조법과 권법이 섞인 손짓을 흘려내고 막았다.
방금 전보다는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내 눈에는 부족할 뿐인 주먹질과 할퀴기. 어디가 문제인 건지 천살성의 재능과 화안금정으로 간파한 뒤 곰곰히 개선점을 찾은 뒤에 똑같지만, 조금 다른 권법으로 그녀를 때린 내가 말했다.
"철저하게 그 몸에 새겨주지."
"히익?! 야 이 변태새끼야! 뒤져어어어엇────────!!"
"…응?"
반응이 왜 이래.
그리고 변태라고 매도하면서 왜 뒷구멍을 가리는 건데. 보통 앞구멍 아닌가?
***
"헉…!허억…! 진짜, 존나 세네……!!"
활강시라 체력이 무한일 터인 데도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기를 반복하며 연무장 바닥에 드러누운 언서진이 불평에 가까운 분통을 터뜨린다. 확실히 이 시대에서 화경의 초입이 어디 가서 꿇리는 경지가 결코 아닌 데도 내게 한 방조차 먹이질 못하고 호흡이 불안정해질 때까지 구타를 맞는 실전 형식의 비무를 치뤘으니.
기가 죽고 자신감이 먼지로 산화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겠지만 아무리 강해도 강호에서 저런 자만에 가까운 감정은 어떻게든 배제해야 오래 사는 법이니 좀 철저하게 상대하긴 했다.
감탄스러운 건 화경 초입이면서 어지간한 완숙의 고수를 쓰러뜨릴 정도로 강했다는 점일까. 극의에 도달한 화경은 이기기 힘들겠지만 요행과 행운이 어찌 겹친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체구에 어울릴 정도로만 봉긋한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래서, 어때? 역천신공에 대해 감이 잡혀?"
"잡히기는 하는데…… 어중간하네."
"첫날에 그 정도면 배부른 거지. 보니까 싸우는 와중에도 얼추 사용해서 위력을 증폭시키던데 뭘. 미래에서 이걸 배워서 대성한 건 그 '녀석'이랑 너밖에 없었을 거야."
"그러는 너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냐?"
고개를 젖혀 날 올려다보는 언서진에게 내가 쓴웃음과 함께 손바닥 위로 검은 불꽃, 그러니까 겁화를 작게 발현했다.
"보시다시피 이게 나한테 가장 잘 맞아서 말이야. 역천신공도 나쁘지 않은데 내 천마용린무는 나한테 최적화된 무공이랄까."
"천마용린무?"
"미래에서 너랑 우리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강의 무공을 만들자고 개발하다가 생긴 무공이야. 그리고 천살성인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무공이었고."
"야. 하나만 묻자.……무공 이름에 들어가는 천마가 하늘 천?에 마귀 마?냐?"
"맞아. 양성천마랑 무림맹주, 그리고 혈마 너와 그 외 등등 수많은 이들이 달라붙어서 만들어낸 거지."
"그렇구만."
눈을 감으며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던 그녀가 돌연 눈을 부릅 떴다.
"잠깐! 혈마? 걔는 누구야?"
언서진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듣는 별혼데. 설마 천마신교처럼 혈교니 뭐니 이상한 집단이 있는 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 줘."
마치 과로에 시달리는 무림맹 조직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과로에 시달리는 사무직 말단이 야근만 하면 저런 표정을 짓던데.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실대로 전했다.
"혈마는 네 별호다만?"
"응?"
"미래에서 너는 독혈로 격상의 요괴들도 대량학살을 하곤 했거든. 그래서 요괴놈들이 너만 보면 혈마라고 불렀는 데 하도 입에 달라붙으니까 우리도 널 혈마라 부르기 시작했었어."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할 별호라고. 그 악독한 요괴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구하며 얻은 별호니 좋게 받아들이라는 의미에서 이리 말했더니 언서진이 뭔가 소중한 걸 잃었다는 듯 허망한 얼굴로 연무장 천장을 바라보았다.
"혈마라니. 내가 혈마라니. 천마 짝퉁도 아니고 이게 뭔 지랄이야."
"……."
'아니, 적어도 내 흑염룡보다는 낫지 않냐?'
그리 생각했지만 회귀 전의 내 별호를 말해줬다간 진짜로 그렇게 정착될 것 같았기에 관뒀다.
"그런데 현경인 검후야 그렇다 치고, 다른 애들도 나처럼 새로운 무공을 가르칠 생각이야?"
"응? 뭐, 쌍둥이들이나 여령이가 가진 무공은 중원에서 두 손 안에서 손꼽히는 절학이라 딱히 그럴 필요성은 못 느끼겠네. 그저 비무하면서 움직임이나 대응법을 최적화시켜주는 정도려나."
"그래? 흐음."
누운 채로 혼자 팔짱을 끼더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긴 언서진.
그러다 눈을 뜨고는 내게 물었다.
"야. 네 여친들, 이제 확실히 믿을만 해?"
"당연하지."
"그럼 네 회귀에 대해서 밝혔어?"
"……."
"에라이. 쫄보 새끼."
할 말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내 비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는 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일말의 불안, 혹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거나 진배없는 이야기였으니까.
말문이 막혀 가만히 있자 그녀가 혀를 찼다.
"쳇. 어쨌든, 네 비밀에 대해 밝힐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은 모두 사흘 뒤에 내가 부르는 곳으로 데려 와. 물론, 믿어주는 이들로 한정해서."
"음? 사흘 뒤에 뭐가 있어?"
"그 뭐시냐. 혹시 '마경학관 삼대 불가사의' 아냐?"
"알기는 한다만."
무진에게서 들은 얘기가 여기서 또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나저나 이걸 꺼내들었다는 건 그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거 아닌가.
알고 있다는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설명을 단축시켜서 좋다더라. 상체를 일으키고 다리를 마름모꼴로 모은 뒤 두 손으로 양발목을 주무르며 얘기했다.
"막경학관 불가사의 세 번째를 내가 알고 있거든."
"세 번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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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관 부지 내에 아무도 모르는 기연덩어리 비밀의 방이 존재하며 무작위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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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기연덩어리 비밀의 방이 사실 무림 역사상에 존재했던 모든 무공 비급이 보관된 곳이거든. 그곳에 들어가는 방법을 내가 DLC를 통해 알고 있거든."
"그리고 열리는 게 사흘 뒤?"
"맞아. 거 참. DLC를 구매하길 잘했어. 과거의 나한테 따봉이라도 날리고 싶어진다니까."
자신만만하게 얘기하며 봉긋한 흉부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언서진.
작지는 않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가슴을 내밀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그녀에게 내가 품은 감상은 하나다.
'디앨시? 그게 뭔데 괴짜야.장보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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