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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겨울, 난 죽었었다-473화 (473/1,410)

〈 473화 〉 계획은 없어.

* * *

성기가 질 내에서 더욱 부풀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부푼 성기는 프리실라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레 그녀의 양 허벅다리가 유진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았다.

그러한 행위에 고집스러움을 느꼈고 그녀가 가진 소유욕이 전해지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집요함도 엿보인다.

마침 침대보를 한껏 움켜쥐던 손도 유진의 등허리 부분에 이르러 기다란 손톱자국을 만들었다.

"흐으윽!! 하윽!"

끝내, 유진의 허리가 강하게 그녀의 질 내를 쳐올리고 자궁 구 끝까지 성기를 삽입한 순간이었다. 그대로 멈춰 선 유진은 무언가 잔뜩 경직된 몸이 풀린 기분에 휩싸였다. 그 사이로 해일처럼 밀려오는 여러 화학 작용은 한순간 세상이 환한 빛으로 물들게 했고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관통하며 등골의 오싹함을 느꼈다.

답답한 것이 확 풀리는 느낌에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허리가 몇 차례 부르르 떨렸다. 그 사이 그녀의 자궁 구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란 정액은 그녀의 질 내를 역류하고도 남아 애액과 조수로 범벅된 침대보 위에 점성이 짙고 양 많은 정액마저 섞이게 되었다.

시큼하고도 씁쓸한 향이 물씬 풍겼다.

프리실라의 위에 유진이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를 보았다. 잔뜩 풀어헤쳐 진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몽롱하게 뜨인 눈 입가엔 침이 줄줄 흐르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흘러내린 땀방울에 그녀의 푸른 머릿결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이마며 서로 뒤엉켜 있었다

타락한 달의 여인이 욕정에 끝내 굴복한 모습처럼 고결하나 추잡스럽게 보였고 몹시도 아름답게 보였다. 또는 무척 야릇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마침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유진이 피식 웃고는 그녀의 얼굴에 흥건해진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내 주고 입가에 묻은 멀건 타액도 살며시 닦아주었다. 이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하얀 이마에 덕지덕지 붙은 푸른 머리카락도 조심스럽게 쓸어내려 주었다.

그녀는 갓난아이라도 된 것 마냥 움직이지 않았고 손길에 따랐고 그저 숨을 크게 헐떡였다. 그럴 때마다 풍만한 가슴이 찐빵 모양처럼 변해 들썩이고 물결치듯 흔들리니 숨을 쉬는 것마저도 유혹처럼 다가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점을 잃었던 그녀의 눈빛이 본래의 초점으로 돌아왔다. 이어 마주했을 때, 그녀가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땀에 끈적이는 손길이 목을 감싸 안았다. 이어 무어라 뻐금거리나 잠긴 목소리는 쉽사리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그녀가 바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 가까이 이르렀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한 채 천천히 콧잔등과 콧잔등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 사이로 서서히 입술이 한데 겹쳤다. 입술 사이 서로의 혀가 한데 어우러지고 다시금 서로의 타액을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더욱 키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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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복도에 이른 드워프들의 얼굴에 어렴풋이 맺힌 긴장감이 맴돌았으나 안도감도 함께 했다. 운이 좋게 이곳까지 오면서 괴수들과 마주치지 않았기에 오는 안도감이었다. 아무래도 발록 덕을 제법 본 것 같다. 수월하게 오른 4층에 이른 그들은 훤하게 뚫린 복도를 마주했다. 그 사이로 검게 그을음이 가득한 곳이 많았다.

분명 조금 전 폭발이 있었던 복도라는 것이 분명했다. 유아르 팬토나임이 힐끔 휑하게 뚫린 곳에 이르며 넌지시 바깥을 보았다. 조금 전의 소란은 사라지고 무거운 적막감이 내리는 바깥에는 여전히 푸르스름한 달빛과 함께 잿빛의 눈이 내리고 있거늘 오랜만에 눈 덮인 바닥이 아닌 검게 그을음이 가득한 안뜰이 보였다.

조금 전 발록의 불길 때문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그 아래 검게 타 커다란 잿더미가 된 기형 괴수의 시체들을 보았다. 형태를 잃고 갈기갈기 찢긴 몸과 검게 타버린 몸을 보자니 발록의 위엄이 새삼 다시 느껴지고는 했다. 그 위엄에 숨이 턱턱 막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악마가 만들어낸 흔적이 여기저기 지상에 흉터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아르는 마른침을 꿀컥 삼키며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발록은 허기 때문에 이들을 사냥한 것이 아니었다.

불의 화신이자 파괴의 악마이며 타고난 사냥꾼은 그저 살육을 즐길 뿐이었다. 그에게 사냥은 그저 누군가를 살해하는 행위 그 자체였으며 이유란 없었다. 그저 즐기는 것이었다. 악으로 똘똘 뭉친 그러한 존재는 치솟는 불길 사이 오직 살해라는 본능만이 남아 기형 괴수들을 사냥했고 불태우며 갈기갈기 찢어 그들의 피를 흠뻑 즐겼다. 그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낱 유희에 불과했다. 어떠한 이유도 없는 그저 유희... 그것이 발록이었으며 악마 그 자체였다.

의문이 커져만 간다. 어찌된 일일까? 왜 하필 발록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혹여나 라 드 갈라도가 악마를 보고 악마를 죽였을 때 발록까지 풀려난 것은 아닐까? 갈라도에 그리 많은 악마가 살고 있었다는 것일까? 태양이 내리쬐는 축복의 땅은 사실 악마의 제단이 있던 저주받은 땅이었던 것일까?

모두를 속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근본적인 의문이 유아르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답답함을 만들었다. 그러며 검게 그을려 역한 내를 풀풀 풍기는 고깃덩이를 보던 유아르는 울렁이는 속을 추스르고는 다시 시선을 틀었다. 발록을 생각할수록 치가 떨리고 가셨던 두려움이 물씬 풍겼다.

힐끔 다른 이들을 보았다. 그들 역시 바깥이 제법 궁금했는지 힐끔 바깥을 보았다가 마침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이내 이들의 시선이 전부 굳게 닫힌 알현실 층계에 향했다. 양옆으로는 언제나 노란 전등이 있어야 했고 복도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어야 하나 저 앞에 드리워진 층계는 달빛조차 투과하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지옥의 아가리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잠시 그 앞에 멈춰 선 이들의 얼굴에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화려함으로 빛나던 갈라도의 옛 모습이 놀랍게도 고스란히 이들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침 페키르가 나지막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예전에는 많이 지나던 길을.. 도대체 얼마 만에 온 것이지?.."

벅차오르는 감정을 쉬이 추스르지 못해 한탄 섞인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 씁쓸함이 맺히고 아련함 속에 쓴웃음이 일었다. 그때 유아르가 긴장함에 잔뜩 잠긴 목소리가 토해졌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막 성년이 되었을 때였던가? 처음으로 이 층계를 올랐던 기억이 떠오르네.. 예전에는 그렇게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마침 지금 떠오르는 군 분명 그때 하도 긴장해서 이 층계를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크게 넘어졌어."

"그랬지. 나도 기억나 그때 나도 함께 있었네 얼마나 추하던지! 낄낄!"

낄낄 웃던 페키르가 유아르의 말을 거들었다. 모두의 얼굴에도 어렴풋이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다시 침묵이 맴돌았다. 변한 곳은 없으나 빛을 잃은 층계부터 복도까지 지긋지긋하고도 지독한 어둠이 바로 코앞에 이르러 현실을 일깨웠다. 모습은 변했으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 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담겨 오는 지독한 악취마저도 빛바랜 추억을 찢어발기며 모두에게 빈정거렸다. 더 나아가 그때 올랐던 층계는 태양으로 둘러싸여 수많은 친구와 가족과 함께했거늘 지금의 초라한 숫자를 보자면 금세 우울감이 찾아들어 머릿속에 그려지던 추억에 얼룩이 번졌다.

그러므로써 내린 침묵에 잠시 머뭇거린 이들은 그 누구도 선뜻 층계에 오르지 않았다. 그때 마침 알렉세르가 말했다.

"여긴 그대로야. 변한 것은 없어. 우리도 이 계단도, 저 문까지도.. 그런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왜 이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 이곳이 변한 걸까? 내 기억이 틀린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변한 걸까?"

"흥!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그저 오랜만에 와서 낯설 뿐이지."

페키르가 짧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드리워진 어둠을 헤집고 한 걸음 용기 있게 층계를 올랐다. 더는 청승 떨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들의 시선이 모두 페키르에게 이르렀다. 이제는 알렉산더가 아닌 페키르 라파엘라가 유난히 열정적이었다. 왠지 모르게 갈라도 성에 이른 후 모두를 이끌고 있는 건 페키르가 되어 있었다.

마침 그가 뒤돌아 보며 말했다.

"뭣들 해? 안 올 거야? 우리 목표가 바로 앞에 있는데 저 문도 안 열어보고 돌아가려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돌아갈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난 적어도 저 문 뒤에 뭐가 있는지는 확인하고 갈 거야. 자네들은?"

그가 물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으나 알렉산더가 그를 따라 층계를 올랐다. 이어 유아르 팬토나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깊은 한숨을 담아 층계를 올랐고 마지막으로 알렉세르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페키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 알현실 문앞에 이르렀다. 그러고는 알렉산더와 함께 굳게 닫힌 문에 손을 얹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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