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9화 〉 곧 돌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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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는 걱정하지 마. 잘 있을 거야. 아니 오히려 우리를 골려줄 생각으로 잔뜩 들떠 있겠지? 그러니까 만회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엘리시아보다 못 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그러니까 너는 지금 우리만 생각하라는 거야. 슬슬 짜증 나려 하니까."
협박성 어조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담아 다가왔다. 흠칫 놀란 표정에 어색한 미소가 걸쳤다. 그러며 생각했다. 그녀는 사라 드 셀리엘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간혹 특정한 모습을 보일 때면, 특정한 상황 적어도 지금처럼 불편한 상황에 이를 때면 어렴풋이 그녀의 피가 이어져 있음을 느끼고는 했다.
마치 사라 드 셀리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조차 닮았다. 그럴 때면 소름이 돋아 흠칫 몸을 떨었고 그녀에게 있어 한없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굴하게 굴복한 수컷은 차마 저항할 수 없었다.
"엘리시아 그 앙칼진 년이 내 것을 먼저 빼앗아 가다니... 어떻게 이 짜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잔뜩 날 선 질투가 고혹적인 목소리를 타고 이어졌다. 자연스레 귓가에 스며들고 심장을 강하게 움켜쥐는 듯한 고혹적인 목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문득 지금 흘리는 땀이 후끈한 열기 때문이 아닌 차갑게 다가오는 협박성 경고 때문에 흘린 식은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침 억지로 다가온 에일린의 입술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으나 여전히 불안한 시선은 불쾌감을 그리는 프리실라에게 닿아 차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흠칫 몸을 떨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성기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 쾌락보다는 고통이 더 느껴졌다.
심지어 에일린마저 힘을 주었고 불쾌하다는 듯 끈적하게 이어지든 키스 중에 갑작스레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화들짝 놀라 무어라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불만을 내비치면서도 키스를 멈추지 않으니 어떠한 저항이나 변명을 허용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내가 먼저 가질 수 있었는데... 솔직히 내 안에도 많이 쌌는데 도통 소식이 없는 걸 보고 혹시 너나 내게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 그런데 엘리시아의 소식을 듣고 딱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네? 혹시 내 문제는 아닐까?"
아쉬움이 절절하게 묻어 나오는 프리실라의 목소리에 유진은 난처하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으로는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며칠 전만 해도 그녀는 아이를 두려워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물론 엘리시아와 정사를 나누었을 때에는 얘기가 다르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훌쩍 떠날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욕심은 거대하고도 이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듯 엘리시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누구나 동등하고 평등하게..
그러나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엘리시아의 임신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터무니없게도 자신에게 셀리엘의 저주가 걸렸다는 프리실라의 불안함과 두려움조차 질투가 억누른 듯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사라 드 셀리엘이 내린 저주에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엘리시아의 임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도해야 하는 상황인가??... 자문은 의문으로 끝났다.
차츰 성기를 움켜쥔 손에 더욱 거센 힘이 들어갈 때마다 감히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에일린과 프리실라의 시선이 겹쳤으나 에일린은 무언가 고개를 끄덕이며 양보하는 듯했다. 그러자 프리실라가 대범하게 유진의 몸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며 마주한 프리실라를 보는 순간 다시금 사라 드 셀리엘이 겹쳐 보인다. 그 순간 또 다른 죄책감이 내면 깊은 곳에서 치밀었다.
"고마워, 그리고 엘리시아에게도 고맙다고 편지를 보낼 거야. 내게 내려진 저주에 지금 연연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나도 이제 모르겠어. 마음은 아직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쉽게 떨쳐낼 수 없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녀가 손을 잡아 억지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게 했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성기를 부여잡고 천천히 질 구에 걸친 상태로 말했다. 목소리 끝이 파르르 떨렸다. 유진 역시 성기 끝에 닿은 뜨거운 감각에 헉하고 헛바람이 삼켜지고는 했으나 연거푸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이어지는 에일린과 키스에 무어라 대답도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면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죄책감이 끊임없이 유진을 괴롭혔다.
마침 프리실라가 마저 말을 덧붙였다.
"엘리시아가 날 비웃는 모습이 끊임없이 날 괴롭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그 웃음을 어떻게 일그러트려 줄까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더라고."
그녀가 쿡쿡 웃었다. 그러며 서서히 중력에 몸을 맡겼다. 질 구에 걸친 성기가 서서히 그녀의 내부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그녀도 뜨거운 감각에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녀의 가슴이 크게 부풀다 줄기를 반복했다. 그러한 감각이 키스하는 와중에도 손끝에 스며들었다. 유진은 버릇처럼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고는 했다.
"임신시켜줘... 나도 엘리시아처럼 똑같이.. 이제는 네 아이를 가지고 싶어. 물론 유진 너에게 거부권은 없어."
질투라는 저주보다 더 강력한 욕망에 완벽하게 해방된 목소리는 단호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동시에 조금 더 힘을 주니 반쯤 삼켜진 성기가 조금 더 그녀의 질 벽을 헤집어 놓으며 더 깊은 쾌락의 정점이 가득한 곳으로 침범하려 했다. 그녀의 음부가 능숙하게 뜨겁게 빚어진 우람한 성기 모양처럼 확장되었다.
표피의 굴곡이며 휜 정도까지 알맞게 확장되었고 끝끝내 뿌리까지 삼켜졌을 때에는 다시금 강하게 움켜쥐듯 조여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의지력을 표현했다. 더욱이 뜨거운 감각이 음부를 타고 전신에 고루 퍼지며 마치 온몸이 불살라지는 듯한 거친 불길에 휩싸인 듯했다. 자연스레 프리실라의 허리가 뻣뻣하게 곤두서며 다가오는 쾌락의 물결 속에 휩쓸리듯 숨을 크게 헐떡였다.
유진 역시 그러했다. 더는 키스를 이어갈 수 없을 지경에 짜릿한 전율 속에 프리실라를 두 눈을 마주했다. 다시금 사라 드 셀리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요란스럽게 뛰는 심장이 납덩이를 삼킨 것 마냥 고통을 야기했다.
단호한 눈빛 그 사이에 어렴풋이 맺힌 불안함, 애써 저주를 떨쳐냈다 한들, 조그맣게 남아 그녀를 괴롭히는 사라 드 셀리엘의 목소리, 어머니이자 저주이며, 가족이자 그녀에게 있어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남긴 고통이 푸른 눈동자에 자그마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유진이 손을 뻗었다. 그러며 하얀 피부에 손을 얹었다. 음부가 뿌리까지 삼켜지려는 것을 멈추게 했다. 당황한 프리실라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험상궂게 일그러지는 표정이 정말 사라 드 셀리엘과 닮았다. 그럼에도 유진의 표정은 한없이 진중하게 변하며 그녀의 행동을 막아섰다. 억지로 성기를 빼내려 하자 그녀가 제법 충격을 받은 듯 더욱 오기가 생겨 달라붙어 왔다.
날카롭게 쏘아지는 눈빛은 무슨 짓이냐며 뾰족하게 쏘아붙이는 듯하다. 한편 유진은 죄인의 모습으로 차마 더는 속일 수 없었다.
"잠시만요! 잠시.. 잠시만 멈춰 줘요. 도무지 죄책감 때문에 할 수 없어요. 둘에게 말할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멈춰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납덩이처럼 무겁게 짓누르는 죄책감을 견딜 수 없다. 말해야만 했다. 이토록 가녀린 여인에게 어떠한 거짓말도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저택으로 돌아오면서 수십 번 고민했던 일이었다. 발베르센에서 있었던 일, 저택에서 사라 드 셀리엘과 있었던 지독한 악연, 유진은 그 어쩔 수 없었고 저항할 수 없었던 일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하나의 저주가 되리라 여겼다.
두 눈을 똑바로 그녀를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한껏 달아오른 지금의 분위기마저 파 해질지도 몰랐다. 그녀가 배신감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유진은 말해야만 했다. 조금의 꺼림칙함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나아가 엘리시아나 사랑하는 이들 모두에게는 솔직해지고 싶었다.
분명히 후회하리라 생각했다. 제법 진지해진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머뭇거리는 입술은 쉽지 않은 결심이라는 것을 내비쳤다. 쿵쿵 뒤는 심장이 불안함에 요동치고 한껏 달아오른 몸이 죄책감에 식어간다. 아무리 그게 뜻하는 바가 아니었다 한들, 아무리 발베르센에서의 일이 약에 취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마녀의 꾐에 홀렸다 할지라도...
어느샌가 쾌락마저 차갑게 식어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을 무렵 유진이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덧붙였다.
"발베르센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물론 지금 상황에 맞지 않은 얘기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진작 말했어야 했던 얘기였을지도 몰라요. 저는 죄를 지었어요. 둘에게... 그래도 침묵으로 속이는 것보다 차라리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두 분에게 아무것도 속이고 싶지 않아요."
잔뜩 흥분했던 감각이 다시금 치솟는 죄책감과 불안함이 돼 유진을 타고 모두에게 전이하는 기분이었다. 유진은 단호했다. 이대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는 차마 죄책감에 견딜 수 없다.
말해야 했다. 사라 드 셀리엘과 나누었던 말도 안 되는 행위를....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 보면 끝까지 사라 드 셀리엘에게 끌려다닐지도 몰랐다. 그러니 말해야만 했다. 단호한 눈빛이 짙은 파문이 되어 의문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닿았다. 그러며 조심스럽게 선뜻 뗄 수 없었던 입술을 조심스럽게 떼었다.
"죄송해요. 두 분을 배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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