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7화 〉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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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된 복도가 보였다. 옆으로는 방들이 놓여 있을 테고 저택은 고요했다. 잠시 무리슈엘라는 이 길게 뻗은 복도 끝에 어디로 가야 하나 싶어 방황했다. 모든 것을 끝내고 나왔으나 후련하지 못했다. 다이크를 향한 원망도 있었고 억울함도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바란 것처럼 그도 자신에게 달려와 제발 가지 말라고 부탁하길 바랐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기회를 주었으나 이제는 끝난 것이다.
서로 병균처럼 부푼 앙금은 끝내 사라지지 못했던 것이다. 더는 회복할 수 없는 관계. 육체적인 관계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찍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불확실함 때문에 서로가 잠시 미련이 있었던 것 같으나 지금 이 순간, 둘 다 확신에 이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이 문을 닫는 순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균열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음을 말이다.
무리슈엘라는 닫힌 문을 등에 기댄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불현듯 자신의 모습이 몹시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윽고 길게 뻗은 복도를 보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깊은 고뇌에 잠겼다. 과연 자신은 지금 어떠한 감정이 들어야 정상일까? 미안함일까?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아니면 후련함을 느껴야 할까? 해방감? 혹은 지니 알렉산드로가 저택으로 온다는 사실에 불같이 화를 내야 할까?
도통 모르겠다. 복잡해 뒤죽박죽 섞인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속이 메스꺼웠고 구역질이 났다. 아직도 취기가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틀거리는 몸에 손을 뻗어 벽을 짚고 멈춰 섰다. 과호흡 증상이라도 나는 듯 숨을 크게 헐떡였다. 이윽고 다시 걸었다. 공허함이 몹시 선명하게 느껴진다.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걸음이 다시금 멈칫했다. 그러며 뒤로 돌아서 굳게 닫힌 방문은 매정하기만 하다.
흠칫 놀랐다. 미련이 남은 걸까 싶었다. 혹시나 그가 다시 문을 열고 나와주지 않을까? 그러나 그럴 리 없다. 그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에 다신 자신을 잡아주지 않을 것이다.
'역시.. 보았던 거야...' 유진과 관계를 나누고 난 뒤, 나왔을 때, 희미하게 담배 냄새를 맡았다. 창문이 열려 있어 대부분 빠져나갔으나 근래 그가 피우기 시작한 담배 연기를 맡았다. 그러며 흠칫 놀라기도 했었다. 혹시나 싶어 그와 대면할 때,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하나 조마조마했었다. 그러나 다이크 슈리엘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언제나 평소처럼 조금은 어색하고 무뚝뚝하고 시큰둥한 사이처럼 지냈다. 그렇기에 흐지부지 넘겼던 기억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그는 보았던 것 같다. 자신의 아내가, 아들과 관계를 나누는 충격적인 모습을 말이다. 이윽고 결정을 내렸을 테다.
어쩌면 그 역시 자신과의 관계에 어떠한 감흥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지니 알렉산드로를 저택으로 부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의 자그마한 반항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진 무리슈엘라는 씁쓸함에 입맛을 다셨다. 이윽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걸음 끝이 흔들거린다.
갈피를 잃은 걸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균형을 잡기 힘들다. 거친 숨소리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아리사의 방으로 갈까? 그러나 근래 유진의 요정들과 함께 있으며 침울해 있는 그녀를 보며 더욱 침울해질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엘리시아의 방으로 가볼까? ' 머뭇거리던 걸음이 조심스럽게 엘리시아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잰걸음이 조급해진다. 지금의 괴로움을 어떻게든 달래고 싶다. 달리다시피 딸아이가 있을 방에 이르렀다. 그리고 문앞에 이르러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살짝 돌리는 순간 문 사이로 자그마한 틈이 생겼다. 그러자 들리는 자그마한 교성에 멈칫했다.
이런! 적절하지 못한 시간 때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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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엘리시아의 방은 한창 무르익은 상태였다.
마침 유진의 입술이 질 구에 닿자 가녀린 엘리시아의 몸이 매미가 날개를 흔들 듯 파르르 떨었다. 이윽고 혀가 도드라져 나온 클리토리스를 자극했을 때, 교성을 질렀다.
촉수처럼 미끈미끈하면서도 뜨겁게 달궈진 혀가 서서히 질 내로 들어가며 자그마한 흔적을 남길 때마다 엘리시아는 평소보다 더 강렬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사실 평소라 할 것도 없었다. 오랜만이었다. 몇 달 만이기도 했다. 자신의 남자는 오직 유진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진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가 아니라면 이러한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혀 놀림에 다가오는 쾌락은 몇 달 만에 느끼는 쾌락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고팠던 것이다. 굶주린 성욕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일 테다.
"히익!"
고압 전류가 음부를 지나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를 꿰뚫는 듯하다. 허리가 멋대로 들썩였고 음부가 추잡스럽게 벌룩대며 침을 질질 흘렸다. 그럴 때마다 유진의 입술이 새 나오는 더러운 애액을 삼켜내고 혹은 핥아내며 쾌락에 굶주린 아이를 잉태한 짐승을 달래준다. 슬슬 차곡차곡 쌓이는 절정감에 교성은 뾰족하게 쏘아지며 방안을 가득 채웠고 몸을 뒤척이느라 침대가 들썩이며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가 교성 사이로 섞였다.
주체할 수 없는 몸에 침대보를 움켜쥐고는 한다. 양쪽 허벅지가 유진의 목을 감싸기도 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벼락에 맞은 것처럼 부들부들 떨린다. 아아!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쾌락의 파도가 전신을 휘감아 숨조차 쉬기 힘들게 했다. 이윽고 거대한 벼락이 등줄기를 꿰뚫었다.
한 순간 한계에 이르렀던 그녀가 기다란 교성을 토해냈다. 근육이란 근육이 한껏 경직되다가 풀렸고 허리가 멋대로 들썩였다. 그 순간, 멀건 조수가 마치 물총처럼 유진의 얼굴에 쏘아졌다. 심지어 가슴의 유두 끝에도 다시금 묽은 유즙이 살짝 새 나오기도 했으나 그녀는 잠시 부끄러움을 잊은 채 한껏 쏟아지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하으윽.."
기다란 교성과 함께 천천히 들썩이던 허리가 잠잠해졌다. 이윽고 근육이 풀리고 축 늘어진다. 엘리시아는 버릇처럼 부푼 배를 한 손으로 쥐고 숨을 크게 헐떡였다. 쾌감의 여운을 천천히 찬미했다. 얼마 만인가? 도대체 얼마 만이었던가? 그의 능숙한 애무에 혼이 쏙 빠져나갈 듯한 쾌감이 그리웠다. 몹시 염원했다. 그의 다정하고도 짐승처럼 격렬한 애무가 너무나 고팠다.
마침내 고대하던 쾌감을 느꼈을 때에 다가온 황홀경을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저 거대한 쾌락의 파도가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듯하며 허기짐을 충만하게 채웠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물며 기대하고 있다. 이제 고작 시작이었음을 말이다. 고작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직 전채요리가 남아 있음을 말이다. 천천히 유진을 보았다. 그가 얼굴에 묻은 자신의 체액을 대충 닦아내고 서서히 올라서고 있다. 자신의 체액으로 흥건해진 얼굴이 물기가 가득했으나 다행히 그의 표정에는 불쾌감일랑 없었다.
오히려 여전히 잔뜩 흥분한 모습이다. 여전히 자신을 잡아먹고 싶어 안달 난 짐승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한 모습에 킥킥 웃어 보이며 아이처럼 손을 뻗자 그가 닿았다. 자연스럽게 서로 끌어안은 상태로 입술을 맞췄다. 불현듯 그의 얼굴에서 자신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미안하고도 조금 웃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뜨거운 흉물이 다시금 잔뜩 성 나 있음을 느꼈다. 그 뜨거운 방망이가 몸에 닿을 때, 심지어 부푼 배에 닿았을 때에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충동을 느꼈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어서 전채요리를 먹고 싶어 안달 나 있다. 뱃속에 꼬르륵 천둥소리가 친다. 그것은 쾌락을 향한 갈증이었다.
버릇처럼 그와 키스를 나누고 이윽고 떨어졌을 때, 엘리시아가 말했다.
"넣어 줘."
들끓는 욕정에 굴복한 그녀는 스스로 무슨 말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음탕하게 보이는지 몰랐다. 그저 흐름에 맡겼다. 폭포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듯 당연한 자연의 이치처럼 물 흐르듯 진행했다. 이어진 키스는 짧았다.
불현듯 유진을 보았을 때, 그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성욕이라는 괴물에 삼켜져 충혈된 듯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몰라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금 가랑이를 벌렸다. 그러다 혹여나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욕이라는 괴물에 삼켜져 추잡하고도 음탕하기 짝이 없는 모습, 그래.. 자신이 분명하다.
아무렴! "어서!" 그를 재촉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더 바짝 다가온다. 온몸이 기대감으로 덜덜 떨린다. 이미 최고조에 달아오른 몸은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냈다. 뱃속에 아이도 기대하는 걸까? 부디 잠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어른들의 시간이니 말이다.
아쉽게도 부푼 배 때문에라도 그의 성기가 자신의 음부로 삽입되는 것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럴까? 보이지 않아서 더 기대감이 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지금 이 순간에, 지금의 상황에 더 큰 쾌락이 쏟아진다면 정신이 붕괴해 완연하게 음탕한 여인이 될 것 같다. 간신히 어머니로서의 조금 더 자애롭고, 자비로로우며 단아하고도 고귀한 여인으로 변하겠다는 다짐이 와장창 깨어질 듯하다. 말마따나 남자의 정기를 먹고 사는 서큐버스가 되지 않을까?
완전히 추잡한 여인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하긴 그러한 본래의 모습이지 않은가? 마침내, 그의 성기 끝이 질 구에 살짝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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