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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114화 (114/972)

〈 114화 〉 하인 : 종칠­14

* * *

오늘은 선녀문 뇌옥에 식량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선녀문의 하인들은 매주 한 번씩, 뇌옥을 청소하고 죄수들에게 식량을 주었다. 죄수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가 베풀어지는 날이다.

식량은 말라비틀어진 건량과 물, 그리고 수수 한 줌이었다. 당연히 일주일을 버티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식사다. 그러니, 최대한 아껴 먹으며 한 주를 버텨야 했다.

평소라면, 이 지옥 같은 감옥에서 그나마 행복을 느낄 배급 시간이었지만, 오늘의 추파월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 남자의 말에 따르면 낙봉옥의 간수들이 며칠 뒤에 도착한다. 추파월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매시간이 지옥 같았다.

더군다나, 마지막으로 붙잡은 동아줄이 썩은 것인지, 아니면 구명줄인지 알 수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추파월은 그 음흉한 남자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따라 너무 힘들다. 무슨 청소가 그렇게 많은지. 높은 사람 올 때면 이게 싫다니까.”

추파월은 뇌옥을 청소하는 하인들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내일쯤에 도착하신다고 하던데? 원래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시는 모양이야.”

“근데, 어떤 분들이래? 무림맹에서 손님이 온 것은 오랜만이잖아.”

“내가 잠깐 대제자님이 하는 말씀을 들었는데, 낙봉옥에서 오시는 분들인가 봐.”

그들의 대회에 추파월은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창살을 두드리며 외쳤다.

“잠…. 잠깐! 이봐! 그게 무슨 소리지? 낙봉옥에서 간수가 온다고? 그곳도 내일!?”

청소하던 하인 두 명의 시선이 추파월에게 꽂혔다.

“조금 전에 문주님과 대제자님 대화를 들었소. 무림맹 사람들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내일이면 올 것 같다는…. 낙봉옥에서 나오는 모양인데, 어쩌면 댁을 데려가려고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낄낄!”

“이봐. 죽을 사람 그렇게 놀리면 나중에 천벌 받는다.”

“킥킥. 그런가? 근데, 네 말에도 은근히 뼈가 있잖아.”

“히히. 뭐, 어때. 사실인데.”

두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청소를 끝내고 감옥을 나갔다. 추파월은 창살을 크게 두드리며 이를 갈았다. 시뻘게진 추파월의 눈은 귀신의 것 같았다.

“이 새끼가 나를 속였어!?”

몇 각 후, 누군가가 추파월 앞에 나타났다. 추파월은 그를 보고는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이봐! 이건 네 말과는 다르잖아! 낙봉옥 간수들이 내일이면 도착한다고!”

손에 주먹밥을 들고 있던 종칠은 그런 추파월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개소리냐. 먹을 것 챙겨주러 왔더니만, 이상한 헛소리를 싸제끼는군. 이거 필요 없냐?”

종칠은 공놀이하듯 주먹밥을 위로 던졌다가 잡았다. 평소라면 눈이 뒤집힐 것 같은 광경이었다. 이 지옥 같은 뇌옥에서 식량은 여자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추파월의 눈에 주먹밥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청소하러 온 하인들에게 다 들었다! 무림맹 사람들이 내일 도착한다는 것을!”

“이상한 헛소리를 들었나 보군. 무슨 꿍꿍이로 그런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분명 사나흘 뒤에 무림맹 사람들이 온다고 들었다. 애초에 감방 청소하는 새끼들이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그…. 그럼 너도 일개 하인 아니냐?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너는 어떻게 무림맹 사람들이 그때 온다는 것을 안 것이냐?”

“나는 대제자님 전속 하인이다. 내가 이 감방 열쇠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 감이 딱 오지 않나? 나는 대제자님의 가장 곁에서 수발을 드는 사람이다. 문파의 정보라면, 빠삭하지.”

종칠의 말에도 추파월은 아까 하인들이 했던 소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만약, 낙봉옥 간수들이 도착하면, 그는 살아있는 몸으로 지옥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죽을 만큼 싫었다.

“이봐! 부탁하겠다. 무림맹 사람들이 내일 찾아올지도 모른다. 제발 나를 풀어다오.”

“미친 소리 하지 마라. 바깥에는 경계가 쫙 깔려 있다. 네가 그들에게 잡히고, 내가 풀어줬다고 불면 나도 죽는다. 걱정하지 마라. 지금 널 풀어주기 위한 밑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너를 풀어줄 그 날, 나는 마을 객잔에 있는 것으로 조작할 것이거든. ”

“크흑! 지금 풀어주지 않으면, 지금까지 네가 했던 일을 그들에게 모두 고발하겠다!”

“킥킥! 머리가 왜 그렇게 안 돌아가나? 니가 이 감옥 안에 있는 한, 누가 니 말을 믿어줄까? 나는 색마가 죽기 전에 발악한다고 한마디 하면 끝이다. 애초에 나는 대제자님께 총애받는 전속 하인, 너는 여자 만 명을 따먹은 희대의 색마. 누구 말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 지는 말 안 해도 알지 않는가?”

추파월은 고민에 빠졌다. 칼끝이 목울대에 드리어진 상황이었다. 어차피 낙봉옥 간수들이 오면 자기는 죽는다. 그렇다면, 그전에 살기 위한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다.

“이봐! 나는 잠행에 뛰어나다. 내가 그동안 수많은 무림인을 따돌릴 수 있던 것은 그 때문이지. 그러니, 제발 나를 풀어다오. 내가 놈들에게 잡히지만, 않는다면, 되는 것 아니냐?”

“그걸 어떻게 믿나? 너, 무슨 꿍꿍이냐? 혹시 너를 도와주기로 한 다른 녀석이 있나? 나만 믿고 기다리면, 다 알아서 빼준다니까.”

추파월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자신에겐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그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나를 지금 빼주지 않으면…. 너는 영원히 음양합일공의 음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 추파월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패는 음양합일공이었다.

“응? 그건 안 되겠는걸. 이봐. 살고 싶지 않은가 보지?”

“이미, 나에게는 출구가 없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면, 남 좋은 일은 할 수 없는 법! 큭큭! 네놈은 그렇게 원하는 음양합일공을 결코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추파월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였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으면 결국 그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종칠은 그런 추파월의 반응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갑자기 그렇게 나오신다라. 그럼 협상 결렬이군. 추파월. 잘 죽어라. 나름 똑똑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종칠이 감옥을 나가고 나서야, 추파월은 땅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으아악! 죽고 싶지 않아!”

*­*­*

“여기 약속한 돈.”

나는 감옥을 청소하는 녀석들에게 철전을 몇 푼 쥐여주었다.

“히히! 오늘은 고량주 한잔 걸치면서, 향단이를 안아볼 수 있겠구나.”

“우리야 돈 벌어서 좋은데, 갑자기 그런 일은 왜 시킨 거야?”

“그야. 재미있잖아. 그놈 표정 어땠어? 볼만하지 않았냐?”

“키킥! 성격 나쁜 녀석. 확실히 그 썩어들어가는 눈동자는 환상적이었지. 그런 놈이 전설적인 색마라니. 나는 처음에 색마라고 해서 엄청난 미남일 줄 알았는데, 순 병신이더군.”

“자, 자. 두 사람 모두 수고했어. 이 돈으로 오랜만에 여자나 안으라고. 그리고 이 술. 내 아시는 분이 내게 특별히 주신 술이거든. 이거 한 병에 무려 은자 한 냥이래.”

“으, 은자 한 냥짜리 술!? 이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어디 사 놓은 땅이라도 올랐나?”

“좋은 건 나눠야 더 좋지 않겠어? 최후의 만찬.. 아니, 최고의 만찬을 즐기고 오라고.”

“정말 고마워! 킥킥. 너 같은 친구랑 같이 일해서 다행이다.”

나는 뇌옥 청소하는 녀석들을 이용해서 추파월은 뒤흔들었다. 이제 놈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아직 음양합일공을 완벽하게 익히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 색공을 익힌다면, 그것이 스킬로 등록될 것이다. 나는 홀리 에로우의 전례를 생각하며 그렇게 판단했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그러나 놈의 성격상, 감옥을 나가서 내게 음공을 알려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녀석을 살려줄 생각 따위가 조금도 없다. 놈은 내 약점을 쥔 셈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해서든 감옥 안에 있는 녀석에게 음공을 배워야 한다. 일반적인 회유는 당연히 통하지 않으니, 흔들기를 한 것이다. 녀석은 지금쯤 죽을 맛일 것이다. 현실에서도 사형수에게 사형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좋아. 오늘 새벽쯤에 다시 놈을 찾아가야겠군.’

혹시라도 너무 늦게 찾아가면 자살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치료를 위해서 나를 찾아온 단유하를 안은 후, 지하 감옥에 찾아갔다.

추파월은 예상대로 시체처럼 삐쩍 말라 있었다. 제대로 잠도 못 자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잘 정도로 신경줄이 굵은 새끼라면 내 협박에 동요할 리가 없다.

놈은 감옥에 들어온 나를 보고 고개만 까딱거렸다.

“나를 조롱하러 왔나?”

“아니. 조금 전, 대제자님께 소식을 들었다. 네 말대로 무림맹 사람들이 빠르게 왔다고 하더군. 아마, 내일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미안하다. 내가 틀렸었다.”

내 담담한 인정에도 추파월은 별다른 화를 내지 않았다. 이미 모든 감정을 쏟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눈동자는 죽어 있었다.

“크큭! 그래. 그렇군. 그럼, 이제 나는 죽은 목숨이로군.”

추파월의 목소리에서는 체념이 느껴졌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닐지도 모르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감방 열쇠를 꺼냈다. 열쇠를 본 추파월의 눈동자가 크게 빛났다. 놈은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았다. 앙상하게 씨든 사막의 새싹이 1년에 한 번 내리는 비를 맞고 잎사귀를 피는 것 같았다.

나는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파월의 희망은 헛된 희망이었다.

“그것은….”

“열쇠다. 이 감방 열쇠지. 지금 나는 마을 객잔에서 향단이란 기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이걸로 이 문을 연다면…. 너는 탈출할 수 있다. 그 뒤에 살아나가는 것은 네 능력에 달려 있지만.”

“좋아! 그래, 이 추파월! 아직 여기서 이렇게 죽을 목숨이 아니다! 열어라! 그것으로 나를 이곳에서 보내다오.”

“하지만, 그러면 문제가 있다. 내가 약속한 음공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이지.”

“젠장! 그건 나중에 알려주겠다! 일단, 내가 살아야지, 가르쳐주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아니. 네가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내가 음공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지금 당장, 나에게 음공을 가르쳐라. 그러면 열어주겠다.”

“미친 소리! 시간이 별로 없다! 내일이면 놈들이 온단 말이다.”

“오히려 충분하지. 밤은 기니까. 나는 며칠 만에 양공을 배웠다. 네가 양공을 가르쳐 줄 때 말했지? 양공이나 음공, 둘 중 하나를 배우면 나머지는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네 말대로 시간이 별로 없다. 당장 내게 음공을 가르쳐라.”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 놈이 포기한다면, 나도 음양합일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놈은 정신적으로 크게 몰렸을 것이다. 내 열쇠를 바라보는 추파월의 눈동자에서 광기마저 느껴진다. 나는 열쇠를 노골적으로 흔들며 말했다.

“기회는 더 없다.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는군.”

“........ 젠장! 알았다! 네 놈!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죽어서도 저주하겠다! 절대로!”

“알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음공을 배우면 너를 풀어주지.”

그렇게 즉석에서 무공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내게 음공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말대로 음공은 양공과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를 배우면 나머지 하나가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그는 그렇게 하룻밤 만에 내게 음공을 모두 가르쳐주었다. 수업이 끝났을 때, 그의 머리는 새하얗게 세 있었다. 피부도 탄력을 잃어서 그는 20년은 늙은 것 같았다. 가진 기력을 나를 가리키는데 모두 소모한 것이다.

“이게 전부다. 나는 약속을 이행했다. 이제 네 차례다.”

놈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직 스킬 등록이 되지 않았어. 내 생각이 틀린 건가? 아니면, 추파월 이 새끼가 끝까지 감춘 게 있나?’

아마 후자일 것이다. 나와 이 새끼는 마지막까지 서로의 뒤통수에 몽둥이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로 감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놈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환호했다. 나는 녀석의 발에 묶인 족쇄까지 풀어주었다.

“천천히 나를 따라와라. 바깥에 경비를 살피겠다.”

나는 그렇게 앞장서 걸었다. 녀석의 내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나는 이 새끼를 어떻게 더 엿먹일지 생각하며 움직였다.

“지금이 딱 경비 공백 시간이다. 운이 좋군.”

사실, 원래 뇌옥 경비 따윈 없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녀석을 인도했다. 지하 뇌옥에서 올라와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신 녀석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자유로군! 자유야! 하하하! 이 추파월, 세상에 따먹을 여자가 이렇게 많은데, 아직 뒤질 수 없지! 이봐! 정말 고맙다! 솔직히 마지막까지 반신반의했다. 네가 약속을 안 지킬까 봐! 너는 진정한 정파의 무인이로군!”

“난 무인이 아니다!”

“상관없다. 솔직히, 아직 네게 가르쳐주지 않은 음양합일공의 오의가 있다. 그 오의가 없다면, 음양합일공은 여전히 불완전한 무공이지. 네가 나를 배신했으면, 절대 가르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로군. 네가 믿음을 지켰으니, 나도 마지막까지 믿음을 지키겠다.”

내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 비겁한 새끼는 마지막까지 생명의 은인의 뒤통수를 까려고 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군.’

추파월은 바지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더러운 새끼.

“이게 음양합일공의 마지막 오의다. 음공과 양공을 모두 익혔으니, 이것은 혼자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고맙다. 너는 내 의형제나 다름없다!”

그가 감격하며 말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추파월처럼 머리가 굵은 새끼가, 마지막에 남겨둔 한 수가 없을 리가 없다.

근데, 나는 놈이 ‘바보 같은 녀석! 네게 아직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있다!’라고 하며 도망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사적이다. 이러면 죽이기 미안해진다. 뭐, 그래도 죽일 거지만.

“고맙군. 추파월. 너를 잊지 않으마.”

“나도…. 커헉!”

나는 숨겨둔 단도로 추파월의 배를 꿰뚫었다.

“고마우니까 고통 없이 죽여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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