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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278화 (278/972)

〈 278화 〉 여행자 : 데릭 워커26

* * *

‘어빌리티 습득!?’

세라는 뜬금없이 각성해버렸다. 그녀의 어빌리티인 와일드 헌터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민첩성과 방어력을 올리는 능력이다.

어빌리티를 각성한 세라는 순식간에 겐트를 죽였다. 최상급 소드 엑스퍼트인 겐트지만, 민첩성이 100% 증가한 세라의 손톱에는 한 줌의 먹이일 뿐이었다. 이건 내가 의도한 상황은 절대 아니었지만, 엄청나게 좋은 상황이었다.

‘설마, 극단적인 분노로 어빌리티를 각성한 건가? 아니면, 목숨을 건 싸움에서 깨달음을 얻은 건가?’

그녀가 어빌리티를 각성했다는 것은 내게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었다. 내가 얻은 노예들은 강력한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잠금 상태였다. 만약, 그들의 어빌리티를 풀어줄 수 있다면, 내 전력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노예 관리→

세라

◆능력치

힘 : 311 | 민첩성 : 325 | 지력 : 88 | 운 : 44

◆칭호

[밤의 친구]

밤에 시야 제한이 사라진다.

◆속성

[없음]

◆어빌리티

­와일드 헌터(C급)­

.무기를 장착하지 않고 전투할 시, 민첩성이 100% 증가하고, 받는 물리 데미지가 30% 감소한다.

←노예 관리→

세라의 능력치는 대단했다. 근접 전투원답게 힘과 민첩성에 치중된 능력치이긴 하지만, 두 능력치가 300을 넘었다. 게다가 어빌리티 때문에 실질적인 민첩성은 600이 넘는다.

600이라니. 내 민첩성을 아득히 상회하는 수치다. 어쩌면, 지금의 세라라면 루나를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C급 어빌리티 하나만으로 이렇게 전력이 상승하다니. 역시, 어빌리티를 개방하는 것은 중요해. 이건 세라에게 직접 물어봐야겠군.’

나는 일어나서 옷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었다. 무너진 투기장의 잔해에서 어떠한 미동도 일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우려한 소드 마스터급 강자는 없는 것 같았다.

“주인님!!!”

세라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블랙 마스크의 효과로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일그러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조금도 왜곡되지 않았다. 세라가 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살아계셨군요!? 하지만, 분명….”

“나는 그런 허접한 공격으로 죽지 않는다.”

겐트의 공격은 위협적이었지만, 나는 괜히 폼을 잡았다. 여자 앞에서 폼을 잡는 것은 남자의 본능이다.

세라는 내게 다가와 내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가슴에 난 커다란 상처는 흔적도 없이 아물어져 있었으며, 몸의 다른 곳도 모두 정상이었다. 세라는 그제야 안심했다.

“세라. 그것보다 물을 것이 있다. 너, 어빌리티를 각성하지 않았느냐?”

“어빌리티요? 아! 그 이상한 힘이요?”

세라도 자신이 각성한 힘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솔라리 월드 세상에는 어빌리티란 개념이 없다. 세라 본인으로서도 다소 얼떨떨할 것이다.

“주인님을 생각하며 전투에 임했더니,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이상한 힘과 지식이 들어왔어요. 저도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한 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요.”

역시, 세라도 무의식중에 힘을 각성했다고 말했다. 내게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세라니까, 틀림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얻은 단서는 하나였다.

‘계기가 있으면 어빌리티를 각성할 수 있다는 것이로군. 그 계기가 극단적인 분노인지, 생사를 건 전투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내 노예들의 어빌리티를 떠올렸다. SS급 어빌리티인 웨폰 마스터를 가진 루나, S급 어빌리티인 다이하드를 가진 연지 등, 강한 어빌리티를 가진 노예가 많다.

‘이것에 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단서를 얻었으니, 그 단서를 기반으로 연구할 수 있다. 좋은 소득이었다.

겐트를 처리하자, 무너진 투기장 잔해에서 황토색 아르마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규모 지진을 일으키는데, 많은 힘을 소모했는지, 크리트의 얼굴은 딱 봐도 피로에 절어 있었다.

“역시 정령술사라는 매개 없이 이 정도 힘을 사용하는 건 피곤해. 빨리 켈리와 계약하고 싶어.”

“이봐, 크리트. 네가 놓친 이 녀석 때문에 죽을 뻔했어.”

나는 겐트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리트는 그 시신에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아, 이 녀석이 운 좋게 빠져나간 그놈인가? 난 저 아래서 그놈보다 강한 녀석을 다섯 명이나 매장하고 왔다고.”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크리트였지만,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만약, 그 다섯이 모두 지상으로 튀어 올라왔다면, 나와 세라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난 켈리한테 간다. 뒷일은 알아서 처리해. 여기까지 해줬으니, 못한다고는 안 하겠지?”

“물론이다.”

“당분간은 쥐 죽은 듯이 잘 거야. 인간 세상에서 이렇게나 날뛴 적은 정말 오랜만이야.”

“수고했다.”

“감사는 됐어. 계약이나 잘 지켜.”

크리트는 그렇게 사라졌다. 나와 세라도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 보너스 포인트와 동기화 쿠폰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해방

바스트레이 백작령의 투기장을 무너뜨려라.

←퀘스트→

←아이템→

●동기화 쿠폰(B급)

한 세계선에서의 동화율을 30% 상승시키는 쿠폰이다.

※동화율은 100%를 초과할 수 없다.

←아이템→

퀘스트의 난이도만큼이나 보상은 훌륭했다. 특히, 보너스 포인트를 무려 1,000포인트나 받았다.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보상이었다.

나는 보너스 포인트를 굉장히 신중히 활용하는 편이었다. 능력치가 100이 넘으면 10포인트당 1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받은 포인트로 내가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100이다. 투자한 포인트를 번복하는 방법이 아직 나에게 없기에 포인트 사용은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

‘이번처럼 강력한 놈이 또 불쑥 튀어나오면 곤란하지. 게다가 스피큘도 만났는데 다른 군단장이 사천황을 또 불쑥 튀어나올 수도 있어. 적절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길이다.’

나는 우선 동기화 쿠폰을 바로 사용했다. 솔라리 월드에서의 동화율은 70%로 동기화 쿠폰을 사용하면 딱 100%의 동화율을 맞출 수 있었다.

[최초로 동화율 100%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쿠폰(S급)이 주어집니다.]

동화율 100%를 맞추자 보상을 받았다. 무려, S급 랜덤 아이템 쿠폰이다. 잭팟이 연속으로 터진 기분이었다.

‘맙소사! 못해도 A급, 잘하면 SS급이다!’

군침이 꿀꺽 넘어갔다. 대량의 보너스 포인트에 랜덤 아이템 쿠폰까지 나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투자 전략을 어떻게 설정할까였다.

‘가장 믿음직스러운 능력치는 역시 힘하고 민첩성이지. 투자한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이니까. 하지만 지력도 나쁘지 않아. 지력을 투자하면 스킬 위력이 늘어나지.’

지금 내 능력치는 다음과 같았다.

←스테이터스→

◆능력치

힘 : 360 | 민첩성 : 289 | 지력 : 201 | 운 : 156

←스테이터스→

가장 낮은 것은 운이었다. 힘과 민첩성, 지력과 달리 운은 상승한 효과가 크게 눈에 띄이지 않았다. 딱히 운을 올린다고 해서 뽑기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어떤 효과가 있을 거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스테이터스 창에 이렇게 나올 리 없으니까. 크리티컬 데미지 증가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나는 결국 운을 찍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로 지금 내가 보유한 능력치 중에 가장 낮았고, 둘째로 운은 다른 능력치와 달리 잘 성장하지 않았다.

힘과 민첩성, 지력은 그럭저럭 파워 오브 섹스의 효과나 수련으로 오르는 기미가 보였지만, 운은 요지부동이었다.

‘뭔가 좀 아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내 직감을 믿자.’

←스테이터스→

힘 : 360 | 민첩성 : 289 | 지력 : 201 | 운 : 256

←스테이터스→

운이 무려 256으로 수직 상승했다. 상승한 능력치를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은 아이템 차례다. 나는 S급 랜덤 아이템 쿠폰을 사용했다.

←아이템→

●사념의 파편(SS급)

작은 수정구슬이다. 사용자의 사념을 더듬어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변한다. 한 번 변화한 무기는 사용자가 바뀔 때까지, 다시 변하지 않는다. 무기의 위력은 사용자의 능력에 비례한다. 소유자가 바뀌면 무기 역시 바뀌며, 모든 능력치가 200 이상이어야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태산을 무너뜨리는 힘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들개를 쫓아내는 힘을 준다.

←아이템→

“나이스!”

SS급 아이템이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옆에 있던 세라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좋은 일이 생겼다. 아주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

나는 새로 얻은 SS급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그것은 양손으로 쥘 수 있는 크기의 동그란 수정구슬이었다. 완벽한 구형으로 깎인 그 수정구슬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수정구슬에는 내 못생긴 얼굴이 비쳤다.

“이게 뭐예요?”

“방금 용사의 힘으로 얻은 무기다.”

갑자기 수정구슬이 빛났다. 나는 홀린 듯 수정구슬을 응시했다. 투명한 구슬은 마치 내 상상을 비추는 듯했다.

수정구슬 속에, 내 기억이 빠르게 재생되었다. 내가 경험한 일, 내가 본 책, 내가 들은 이야기 등등, 나는 타임 리프를 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것이 인생의 파노라마인가?

내 기억의 영상은 어느 순간 멈췄다. 정지된 영상은 내가 인터넷에서 본 한 자루의 총을 보여주었다.

‘이건….’

갑자기 구슬의 형태가 바뀌었다. 루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구실이 신기하게 변하고 있어요!”

제멋대로 변한 구슬은 내 기억이 비추던 소총의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기억 속에 있던 것과 완전히 같은 총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체적인 인상만 똑같지 세부적인 모습은 완전히 다른 총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총을 쥐었다.

“그게 새로운 무기인가요? 뭔가….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어요.”

소총은 전체적으로 검은색 배색이었다. 구조는 현실의 돌격소총과 매우 흡사하다. 어떤 액세서리도 없는 순정품이지만, 무게는 5kg 정도로 무거웠다. 가장 특이한 점은 탄알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쓰는 줄 알 것 같군.’

소총을 쥐자마자 그것에 대한 사용법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총을 들고 표적을 찾았다. 한쪽 팔이 잘린 외팔이 기사 새끼가 도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까, 세라에게 팔이 잘린 놈이다.

나는 그를 향해 총을 조준했다. 조준하는 방법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알긴 아는데 자세를 제대로 잡기가 힘들었다. 사격이란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나를 사용해서 탄환을 발사한다.’

나는 마나를 운용했다. 내 마나가 소총에 응집되는 것이 느껴졌다. 방아쇠를 당기자, 마나의 탄환이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갔다.

피슉!

탄환은 도망치는 외팔이 기사의 옆을 스쳤다. 원래는 머리를 조준했는데, 조준점에서 꽤 많이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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