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 사장 : 금태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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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양승택은 세계 유수의 IT기업, ‘파인’에 다니는 연구원이다. 파인은 스마트폰 산업을 비롯한 IT업계를 선도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며, 징글벨시에 그 본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징글벨시에서는 파인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본사 정직원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양승택은 대기업 연구원답게 풍족한 월급을 받으며, 훌륭한 아내와 좋은 아들, 딸을 두었다.
그의 인생은 모난 길 없는 일직선이었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성공하는 인생의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일하고, 나이를 먹고 은퇴하고, 아들딸 장가보내고 노년을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생이 될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그런 지루함조차 평화로운 행복이겠지.
요람부터 무덤까지, 굴곡 없고 평화로운 길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는 그런 길에 불만이 없었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자식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다. 듬직한 큰아들과 살짝 까탈스럽긴 하지만, 똘똘한 딸.
그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행복한 인생의 주인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녀오셨어요?”
언제나처럼 앞치마를 입은 아내가 현관에서 자신을 맞이해주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자신에게는 과분한 아내다. 자식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것은 모두 아내 덕분이리라.
그는 자신을 반기는 아내를 보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다. 파인의 연구원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돌아올 집이 있기에 언제나 힘을 내서 출근할 수 있었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승택은 평소와 다른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원인이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 거슬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찌븃! 찌븃! 찌븃! 찌븃!
그는 잠시 평소와 다른 것을 생각했다.
자신을 반기는 아내의 환한 미소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 알몸에 앞치마만 입은 모습도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내를 후배위로 찌르는 불량한 남자도 평소와는…. 다르지 않던가? 아무튼, 딱히 이상함을 느낄 만한 것은 아니다.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가슴 한편에서 이리도 불편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인가? 비타민 부족이라 신경이 민감해진 것인가?
‘보충제를 잘 챙겨 먹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승택은 구두를 벗었다.
“흐으응~♥ 흐응~! 아이 만드는 작업 중이었어요~! 어서 오세요.”
주부인 아내가 아이 만드는 일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 승택은 자신이 느낀 이상함의 정체를 끝끝내 밝히지 못한 채, 구두를 벗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자신의 가방을 받아주었다.
‘기분 탓인가?’
그는 꺼림칙한 생각을 생각의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분명, 중요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식사 먼저 하실래요?”
“그러지.”
두 사람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니, 세 사람이다. 불량한 남자는 걸으면서도 아내를 뒤에서 덮쳤다. 어찌나 허리가 현란하게 돌아가는지, 아내의 신음이 단번에 이해될 것 같았다. 남자로서 조금 부러운 허리 놀림이었다.
최근에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부쩍 느껴진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비실비실하다. 아무래도 원기를 보충할만한 무언가를 챙겨 먹어야 할 것 같다.
식탁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들과 딸은 미리 앉아 있었다.
“읍! 읍! 읍! 읍!”
아들은 의자에 묶여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채워져 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 아닌가…?
승택은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따라 이상한 말을 많이 해서요. 묶어 놨어요.”
“으음.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승택은 그렇게 제멋대로 납득했다. 아들이 뒤늦게 사춘기가 온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착실한 아이라도 격동의 성장기는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을 이해해주는 것도 부모의 일이겠지.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고기 요리, 생선 요리, 계란 요리, 샐러드 등이 보기에도 좋게 차려져 있다.
아내는 그것의 일부를 덜어 개밥그릇에 옮겼다. 여러 요리가 뒤섞인 개밥그릇은 보기만 해도 식욕이 떨어졌다. 아내는 그것을 바닥에 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아내의 말에 승택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좋았다. 원본의 맛이 원채 좋다 보니, 섞여도 먹을 만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평소와 같은 식사 풍경인데,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아까처럼 그 이상함의 원인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강아지처럼 몸을 숙이고 밥을 먹느라 식탁 아래의 풍경이 그의 눈에 훤히 들어왔다.
아내는 그 남자와 함께 앉았다. 정확히는 그 남자가 자지를 세우고 의자에 앉았고 아내가 그 위에서 보지를 겹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결합부는 식사 중에도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움직이는 쪽은 아내였다. 아내가 저렇게 남자를 잡아먹고 있다니. 상상조차 못 한 광경이다. 저 남자 대신 자신이 있다면….
오랫동안 쓰지 않은 자지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줄어든 정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지의 발기는 바로 풀렸다. 역시, 몸이 허하다.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 할지도.
식사가 끝나고 승택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는 아까와 다르게 그 이상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아, 내 방은 여기였지.’
그의 방은 거실에 설치된 작은 개집이었다. 원래는 집에서 키우던 해피의 집이었다. 재작년에 해피가 죽은 후에도 해피를 추억하며 치우지 않았다.
그 후로, 승택은 그곳을 자신의 방으로 했다. 그가 원래 가려고 했던 방은 체육 선생님을 위해 둔 방이었다.
‘이런 착각을 하다니. 오늘따라 좀 이상하네.’
그는 개집에 들어가 개처럼 몸을 말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르게 피곤한 하루다. 하룻밤 자면 괜찮아지겠지.
그런 소망을 담아 그는 꿈나라로 향했다.
***
“흐으으응~! 흐응~! 하아아앙~!”
나는 부부의 침실에서 가인 어머니를 범했다. 우리 뒤에는 온몸이 포승줄로 꽁꽁 묶인 가인 오빠가 있었다.
가인 어머니는 학부모 중에서도 유별난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다. 교장이 준 정보에 따르면, 이만한 보물은 별로 없었다. 아들 앞에서 행동으로 패드립을 하며 즐겁게 그녀를 범하던 중에, 내 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퀘스트→
●꿈의 직장
징글벨시에 위치한 IT 기업 ‘파인’의 본사 인원의 95% 이상을 지배하라.
0/18,254
←퀘스트→
새로운 퀘스트는 한 기업을 접수하라는, 다소 당돌한 내용이었다. 마법소녀 캐럴 뮤즈 세계관에서 파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IT 기업이다. 그런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18,254? 이건 본사 사원 숫자인가?’
파인의 본사는 징글벨시에 있다. 아마, 본사에 근무하는 사원 숫자가 그 정도 될 것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상식 개변 스티커로도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지만.
‘재미있는 퀘스트로군.’
그러고 보니, 가인이 아빠가 파인에 다니는 연구원이라고 했다. 가인의 아버님은 앞으로도 좀 험한 꼴을 많이 당할 것 같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자, 도전 욕구가 활활 타올랐다. 나는 당장 교장한테 전화를 걸어 당분간 휴가를 쓰겠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을 때 휴가를 쓸 수 있다. 교장은 당연히 찍소리도 못한다.
***
IT 기업 파인은 징글벨시뿐만 아니라 한국을 먹여 살리는 세계 유수의 기업이다. 마법소녀 캐럴 뮤즈에서 나오는 스마트폰 모두가 파인에서 개발한 ‘제이폰’ 시리즈다.
단순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각종 컴퓨터 기기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검색 엔진, 심지어 자율주행차까지, 손 안 대는 분야가 없는 엄청난 거대 기업이다.
최근 뉴스 기사에 따르면 로켓 사업까지 손대고 있다고 한다. 인류 최초로 화성에 콜로니를 만들겠다나 뭐라나? 그 덕분에 파인 코인이란 것을 발행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공룡 테크 기업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대단한 회사다.
파인 본사는 징글벨시 외곽에 있다. 근처에 징글벨 대학교가 있어서 회사 내에서 징글벨 대학교에 다니는 인턴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징글벨 대학교와 제휴를 맺어서 정기적으로 인턴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인턴이 물이나 가스 같은 자원처럼 느껴지는군.
출근 시간의 회사는 상당히 붐볐다. 수십 층짜리 거대한 본사 건물은 축구장 네 개를 합친 것만 한 넓은 부지에 위치했다. 단순히 커다란 본사 건물 하나만 띡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부지에 여러 건물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회사 앞 정원은 제법 잘 꾸며져 있었는데, 파인의 상징인 거대한 파인애플 조각상이 정원을 장식했다. 그 주변에는 쉴 수 있게 만들어진 벤치나 정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점심시간에 저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겠지.
시대를 주도하는 테크 기업답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복장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정장을 입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이 편한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오히려 그게 이들의 정장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내 모습은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았다. 복장만 본다면. 외모는 굉장히 이질적이었지만. 이런 양아치 얼굴을 하고 저런 대기업에 출근할 것 같지는 않다.
본사 건물에 들어가자 사원증을 찍고 출입하는 커다란 보안 게이트가 보였다. 나는 미리 가져온 가인 아빠의 사원증으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사원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향한 곳은 CEO실이었다. CEO실은 본사 건물 30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갈 수 있었다.
의외로 제지하는 보안 요원은 한 명도 없었다. 입구의 보안 게이트만 통과하면 장땡이었다. 이것도 IT 기업 특유의 자유로움인가?
CEO실은 복도 끝에 붙어 있었다. 문은 잠겨 있다. 아직 출근하지 않은 걸까? 나는 문고리를 억지로 비틀어 열었다. 세련된 CEO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고풍스러운 원목 가구로 잔뜩 장식된 사무실은 아니었다. 그것과는 정반대로 가벼운 느낌의 책상과 의자, 컴퓨터가 정갈하게 자리한 사무실이었다.
딱히, CEO 사무실이라고 해서 일반 사무실과 특별히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책상 위에서 CEO 박병철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돌아보았다. 유수의 거대기업 파인을 정복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숫자의 직원을 가진 파인 본사를 상식 개변 스티커 하나로 지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식 개변 스티커는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능력이 떨어진다. 징글벨 중학교 정도야 스티커 하나로 커버할 수 있지만, 이 넓은 회사 전체를 지배하기는 쉽지 않다.
즉, 내겐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다. 다행히, 내겐 방법이 있다.
‘직원을 조금씩 세뇌하면 되지. 스티커에 의한 세뇌나 암시는 내가 풀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으니까.’
즉, 소수의 인원을 세뇌하면서 야금야금 회사를 갉아먹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소수의 인원은 회사의 상급자가 될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의 지배. 내 전략은 전형적인 탑 다운 방식이다.
“응? 문이 고장 났나?”
상념에 빠진 나를 깨우는 목소리는 50대가 넘은 중년의 것이었다. 청바지에 편한 폴라티 차림의 남자가 CEO실로 들어왔다. 그와 내 눈이 마주쳤다.
“자네는 누구지?”
내 상식 개변 스티커는 이 CEO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누구긴 누구야. 니 주인님이지. 대가리 안 박아?”
“앗!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효과는 확실했다. CEO는 내 앞에 머리를 박았다. 나는 컴퓨터를 켜서 자판을 두들겼다.
“이게 회사의 새 사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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