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7화 〉 사장 : 금태양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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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식아! 씨발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지금 사건 터졌어! 주란 고등학교야! 너 지금 어디야!? 그 남자 새끼 잘 쫓고 있는 거 맞아?
“네. 팀장님. 시내입니다.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 남자하고는 관련 없는 것 같습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자는 시내에 있었습니다.”
...... 알았어. 일단, 빨리 학교로 와. 씨발, 이게 무슨 개 같은 난리야!
주란 고등학교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역시 레온 마스크 짓이었다. 심지어 이번 폭행 사건은 생중계까지 되었다.
“미친. 난장판이로군.”
“그렇군요.”
근식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만은 그것이 불만스러운지 근식을 쏘아보았다.
“뭔, 해탈한 새끼처럼 그렇게 무덤덤해? 사건이라고. 또 깨지겠군. 하!”
“그렇네요.”
“...... 이 새끼. 약 잘못 먹었냐?”
다른 사건처럼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CCTV나 블랙박스 영상으로 놈의 도주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목격자가 이렇게 많은 사건인데 범인을 못 잡는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결국 두 사람은 소득 없는 조사만 하다 현장에서 물러났다. 벌써 일주일째,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하! 씨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군. 벌써 일주일인가?”
“그렇네요. 팀장님. 저 옷 좀 갈아입고 와도 괜찮겠습니까?”
“으음…. 그래. 빨리 갔다 와. 당분간은 일 터지지 않겠지.”
근식은 힘없는 걸음으로 집에 갔다. 자신과 아내의 보금자리인 작은 아파트다. 도어락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떨렸다. 이상한 기분이다.
“......”
“앗! 자, 자기야! 왔어?”
웃음이 헤픈 고양이상의 여자가 자신을 맞아 주었다. 운동이라도 한 듯 온몸에 땀을 비 오듯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이 시간에 왜? 분명 연속 근무라고 하지 않았나…?”
“옷 갈아입으러.”
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에게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옷 내가 꺼내줄게.”
“괜찮아.”
아내가 자신을 만류했지만, 근식은 무시했다. 그의 아내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남편의 모습에 당황했다. 오늘의 그는 보통 때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원래는 형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멍청한 사람인데, 오늘만큼은 날카로운 감을 뽐내는 베테랑 형사 같았다. 무언가 냄새를 맡은 사람처럼.
“자, 자기야 옷장 정리가 안 돼서..”
“어디 있어?”
“으, 응!? 옷이라면 당연히 옷장에…. 근데, 내가 꺼내 줄게. 자기 외출복 내가 구분해서 넣었거든.”
“꼭 내가 직접 찾게 만들어야 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의 옷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옷장을 쿵 닫고 화장실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자, 자기야! 뭐 하는 거야!? 평소 자기답지 않게 왜 이래? 뭐 하는 거야!?”
아내의 비명 같은 외침에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레온 마스크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더 나빠질 필요가 있어.
근식은 이번에는 베란다 쪽으로 갔다. 베란다 문을 거칠게 여니, 창가에서 오들오들 떠는 곱슬머리 남자가 있었다. 근식의 눈동자가 충혈되었다.
“자, 자기야! 이건…. 내가 설명할게!”
근식은 말없이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울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이건…. 이건 다 자기 때문이야.”
“......”
“자기가 항상 야근하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기념일도 안 챙기고! 그러니까…. 그래서 잠깐 실수했던 거라고!”
근식은 눈을 감았다. 문득, 예전에 팀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니가 니 마누라 바람 핀 거 심판하겠다고 칼로 찌르고, 내가 우리 아들 새끼가 도둑질했다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면 사회가 돌아가겠어?
“안 돌아갈 거 없죠.”
근식은 성큼성큼 부엌으로 갔다.
“자, 자기야!? 갑자기 칼은 왜…? 내가 미안! 미안! 잘못했어! 잠시 정신이 나가서…! 자기야!”
5분 후, 피투성이가 된 근식은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서 한 장의 명함을 꺼냈다. 그는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방 전당포입니다.
“......”
형사님인가 보군요. 이런 전화가 오면 자기 형님이 바꿔 달라고 하셨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시죠.
1분 정도 기다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생각보다 빠르군. 복수할 생각이 든 거야?
“저…. 사람을 죽였습니다.”
...... 어디야? 일단, 거기서 기다려.
***
선을 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지만, 그 결과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선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쉽게 죽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세상에 미친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그런 선 따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는 인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근식은 그런 부류의 인간이 절대 아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식은땀이 흘렀다. 레온 마스크에게 자기 집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는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다. 그제야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빈말로도 예쁘다고 할 수 아내가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근식은 자신의 아내가 이렇게도 추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것은 이미 아내가 아니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차라리 잘 됐어.”
그는 왼팔로 땀방울을 훑었다. 아내의 옆에는 상간남의 시신이 한 쌍의 양말처럼 포개져 있다. 그 남자도 아내처럼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외모였다.
이렇게 보니 어울리는 한 짝이다. 그래서 바람을 피운 걸까?
하핫!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이런 세상을 아둥바둥 살았다니. 코미디도 이런 바보 같은 코미디가 또 없다.
근식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실없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실소를 흘렸다. 사람을 죽였는데, 마음이 이리도 편안하다니.
그는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닫는 한편, 지금까지 메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은 진작 아내를 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 같은 놈이 형사라니. 세상 참 웃기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초조할 때 줄곧 나오는 습관이다. 가슴이 후련해진 것과 다르게, 그는 빨리 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단 사실은 형사인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더군다나 자신은 레온 마스크도 아니지 않은가?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근식의 몸이 마취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굳었다. 그는 빳빳한 고개를 간신히 돌려서 인터폰을 확인했다.
조신한 얼굴의 여성이 한쪽 뺨에 손을 대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근식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시할까? 아니, 그러면 더 의심할지도 몰라. 저 사람, 분명 옆집 사람이었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범죄자를 추적하는 형사인 자신이 이런 범죄자의 상황에 부닥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평소 흉악범들의 패턴을 떠올렸다. 대게, 그들은 지나치게 수상한 행동으로 주변의 의심을 받는다.
“하아. 집 안은 피투성이. 내 몸도 완전히 피투성이. 미치겠군.”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렸다. 근식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일단 인터폰을 받았다.
“네.”
저 옆집 사람인데요. 방금 전에 비명 소리 같은 게 들려서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요.
참으로 착한 이웃이다. 그러나 타이밍은 조금 늦은 것 같다.
이 사람이 조금만 더 빨리 초인종을 눌렀다면, 자신이 아내를 죽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근식은 괜한 이웃에게 미움의 화살을 돌렸다.
“아, 집에 벌레가 나와서요. 그것 때문에 아내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근식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괜찮은 변명이었다. 즉석에서 떠올린 것치곤 훌륭하다.
아? 그런가요?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웃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근식은 가슴을 부여잡고 소파에 쓰러졌다. 독감에 걸린 것처럼 머리가 뜨겁고 세상이 핑핑 돌았다.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잠이나 한숨 때리고 싶었다.
피로함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는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살육의 현장에서, 근식은 잠을 청했다.
역시, 수마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
잠에서 깼다. 딱히 꿈을 꾸진 않았다. 그러나 근식은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태평하게 낮잠을 때리다니. 보통 배짱이 아니군.”
금발의 태닝남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이 공간을 압도하는 묘한 분위기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근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질러졌던 살해 현장은 평범한 가정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흘러넘치는 피도 없었고, 아내와 상간남의 시체도 없었으며, 자신이 사용한 흉기도 사라졌다.
이 현장은 완전히 리셋되었다. 자신이 잠들고 나서 얼마나 지난 걸까?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근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문득, 자신이 근무 중에 잠깐 집에 들른 것이란 사실을 떠올렸다.
“아! 맞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준만으로부터 엄청난 숫자의 부재중 통화가 걸려왔다. 아내를 죽인 직후 느꼈던 심장이 쿵 떨어지는 아찔한 감정이 다시금 자신의 몸을 지배했다.
그는 일단 준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새끼야! 너 어디야!?
“아…. 팀장님. 죄송합니다. 옷 갈아입다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씨발. 그럴 줄 알았다. 팀장은 이렇게 개고생하는데 집에서 낮잠을 때려? 이 새끼 간땡이가 단단히 부었구나. 너 빨리 튀어나와!
“알겠습니다.”
준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그는 다시 남자 쪽을 바라보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남자는 어떻게 자기 집에 들어왔을까? 난장판이 된 현장은 무슨 수로 치운 것일까? 아내와 상간남의 시체는 어디에 버린 것일까?
물어볼 것이 너무 많았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것을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자는 레온 마스크니까. 어떻게든 했겠지.’
그는 자신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것은 정의의 사도와는 거리가 먼 미소였다.
“직장에서 깨진 모양이네.”
“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너희 팀이 레온 마스크를 쫓는 건가?”
“레온 마스크를 쫓는 팀은 한두 명이 아니지만, 저희가 사건 전담팀입니다.”
“그렇군.”
그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바로 레온 마스크다. 그러나 근식은 그를 체포할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제 현장에 복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 정도 있다가 아내는 실종 신고로 넣어.”
“알겠습니다.”
근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 쪽으로 갔다. 태양은 그런 근식에게 말했다.
“나중에 내가 너 쓸 일이 있을 거야.”
“......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태양의 말에 근식은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희열을 느꼈다. 레온 마스크의 수족이 된 것은 그에게 오히려 축복이었다. 그는 태양의 말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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