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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439화 (439/972)

〈 439화 〉 특별 사업 지정자 : 백재성8

*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한테 무엇을 주실 수 있죠?”

나는 그렇게 물었다. 리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내가 질문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10년 전속 계약에 스톡옵션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 주식의 10%를 드리죠.”

주식을 받으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내가 얻는 이익이 크다. 장래가 유망한 회사가 뛰어난 인재를 잡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그러나 내게 그리 끌리는 계약은 아니었다. 계약 기간은 무려 10년으로 매우 길다. 불확실한 가치를 가진 회사의 주식으로 나를 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혹시, 상장하셨습니까?”

“아뇨. 보지 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 기업이에요. 하지만, 협회로부터 계약을 따낸다면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겠죠.”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것이다.

“솔직히,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군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마, 리사 정도의 사람이라면, 내 심정을 이해하겠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미스터 백 같은 스타를 붙잡기에 부족한 조건이란 것은 잘 압니다. 만약, 저희가 원활하게 계약을 한다면, 저희는 최대한 백을 지원할 겁니다. 계약 최소 조건은 2달에 한 번 정도 촬영하는 것이지요. 촬영마다 추가 인센티브를 지불할 것이며, 이는 향후에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흐음….”

“다른 파티원들과도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이익이 없는 조건이다.

“아무래도..”

“뭐,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게다가 협회의 사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섣부른 결정은 후회만 낳을 겁니다.”

내가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고 하자, 리사가 가볍게 손뼉을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표정을 읽고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으리란 것을 예측한 것이다.

‘뭐,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으니, 다른 회사들 조건을 보고 선택할까?’

그녀의 말대로 어차피 선택권은 나에게 있으니, 굳이 섣부른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혹시라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면, 제게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여기 명함 있습니다.”

리사는 깔끔한 명함을 건넸다. ‘보지 엔터테인먼트 CEO 리사 보지’라고 적혀 있다.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리사와 이야기를 마친 우리는 회사를 나왔다. 지수와 주은이 무슨 조건이 오갔냐며 내게 물었다.

“스톡옵션요? 흐음. 괜찮을까요?”

“글쎄? 최대한 우리의 편의를 보장해준다는 것은 마음에 드네.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이리저리 간섭하는 것은 딱 질색이니까.”

“그건 그렇네요.”

“아무튼, 다음에는 어디에 갈까? 이왕 미국에 온 거, 관광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버렛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혹시, 미국 헌터 협회를 구경해보실래요?”

“미국 헌터 협회? 오. 구미가 당기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버렛이 손뼉을 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마, 미국 협회 쪽인 것 같다.

“미국 협회는 관광도 할 수 있나?”

내가 묻자 머레이가 대답했다.

“아무나는 아니고, 예약을 했거나 우리 같은 헌터라면 가능하지. 볼만한 곳이야. LA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에버렛이 전화로 예약을 마치자, 우리는 택시를 타고 미국 헌터 협회로 향했다. 모든 것이 큰 미국답게 커다란 도로를 달리는 것이 시원시원했다.

마천루가 잔뜩한 도심 안으로 들어가자, 의외로 고층 빌딩이 적은 넓은 구역이 나타났다. 지도상으로 확인하니 LA의 중심이었다.

“여기는 LA에서도 아예 다른 행정 구역으로 분류되어 있지. 통칭 ‘그라운드 알파’. 대학 부지 4개를 합친 크기의 이 구역 전부가 미국 헌터 협회야.”

머레이가 설명했다.

“우와~! 대단하네요!”

주은이 택시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광경에 감탄했다. 거대한 고층 빌딩 하나로 이루어진 한국과 달리, 미국 헌터 협회는 거대한 대학 캠퍼스를 보는 듯했다.

사방이 철조망이 둘린 군부대의 담장 같은 것으로 둘려 있지만, 내부의 커다란 건물은 그 너머로 잘 보였다. 우리가 탄 택시는 협회의 정문 앞에서 멈췄다.

머레이와 에버렛이 앞장섰다. 정문에는 진짜 군복을 입은 군인이 나와 있다. 어깨에는 소총을, 허리춤에는 권총을 메고 있다. 실탄이 장전되어 있으려나? 미국이니까, 그래도 이상하지 않다.

선글라스를 쓴 위병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척!’ 하고 경례를 하며 입을 연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대답하는 사람은 머레이였다.

“관광입니다. 여기 확인증입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보여주었다. 위병은 QR코드 리더기로 코드를 찍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장하시기 전에 간단한 수색이 있겠습니다. 보안 검사대 위에 서주시죠.”

위병은 입구에 비치된 공항에서 볼 법한 기계를 가리켰다. 우리는 차례대로 위에 섰다. 모두 이상 없이 통과였다.

“즐거운 관광 되십시오.”

그가 다시 멋지게 척 하고 경례를 했다. 나도 입대하면 저런 일 하려나? 음…. 모르겠다.

의외로 관광객은 우리 말고도 많았다. 우리는 사원증 같은 목걸이를 받았다. 관광객 확인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확인증을 주는 위병이 관광 중에 절대 벗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마, 가이드 직원이 나올 거예요. 가이드도 신청했거든요.”

“와우. 미국은 이런 것도 있네.”

이게 선진국의 품격인가? 나는 넓은 협회 내부를 살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사방에 있었다.

건물의 형태도 개성이 넘친다. 가장 앞에 보이는 건물은 전시장처럼 생긴 돔 모양이었다. 무슨 기숙사 건물 같은 직사각형 건물도 있었다. 작은 건물 여러 개가 통로로 연결된 것도 있었다.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미니 리무진이 우리 쪽으로 부드럽게 다가왔다. 우리의 몇 발자국 앞에서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기다리셨습니다.”

훤칠한 키에 정장을 입은 여성이 리무진에게 내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올백으로 정리한 단정한 머리를 하고, 살짝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진 라틴계 여성이었다.

섹시한 용모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단정한 정장 바지가 불룩 튀어나오는 굉장한 엉덩이의 소유자였다. 무심코 엉덩이를 탁하고 때리고 싶었다.

‘진짜, 애기 잘 낳을 것 같은 육단지로군. 따먹고 싶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본인이 타고 온 미니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타시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와우. 원래 이렇게 서비스가 좋아?”

머레이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1,000달러짜리 관광 상품이야.”

그렇군. 돈값을 한다는 건가.

우리는 함께 리무진에 올랐다. 안에는 미니 냉장고도 있다. 리무진 기사는 빡빡이 백인 아저씨였다.

“첫 번째로 방문하실 곳은 협회 기념관입니다. 헌터 협회에서 소장하는 각종 기념품이 전시된 공간이죠. 헌터 협회가 소장 중인 기념품의 수는 5만여 점이 넘습니다. 분기마다 5천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됩니다. 2년에 한 번, 특별 전시 기간에는 2만여 점이 넘는 전시품을 동시에 전시하는데, 이번에는 아쉽게 그 기간이 아니기에 그보다 적은 전시품을 만나게 될 겁니다.”

리무진이 멈춘 곳은 내가 처음에 본 돔 형태의 건물이었다. 우리는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리무진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가 생각보다 맛있다. 나는 음료수를 마시며 길을 걸었다.

“우와와~! 층고가 엄청 높네요.”

주은이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그녀의 말대로 전력으로 점프해도 닿지 않을 정도로 천장이 높았다. 전시관은 총 네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시된 기념품은 헌터 협회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나, 유명 던전 헌터의 물품, 혹은 희귀한 몬스터 부산물 등이었다. 옆에서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 설명을 지수와 주은이에게 번역해주었다.

“앗! 설마, 저건!?”

전시관 한편에서 지수가 어떤 전시물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가이드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썬더 드래곤 ‘아스트라페’의 뿔이로군요. 태평양에 나타난 해양 던전에서 출몰한 네임드 몬스터입니다.”

아스트라페.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이름이다.

“개방형 해양 던전인 ‘배의 무덤’은 어선과 상선을 포함해 100척이 넘는 배를 침몰시킨 끔찍한 던전이었습니다. 그곳의 네임드 몬스터 아스트라페를 잡기 위해서, 한국 헌터 협회와 미국 헌터 협회가 협력했습니다. 1랭크 던전 헌터 7명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결국 아스트라페를 잡는 데 성공하죠. 이것이 바로 그 증표입니다.”

썬더 드래곤의 뿔은 길이가 3m가 넘었다. 색깔은 선명한 아이보리색이었고, 표면에는 내리친 번개 같은 복잡한 그물 형태의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아스트라페의 뿔은 두 개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 헌터 협회에서 보유하고 있죠.”

1랭크 던전 헌터가 떼로 달려들어 사냥한 몬스터라면 공략 난이도가 최소한 1랭크란 뜻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저건 얼마죠?”

천박하긴 하지만, 궁금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 듯, 가이드는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재화로 가치로 환산하기 힘듭니다. 저 뿔은 번개 계열의 어빌리티 사용자에게 엄청난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됩다. 뿔 자체가 가진 에너지만 해도 LA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지금처럼 안전하게 보관된 상태에서 에너지가 방전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참 대단하군.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우리는 그렇게 관광을 했다. 볼 것이 엄청나게 많았다. 간단히 둘러본 것 같은데, 1시간이 지났다.

“다음 목적지는 로즈 가든 파크입니다. 근사하게 꾸민 공원이죠. 마음에 드실 겁니다.”

우리는 리무진을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나는 리무진 냉장고에서 다시 음료수를 꺼냈다. 이거 존맛이다. 귀국하기 전에 잔뜩 사야겠다. 젤리 도넛이랑 같이 먹으면 환상적일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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