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2화 〉 특별 사업 지정자 : 백재성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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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클럽은 존나 유익한 경험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경험은 몇 없을 것이다. 가벼운 터치가 끝인 것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매력적인 공연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스트립 걸의 교태스러운 몸짓 하나하나에 내 고추가 빨딱 발기해버렸다.
“웃돈을 많이 끼얹어 주면 VIP룸에서 즐길 수 있지. 현금만 가능이야.”
“얼마나 되나요?”
“최고급은 최소 800달러 이상일세. 따로 2차 뛰는 스트립 걸들이 있는데, 오늘은 아쉽게 안 나온 것 같군.”
“할배도 하십니까?”
“껄껄! 10년도 전에 졸업했네. 이제는 여기가 시들시들해서 말이지.”
자기 고간을 가리키며 대답하는 할배의 모습에 절로 측은해진다. 이 영감님은 남성성을 잃은 불쌍한 양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스트립 클럽에 방문하는 것은 분명 젊은 시절 방탕하게 놀았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겠지. 나는 나중에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겠다.
“오늘 어땠나?”
클럽을 나오며 영감님이 내게 물었다. 어땠냐고?
“최고였어요. 고마워요 영감님.”
“그래. 젊은것들은 이렇게 잘 놀 줄도 알아야 해. 내 후계자 놈은 공부만 할 줄 아는 범생이 스타일이어서 좀 걱정이야.”
“하하. 무슨 일 하시는데요?”
“그냥 작은 사업 하나 꾸리고 있네. 슬슬 헤어질 시간이군. 그럼, 재미있는 관광 되게나.”
“할배도 잘 가세요. 아, 내 정신 좀 봐. 이름도 안 물어봤네. 할배, 이름이 어떻게 되죠?”
“끌끌. 지나가는 인연인데 이름은 무슨.”
“그래도 언제 또 만날지도 모르잖아요. 카르마도 믿는 분이 인연을 안 믿어요?”
“끌끌. 그렇구먼. 나는 존 도라고 하네. 젊은이 이름은 뭔가?”
“존 도? 존나 이상한 이름이네요. 저는 백재성이에요. 한국에서 온 던전 헌터입니다.”
“그렇구먼. 잘 가게. 재성 군.”
“할배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오늘은 참 보람찬 하루였다.
***
슬슬 귀국할 시간이 다가왔다. 너무 오래 파티 하우스를 비우기는 그래서, 내일 귀국하기로 했다.
“에버렛은 안 따라 와?”
“미안해요 달링. 처리할 일이 조금 남아서…. 금방 갈게요! 1달도 안 걸릴 거예요.”
“일이 남았다면 어쩔 수 없지.”
가능하면 에버렛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직 처리할 일이 남은 모양이다. 아예 이민까지 준비하는 것 같다.
“던전 헌터의 이민은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하지만, 반대로 모국에서는 엄청나게 반대하니까요. 이런저런 행정 절차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에버렛이 안타깝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던전 헌터는 국가로서도 소중한 전력이다. 그런 전력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반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나는 미국 헌터 협회를 방문했을 때, 이민 권유를 받기도 했다.
“그럼 오늘은 어디를 구경할까? LA는 엄청 큰 도시라 볼 게 존나 많더라고.”
“혹시, 도장(??)에 관심 있으세요?”
그녀가 말한 것은 무술 도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무술 도장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인종의 도가니인 미국인만큼, 전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무술 도장이 있다. 당연히 KHC 도장도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AHC(American Hunter Combat) 도장을 운영하는 분이 계시거든. 견식을 넓힐 겸, 한 번 만나는 거 어때?”
머레이의 말이었다. 발이 넓은 머레이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AHC는 미국 헌터 협회의 공인 무술이다. KHC처럼 마나를 다루는 헌터에게 최적화된 무술이며, KHC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어디 어디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헌터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술이 AHC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KHC의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AHC 도장도 꽤 많이 있다.
“그거 재미있겠네. 김민영 사부님의 제자인 내가 AHC를 구경하지 않을 수 없지.”
“아! 맞다. 달링은 김민영 마스터의 제자였죠. 그분이 좋아하시겠네요.”
에버렛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반해 머레이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쩌면 언짢아할지도. 그분, KHC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계시니까.”
AHC와 KHC는 일종의 라이벌 관계다. 서로 얼굴 붉히는 험악한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련자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생기는 정도랄까? 사범 정도 되면 더 큰 경쟁의식이 붙나보다.
“KHC가 세계 무투 대회에서 내리 3연패를 해버린 후에 반감이 더 커지신 모양이더라고. 더군다나 저번 대회에서는 수제자가 KHC에 패배했거든. 좋은 것은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말이지.”
“세계 무투 대회요!?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그 대회 말이죠?”
지수가 귀엽게 고개를 쫑긋 흔들며 반문했다.
세계 무투 대회는 전 세계 무술인의 축제이자, 월드컵, 올림픽, F1과 함께 세계 4대 스포츠 대회로 유명하다.
무투 대회는 헌터부와 비헌터부가 나누어져 있는데, 비헌터부는 헌터부에 비해 관심도가 여자 축구 수준이다.
세계 무투 대회 헌터부는 마나와 무술로 승부를 겨룬다. 대회는 여러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 도검술(???), 창술(??), 봉술(??), 체술(??), 그리고 자유 분야가 있으며, 이중 메인은 소유하는 무기의 제한이 없는 자유 분야다.
여기서 KHC는 체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자랑한다. 내가 알기로 최근 10번의 대회에서 6번의 우승을 경험했을 거다. 그 뒤로 AHC가 쫓는 상황이다.
“저도 나중에 거기 출전하고 싶어요!”
지수는 검을 사용하는 검사다. 아마 나간다면 도검술 쪽으로 나갈 것이다. 지수의 어빌리티는 기술계 ‘소드 마스터리’다. 자연스럽게 무투와 접점이 많다.
참고로 세계 무투 대회는 5랭크 이하의 던전 헌터만 출전 가능하다. 한국은 특별히 6랭크 이하만 출전할 수 있는데, 현 대회 취지가 뛰어난 신성 던전 헌터를 발굴하고자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뭐, 6랭크 정도 됐으면 신성이라 부르기 뭐하다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그분, 1년 후에 있을 대회 때문에 벼르고 있더라고. 지금 네가 가면 좋은 자극이 되겠지.”
머레이가 시크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 가보자.”
여행의 마지막 관광으로 AHC 도장을 선택했다.
***
우리가 방문한 AHC 도장은 LA 한복판에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꼭 중국 무술 도장 같이 생겼다. 낮은 1층 건물을 꾸민 동양풍 양식이 인상적이었다. 크기는 꽤 넓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수련생들의 기합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AHC라고 쓰인 현판이 보였다.
듣자 하니, AHC는 중국 무술, 일본 무술, 태국 무술 등등 동양 무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 미군에서 사용하는 제식 무술과 여러 던전 헌터의 독자적인 지식이 곁들여져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한 가문이 기본을 깔고 완성한 KHC와 달리 명확한 원류를 찾기 힘들다. 굳이 말하자면 AHC의 원류는 미국 헌터 협회라고 할 수 있다.
도장을 들어서자, 대략 40명 정도가 넘는 수련생들이 일정한 간격을 띄고 서서 정권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권술 수련 중인가? 사범으로 보이는 남자는 대머리 흑인이었다. 나이는 50대에서 60대 정도로 보인다. 이건 좀 새롭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구호에 맞춰 주먹을 뻗는 모습이 제법 재미있다. 대충 훑어보니, 수련생들은 던전 헌터 같지 않았다. 일반인도 받나? 호신술 도장으로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수련생들을 가르치던 사범은 머레이를 보고 근엄한 표정을 풀었다.
“오! 머레이! 오랜만이로군. 그래, 우리 도장에 등록할 생각이 들었나?”
“스미스 사범. 아닙니다.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데려왔습니다.”
“음! 누구지? 혹시 헌터인가.”
‘네.”
“오호! 헌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스미스라 불린 남자가 두 팔을 벌리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이쪽인가 보군. 한국인인가?”
놀랍게도 바로 맞췄다. 내가 흑인 얼굴 알아보는 게 힘들듯, 외국인들도 한중일 얼굴 차이를 잘 못 알아보던데.
그는 혼자 피식 웃으며 내가 속으로 생각한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유학해서 말이지. 동양인 얼굴 구분하는 것은 빠삭하네. 아, 혹시 영어 할 수 있나?”
“네. 얼마든지요.”
“능숙하군. 좋아. 나는 유학을 5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한국 발음이 구부정해서 말이야. 아무튼, LA AHC에 온 것을 환영하네! 등록처는 저쪽일세.”
“아, 등록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AHC를 구경하고 싶어서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변한다. 불쾌하게 변한 것은 아니고, 흥미가 생긴 얼굴이다. 그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혹시 KHC를 익혔나?”
나는 엄지로 나를 가리키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제 사부님이 누군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김민영 사부님이세요.”
“음…. 설마, 내가 아는 그 마스터 김?”
스미스의 의문에 답한 사람은 에버렛이었다.
“맞아요. 그 김민영 마스터의 제자에요. 대단하지 않나요?”
“뭐라고!? 젠장! 그 여자가 제자를 들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갑자기 스미스가 거친 눈빛으로 내 위아래를 훑어본다. 불쾌한 시선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KHC를 좋아하지 않네. 그리고 AHC가 KHC보다 우월하다고 신봉하는 사람 중 하나지.”
“그런 것 치고 증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
내 장난스러운 시비에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답했다.
“이번에는 다를 걸세! 내년 대회를 위해, 내 수제자 녀석이 특별히 준비하고 있거든!”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뭘 믿고 저러는 걸까? 갑자기 세계 무투 대회에 흥미가 생겼다.
‘나도 출전해 볼까?’
시간은 약 1년 정도 남았다. 보통 한국의 출전자들 랭크가 6랭크 정도이니, 1년 안에 그 수준에 맞춰야 한다.
‘나라면 쌉 가능이지. 지수랑 동반 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스미스는 고개를 돌려 천둥 벼락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수련은 여기서 끝!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배운 동작을 꼼꼼히 복습하도록!”
““““예스 마스터!””””
그는 그렇게 수련생을 돌려보내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빛에서 투쟁심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KHC에서 중요한 손님이 왔으니, 우리도 제대로 맞이해줘야겠군. 내 애제자를 소개시켜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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