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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492화 (492/972)

〈 492화 〉 신입생 : 요한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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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슬로가 변사체로 발견된 지 1주일이 지났다. 1주일 동안, 템페스타, 이비츠, 오라클에서 각각 한 명의 신입생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원작대로였다.

아카데미는 초비상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보내는 중이었다. 수업은 멈추지 않았다. 단축 수업을 하기는 했지만. 아카데미도 참 대단하다.

자연스럽게 아카데미 경비대의 관심은 드레이크에 쏠렸다. 세 개의 기숙사에서 한 명씩 사망한 앞선 사건을 보면 다음 범행 대상은 드레이크 학생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그건 블러핑이지만.’

다음 희생자는 오라클 학생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요한은 범인인 비앙카를 잡는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비앙카. 솔라리 월드에서 같은 이름의 좆집이 있지. 여기서도 그렇게 될거고.’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룸메이트가 없는 작은 통나무집은 혼자 쓰기에 충분히 넓었다. 역시 마음에 든다. 비앙카에게 잠시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해가 저물 때까지 기숙사 안에서 기다렸다. 어차피 상대는 해진 이후에 활동하니까.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면 범행 순간을 노려야 한다.

적당히 시간을 때운 후, 기숙사를 나왔다. 해가 완전히 져서 주변이 어두컴컴했다. 지금은 통금 시간이다. 최근 일어나는 살인 사건으로 통금 시간이 앞당겨졌다.

기숙사감에게 걸리면 벌점 10점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허리춤에 한 자루의 검을 찼다. 평범한 철검이다.

원작의 요한은 살해당한 학생을 추적하여 범인이 범행 대상으로 삼는 희생자의 공통점을 찾는다. 경비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지만, 희생자의 공통점은 바로 생일이다. 이번에 카잔이 요구한 제물은 6월 6일에 태어난 제물이었다.

다음 제물은 르카르트란 녀석이다. 미리 놈의 기숙사 위치를 알아놓았다. 르카르트의 기숙사 앞에서 대기를 탔다.

1시간 정도 기다리자, 어둠 속에서 인영이 보였다. 볼 것도 없이 사건의 범인인 비앙카다.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어둠 속에서의 기습이었지만, 비밀 결사의 일원답게 비앙카는 내 공격을 한 손으로 흘려냈다. 비앙카는 아카데미 3학년생으로 무투부 권술과다. 기숙사는 나와 같은 오라클이다.

분명 손으로 검을 막은 것인데, 강철 방패에 막힌 것 같은 묵직함이 검 손잡이를 쥔 내 손에 전달되었다. 재빨리 검을 회수했다. 권사 상대로 검을 잡히면 골치 아픈 초근접전을 펼쳐야 한다. 상대방에게 유리한 고지를 내줄 수 없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사이드테일을 정리하고 테가 굵은 안경을 쓴 미모의 여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옷은 몸에 딱 달라붙은 추리닝 차림이었다. 아마, 최대한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은 것이겠지.

겉모습만 보면 조용하게 아카데미를 다니는 범생이 같다. 평민 정도 되는 학생 말이다. 실제로 비앙카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그런 이미지와 완전히 부합했다. 그녀가 칠성당의 일원이란 사실은 같은 칠성당 멤버와 나만 안다.

어둠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지만,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우리 두 사람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나도 그렇고 비앙카도 그렇고 눈에 마나를 넣어서 어둠 속에서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야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선배님.”

먼저 입을 열자 비앙카의 눈썹이 크게 떨렸다.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지?”

그녀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나는 바로 다음 공격을 행했다. 앞으로 몸을 날려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비앙카의 허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끊어버리는 간결한 동작이었다.

비앙카는 안정적인 자세로 내 공격을 막았다. 권술과 모범생답게 동작 하나하나에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다. 제비처럼 날쌘 스피드로 쇄도하는 검을 따라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두 손에는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탕!

내 공격은 한 번으로 끊기지 않는다. 나는 연달아 공격을 퍼부었다. 어지럽게 흩날리는 칼날은 일견 무질서하게 보였지만, 일관되게 그녀의 급소를 노렸다.

‘마나 소드.’

마나가 담긴 검은 일반적인 철검을 가볍게 뛰어넘는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란 말은 이런 공격에 쓰는 말이다. 살아있는 뱀처럼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유연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는 검은 비앙카의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는 유려한 공격을 날렸다.

팅! 팅! 팅!

그러나 비앙카는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그녀 역시 마나로 신체를 강화해서 내 마나 소드에 대응했다.

왼손을 들어 베기 공격을 쳐낸다. 상체를 숙여 빈틈을 노린 일격을 흘린다. 일반 상식에서 검사와 권사의 대결은 당연히 검사의 압승으로 끝나야 옳지만, 마나를 익혔다는 전제가 있다면 그러한 상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한정된 마나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 찰나의 빈틈을 누가 더 날카롭게 파고드느냐가 승부의 향방을 가른다.

쿵!

비앙카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반격을 허용하지 않는 내 맹공에서, 한 줄기의 공백을 노려 반격을 꾀한 것이다. 지면을 박찬 그녀의 몸이 세차게 앞으로 이동한다. 꽉 쥐어진 주먹에는 지금까지의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의지의 마나가 눈을 부실 정도로 빛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피할 차례다. 전투에서 항상 공격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대포알처럼 튀어 오른 비앙카의 몸이 수십 cm 앞에서 멈췄다. 발로 땅을 끌어 스피드를 줄인 비앙카는 상체의 무게중심을 옆으로 기울여서 공격의 궤도를 갈고리처럼 꺾었다. 만약 내가 정면 공격만을 대비하고 있다가는 절대 회피하지 못할 공격이었다.

‘뻔하지.’

나에게는 수많은 실전 경험으로 단련된 전투 센스가 있다. 아무리 상대가 사람을 많이 죽인 악마 추종자라고 할지라도 짬밥에서는 내게 밀린다.

비앙카의 기상천외한 일격 역시 내 계산에 들어 있었다. 이런 자질구레한 내용까지 원작에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싸움에서 나는 원작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수련이 도움이 되는군.’

빈틈을 노리는 송곳 같은 날카로운 권격은 검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 공격 궤도를 차단하는 내 반격에 막혔다. 회심의 공격을 노린 비앙카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뒤로 뺐다. ‘칫!’하고 분한 말을 흘린 것을 보면, 많이 아쉬운 것 같다.

다시 내 공격 턴이다. 비앙카는 확실히 강하다. 단순히 이 짧은 공방에서도 그녀의 실력이 또래의 실력을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경비병을 의식해서 서로가 완전한 마나를 꺼내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그러한 실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완벽하게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물론, 지금까지의 사냥은 기습한 것일 테니, 이마만큼의 실력이 없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칠성당이 제물 준비를 일임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원작의 요한은 온갖 개고생을 다하며 천운으로 간신히 비앙카를 이긴다. 나는 그런 개고생은 사양이다.

팅! 팅!

공격을 막는 비앙카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짧은 전투로 마나가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비앙카는 본래 실력의 절반도 내지 않는 상태이리라.

비앙카의 움직임을 망설이게 만든 것은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경비대의 순찰 소리였다. 경비대에게 걸리면 비앙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방어로 일관하던 비앙카는 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땅을 박차고 뒤로 날아가 몸을 뺐다.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지면에 착지한 그녀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인상을 썼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을 텐데?”

더 이상의 전투는 들킬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걸까? 비앙카는 대화로 상황을 풀어보려고 시도했다.

“사망자의 공통점은 생일입니다. 모두 6월 6일생이죠. 경비대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악신 부활 의식의 제물로 희생되었다고 예상된다고 하더군요.”

“......”

“생일이 똑같이 6월 6일인 학생을 찾아 기다리면, 살인자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르카르트의 생일이 6월 6일이지요. 제 생각 어떤가요?”

“이거 우연이네. 나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

비앙카는 되지도 않은 연기를 했다. 일단 속아주는 척을 할까?

“아. 정말인가요!? 이런. 그러면 미리 말씀해주시지. 저는 선배가 범인인 줄 알았잖아요.”

“네가 다짜고짜 먼저 칼을 휘둘렀잖아.”

“그야 당연하죠. 이런 야밤에 갑자기 나타나면 누구라도 범인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내렸다. 그러자 비앙카도 한숨을 내쉬며 전투 자세를 풀었다. 우리 사이에 작은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거짓으로 점철된 협정이긴 하지만.

“혹시, 알아낸 사실, 경비대에 말했니?”

“아뇨. 아직요. 확신이 없어서요. 대신 다른 친구한테 추측한 내용을 말해주긴 했어요.”

물론, 그런 친구는 없다. 이건 단순히 블러핑이다.

“그렇구나…. 아무튼, 네 예상대로 죽은 사람의 공통점은 생일이야. 용케도 그 사실을 알았네.”

“우연이죠. 흥미가 생겨서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조사를 했거든요.”

비앙카에게 다가갔다. 물론, 긴장의 끈을 풀지는 않았다.

비앙카 역시 당장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내가 어디까지 사건의 진상에 도착했나 떠보는 것 같았다.

“혹시 다른 알아낸 사실은 있니?”

“아뇨. 정보가 부족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래? 그럼 아까 다른 친구한테 추측한 내용을 말해줬다고 했잖아. 그건 혹시 누구니?”

비앙카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비밀이에요.”

아무래도 비앙카는 살인멸구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여기서 나에게 잡힐 테니까.

“비밀이라니. 서로 아는 정보를 교환하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텐데.”

“흠. 선배가 오늘 입으신 팬티 색깔을 알려주면 알려줄지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비앙카ㄹ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그녀는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저질이구나.”

“그런 소리 많이 듣죠.”

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여러 고민이 깃든 것이 보였다. 비앙카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가 범인이라는 것이 들키니까.

르카르트가 뒤지면 나는 그녀가 범인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악신 카잔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그녀에게 없음으로 비앙카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반드시 나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아까 내가 친 블러핑 때문에 그녀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장 나를 죽인다고 해도 자기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은 적지만, 제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칠성당의 다음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비대는 아직 제물 선택의 기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원작 소설에 따르면 카잔이 요구한 제물은 총 6구다. 여기서 그냥 나를 보내주면 그녀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크흠! 그…. 팬티 보여주면 진짜 알려준다고?”

비앙카는 은근히 어리숙한 부분이 있었다. 원작 소설에는 초반에 등장했다가 바로 리타이어당하고 나중에는 재등장조차 없는 쩌리 캐릭터다.

이런 미녀를 왜 일회용 캐릭터로 썼는지 이해가 안 간다. 소설이라 그런가.

“물론이죠. 속고만 사셨나요?”

“흐흠! 그, 그래. 뭐, 신뢰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비앙카의 눈동자에 깃든 망설임의 감정이 정리되었다.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대업을 위해 작은 수치는 접어두려는 것 같다. 좋은 선택이다.

침을 꿀꺽 삼킨 비앙카가 천천히 추리닝 바지를 내렸다. 나는 안구에 마나를 더 집어넣어서 선명한 눈으로 비앙카의 속옷을 확인했다.

악신을 숭배하는 비밀 결사에 어울리는 검은 속옷이 추리닝 바지 아래에 있었다. 다만, 형태는 매우 밋밋한 편이었다. 중학생 정도 애가 입을 만한 팬티다. 파란색과 하얀색 줄무늬 계열이었다면, 초등학생 정도나 입었을 것이다.

“오호. 제법 수수하네요. 엄마가 사다 준 속옷인가요?”

“그,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샀다고!”

앙증맞게 변명하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이 선배, 진짜 악신 숭배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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