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773화 (77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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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마왕의 말투에 변경점이 있습니다.

스토리와는 무관하니 다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사 : 요한

쿠쿵!

마왕성 정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는 문이다. 그러나 이 울림은 그 ‘어지간한'의 범위를 아득히 넘었다.

루카스 백작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다른 사천왕과 함께 침입자를 맞이하러 갔다. 마왕의 수정구슬로 보았던, 그 빈츠라는 용사라면 충분히 이런 소란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루카스 백작은 방문자가 빈츠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기인가?”

요한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요한의 왼손에는 아리올라가 들려 있었다. 정확히는 붙잡혀 있는 것이다. 요한은 아리올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축 처진 그녀의 몸이 요한이 손을 뻗은 대로 움직인다.

“여기가 정말 마왕성이야? 생각보다 심심하네. 멀리서 봤을 때는 꽤 웅장해 보였는데.”

“그, 그건 지금 수리 중이라… 으으읏! 루카스 백작님! 데스나이트! 크레스프! 저 좀 구해주세요!”

아리올라가 다른 사천왕을 보며 손을 방방 흔들었다.

“아리올라! 뭐 하는 거냐!? 그 녀석은 짐꾼이지 않나?”

“이 녀석, 보통이 아니에요! 조심하세요!”

아리올라가 발버둥 치며 소리친다. 요한은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세 명의 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네가 말한 나머지 사천왕이란 말이지? 너처럼 좆밥처럼 보이지는 않네.”

“다, 당연하지! 후후! 나는 사천왕 중 최약체! 고작 나 하나 이겼다고 기고만..”

“닥쳐 좆밥아.”

푹!

요한은 아리올라의 보지 구멍을 손가락으로 쑤셨다. 아리올라가 허벅지를 오무리며 비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수치를 주다니. 귀축도 이런 귀축이 없었다.

“너무해!”

요한은 피식 웃으며 다른 사천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은 아리올라의 것과 비교를 불허했다. 아리올라와 달리 제대로 된 전투를 수행하는 전사의 냄새가 났다. 아리올라는 그 종족부터 능력까지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천왕의 실력을 내게 보여주시지.”

“놈! 단신으로 마왕성에 쳐들어오다니! 그 어리석음을 지옥에서 후회해라!”

루카스 백작의 몸이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대검을 든 데스나이트는 검보랏빛 검기를 일으키며 투지를 불태웠다. 거구의 머드 골렘인 크레스트프는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싸울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저, 저기… 저 있는 거 잊지 않았죠!? 광역기는 조금 자제를..”

아리올라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데스나이트가 담담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리올라. 네 희생은 잊지 않으마!”

슈슝!

맹렬한 돌풍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난폭한 돌풍의 중심에는 데스나이트의 검보랏빛 검기가 존재했다. 아리올라의 부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사된 검기였다. 매서운 검풍에 담긴 흉흉한 살기는 비전투원인 아리올라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으아아앗! 너무해!”

마왕성을 장식한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고 촛대 위의 촛불이 꺼진다. 순간적으로 어둠이 마왕성 로비를 덮쳤다.

적막한 어둠은 아니었다. 가죽 찢어지는 것 같은 파공음이 시끄럽게 울려댔기 때문이다. 어둠은 굉음을 담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검기가 성 벽면 이곳저곳에 박힌다. 요한은 아리올라를 안은 채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검기를 피했다. 속도와 파워 모두 상당한 검기였다.

“으에에엑! 저, 죽기 싫어요!”

아리올라가 요한의 팔에 덥썩 달라붙었다.

“피해! 왼쪽에서 날아오잖아!”

“쳇. 좆밥년이 귀찮게 구는군.”

미녀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요한의 기사도가 아니었다. 요한은 신속히 보법을 밟아 데스나이트의 이어지는 공격을 흘려냈다. 그러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기가 분화해!?’

요한이라는 목표물을 잃어버린 검기는 두 개로 쪼개졌다. 그리고 쪼개진 검기 중 하나가 요한을 쫓는다. 데스나이트의 검기는 일합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귀찮은 능력이로군. 홀리 미사일.’

피융!

빛의 탄막이 데스나이트의 검기를 타격한다. 검보랏빛 검기와 순백의 탄막이 충돌하자 귀 따가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폭발의 연기 속에서, 한 줄기의 검기가 튀어나와 다시 요한을 쫓았다. 아까보다 작아진 보랏빛 검기다.

‘단순한 타격으로도 방어 불능인가?’

이번에는 홀리 미사일 세 개를 동시에 발사했다.

콰쾅!

더 이상 검기가 분화되지 않고 완전히 사라졌다. 압도적인 힘으로 누른다면, 검기의 분화는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 작게 쪼개져서 추적 능력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간파하기 쉬운 능력이로군.’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데스나이트 본인이 검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데스나이트의 뿔 달린 검은 투구 사이로 붉은 눈동자 두 개가 흉흉하게 빛났다. 죽음의 강을 거쳐온 역전의 기사는 풍기는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그는 투기보다 더 붉고, 살기보다 더 어두운 사기(死氣)를 뿌려대며 요한을 압박했다. 무거운 중갑을 입고 있음에도 그의 몸은 경장을 두른 것처럼 가벼웠다. 데스나이트의 움직임은 중력을 재정의했다.

휘이이잉!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붉은 검풍이 동심원 형태로 퍼져나가며 사방을 벴다. 마왕성 벽면에 예리한 검상이 하나둘 새겨졌다. 그는 성이 부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최우선 임무는 침입자를 격멸해서 마왕님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성을 돌보는 것이 아니다.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하면서 빠르군.’

몸을 낮추어 피하지 않으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공격이었다.

요한은 아리올라를 내려놓았다. 짐 덩이를 두고 상대할 만큼 녹록한 상대는 아니었다.

아리올라는 구속이 풀린 즉시 박쥐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쳤다.

“라이트 세이버.”

빛의 검을 만들어 손에 쥐었다. 대검을 든 데스나이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요한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산 자의 검은 나약하다.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검사는 내 적수가 될 수 없다!”

“송장 냄새 난다 새끼야!”

데스나이트의 검과 요한의 라이트세이버가 맞닿는다.

우우우웅!

빛과 어둠의 충돌에 의한 반발이 일어났다. 요한과 데스나이트는 서로의 몸이 공명함을 느꼈다.

요한의 파동은 데스나이트를 밀어내려 했으며, 데스나이트의 파동은 반대로 요한을 밀어내려 했다. 직접적인 힘 싸움이었다. 이 힘 싸움에서 밀리면, 승패의 추가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데스나이트 이 새끼. 힘이 장난이 아니야!’

심연을 통해 버려진 원망의 기사인 데스나이트는 어마어마한 힘이 최고의 장기였다.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도 엄청난 근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상대가 자신과 직접 힘겨루기를 시도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었다.

데스나이트의 투구에서 음산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흐흐흐! 나와 힘겨루기를 한 검사가 몇십 년 만이로군. 똑똑한 검사들은 좀처럼 나에게 이 거리를 주지 않아서 말이야!”

“똑똑한 게 아니라 약해빠진 겁쟁이 새끼들이겠지. 그동안 양학을 얼마나 해온 거냐?”

“대단한 기백이다! 그리고 이런 힘의 소유자라면, 응당 그런 기개를 가지고 있어야지”

사실, 요한보다 더 놀란 사람은 데스나이트였다.

순수한 근력이라면 머드 골렘인 크레스프에게도 밀리지 않는 자신이다. 그의 힘은 형상화된 절망처럼 깊고 두터웠다. 그러나 눈앞의 인간 검사는 그런 자신을 상대로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태산을 눈앞에 둔 것 같군. 이런 느낌이 몇백 년 만이더라?’

그가 아직 인간이었던 시절,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난관에 부딪혔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끝내고 마물인 데스나이트로 다시 태어난 후에는 눈앞을 가로막는 한계를 느끼지 못했다. 원망을 원동력으로 죽음의 검사로 다시 태어난 그에게, 강력한 힘과 성취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 남자…. 진정한 내 호적수로다!’

우우우우웅!

빛의 검과 어둠의 검 사이의 파동이 더더욱 커졌다. 이미, 그 파동만으로 마왕성 로비는 완전히 폐허 더미가 돼버렸다. 천장을 장식하는 샹들리에는 다 떨어졌고, 복도로 향하는 계단과 문 역시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져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데스나이트! 돕겠다!”

머드 골렘 크레스프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가 들린 다음 순간, ‘쿠쿠쿠!’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지면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그 손은 요한을 덮쳤다.

‘환위(換位)’

[‘眞 KHC - 환위(換位)’의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眞 KHC - 환위(換位) 4Lv] (B급)

↳내공, 혹은 마나를 소모해서 환영을 남기는 동시에 적의 공격을 회피한다.

←스킬→

요한은 환위를 사용해서 몸을 뒤로 뺐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힘 싸움에서 먼저 밀렸기에 그 반동이 요한의 팔을 감쌌다. 팔목이 몹시 저릿저릿했다.

지면에서 튀어 오른 손바닥은 바닥을 쿵! 하고 내려쳤다. 어스퀘이크를 사용한 것처럼 손바닥이 바닥을 내리친 지점을 중심으로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땅을 내려친 것이 아니다. 지면에서 마나적인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크레스프! 나 혼자 처리할 수 있다!”

“호승심에 일을 망치지 마라! 우리의 목적은 침입자를 배제하는 것이지, 멋들어진 결투를 하는 거 아니다!”

크레스프가 데스나이트를 일갈했다.

“......네 말이 맞군. 잠시 인간 시절이 떠올라서 흥분했다. 미안하다.”

“이해한다.”

크레스프와 데스나이트의 협공이 시작되었다. 데스나이트가 검을 한 번 훠두를 때마다 검보랏빛 검기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까딱 닿으면 톱날에 베인 것처럼 살갗이 찢어지는 무시무시한 검기였다.

“귀찮군.”

요한은 홀리 미사일의 탄막을 발사하고 라이트 세이버를 휘두르며 데스나이트의 검기를 막았다. 그러나 막아야 할 것은 데스나이트뿐만 아니었다.

머드 골렘인 크레스프의 손이 갈라진 지면, 벽 틈새에서 뻗어 나오며 자신을 공격한다. 크레스프의 악력은 부서진 벽면 잔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강했다.

‘그렇다면, 타임 포즈다!’

←스킬→

[타임 포즈 2Lv] (SS급)

↳보유한 체력과 마나의 99%를 소모해서 2분간 비논리적으로 시간을 정지한다. 패시브 스킬이나 아이템의 효과는 멈출 수 없다. 1시간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스킬→

타임 포즈를 사용했다. 세상이 색깔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정지한다.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처럼 굳어버린 세상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대추야자를 섭취한 요한은 라이트 세이버를 들고 데스나이트에게 접근했다. 크레스프보다 귀찮은 상대는 데스나이트였다. 그는 힘과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사였다. 게다가 전투의 노련함도 최고였다. 장기전으로 가면 그는 누구보다 골치 아픈 상대가 될 것 같았다.

쉬이이익!

그런데 갑자기 지면의 검은 그림자가 물처럼 흐르며 움직이더니, 요한을 덮쳤다. 자세히 보니 그람자로 이루어진 박쥐였다. 요한은 검기을 휘두르며 박쥐를 쫒아냈다.

‘루카스 백작이란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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