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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969화 (964/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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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 금태양

늑대인간

뱀파이어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이루는 신비 중 하나인 그것은 뱀파이어와 달리 오래전 혈통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혈통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

지연우는 늑대인간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자연적인 혈통 계승은 아니다. 그녀는 라우스 컴퍼니의 극비 프로젝트, ‘프로젝트 : 라이칸스로프’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프로젝트 : 라이칸스로프’는 라이칸스로프 미라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늑대인간 인자를 만들어 내어 인간을 진화시키는 비밀 프로젝트였다.

“자, 잠깐! 멈춰라! 거래하자! 네가 진조 키르슈를 찾는 건 알고 있다! 키르슈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

바하무트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협상을 걸었다.

밤이라면 확실히 자신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금은 낮이다.

진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이 상황에, 1급 뱀파이어 헌터 중에서도 최고봉이라 손꼽히는 홍월의 늑대를 상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주판을 굴리지 않고도 이 정도 계산은 바로 나온다.

“진조도 목숨 구걸이란 걸 하는군. 혈통이 끊어지는 것이 그리 무섭나?”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적통한 피를 계승했다! 내 대에서 그것을 끊을 수는 없다.”

바하무트가 악을 쓰듯 외쳤다. 그러나 그의 진심은 늑대의 생각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글쎄. 인간 입장에선 수천 년 묵은 기생충을 떨어낼 뿐이다. 키르슈에 관한 정보는 이미 확보했다.”

그렇게 대답한 지연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손톱을 휘둘렀다.

“금방 친구를 보내줄 테니, 너무 섭섭해 마라.”

*-*-*

로비츠 클랜이 무너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바하무트 클랜도 무너졌다. 로비츠 클랜이 무너진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뱀파이어 클랜 두 개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밤이 아닌 낮에.

종말시의 가장 큰 규칙이 정면으로 부정되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본디 낮은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 모두가 숨을 고르는 휴전의 시간이었다. 불가침의 불문율은 오랫동안 잘 지켜졌으며, 그것은 종말시를 이루는 가장 단단한 규칙이 되었다.

그러나 낮은 더 이상 휴전의 시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뱀파이어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냥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다.

당연히 뱀파이어들도 멍청하게 당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에겐 돈이 있다. 그리고 인간은 돈에 지배당하는 종족이다. 특히, 뱀파이어 헌터들은 더욱더.

‘축생 거리’는 벨베스 클랜과 글리치 클랜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그리고 이곳은 라우스 컴퍼니와 엘던 컴퍼니의 경계이기도 했다.

뱀파이어가 서로의 영역을 어지간해선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회사도 상대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경우가 없었다. 그것은 상대방의 이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었으니까.

라우스 컴퍼니의 특수부대는 축생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벨베스 클랜이다.

“뱀파이어 새끼들. 밤에는 그렇게 무서운 놈들이 태양 하나 떴다고 이리 약해지다니. 진작 이럴 걸 그랬습니다.”

“팀장님만 있으면 우린 무적이야. 상대가 진조라도 두렵지 않단 말이지.”

“크흐흣! 모기 새끼들이 진조면 어쩔 건데. 낮에는 손가락 빠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냐고.”

라우스 컴퍼니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로비츠 클랜과 함께 종말시 남부를 주름잡던 바하무트 클랜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뱀파이어는 더 이상 인간의 상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낮에는.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낮이었다.

“방심하지 마라.”

지연우가 원론적이 이야기로 부하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상대는 뱀파이어다. 그들은 절대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다.

특히, 진조 정도 되는 이들의 지능은 인간 이상이다. 두 개나 되는 진조 클랜이 사라졌는데 수수방관하고 있을 리 없다. 분명 자기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회사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은 그들에게 대응의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정지.”

선두를 걷던 지연우가 우뚝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전투 준비.”

티리링!

지연우가 목걸이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꾀꼬리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허공을 울린다.

“복수의 여신이여. 마음으로 쓰고 피로 새긴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노니, 밤의 부정을 사냥하는 지금, 내 부름을 받을지어다.”

성물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에 붉은 달이 담겼다. 머리에는 귀가 볼록 튀어나오고 손톱이 길게 늘어진다.

홍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마리의 늑대.

지연우는 홍월의 늑대가 되었다.

“적입니까!? 뱀파이어 새끼들! 대낮에 반격을 하겠다고?”

“뱀파이어가 아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색 전투복을 차려입은 자들이 주변에서 나타났다. 그들의 손엔 뱀파이어 헌터의 주무장인 권총이 아닌 라이플이 들려 있었다.

“엘던 컴퍼니.”

지연우가 상대의 정체를 짧게 읊조렸다. 라우스 컴퍼니의 경쟁사, 엘던 컴퍼니였다.

“지연우 팀장님!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심히 유감입니다.”

눈이 길게 째진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지연우 앞으로 나왔다. 엘던 컴퍼니 특수팀 팀장, 박한영이었다.

이명은 스마일 보이.

이명을 가진 자답게 헌터 랭크는 1랭크다.

스마일 보이라는 다소 우스운 이명을 가졌지만, 그의 이명을 가볍게 여기는 밤의 존재는 없었다. 그에게 그런 이명이 붙은 것은 평소에 가볍게 방실방실 웃으며 다니기 때문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죽인 상대의 얼굴을 찢어서 미소를 만드는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이다.

박한영은 뱀파이어 헌터가 아니라면 100퍼센트 연쇄살인마가 되었을 인간이었다.

“엘던 컴퍼니의 업무에 인간 사냥이라도 추가되었나?”

“원래, 엘던 컴퍼니는 돈 되는 일이라면 모두 합니다. 이 방침은 회사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변함이 없죠.”

박한영이 과장되게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웃는 표정이 묘하게 부자연스러웠다.

라우스 컴퍼니의 특수부대는 물론, 엘던 컴퍼니의 요원들까지 그런 박한영을 보며 몸을 떨었다. 상관이 아니라면 전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 바로 박한영이었다.

“우리 라우스 컴퍼니를 치는 것이 너희에게 이득이 되던가?”

“물론입니다.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으니, 경쟁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반한영의 실눈이 늑대인간으로 변한 지연우를 향했다.

“게다가 당신들이 우리의 파이를 줄이려 하니, 개입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파이를 줄인다는 것은 라우스 컴퍼니의 클랜 공격을 의미했다. 뱀파이어 헌터에게 뱀파이어는 사냥의 대상이면서 관리의 대상이기도 하다. 뱀파이어의 시체가 꾸준히 공급되지 않으면 그들도 수익을 올릴 수 없으니까.

“뱀파이어는 절대악이다. 그들을 멸종시키는 것이야말로 정의의 실현이다.”

“저는 정의 실현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이익 실현이죠. 그리고 그건 지연우 팀장님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가 숭고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지나요? 자기 연봉을 위해 몸 던지면 모를까.”

박한영은 유쾌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 말이 찔렸는지, 라우스 컴퍼니의 요원 몇 명이 고개를 돌렸다.

“뱀파이어는 우리의 귀중한 자원입니다. 그들의 피와 살은 돈이 되죠. 마르지 않는 유전인 셈이죠! 라우스 컴퍼니는 그런 유전을 두 개나 막아버린 겁니다!”

“로비츠 클랜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금빛 은탄과 라우스 컴퍼니의 커넥션에 관해 소문이 많더군요. 섹스코란 회사가 라우스 컴퍼니의 자회사란 말도 있습니다.”

“금시초문이로군.”

“뭐, 그건 지금 이야기의 논점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죠. 아무튼, 저희 엘던 컴퍼니는 벨베스 클랜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상당한 선수금을 받았죠. 그 대가는 지연우 팀장, 당신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인 것 같더군요.”

“뱀파이어 쪽에 붙었다는 말을 길게도 하는군. 인간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하하. 반인반수인 지연우 팀장이 그런 말을 하니 참 재미있군요.”

“난 비록 절반만 인간이지만, 인간의 자존심을 안다. 너는 모두 인간이지만, 나보다 모자란 것 같군.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하. 제가 정말 인간일까요?”

박한영의 얼굴에 기다란 호선이 그어졌다. 그가 웃고 있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은 저를 괴물이라 부르는데 말입니다.”

이이잉!

박한영의 시계에서 빛과 진동이 느껴졌다. 성물 전개다.

“시간의 강이여. 언약을 받아들여 내 의지대로 흐를지어다.”

““공격!””

지연우와 박한영이 동시에 외쳤다. 라우스 컴퍼니의 특수요원들과 엘던 컴퍼니의 특수요원들이 서로를 향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대낮의 총격전이다. 소음기조차 달지 않은 총구에선 매캐한 탄연과 함께 총알이 발사되었다. 총알은 상대방을 향해 무섭게 날아갔다.

“끄아아아앗!”

유리한 쪽은 엘던 컴퍼니였다.

당연했다. 엘던 컴퍼니는 실탄이 장전된 라이플을 사용했고, 라우스 컴퍼니는 은탄이 장전된 권총을 사용했다.

뱀파이어를 상대로는 후자가 더 좋을지 모르지만, 대인전에선 전자가 두말할 필요 없이 좋다. 사람은 은탄이 아니라 그냥 구리탄을 맞아도 뒤지는 법이니까.

타앙!

지연우가 지면을 박차고 위로 떠올랐다.

“늑대인간의 힘을 동영상이 아닌 눈으로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로군요.”

박한영이 품 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권총이 허공으로 떠오른 지연우를 향해 겨누어진다.

“총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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