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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970화 (965/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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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 금태양

“총알 가속.”

박한영이 그렇게 말하자 그의 시계 초침이 팽팽 돌기 시작했다.

탕!

권총탄의 위력은 명백히 소총보다 떨어진다. 이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박한영의 성물은 물체를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속력은 곧 힘이다. 박한영의 가속 능력이 담긴 총알이 저격총의 탄환처럼 엄청난 속도로 지연우를 향했다.

팅!

그러나 총알은 지연우의 팔을 꿰뚫지 못했다.

“국소적으로 신체를 강화한 것이로군요. 강철 수준인가요?”

“강철 이상이지.”

지연우의 손톱이 허공을 긁었다. 그와 동시에 생기는 초승달 형태의 붉은 에너지가 박한영을 덮쳤다. 굉장한 속도로.

“어이쿠! 너무 빠르군요. 좀 늦춰야겠습니다. 감속”

박한영이 시계를 툭툭 두드리자, 고속으로 돌던 초침이 엄청나게 느리게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지연우의 조기(爪氣)가 허공에서 정지했다.

정확히는 정지한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느려진 것이다. 너무 느려서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귀찮은 능력이로군. 그 잘난 능력으로 나를 멈출 수도 있나.”

지연우의 몸이 박한영을 덮쳤다.

성난 황소처럼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은 공포의 현신이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었다. 돌격소총을 들고 있던 엘던 컴퍼니 특수요원들이 두려움에 질려 방아쇠를 당기지 못할 정도였다.

“지연우 팀장에게 직접 이 능력을 사용하면, 제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능력이로군.”

“글쎄요. 이걸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실지 궁금하군요.”

박한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엘던 컴퍼니 특수요원 중 하나가 그에게 검을 건넸다. 그 검을 본 지연우의 눈매가 흔들렸다.

“사인검….”

“잘 아시는군요. 괴물의 마력을 퇴치해준다는 검이죠. 뱀파이어들은 이걸 보면 아주 혼이 쏙 빠집니다. 늑대인간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군요.”

“나는 인공 늑대인간이다. 은조차 나를 약화시키지 못해.”

“글쎄요. 은은 그럴지 모르지만, 이 사인검은 아니라고 하는 것 같군요.”

지이잉!

사인검이 울린다. 주변에 있는 부정한 마력에 반응한 것이다.

“신체 가속!”

박한영의 몸이 순식간에 엄청나게 가속되었다. 그는 순식간에 지연우의 앞에 도달했다. 그저 몇 걸음 내디딘 것 같은 동작으로 수 미터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속도는 제가 우위입니다.”

“자존심 상하는군.”

지연우가 손톱을 들어 사인의 검을 막았다. 그러나 손톱을 타고 흐르는 충격이 몸을 둔화시켰다. 사인검의 힘이 늑대인간의 마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좋지 않았다.

“좀 봐주시죠. 제 성물이 그런 쪽인데, 속도에서 밀리면 안 되지 않습니까.”

박한영이 검을 휘두른다. 솔직히 기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투박한 검격이다. 문제는 그 속도다.

팅! 팅! 팅! 팅!

상대는 엉성한 자세를 극한의 스피드로 벌충했다. 지연우는 검을 막는 것에 급급했다.

저 검은 위험하다. 조금이라도 몸에 닿으면 안 된다. 사인의 검은 늑대인간인 그녀에게 쥐약이었다.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라우스 컴퍼니의 특수부대는 이미 전멸했다. 권총과 소총의 차이였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한영은 방심하고 있다. 상대의 방심은 언제나 기회를 부르는 법이다. 그러나.

“박 팀장. 잘하고 있네.”

히스테릭함이 가득한 여성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트윈테일을 한 고스로리 복장의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다.

종말시를 이루는 거대한 세력 중 하나.

벨베스 클랜을 이끄는 위대한 혈통.

진조 벨베스였다.

“내가 좀 거들어 줄까?”

*-*-*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이어서 좋지 않은 일은 연달아 발생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불운은 우연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은 진조 벨베스의 계략이 분명했다. 그녀는 사악한 혈마법보다 더 사악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니까.

라우스 컴퍼니가 바하무트 클랜의 다음 목표로 벨베스를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벨베스. 자외선을 그렇게 싫어하는 네가 대낮에 나오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어라라? 역시 홍월의 늑대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이라니. 네 부하들, 다 죽었잖아.”

벨베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지간한 연예인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티끌 하나 없는 미소가 얼굴에 그려진다. 누가 저런 얼굴을 보고 희대의 악녀를 떠올릴 수 있을까.

벨베스는 진조 중에서도 위험한 부류였다. 보통 진조정도 되면 본능적인 쾌락을 억제하기 마련이다. 흡혈귀의 고질병인 흡혈욕구나, 살인충동도 진조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들은 그것보다 더 우아한 욕구인 출세욕과 과시욕을 부린다.

그러나 벨베스는 달랐다. 그녀의 이명은 ‘살육의 천사’다. 말 그대로 순수한 흥미와 욕구로 인간 죽이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

벨베스 클랜의 주업무는 무려 암살.

사람 죽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클랜이다.

일반적인 클랜이 기업을 차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사채나 마약 밀수 같은 점잖은(?) 사업을 하는 반면, 벨베스 클랜이 처리하는 일은 야만의 극치였다. 심지어 같은 클랜 사이에서도 그들을 경멸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신체 가속.”

박한영의 시계 초침이 또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가볍게 땅을 박차며 지연우에게 돌진했다.

무식한 돌진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틈이 많다. 지연우 같은 베테랑 상대로는 자살과도 같은 돌격이었다.

‘틈이 많지만….’

지연우는 섣불리 카운터를 날릴 수 없었다. 자신의 뒤에서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싸움을 관망하는 벨베스 때문이다.

카운터 어택을 위해서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벨베스 쪽에 약점을 노출한다. 아무리 낮이라 해도 상대는 진조다. 일반 뱀파이어와 다르게 어느 정도의 힘은 쓸 수 있는 것이다.

박한영도 그 사실을 알기에 뒤가 없는 공격을 이렇게 시원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탓!

지연우의 몸이 힘차게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박한영과 벨베스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두 사람을 어떻게든 떨어뜨려야 한다. 그녀는 일단 도주를 선택했다.

“홍월의 늑대가 꼬리 말 때도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벨베스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녀는 이 상황 자체가 즐거운 듯했다. 그리고 그건 박한영도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와 손을 잡을지 몰랐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로군요.”

“어머 어머. 틈을 보이면 잽싸게 나를 공격할 거면서 말을 잘하네.”

“하하. 재미있는 농담이군요. 저는 비즈니스에 관해선 프로입니다. 계약을 어기는 것은 큰 죄악이죠.”

“네가 말하는 계약, 인간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거 아니야?”

“끄응. 살육의 천사는 못 당하겠네요.”

“스마일 보이만 하려나.”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은 인간과 뱀파이어 헌터답게 살벌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중을 읽고 있었다.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 사이의 계약은 백사장의 모래 그림만큼이나 의미 없다.

파도가 한 번 치면 지워지는 것처럼,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것이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의 계약이다.

“뭐, 싸움은 지연우 팀장을 치운 다음 하죠. 그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야. 공통의 적이 있으면 이렇게 편하네.”

벨베스가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등 뒤에 날개가 피어올랐다. 뱀파이어의 박쥐날개가 아니라 천사의 날개다. 그러나 누구도 저 날개를 보고 천사를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의 날개가 피로 물들인 것처럼 붉은색으로 가득했기에.

“지연우 팀장의 전략은 당연히 각개격파겠죠.”

“후후. 쓸데없는 짓이야. 그녀를 이미 마킹했거든.”

벨베스가 왼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그녀의 혈마법 중 하나인 ‘피의 자취’를 발동시켰다. 혈마법에 걸린 이상, 그녀가 종말시에 있는 동안에는 벨베스의 추적을 피할 수 없다.

“다행이군요. 빨리 끝냈으면 좋겠..”

“거기 정지.”

박한영의 말을 끊는 목소리가 있었다. 경박하고 값싸 보이는 실없는 목소리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여유는 이상하리만치 불쾌하다.

박한영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그 기묘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목소리만큼이나 경박한 외모를 가진 인물이다. 갈색으로 태닝한 피부, 노랗게 물들인 머리, 건들건들한 태도하며, 값싸 보이는 얼굴.

전반적으로 염가로 떨이하는 인간 같다. 생긴 것만 봐도 시궁창 인생이 연상되는 그런 부류.

그러나, 저 외모는 최근 종말시에서 너무나 유명한 외모였다. 온갖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종말시의 문제아가 박한영을 향해 빙긋 웃었다.

“좋은 점심이로군.”

등 뒤에 Sexco란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생긴 것처럼 경박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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