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5)

三章. 극락에 보내 주리라

밤이 되자 외롭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연희는 곳간 문을 열고 술 단지를 하나 들고나왔다. 생전 어미는 모든 것을 허락해 주었으나 이 술만큼은 내어 주지 않았다.

“내가 말이야. 성년이 된 지 벌써 두 해가 흐르지 않았겠냐고.”

올해 열여덟이 된 그녀는 인간으로 치자면 벌써 아이를 두엇은 낳아 기를 나이였다.

“냄새가 신기하네.”

종이로 막아 둔 입구를 뚫고 코를 킁킁대는데, 묘하게 꽃향기가 났다.

“꽃으로 술을 빚은 건가.”

술병에 입을 댄 채 한 모금 홀짝이는데, 절로 감탄사가 흘렀다.

“복사꽃이로구나.”

술을 마시기만 했는데, 눈앞에 어여쁜 복사꽃이 만발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머니는 왜 하지 말라고 했던 거지. 연희는 히죽 웃으면서 술을 연신 마셨다. 조금 취기가 돌자 술병을 쥔 그녀가 버드나무 아래로 나갔다. 바람에 긴 가지가 한들거렸다.

“뭐야. 선비님이 나오셨나.”

가만 쳐다보자니 그것이 선비의 긴 머리가 나풀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술을 한 입 마시고 하늘을 구경하는데, 어느새 병이 비어 버렸다.

“뭐야. 누가 다 마셨어!”

가득 차 있던 술을 찾아 두리번대던 연희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다른 술병을 하나 더 들고나왔다. 꼭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 자꾸만 웃음이 났다.

“이게 꿈이면 깨기 싫을 정도라니까.”

술병을 입에 갖다 대는데 쏟는 것이 절반이었다. 저고리가 흠뻑 젖는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이 터졌다. 얼마 만에 이렇게 크게 웃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이 좋은 걸 나 혼자 하면 안 되는 거야.”

자리를 털고 일어선 연희가 선비가 잠을 청하고 있을 방을 향했다.

“선비님, 주무십니까!”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산에 메아리가 울렸다. 하지만 방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연희는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다시 술을 들이켰다.

“이봐요. 팍팍하게 굴지 말고 좀 나와 봐요.”

계속 큰소리를 치자 드디어 문 앞에 인기척이 났다.

“소란스럽다. 물러가거라.”

“내가 무서워요? 잡아먹기라도 한답니까?”

그 말이 또 너무 웃겨서 연희가 낄낄댔다. 그러자 문이 부서져라 열리더니 사내가 나왔다.

“밤바람이 참 좋소. 이름 모를 선비 나리.”

툇마루에 벌러덩 누운 연희가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아니, 이게 무슨 망측한 일이냐.”

“뭐가 망측한 일입니까.”

그제야 사내는 자기에 담긴 술병을 발견했다. 기가 막혀서 입이 잘 안 떨어지는지, 고운 이마가 잔뜩 일그러졌다.

“네 멋대로 도화주(桃花酒)를 꺼내 마신 건가?”

“술에 이름도 있소? 참말 달더이다.”

입 주변을 손으로 훔치는 연희를 보던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하다 하다 이제 술주정까지 하나 싶었다.

“들어가서 자라.”

취객과 말을 섞어 봐야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사내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작은 손이 발목을 움켜잡았다.

“그 잘난 얼굴 좀 더 보여 주시오.”

“하…….”

모란이 새겨진 검은 포를 걸친 사내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졌다. 그는 몸에 손을 대는 자를 가만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인의 손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당혹스러웠다.

“술보다 선비님 얼굴이 더 달다는 말이오.”

‘얼굴이 달다니, 내가 맛있어 보이기라도 한다는 건가?’

사내는 그도 모르게 엉뚱한 말을 하는 여인의 근처에 가서 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할 작정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가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지도 알고 싶었다.

“드디어 나를 봐주기로 한 거요?”

연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급히 몸을 세우고 앉는다는 것이 다리가 비틀거려서 사내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사내는 호리호리한 체형이었지만 그녀의 궁둥이가 닿는 살이 퍽 단단했다.

“여름이라서 아직 밤바람이 좀 덥소.”

목을 더듬던 연희가 혀로 입맛을 다셨다. 사내의 살과 이리 닿자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배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울컥 차올라서 눈앞이 흐릿해졌다.

“참말 잘생겼는데, 성격이 거참…….”

“성격이 어떻다는 거지.”

“그건 모르겠으나, 당신 목소리를 들으면 여기 가슴이 두근거리오.”

연희가 더듬더듬 팔을 뻗어서 사내의 손을 잡아 그녀의 가슴께로 당겼다. 저고리 안의 물컹한 가슴 아래로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손을 떼려는 사내가 더운 숨을 뱉으면서 입술을 열었다.

“내게 뭘 원하는 것이냐.”

“원하는 것을 말하면 내어 줄 것이오?”

연희는 사내의 붉은 기가 도는 눈을 들여다보면서 속삭였다. 벌써 머릿속으로는 사내의 포를 벗기고 이대로 툇마루에 열두 번도 더 자빠뜨리고도 남았다.

“우리 여우는 인간 사내를 홀리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단다.”

연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어미에게 사내와 교접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직 해 보지는 못했어도 아는 게 좀 많은데 말이야.’

연희의 눈이 붉게 빛났고, 사내는 그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들어 보고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말이다.”

“나는 그 가슴, 가슴을 만지고 싶소.”

너무 엉뚱한 청에 사내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황금을 달라, 비단을 달라는 게 아니란 말이더냐.’

그가 깊은 고민에 빠진 사이 연희는 손을 뻗어서 포의 겉을 더듬었다.

“가슴이 탄탄하고, 살결이 부드럽소.”

연희의 손길에 사내는 피부의 털이 모두 서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나서는 처음 느끼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그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킨 채 목을 뒤로 젖혔다. 자꾸만 조잘대는 여인의 음성에 아랫도리에 달린 것이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하, 말은 그만하여라.”

연희는 손을 펼쳐서는 사내의 단단한 가슴을 조금 더 강하게 쓸어내렸다. 부드러운 옷감 겉으로 꼿꼿하게 선 유두가 느껴지자, 그것을 빨아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여기가 딱딱해졌소.”

술에 잔뜩 취한 연희의 음성이 밤바람에 섞여들었다.

사내의 가슴을 만지자 몸이 더워져서 견딜 수 없었다.

“밤인데도 응, 바람이 이리 텁텁하기만 해.”

연희는 제 저고리의 고름을 거칠게 풀어 헤친 후에 사내의 허벅지 위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허리를 비틀자 은밀한 곳에서 더운물이 조금 흘렀다.

“하, 이것을 좀 벗어 봐요.”

연희가 떨리는 손으로 포의 허리끈을 푼 뒤에 어깨에 손을 대자, 천이 사르르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으로 사내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이게 무슨…….”

넓게 펼쳐진 포에 누운 사내는 달빛을 받아서 더욱더 고왔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어쩐지 목이 말라 왔다. 이제 연희는 전혀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드러누운 사내의 탄탄한 가슴이 눈앞에 있었다. 허벅지에 걸터앉은 연희가 본능적으로 음부를 비비자, 자잘한 쾌락이 마구 밀려들었다.

“어쩜 목이 이리 단단할까.”

어깨를 훑었고, 가슴으로 내려왔다. 가슴에 이름이라도 쓰듯 양손으로 쓸다가 이내 유두를 비틀었다.

“아읏…….”

그녀의 손길에 물들어 가는 사내의 몸이 꼭 복사꽃처럼 어여뻤다. 그대로 몸을 숙인 연희가 사내의 목을 핥더니, 가슴의 정점을 혀끝으로 쓸었다. 작은 돌기가 그녀의 혀의 움직임을 따라서 딱딱하게 곤두섰다. 마셨던 술의 은은한 향이 사내의 몸에서 나는 것 같았다.

“으읏. 그리하면…….”

“아, 여기가 민감한 건가?”

저 산의 소나무처럼 반듯하기만 하던 사내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싱긋 웃던 연희가 손을 뻗어서 사내의 단단한 배를 쓸었다. 언젠가부터 얼마나 만져 보고 싶었던지 모른다.

“몸이 너무 뜨거워.”

그녀가 고개를 숙여서 가만 그의 품에 안겼다. 연희의 귀로 사내의 거친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나 때문에 발정이라도 났소?”

“당치도 않다.”

“그럼 이 심장 소리는 뭐란 말이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냉랭한 사내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고우면 뭘 하나, 성격이 강퍅하니 어느 여인이 이 사내에게 안기겠나.

“내가 오늘 당신을 극락에 보내 줄 터이니 각오하시오.”

그녀의 당돌한 출사표에 사내의 귀가 잔뜩 붉어졌다. 장난삼아 가벼이 응해 주었는데, 어째서 이것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적삼만 걸친 여인의 가슴이 그의 맨살에 닿았다.

‘옷을 찢어발기고 싶다.’

이런 흉흉한 생각을 가져 본 것이 처음이라 겁이 날 지경이었다. 여인의 몸에서는 사향 냄새에 복사꽃 향이 진동해서 그의 정신이 아득해지려 했다.

‘하나 극락을 무슨 수로 보내 준다는 거지.’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는데 연희가 그의 바지춤을 만졌다. 끈을 풀어 헤치는 그녀를 저지해 보려는 그때 연희의 손이 어딘가를 쓸었다.

“이것이 무척 뜨거워요.”

아까부터 꿈틀대던 양물이 그녀의 손길에 바지를 찢을 듯이 벌떡 섰다.

“아아……! 너무 더워.”

혀로 붉은 입술을 다시던 연희가 이제 적삼까지 모두 벗어젖혔다. 달빛 아래 드러난 소담한 가슴이 참으로 고왔다. 뽀얗고 배처럼 둥그스름한 젖가슴에 절로 그의 손이 닿았다. 현은 잡아 뜯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쥐었다.

“아흥, 그렇게 세게 만지면 아파요.”

소름이 자잘하게 일던 가슴에 붉은 유실이 흔들렸다. 한쪽 팔을 바닥에 짚은 채 몸을 세운 그가 가슴의 정점을 베어 물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그의 입 안에서 단단해졌다.

“네 몸은 참 부드럽구나.”

“선비님, 아, 안…… 흐엇.”

연희의 신음에 사내는 유두를 더욱더 세차게 빨았다. 그러자 그녀의 손이 버둥대더니 그의 몸을 밀어내려 했다. 연희의 힘이 세질수록 그는 더욱더 집요하게 가슴에 매달렸다. 춥춥. 질펀한 소음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고, 잠시 후 고개를 든 사내의 이마로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선비님, 우리 남은 일은 다음에 해요.”

연희는 사내를 홀랑 먹어 치우겠다는 계획을 조금만 미루기로 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사내가 아니라 그녀가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연희가 그의 다리 위에서 몸을 일으키자 거친 손이 그녀의 발목을 틀어잡았다.

“극락은 보내 주고 가야 할 것 아니냐.”

“그게…… 지금은 극락에 가기에 밤이 너무 늦은 듯해서.”

“나는 현이라고 한다.”

그녀를 다시 주저앉힌 사내의 입을 타고 흐른 이름은 마치 한 줄기 바람처럼 어여뻤다. 그렇게 현의 입술에 홀려 있는데, 사내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치마를 벗겨 냈다.

“선비님! 잠시만 내 말을 좀 들어 봐요.”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더냐. 입을 막아야겠구나.”

곧장 입술을 겹치려 들기라도 할 것처럼 굴자 연희는 다급해졌다. 이 사내를 삼키고 인간이 될 작정이긴 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아니다. 아직 아니야.’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연희가 망설이는 사이에 치마가 훌러덩 벗겨졌고 안에 입었던 속속곳도 이미 끈이 풀린 채였다.

“이리 와서 서 보아라.”

연희는 아까 처음의 사내와 너무 다른 모습에 얼이 빠졌다. 그녀의 손길에 몸을 바르르 떨던 작약 같은 사내는 대관절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아니, 지금 무얼 하려는 게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앉은 현이 손으로 연희의 발목을 꽉 잡았다. 고통이 느껴질 정도라서 허리를 비틀어 보았으나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여기에서 단내가 나더구나.”

“아니 되오. 하읏.”

현이 다리속곳 옆의 연한 살을 혀로 훑기 시작했다. 연희는 아까부터 음부를 타고 흐른 더운물을 들키기라도 할까 봐 자꾸만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지만 사내의 혀가 둥그렇게 젖은 다리속곳을 빨자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젖었구나.”

“그것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오…… 흐아.”

다급한 음성이 적막한 마당을 울렸으나, 사내의 더운 숨만큼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현은 다리속곳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천이 닿은 음핵은 이미 잔뜩 곤두서서 사소한 접촉에도 찌르르 강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렇게 젖어 버린 것은 벗어야겠구나.”

흥분으로 몸을 부르르 떨다 보니 어느새 연희는 나신이 되었다.

“내가 네게 보름이라는 시간을 약조했지.”

“흐아. 내가 잘못…….”

이건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를 홀랑 잡아먹으려 했던 거지, 그녀가 이리 궁지에 몰리는 일은 계획에 없었다. 숨이 하도 부족해서 말도 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사내는 단호히 입을 뗐다.

“너도 약조를 지키거라.”

현은 그대로 연희를 안고 툇마루 아래로 내려왔다. 벌거벗은 채로 마당에 서 있자니 남사스러운 기분이라서 연희는 자꾸만 몸을 가리고 싶었다.

“덥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는 툇마루 앞에 연희를 세운 후에 그대로 몸을 겹쳤다. 거대한 산 같은 사내의 몸이 그녀를 온통 삼켰고, 연희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뜨거운 성기가 아까부터 그녀의 엉덩이골을 쑤셔 대고 있었다.

‘저리 큰 것을 받았다가는 내 몸이 찢어지고 말 거야.’

어미가 일러 준 인간 사내의 양물은 저리 굵고 길지 않았다. 두려움에 그녀가 몸을 떨자, 커다란 손이 연희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처음이라 내 미숙해도 성심껏 할 터이니.”

땀에 젖은 연희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왜 내가 미덥지 않으냐?”

“그런 게 아니옵고…….”

연희는 그의 의도와는 다른 느낌으로 사내를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손길에 이리 그녀의 몸이 녹진녹진해졌는데, 처음이라니.

“그런 게 아니면, 무엇을 망설이는 거야.”

사내의 잔뜩 잠긴 음성이 그녀의 귀를 간지럽힌다 싶었는데, 곧장 흉흉한 것이 속살을 파고들었다. 사내의 고운 음성에 취해 있던 연희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밀어내려 애썼다.

“아앗. 당장 빼시오.”

뭉툭한 선단이 좁은 구멍 앞에서 연신 애를 먹고 있었다. 연희의 버둥거림을 손쉽게 제압한 사내의 눈가가 붉게 젖어 들었다. 그의 입에서 진득한 탄성이 흘렀다.

“왜 이리 좁은 거냐.”

“선비님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니오. 으흣.”

음부에서 더운물이 연신 흘렀다. 매끄러운 성기의 끝이 조금씩 붉은 내벽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은 그녀가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을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흣, 아아앗! 그만…… 흐읏!”

“현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열흘 넘게 저를 소 닭 보듯 하던 사내의 변화치고는 지나쳤다. 연희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게 못 된다던 사내의 말에 현혹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름을 조금 부르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현…….”

그녀가 이름을 입술에 담은 순간 뜨거운 각목 같은 것이 그녀의 속살을 끝까지 후벼 팠다.

“흐앗! 하으읏, 나 죽겠소.”

전신을 관통하는 통증에 연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내가 박아 넣은 것에서 달아나야 했는데, 세게 움직일수록 그녀의 속살이 양물에 달라붙어서 자잘하게 떨었다.

“선비님, 하으. 이러다 나 숨넘어가오. 이제 극락에 가셨소.”

“아직 멀었으니.”

연희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는데, 사내는 짧게 답을 뱉은 후 추삽질만 해 댔다. 이러다 밑이 빠지겠거니 걱정하는 찰나, 사내의 성기가 밀려들었다 나가는 야릇한 감각이 느껴졌다. 고통인 줄만 알았던 교접이 슬슬 환락으로 젖어 들어갔다.

“이리 오너라.”

거친 숨을 몰아쉬던 사내가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연희의 다리가 흐느적거려서 제대로 서지 못하자, 툇마루에 걸터앉은 사내가 연희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성급했소. 제발 나를 보내 주시오.”

사내의 가랑이 사이에서 묽은 액을 뿜는 성기가 승천하는 용처럼 위로 대가리를 세웠다. 연희는 다시 저것을 품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파르르 타올랐다. 음부는 감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화끈거렸다.

“내 것을 보아라. 아직 파정하지 못했다.”

“하, 내 아프오.”

“이렇게 잔뜩 가랑이를 적셔 놓고는 그런 말을 하면 누가 믿을까.”

현의 허벅지에 걸터앉은 그녀의 음부 사이로 질척한 애액이 새어 나와서 발목으로 흘렀다. 사내가 손을 뻗어서 더운물을 손끝에 찍어 올렸다.

“보이지 않는다고 할 셈이냐.”

“하, 하지 마시오.”

사내의 붉은 입술이 손끝을 할짝대자 연희가 기겁했다. 제 몸에서 나온 애액을 핥는 사내라니, 기함할 지경이었다.

“네게서 복사꽃 향이 나는구나.”

손길 하나, 눈길 하나가 전부 고고한 학의 움직임처럼 선이 유려하여 연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만 내게로 오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허리를 붙들린 채로 바로 양물 위에 떠 있었다.

“이렇게 하기는 싫소. 으읏. 제발.”

그녀가 물 밖의 망둑어처럼 버둥댔으나 사내의 완력을 이길 수 없었다. 음부에 사내의 성기가 닿는가 싶더니 그가 연희의 허리를 흔들었다. 잔뜩 흥분한 질구는 단단한 살덩이에 구멍을 벌름거렸다.

“싫다고 하는 나를 깨운 것은 네가 아니었더냐.”

비릿한 미소를 짓던 현이 그대로 그녀의 몸을 제 성기 위로 내리꽂았다.

“아앗!”

빳빳하게 선 성기가 그녀의 몸을 관통하자, 연희의 어깨가 자잘하게 떨렸다. 불을 뿜는 듯 뜨거운 성기의 끝이 자궁에 닿는 것 같았다.

“깊어, 너무, 흐아…….”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잃은 연희의 입가로 침이 흘렀다.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붙든 사내가 한 손을 뻗어서 연희의 입가를 훔쳤다.

“하, 내 이름을 불러 봐.”

연희는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는 것 같아 반항심이 일었다.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앙다문 입술의 겉을 쓸던 사내의 손가락이 곧 말랑한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혀를 찌르고, 치열을 훑자 연희는 자꾸 숨이 막혔다.

“어흣. 하지…… 마.”

위로는 손가락이 입 안을 헤집었고, 아래는 양물이 질 주름을 긁고 훑어 댔다.

‘이대로 정말 죽겠구나.’

어미의 설명으로 들었던 교접은 식은 죽 먹기였는데…….

“현, 참말 나 숨이 넘어갈 것 같소. 흐엉.”

결국, 사내의 청에 못 이겨 이름을 부르자 현은 그대로 그녀의 몸을 안고 일어섰다.

“도대체 파정이란 것은 언제 하는 게요!”

지나친 흥분에 울먹이던 연희가 손을 들어 사내의 가슴을 두들겼다. 실제 교접은 처음이라서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녀의 물음에 사내가 더 황당한 답을 내어놓았다.

“해 보지 않아서 모른다.”

“아니, 이 선비가 정말 사람…….”

연희는 사람 잡는다고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내 목을 잡아라.”

“싫소.”

사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듣지 않겠다는 식으로 연희가 고개를 홱 꺾었다. 그러자 현은 각진 기둥에 그녀의 등을 붙이게 하더니 그대로 허리를 위로 튕겨 올렸다.

“흑흑…….”

접합한 음부에서 연신 축축한 마찰음이 나고 입에서는 끊임없이 교성이 터졌다. 기둥에 등이 쓸렸지만 연희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힘없이 손을 뻗어 사내의 목을 간신히 틀어쥔 채 흐느꼈다.

“선비님, 그만합시다.”

“보기보다 약하구나.”

사내의 몸의 반절도 안 되는 저를 보면 모르겠냐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눈 깜빡할 기운조차 없어서 숨만 가쁘게 내쉬었다.

“연희라고 했더냐.”

“내 이름을 부르지 마시오.”

연희는 한입에 털어먹을 줄 알았던 사내에게 잡힌 채 몸서리를 쳤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사내의 목을 꽉 잡은 채로 고개를 연신 흔들었다. 그의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사내의 탄탄한 허벅지는 수십 번의 추삽질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아마 연희가 보통의 인간이었으면 이미 혼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혼절이 다 뭐람, 바로 송장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살살 해…… 으읏.”

지나친 쾌락으로 그녀의 이마가 온통 일그러졌다. 배 속으로 뜨거운 기운이 모이더니, 열기가 얼굴에서 터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흐앗, 나 정말 죽을 것 같…….”

절정으로 몸부림치는 그녀를 향해서 현이 입을 열었다.

“네가 퍽 마음에 들었다.”

달을 등진 사내의 창백한 얼굴.

그가 가벼이 혀로 입술을 핥는 순간 연희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어디선가 느껴 본 적이 있는데…….’

필시 어린 시절 숲에서 이런 비슷한 느낌이 들었더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거미줄에 엉켜 버린 가련한 나비 신세였다. 더는 머릿속에 아무런 기억도 떠올릴 수 없었다. 질벽이 가득 차올랐다가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이것이 몇 번째 절정인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

“제발, 그만……!”

“내게 집중하거라.”

퍽퍽. 연신 쳐올리는 허리 짓을 따라 연희의 의식도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인간이 되…….”

종내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입을 움직였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건가. 눈을 뜨니 툇마루에 누워 있었다. 사내의 어깨에 두 다리를 올린 채 가랑이를 벌린 모양새가 남사스럽기 그지없었다.

“혼절한 여인에게 이러는 법이 어디 있소.”

억울하고 화가 난 연희의 음성이 막 갈라졌다.

“조용하여라.”

온통 눈앞이 어둠이라 그녀가 팔을 허우적대면서 사내의 손을 치우려 들었다.

“가만있으면 극락에 이를 것이다.”

사내의 큰 손이 연희의 얼굴을 온통 덮더니 그대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감각이 사라진 줄 알았던 붉은 속살이 짜르르 떨었다. 연희는 사내의 손바닥에 더운 숨을 뱉은 채 그대로 허리를 들썩였다.

“먹어도 먹어도 이리 맛이 있구나.”

이제 그녀의 뒤에 몸을 겹친 사내가 밀지로 성기를 스르륵 쑤셔 넣었다. 커다란 손은 유두를 비벼 댔고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양물이 연신 속살을 후벼 파자, 연희는 참말 딱 죽고 싶었다.

‘어머니, 인간이고 뭐고 다 싫소.’

“아흣…… 조금 더. 읏.”

흥분에 취한 교성은 제가 내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리도 괴로운데 제 몸은 주인을 배반하는 건지 연신 사내의 몸에 달라붙어서 흔들렸다.

“읏.”

신음조차 내지 않고 박아 대기만 하던 사내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그의 절제된 음성에 연희의 몸이 더욱 뜨거워졌다.

“하핫, 너무 더워. 읏.”

꼭 붙은 사내의 몸이 장작불처럼 뜨거운지라 연희가 팔을 뻗어서 방을 향하려고 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챈 사내가 아주 음험한 음성을 냈다.

“달아나지 말아라.”

그러더니 그녀의 어깨에 이를 박아 넣는 바람에 놀란 연희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인간을 잡아먹는 구미호는 들어 봤어도, 구미호를 먹는 인간은 본 적이 없었다.

“아파, 으읏.”

코끝에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연희는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연희야. 함께 가자꾸나.”

그의 허리 짓이 더욱더 빨라지더니 두 사람의 몸 사이로 땀이 흥건하게 고였다. 점점 커진 성기는 자궁 입구를 찔러 댔고, 연희의 내벽이 터질 것 같았다. 꿈틀대던 성기에서 정액이 한가득 터져 나와 연희의 속살을 가득 채웠다.

“더는 못……!”

외마디 비명을 남긴 채 연희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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