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노예소녀 피오나 (3) (74/254)



〈 74화 〉노예소녀 피오나 (3)

노예소녀 피오나 (3)


"피오나, 오늘밤은 어쩐지 안색이 안 좋구나. 몸살이라도 걸렸니?"
"아니에요, 젊은 주인님. 사실은, 저 주인님의 씨를 잉태했어요."


피오나는 할머니가 시킨 대로 도련님에게 말했다.

어젯밤, 산파 올가는 피오나가 임신한 걸 알았지만, 올레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피오나의 할머니가 단단히 입막음을 했기 때문이었다. 피오나는 올레그보다 할머니 쪽을 훨씬 더 무서워했다. 왜냐하면 만약 할머니에게 미움을 받으면, 그녀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피오나, 그거 참 곤란한데. 이것 참..좀 기다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올레그는 정말 당황한  알몸 위에 가운만 걸친 채, 뛰 듯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서, 큰마님과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올레그는 곧바로 피오나의 할머니를 방으로 불렀다.


* * *


다음날, 나는 큰마님과 함께 차를 타고, 마님과 친분이 있는 시내의 의사에게 끌려가  자리에서 곧바로 중절수술을 받았다. 할머니는 길길이 뛰며 화를 내셨다. 하지만 그 노여움도 사흘 정도 지나자, 식어 버렸다.

"피오나,  꼬부랑 할멈은 정말 욕심쟁이구나. 너를 이용해서 또 한몫 챙기려 하다니.."


올레그 도련님이 나중에 나에게 한 말을 듣고서야, 나는 겨우 조금이나마 할머니와 도련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중절수술에서 회복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올레그 도련님의 밤 시중을 드는, 별채의 방에 누워 있었다.


할머니와 둘이서 생활하는 헛간 같은 집이 아닌, 넓은 방에서 혼자 누워 있자, 나는 정말 자신이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픈 생각에 하염 없이 눈물이 샘솟았다.


큰마님의 인정어린 배려로, 할머니 곁을 떠났던 나는 일주일이 지나자,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할머니는 나 혼자 편안하게 놀고 먹는 바람에 자신이 몇 배로 일을 해야 했다고 내게 역정을 내며 욕을 하면서 구박을 하셨다.


하지만, 나도 할머니가 미웠다. 나 역시 굴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허드렛일을 일주일 정도 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산부인과의 기묘하게 생긴 침대에 얼굴을 가리고 누워,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리고 이루말할  없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내 첫아이를 죽게 만들었다.  첫아이를...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겪은 그 끔찍한 일들을 모두 덮어두고 내게 역정을 내는 할머니가 처음으로 너무 원망스러웠다. 부모에게 버려진 나를 키워준 할머니를 원망하다니..그런 못된 짓이 있을까. 그런데도 난 할머니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에 대한 원한이 점점 쌓여가자, 할머니와는 말도 섞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 역시 사라져 갔다. 그러면 안 된다고 반성을 하면서도, 죽은 아이가 떠오를 때마다, 할머니에 대한 원한과 미움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작은 도련님의 어머니인 큰마님에게 불려갔다.

"피오나, 너는 계속  저택에서 우리들에게 봉사할 생각인 것 같지만..그런 일이 있어서..듣자 하니, 올가 할멈이 먼저 널 찾아간다고?"
"네. 마나님."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구나. 피오나 넌 이 저택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도시에서 젊은 가정부를 찾는 집이 있단다. 내 지인이 널  집에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곳은 환경도 좋고, 부유한 집이란다. 피오나 거기에 가면 어떻겠니?"
"예, 마나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올레그 녀석이 바보라서 피오나 너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구나. 용서해 주렴."
"마나님. 감히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저도 꼭 한번 도시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마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마나님의 말에, 내심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할머니에 대한 원망도 올레그 도련님의 무정함도 모두 용서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도시에  있었다.

* * *


소개를 받고 찾아간 도회지 저택에는 주인님 내외와 30살이 되어도 미혼인 베베르님이 계셨다. 베베르님은 집에 틀어박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처음에 나는 베베르님이 학자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프랑스어를 번역하는 일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베베르님의 대학 동문인 보리스님이 자주 찾아 오셨다. 보리스님은 명문가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내가 보리스님과 처음 만난 건, 이 저택에 온지 사흘째되던 날이었다. 방이 살짝 열려 있어 베베르님과 보리스님의 대화가 새어나와 내 귀에도 들려왔다.

나는 자신이 두 도련님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겨서, 문 뒤에 숨어 잠시 엿들었다. 이 저택은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넓은 저택이었지만, 시골에 있는 올레그님의 저택에 비하면, 비교가 안  정도로 좁았다. 문 뒤에서  도련님의 대화를 엿듣던 나는 때를 봐서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음과 물을 가지고 왔어요."
"아, 고맙워. 피오나. 지금 보리스..이 녀석이..아 이쪽은 내 친구인 보리스야. 종종 놀러 오니까, 기억해 둬...하여간 이 녀석이 피오나한테 무척 관심이 많은 것 같거든."
"야, 베베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야말로 젊은 피오나 양에게 흥미가 있다고 말한 주제에..왜  핑계를 대는거야? 그만 해, 임마."


나는 당황스러워하는 베베르님의 모습이 우스워서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거봐, 피오나 양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아니에요. 죄, 죄송해요."
"괜찮아. 사과할 필요 없어. 나쁜 건 이 녀석이야. 피오나, 그리고..어머니에게 말씀 드려서, 치즈나 소시지 같은 뭐 안주거리가 될 만   가지다 줄래?"
"네에. 도련님."

나에 대한 대우가 시골 저택과 전혀 다른 것에 나는 무척 놀랐다. 이렇게 하녀에게 선뜻 말을 걸어 주다니..지금까지 이런 친밀한 대우는 경험한 적도 없었다. 게다가 나를 피오나 양이라고 불러주신 것이 너무 기뻐,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니 피오나. 얼굴에 웃음이 넘치는 구나."

키친에서 마나님이 나를 보자, 말을 걸어 주셨다. 나는 부산스럽고 경망스럽다고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마나님은 오히려 상냥하게 내게 말을 걸어 주었다.


모든 것이 시골 저택과는 너무 너무 달라서, 나는 하루하루 즐겁게 들뜬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저택의 생활에 적응해 갈수록, 가끔 내 사타구니의 중심에서 무언가 야릇하게 욱신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


'내가 왜 이러지? 어떻게 된 것 같아..'


나는 이유를 알  없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생활을 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베베르님의 서재를 정리하고 청소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나는, 한눈을 팔다가 책상 위에 쌓아 있던 책더미를 건드려 바닥에 흐뜨러뜨리고 말았다.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책을 줍던  눈에, 화첩의 펼쳐진 페이지가 보였다.  그림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리고 곧이어 사타구니 사이의 욱신거림이 일어났다.


'야한 그림!! 춘화야..'

순간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 야릇한 그림 쪽으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 여자로 보이는, 이국의 여자가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음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등 뒤로 손이 묶인  여자는 개목걸이를 찬 채, 내가 시골 저택에서 올레그 도련님에게 봉사한 것처럼 무릎을 꿇고 남자의 페니스를 머금고 있었다. 너무나 생생한 그림이었다.

흥건하게 손바닥에 땀이 차고, 하체가 욱신욱신 저렸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그 춘화첩을 한장 한장 넘겨보기 시작했다. 상당히 열중해서 보고 있던 탓으로, 등 뒤에 베베르님이  있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책을 덤는 순간, 베베르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피오나, 그게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네.  춘화첩..재미있어?"

나는 무심결에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떨어뜨리며 몸을 움찔 떨었다. 설마 베베르님이 방 안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사과할 필요 없어. 재미 있었니? 피오나, 너 이런 데 관심이 있니?"
"저...네에..아, 저.."
"아무래도 흥미가 있는 모양인데."
"...."
"피오나 양은 입이 무거운 편이야? 비밀 지킬 수 있어?"
"네. 도련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아니, 춘화첩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이런 춘화첩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것보다 비밀을 지킨다고 나랑 약속하면, 더 좋은 곳에 데려다 줄게."
"네? 저를 어디에 데려가실 생각이신가요?"
"뭐, 지금은 그렇고. 피오나, 기대하고 있어. 2~3일 안에 좋은 곳에 데리고 가 줄게."

베베르님은 그렇게 말하고, 장난스러운 윙크를 내게 던졌다. 나는 더욱 몸이 달아오르면서,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좋은 곳이란 게 어딜까? 비밀을 지켜야 하는 곳이라니..도련님은 도대체 날 어디로 데리고 가실려는 걸까?'


나는 비밀을 지킬 자신은 있었다.


'내 입은 누구 못지 않게 무거우니까.. 왜냐하면  올레그 도련님과의 일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잖아.'


거실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도중에도, 하반신이 콕콕 쑤시고 욱신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내 방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음을 했다.


'아아, 아아아..으응~ 젊은 주인님..빨아 주세요. 피오나의 보지를 빨아 주세요..'


나는 머리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자신의 손가락에 침을 바른 뒤, 뾰족하게 충혈된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며 문질렀다. 물액처럼 맑고 끈적이는 애액이 질퍽질퍽 넘쳐나는  느껴졌다.

'으, 으응..아아..젊은 주인님. 주인님의 꼬추을 피오나의 보지에 넣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피오나..이제 너무 힘들어요..아, 아 아..아아아...어서..넣어 주세요..주인님!'

나는 올레그 도련님이 자주  준 것처럼, 손가락  개를 갈라진 틈새 속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안에서 꿈틀꿈틀 손을 놀렸다.


'기분 좋아..굉장히...너무 기분 좋아..하지만..그래도 역시 부족해..꼬추가 좋아..손가락이 아닌 꼬추를..갖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작은 구멍을 쑤시고 후비면서 수음에 빠져 들었다.

'아, 아아아아!! 도련님!'


절정의 여운에 잠시 빠져 있던 나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끝나지 않은 허드렛일을 하기 위해 다시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 들어가자마자 마나님이 주방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시골 저택에 있을 때는, 요리를 전담하는 메이드가 있어서, 나는 안채의 요리를 본 적도 없었다. 나와 할머니는 행랑채로 쓰는 헛간에서 대충 딱딱한 흑빵과 멀건 스푸나 오트밀로 식사를 때웠다. 시골 저택에서 할머니와 함께 먹던 식사를 떠올리며, 나는 처음에는 주인님 내외가 먹고 남긴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나님은 식탁에 내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주인님 내외분과 함께 식사를 해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며 키친에서 혼자 적당히 배를 채우던 나는 조심조심하면서 주인님 내외분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머, 피오나. 얼굴이  그렇게 붉은거니? 어디 열이라도 있는거니?"
"아니에요. 마나님. 괜찮아요."
"이런..너무 무리하면 안 돼. 내가 너무 혹사시킨 모양이구나. 오늘 밤은 얼마 전에 피오나 네가 맛있게 먹었던 뫼니에르를 하려고 한단다. 도와주겠니?"
"네. 마나님."


이 저택에서의 생활은 시골 저택에서의 생활과 비교해, 하늘과  차이였다. 나는 메이드가 아니라 매너를 배우며 가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이 집에 오게  것이라고 나중에 마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이렇게 편하고..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걸까? 너무 행복해서 두려울 정도야...'


나는 가끔 시골에 있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저택의 마나님과 시골에 계신 할머니는 나이는 비슷했지만,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마나님께서는 30살의 베베르님의 어머니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젊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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