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173. [조교]윤은하
부우우우우우웅!
'으응, 뭐지?'
우웅, 우웅, 우웅!
부우우우우우웅!
온몸이 떨리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을 땐, 이미 온몸에 모인 감각들이 머리를 쾅! 하고 때린 뒤였다.
"흐…?"
우리의 몸은 갑작스레 큰 충격이 닥칠 때의식이 그를 알아차리는 속도가 늦다고 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 대부분이 차에 치이는 순간 자체에서는 아무런 통증도 느낄 수 없었다고.
그처럼 윤은하의 의식 역시 자신의 몸에서 폭주하고 있는 이 성감을 좀처럼 받아들이질 못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것은 잠시 뿐.
깨어난 지 1초도 안 되어 윤은하의 가슴 속에는 화상을 입을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마구 치솟는 듯했다.
"아…?"
지이이잉, 하고 올라오는 진동에 지배당하듯 몸도 같이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순간 뭔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뭐야? 뭐야? 이거 뭐야? 뭔가, 뭔가 올라오고 있어! 뭐야? 무, 무서워!'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인식했을 때, 윤은하의 머릿속이 완전히 새하얗게 변했다.
전신을 뒤덮는 화산 같은 열기.
아쉬움, 감질남, 답답함, 괴로움.
그럼에도 미친 듯 몰아치는 쾌감, 그럼에도 절정을 맞을 수 없는 몸.
그 모든 것이 한 데 뒤섞여 윤은하의 지성을 날려 버렸다.
인지력, 사고력,판단력이라는 게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걸 느낀 윤은하는 말그대로 지성이 없는 상태가 되어 척수에서 오는 명령을 받아들였다.
"호옷, 호옥, 호오옷!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앗!!!!"
꽈악, 꽈악!!
윤은하가 마구 날뜀에 따라 그녀의 사지를 묶은 밧줄이 마구 팽팽해졌다 느슨해지길 반복했다.
"호옥,크힉, 으하아아아앗!! 하으으으으윽!! 흐기이이이잇!!"
꽈악, 꽈악!!
마치 고문을 당하는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지만, 그 비명에는분명히 쾌락이 섞여 있었다.
우웅, 우웅, 우웅,우웅!
부우우우우웅!!
그렇게나 날뛰어도 용서 없이 유두, 클리토리스, 질, 항문, 자궁을 모두 자극하는 기구들!
그녀의 사고력이 일부 돌아왔다.
'왜? 왜 몸부림쳐도 움직이지 않아? 왜? 왜 아무것도 안 보여? 왜? 왜 내 안에 뭔가 들어와 있어? 나 왜 묶여 있지? 뭐야? 이거 뭐야? 안 돼, 위험해! 이거 위험해!!'
[ 흥분 정도 : 100 ]
하지만, 감히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될 정도는 아니었다.
"끄흐으으으읏!!"
흥분 정도가 100이 되자 그녀의 머릿속에 신호가 찾아왔다.
이제 갈 것이다.
이제 가 버릴 것이다.
이 모든 답답함을, 태산처럼 쌓여 있는 해방 욕구를 전부 분출할 수 있다.
윤은하는 자신의 존재, 이름, 지위 모든 것을 잊었다.
그저― 한 마리의 암컷으로서.
절정을 맞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가, 가앗, 가, 가아아아――!!"
하지만, 절정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흣, 흐엣? 왜, 왜, 왜?"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부우우우우웅!!
끊임없이 진동하며 움직이는 기구들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그녀를 단 1초라도 편하게 해줄 수 없다는 듯 쉬지 않고 작동했다.
"아아악!!! 하으으윽!!! 왜, 어째서, 왜에!!!"
꽈악, 꽈악!!
비명을 지르며 날뛰지만 단순히 몸부림치는 것만으로는 튼튼한 SM용도의 밧줄이 끊어질 리 만무.
능력을 써서 밧줄을 풀든, 인형을 소환해 끊든 무언가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있었다.
'오…… 뭔가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혜용은 계속해서 전기 마사지기로 그녀의 아랫배를 눌러대며 성감 버프에 절여지고 절정 불가에 발광하는 윤은하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하아아앗!! 끄흐으읏!!! 아흣, 아흐으으!!! 가, 가, 가아아앗――!!"
꽈악, 꽈악!!
바들바들바들!
"――――――!!"
윤은하가 의식을 되찾고 두 번째로 성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절정, 오르가즘은 없었다.
치솟고, 해소되며, 후련해져야 하는데 치솟기만 하고 해소되는 과정이 없는 것이다.
"끄흐으으……!!"
침묵한 채로 온몸에 힘을 꽉 주며 어떻게든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는 윤은하.
그러나, 감정이 없어 마찬가지로 자비도 없는 기구들은 절대 멈춰주지 않았다.
우웅,우웅, 우웅, 우웅!
부우우우우우웅!!
"아아아아!! 가게해 줘!!! 가게 해 줘어!!!!"
결국 그녀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왜에에에!! 왜 갈 수 없는 거야아아!!! 기분 조은데!!! 이렇게나 기분 좋은데!!! 미칠 것 같은데, 왜, 왜, 왜에에!! 왜 가버릴 수 없는 거야아아!!!!"
아가씨로서의 프라이드 따위는 감히 지금 상황에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마치 오르가즘을 맛보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신경이 곤두서서는 철저히 절정만을 향해 나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혜용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녀에게 절정이란 없다.
쾌락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지만, 절정 불가 버프가 끝나지 않은 결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접근해봐도 되려나.'
혜용은 그녀가 의식을 되찾고 세 번째로 절정에 실패했을 때 옆에 접근해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아아아아!!! 또, 또 갈 것 같아, 끄흐으으!! 갈 수 없어, 갈 수 없는데엣!!! 왜 자꾸 가버릴 것 같은거야아아!!! 아흑, 아으으!! 흐아아아아아!!!"
절규와 함께, 꽈악 하고 팽팽해지는 밧줄 소리가 울려퍼진다.
혜용은 그 시점에서 모든 기구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윤은하의 옆에 가서 그녀의 모습을 상세히 지켜보았다.
"하아악… 하으으… 하아아악…."
쉴 새 없이 달려온 마라토너처럼 온몸이 뜨겁게 되어서는 땀을뻘뻘 흘리는 윤은하.
그녀는 한동안 숨을 몰아쉬고는 곧 정신을 집중하는 듯 조용해졌다.
그 순간, 주변에 무언가 힘이 흐르는 것 같더니 눈가리개가 슬쩍들리는 듯했다.
'이 상태에서도 마나의 실을 쓸 수 있구나.'
혜용은 그대로 손을 뻗어 눈가리개를 턱 하고 덮었다.
"!?"
몸을 움찔거리며 깜짝 놀라는 윤은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뭐, 뭐지요? 으흣, 내 옆에 있는 당신, 흐읏, 누, 누구인가요……?"
혜용은 나지막히 대답했다.
"글쎄."
목소리가 변조되어 완전히 낮게 깔린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확실한 건, 그 눈가리개 벗을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걸?"
윤은하는 뭔가 할 말이 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듯 무언가 오물거리는 것처럼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몸에 무언가 동시다발적으로 붙어 오는 것을 느꼈다.
혜용은 본능적으로 윤은하가 마나의 실로 자신을 움직이려 한다는 걸 알아채곤 과감하게 그녀의 하복부 자궁 부근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흐오오옥!!하윽, 아흐으윽!! 안 돼, 안 돼에, 거기 지금 민감한뎃, 거기 그렇게 세게 누르며어언!!!"
꾸욱, 꾸욱, 꾸욱 하고 여섯 번 정도 눌렀을 뿐이었지만 효과는 탁월!
혜용에게 붙어 있던 마나의 실이 모조리 떨어져나갔다.
'과감한 판단이 맞았군.'
마나의 실을 쓰려면 최소한의 집중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괴롭혀주면 그 집중이 깨져 마나의 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아, 하아, 하아아……."
혜용이 아랫배를 누르는 손이 멈추자 윤은하가 판에 박힌 대사를 주절거렸다.
"흐윽, 끄흣…… 이, 봐요, 당신……! 제가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건가요!?"
"네가 누군데?"
정말로 모른다는 듯한 대답.
윤은하는 생각해 내야만 했다.
어떻게 말해야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 나는……윤준 가 가주의 친손녀에요."
"뭐라고? 윤준 가? 아이고, 이걸 어째. 큰일 났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누가 봐도 조롱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지금의 윤은하에게 그런 걸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그, 그래요! 이제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죠!? 이걸 할아버님께서 알게 되시면 지구 어디에 있든 절 찾아낼 거에요! 당신, 절대 곱게 죽지는못할 거고요!!"
후, 하아.
후, 하아.
이상하게도 숨이 계속해서 차오르는 탓에 윤은하는 말을 오래 잇지 못했다.
"하으, 윽…… 지, 지금이라도 전부 풀어 준다면, 적당히 참작을……."
참작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혜용은 다시 윤은하의 하복부를 눌러대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질내에 들어가 있던 바이브 역시 다른 손에 쥐었다.
꾸욱, 꾸욱!
"으히익―!!"
찌걱, 찌걱, 찌걱!!
"아으으으응! 안 돼, 안 돼에에……!! 누르면 안돼, 쑤셔넣는 거 안 돼에!! 아으으!! 그럼 또, 또오오!!!"
간단하기 짝이 없는 동작에도 자지러지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그녀가 꼴사납게 몸을 흔들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냈다.
정말 평소에 알던 윤은하가 맞나 싶을 정도.
다시 한 번 절정 불가의 아찔한 맛을 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혜용이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흐으으으응!! 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어엇!!! 가 버려, 안 대, 안 대, 안 대에에엣!!!!"
윤은하가 정말로 절정을 맞는 것처럼 고개를 확 젖혔다.
"――――――!!"
하지만, 그녀에게 찾아오는 것은 한층 더 강력해진 아쉬움, 절박함, 뜨거움 뿐.
혜용은 잠시 기다렸다가 윤은하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재벌 가 아가씨라는 인간이 가버리고 싶다면서 보지에서 물이나 질질 흘리고 골반을 흔들어 대다니. 너무 음란하고 천박한 거 아냐?"
그 말에 윤은하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프라이드란 놈이 반응했는지 격렬한 저항이 있었다.
"끄흐, 다, 당신. 죽일 거에요! 반드시 죽여 버릴 거에요!! 산 채로 사지를 찢어서, 개 먹이로 던지고 남은 몸뚱이는 벌레가 파먹도록 할 거라구요!! 감히 누구한테 이런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건지 똑똑히 알게 해 드리겠어요!!"
그래봐야 전혀 위협처럼 느껴지지 않는 협박 정도를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생긴 거랑 다르게입이 맵네.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겠어? 그렇게 되면 넌 평생 가버린다는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리는데?"
"무슨……."
윤은하의 입이 꾹 닫혔다.
혜용이 방금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듯했다.
혜용은 그녀가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괴롭지? 가버려서 후련해지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읏……!!"
그녀는 차마 혜용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날 죽이면 넌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될 거야. 뜨거워서, 안달나서 미치기 직전인 채로. 왜냐면 널 가버릴 수 있게 하는 건 세상에 나 하나 뿐이거든."
"허, 헛소리!! 그런 거 헛소리가 분명해요!!"
"글쎄다…… 이건 몸으로 알게 해 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네."
흠칫!
"모, 몸으로 알다니요. 무슨 소리인가요!? 제게 무슨 짓을 할 속셈인가요!!?"
"아까 했던 거. 30분 정도만 더 시키게."
아까 했던 거라면…….
ㅡ 우웅, 우웅, 우웅, 우웅!
ㅡ 부우우우우우웅!!
감각을 떠올리자 곧장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윤은하가 등허리에 소름이 돋는지 바들바들 떨더니 그것만은 안 된다며 소리질렀다.
"아, 안 돼요. 그, 그걸 30분이나!! 불가능해요!! 머리가 터져서 죽어 버릴 거라고요!!"
"네가 안 믿어주잖아. 헛소리라며."
"……."
윤은하는 곧바로 침묵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헛소리를 헛소리라고 하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그리 말했다간 그 지옥 같던 시간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이남자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윤은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몸은 미친듯이 안달나 있지만, 당장 전해지는 자극이 없던 덕분에 알량한 자존심을 챙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자극이 시작된다면 어떨까.
딸칵!
웅, 웅,웅.
"흐읏― 큿, 으흣."
처음은 약하게.
모든 기구를 1단계로 설정하고 자궁 자극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쾌감으로도 윤은하는 재앙이라도 닥친 것마냥 이를 악물고선 버티고 있었다.
'아예 걱정을 할 필요 없게 마나 봉인 디버프라도 걸어 놔야겠어.'
아까 살짝 닿아 보면서 윤은하의 능력이 대충 사이즈가 나왔다.
섬세함이 뛰어나지만 파워는 약하고, 섬세한 조작이 메인인 만큼 그만큼의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혜용은 자신의 보호막을 두들기다 땀을 꽤나 흘린 윤은하와 그걸 손수건으로 닦아 주던 안세린의 모습을 상기했다.
'여기저기 쑤셔 주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능력 활용을 못했었지.'
거기에 착안하여 버프 하나를 만들었다.
[ 마나 활용 중 집중력 감소 ]
6레벨 마나 활용 중 집중력 감소 스킬 사용 가능
자신에게만 시전 가능
버프의 형태가 아니라 코스트 대비 효율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쓸만한 편이다.
자가 버프를 받아서 디버프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혜용이 윤은하에게 마나 활용 중 집중력 감소를 시전했다.
"이, 이건 뭐, 뭐죠? 「마나 활용 중 집중력 감소」라니요!?"
"지금 그런 데 한눈 팔 상황이 아닐 텐데."
딸칵, 딸칵, 딸칵, 딸칵!!
혜용이 모든 기구의 강도를 최대로 올렸다.
"으흐으으으으읏!!"
갑자기 자극이 강해지자 고개를 확 젖히며 도망치듯이 팔다리를 마구 움직여댔다.
꽈악!
하지만 그것조차도 밧줄 때문에 1cm 언저리도 못 가 제동이 걸린다.
의식이 없던 것까지 합하면 지금 열 번이 넘도록 절정 불가때문에 가버리질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격한 자극으로 다시 성감이 끓어오르게 되어 버리면…….
그 탓인지윤은하의 본능은 머릿속에 필사적으로 한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ㅡ 멈춰, 멈춰야 해!!
ㅡ 이렇게 가다간 정말 머리가 이상해져 버릴지도 몰라!!
ㅡ 일단 빌어, 빌어서 그만두게 해야 해!!
윤은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본능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