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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상태창이 보여 (30)화 (30/100)



〈 30화 〉30화 인생 계타는 날

그날 저녁에도 출근한 강식이가 예정대로 똑같이 일을 했다. 그렇게 운송차량 세 대를 끝내고  때  담당직원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사시간을 알려왔고 하나 둘 목장갑을 벗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에 당연히 강식이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비슷한 메뉴인 도시락과 빵, 그리고 우유를 받아들고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름: 최강식.
나이: 만26세.
마지막 학벌: 우수고등학교 졸업.
현재 남은 스탯:0
힘:20
체력:20
민첩:10
외모:13
행운:15
정력:10
재능:7


현재 경험치 30%/100%

상태창을 켜서 올라 있는 1스탯 포인트를 당연히 이번에도 외모에 스탯을 투자하여 13을 만들었다.


‘분명 외모 포인트를 올리면 변화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강식이의 습관중에 하나가 외모 포인트를 올리면 먼저 카메라나 거울을 통해서 바로 확인을 해본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  그러는 것이다. 물론 몸은 확실하게 근육과 살이 다듬어지는 것 같기는 했다. 물론  역시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얼굴은 요리보고 저리봐도   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폰으로 얼굴을 살피고 있어?”


이젠 익숙하게 강식이의 옆에 자리를 잡은 김씨가 물음을 던져왔다.

“아니... 그냥요.”


뭔가 싶어 강식이의 얼굴을 살펴본 김씨가 의아한  바라보았다.


“대체 얼굴에 뭐가 났다고 그러는 거야? 똑같구만.”


“뭐 변한 거 없어요?”


똑같다는 물음에 강식이가 다시 물었다.


“변한 거라니?”

“그냥요.”

“실없는 소리 하긴... 물론 나이가 젊은 총각이니까 외모에 민감  수 있는데 걱정하지 마. 자네 얼굴은 처음 볼 때와 아주 똑같으니까.”


“......”

강식이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언짢은 발언  수밖에 없었다. 처음  때와 똑같다니. 외모 포인트를 13까지나 찍었는데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미용실 아줌마가 거짓말을 한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미용실 아줌마는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었다.

“크게 이상한 것은 없으니까. 생각 그만하고 어서  먹자고.”


“예.”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식사를 시작한 강식이었다.

그렇게 도시락을 다 까먹고 빵과 우유까지 해치운  대충 몸을 기대고선 휴식을 취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도 일이 고되다보니 떠들기 보단 이렇게 대 휴식 시간에 짬을 내어 체력을 보충했다.


“자, 다시 일합시다.”

담당직원의 말과 함께 달콤한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목장갑을 끼고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아침 8시까지 열심히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제 하나만 더 올리면 외모 스탯도 15네.’

두 번째 스탯 포인트도 다시 외모에 투자를 하여 14로 만들었다. 김씨 아저씨의 말에 언짢은 기분을 느꼈던 강식이는 이번에도 바로 지체하지 않고 외모에 투자를 했다.

‘그래, 이렇게 외모에 투자를 하는데 바뀌지 않는 게 이상하지. 김씨 아저씨가   본 게 분명해.’

그리곤 다시 폰을 꺼내 카메라로 맞춰서 얼굴을 살펴보았다.


‘거  이상하단 말이야. 왜 이렇게 얼굴은 변화가 없는  같냐.’


강식이의 눈살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김씨 아저씨는 그렇다고 쳐도 자신이 봐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스스로가 봐도 그런데 김씨 아저씨는 오죽할까.

‘또 찝찝해지네.’

입맛을 다신 강식이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얼굴?”

“예, 아주머니가 보기에 어때요?”

잠시 강식이의 얼굴을 살펴보던 미숙이 입을 열었다.

“뭐 이상한 거 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요.”

“어떤 거 말이야?”


의아해 하며 다시 강식이의 얼굴을 살펴보던 미숙이 순간 묘한 시선으로 강식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한 동안 말없이 강식이의 얼굴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왜요?”


갑자기 말없이 얼굴을 살펴보자 강식이가 왜 그런 것인지 물어보았다. 미숙은 그럼에도 말없이 강식이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식아.”

“네?”

“너 혹시 화장품 같은  바르니?”


강식이는 그런 걸 안한다는 걸 알면서도 미숙은 물어보았다.

“아시잖아요.  화장품 같은 거 잘 안 바르는 거.”

“응, 그렇지. 그런데...”


“그런데 왜요?”

“이상하게 이렇게 보니 강식이 너 얼굴이 전 보다 더 멋져 보이는 거 같은데?”

“멋져 보인다고요?”

“응. 뭐라고 할 까. 강식이 얼굴이 이렇게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고 할까?”

“진짜요?”


“전에 강식이가 물었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해서 말해줬었잖아.”


분명 그랬었다.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 평가해 달라고 말이다.

그때 미숙은 솔직하게 얘기했었다. 강식이 네 얼굴은 평범한 훈남에 비해서도 잘 생긴 편은 아니라고. 그래서 평범한 훈남에 비해서도 그 정도인데 사진 속 미숙의 남편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로 들려 씁쓸했었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니까. 괜찮은 느낌인데?”


“저 좋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죠?”

“아니야, 진짜야. 물론 내가 강식이를 좋아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렇게 보니 훈남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괜찮은 거 같은데?”

훈남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이 걸렸지만 괜찮은 것 같다는 말은 강식이의 입장에서는 듣기 좋았다. 김씨 아저씨의 말과 자신이 보기에 달라진 게 없는  같은 것 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얼굴이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이었다.

“기분 좋은데요. 그렇게 평가를 해주니.”


“진짜 이상하네? 그날 네가 강식이 네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았던 걸까?”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숙의 모습에 강식이는 더욱더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 미용실 아줌마하고 비슷한 반응이네.’


무엇보다 미숙의 이런 모습이 자신의 기분이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건 지금 이 반응이 미용실 아줌마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미용실 아줌마도 지금 미숙처럼 저와 같은 반응을 보였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숙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다보니 어느덧 1시쯤 되었다.

‘전화나 문자 올 때가 됐는데.’


윤혜림이 1시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의식 할 때 쯤 폰이 작게 울렸다. 문자가 오는 소리로 확인을 해보니 윤혜림이었다.

<강식씨, 2시 30분까지 광화문역 8번출구 앞에서 봐요.>


문자를 확인해보니  그렇게 적혀 있었다.

<아, 예... 그러면 시간에 맞춰 나갈게요.>

바로 답장을 적어서 곧바로 그 밑에 답장이 달렸다.

<네, 점심은 드셨어요?>


<조금 전에 먹었죠. 혜림씨는요.>

<저도 아까 먹었어요^^ 그런데 강식씨가 재밌게 볼지 모르겠네요.>

<재밌을 거예요.>

<아직 어떤 건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기대가 돼죠.>


<뭐에요~ㅋㅋ>

그렇게 짧게 문자를 주고받는데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럼 2시 반까지 보기로 해요.>

<네~!>

“혜림씨니?”

문자를 주고받는 강식이의 곁으로 참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온 미숙이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예, 2시 반까지 보자는 데요.”


오전에 강식이가 오늘 혜림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3시에 시작 한다고 했으니까 그쯤까지 보면 되겠네.”


30분의 여유를 두고 만나는 것은 괜찮았다.

“뮤지컬 공연 다 보고 얼추 저녁시간대니까 식사도 하고 하면 시간도 괜찮고 나쁘진 않네.”

“그렇죠?”


“응.”


그리곤 미숙이 포크로 참외를 찍어서 강식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잘 먹을게요.”

아삭.

받아든 참외를 한  베어 물어 씹어 먹은 강식이가 미숙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뭐가?”

참외를 먹으려던 미숙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제가 혜림씨하고 뮤지컬 보러 가는 거요.”


“질투 안냐나고 묻는 거야?”


“예.”

“당연히 질투나지~ 강식이가 다른 여자하고 뮤지컬 보러 가는 거니까.”

“그런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데요?”

질투가 난다면서 미숙의 반응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도 평상시와 다름  없는 그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욕심이니까.”

“욕심이요?”

“강식이가 아무리 나를 좋게 말해주고 생각해줘도 난 이미 아들도 있고 딸도 있잖아. 그리고 결혼도 한 상태고.”


“그게 왜요?”

“강식이가  받아줬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강식이를 통제하고 잡아  생각은 없어. 그렇게까지 하는 건 순전히  욕심이고 과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표현을 안 하는 거야.”

“그런 거예요?”


새삼스럽다는  바라보는 강식이의 시선에 미숙이 검지 손가락으로 강식이 뺨을 콕 하고 찍었다.

“우리 강식이 여자 마음을 알려면 좀 더 배워야겠다.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 만나는데 질투가 안 날 여자가 어디 있니?”

“그렇긴 하네요...”

생각해보니 이건 깊이 고민해볼 문제도 아니었다.


“난 강식이가 지금처럼 날 생각해주고 아껴준다면 그걸로 괜찮아. 그리고 무엇보다 강식이의 첫 상대는 나잖아?”


“아...네.”

순간 강식이는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유흥업소 출입이 상당히 잦았다는 것을 미숙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데이트는 미숙이 첫 상대이기는 했다.

“가서 실수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 괜히 나 때문에 부담가지지 말고.”


“그럴게요.”


강식이는 미숙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보다 인생을 길게 살아온 만큼 생각도 깊고 마음도 넓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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