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71화 재회
그날 저녁은 빼먹지 않고 출근한 강식이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얻은 2개의 스탯 포인트를 체력에 투자하여 37로 만들었다.
다시 체력에 투자를 해서 그런지 일을 끝마친 지금도 그렇게 피곤하지가 않았다. 회복력도 그렇고 지구력도 정말 많이 좋아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강식이는 저도 모르게 1층 집으로 들어갈 뻔 했다가 계단으로 향했다.
‘하도 아주머니하고 지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현관문으로 향하네.’
그렇게 3층 옥탑방으로 향한 강식이가 방에 있는 믹스커피 하나를 타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헬스장을 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오늘은 매도해서 팔아버려야지.’
헬스장에 다녀왔다가 강식이는 유강제약과 세진실업을 팔 생각이었다. 세진 실업은 27퍼센트 정도 올랐고 유강제약은 2차 임상 성공으로 주가가 올라 30퍼센트 정도로 올랐다.
수익으로 환산하면 유강제약은 2700만원정도, 세진실업은 1900만원정도라 합하면 4600만원정도 수익을 올린 셈이다.
전자기기주에 투자 할 곳을 어제 찾았던지라 오늘 매도하고 그곳에 바로 1억 5천정도 매수 할 생각이었다. 다른 곳도 더 찾아보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강한 촉이 오는 곳이 딱히 없어 이번 주는 한 곳 밖에 없었다.
“이렇게 돈을 버니 룸에서 100만원이상 써도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준호를 데리고 룸에가서 강식이는 거의 170만원정도 썼다.
그러니 서비스가 빵빵 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15만원 일당을 받으며 주5일 한 달 4주를 일한다고 칠 때 하루도 빼먹지 않으면 월 300만원, 연봉으로 치면 3600만원정도 벌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170만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강식이는 택배 상하차 말고도 이렇게 주식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연봉으로 벌 돈을 한 주 만에 이렇게 벌어버리니 씀씀이가 커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정장과 구두, 그리고 롤렉스시계를 사면서 백화점에서 한 번에 천단위의 돈을 써버린 강식이인지라 나름 헤프게 쓰지 않으려 노력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쓸 땐 써야 한다는 주의라 준호와 가서 룸에서 170만원을 쓴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문을 열고 나선 강식이가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목요일이 되어 전투복으로 환복 한 준호가 미숙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나중에 말년휴가를 나올 때 오겠다는 말을 전하고 그렇게 부대로 복귀했다.
헬스장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온 강식이는 미숙에게 준호가 부대로 복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식사 차려준다며 들어오라는 미숙의 말에 따라 강식이는 옥탑방이 아닌 1층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방의 싱크대엔 미숙이 차려준 점심을 먹은 것으로 보이는 그릇들이 물이 채워져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강식이와 미숙은 주방에도, 거실에도 보이지 않았다.
삐걱삐걱삐걱.
조용한 주방과 거실로 뭔가 삐걱대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흑...!아아아..!”
이상한 소리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여성의 야릇한 신음소리가 함께 들려왔고.
찌걱찌걱찌걱.
뭔가 질척대는 소리도 함께 섞여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나오는 곳은 바른 무엇도 아닌 살짝 열려 있는 미숙의 침실.
“가..강식아...나미치겠어.....!”
뽀얀 다리로 강식이의 허리를 휘어 감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양팔로 강하게 목을 끌어안고 있는 미숙은 월요일에 풀지 못한 숙제를 보상받겠다는 듯 미친 듯이 매달리며 신음성을 내질렀다.
“아흣...쭙...쭈웁..”
헐떡이는 미숙의 입술을 빼앗는 것인지 키스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뜨거운 공기와 야릇한 소리가 끝없이 안방의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나왔다.
토요일 주말.
강식이는 약속시간에 맞춰 혜림의 집으로 향했다.
곧 예쁘게 차려입은 혜림이 나와 조수석에 태우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서울이 아닌 시외로 나가 드라이브도 하고 유명 지역 관광지도 들리며 데이트를 즐겼는데 강식이는 혜림의 얼굴이 신경 쓰였다.
“혹시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네?”
“혜림씨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요.”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다만...”
“다만?”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요.”
“그게 뭔데요?”
“......”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친구가 찾아왔어요.”
“친구요?”
혹시 친구와 말다툼이라도 했던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강식이는 혜림이 다음 말을 하기까지 기다렸다.
“친구가 찾아와서 아버지에 대해서 물었어요.”
“왜요?”
“강식씨도 알다시피 아버지가 대권을 포기 했잖아요. 그 이유가 궁금했던 모양이에요.”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어요?”
혜림은 미정이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강식이에게 말해주었다. 그 얘기를 다 들은 강식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혜림씨 아버지가 대권을 포기한 게 혜림씨가 관련이 되어 있을 거다라고 의심을 하고 있다 이 말이죠?”
“네.”
“그 친구 아버지가 바로 혜림씨 아버지가 소속되어 있는 실천당의 대표인 임혁만 의원이고요.”
“맞아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돼요?”
“강식씨도 아는 사람이에요.”
“제가 보스몹이라고 했던 임미정이 맞군요?”
“네.”
“......”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정말 임미정이라는 말에 강식이는 너무 놀랐다. 어떻게 인연이 이렇게 이어 질 수가 있는지 놀라웠다.
‘혜림씨를 만나러 온 거였어.’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왜 임미정이 헬스장에 찾아왔는지 의문이었는데 혜림을 만나러 온 거였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혜림씨가 생각하기에 나쁜 의도로 그런 것 같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아버지가 왜 대권을 포기했는지 그걸 알고 싶어 미정이를 보낸 것 같아요. 아버진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을 늘 꿈꾸던 분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자신의 말을 듣고 대권을 포기 했으니 혜림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미정이 아버지 역시 그걸 알기에 더 속내를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여요.”
“혜림씨가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본다면 임혁만이라는 그 사람에게 좋은 입장이잖아요. 그러니 괜히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손을 뻗은 강삭이가 혜림의 왼손을 힘주어 잡아주었다.
그런 강식이의 손을 혜림 역시 강하게 맞잡았다.
강식이는 그날 모텔에서 혜림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집에 데려다 주었다.
‘혜림씨도 정말 뜨겁단 말이야.’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식이는 모텔에서 혜림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서 크게 숨을 헐떡이며 움직이던 혜림은 정말 거리낌 없이 관계를 즐겼다.
땀에 젖은 탄력적인 젖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다.
모텔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집에 데려다주었을 때 혜림의 표정은 갈 때보다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물론 모텔에서 보낸 뜨거운 시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해 늘 대던 담 옆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끄고 내려섰다.
“최강식씨.”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에 강식이가 고개를 돌렸다.
“촤깅식씨 맞으시죠?”
“그런데요... 누구..?”
“조용한데서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대화요?”
강식이가 사내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인상이 좋은 그런 남자였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강식이의 시선에 사내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뭣 하면 강식씨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시죠. 제가 조수석에 타겠습니다.”
“일단 누군지 밝히는 게 도리인 것 같은데...”
“강식씨 여자친구인 혜림씨에 대한 것 때문입니다.”
“혜림씨요?”
“일단 얘기를 좀 들어보시죠. 분명 강식씨도 만족해 할 겁니다.”
잠시 동안 노려보단 강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십쇼.”
그리곤 운전석으로 이동해 올라탔고 사내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말대로 앉았으니까 나에게 무슨 볼일로 왔고 혜림씨는 왜 거론했는지 말해보십쇼.”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사내가 들고 있던 서류가방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이거 돈 아니예요?”
놀란 얼굴로 강식이가 되물었다.
서류가방엔 5만원권 지폐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1000만원입니다. 깨끗한 돈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걸 왜 나에게 주려고 그러는 겁니까?”
“조그만 정보만 주시면 됩니다.”
“정보?”
“강식씨 여자친구인 혜림씨의 부모님이 혹시 누구인지 아십니까?”
“누군데요?”
강식이는 일단 모르는 척을 했다.
“누군지 모르십니까?”
묘한 시선으로 물어보는 사내의 말에 강식이가 오히려 짜증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아니 누군데 그래요? 혜림씨 아버지가 혹시 유명한 사람이라도 돼요? 혹시 당신 알아요?”
사내가 입을 열지 않고 강식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당신 알고 있죠? 말 해봐요 누군데요. 안 그래도 혜림씨가 부모님 얘기를 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잘 됐네요. 그런데 왜 1000만원을 나에게 주려고 그런 거예요? 혜림씨 아버지 뒷조사라도 하는 겁니까?”
강식이의 눈빛과 표정을 바라보던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얘기는 없던 걸로 하죠...”
“돈은 안 주는 겁니까?”
“오는 것도 없는데 가는 게 있겠습니까.”
그리곤 미련 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려섰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사내를 보면서 강식이가 입맛을 다셨다.
‘내가 연기한 거 눈치 깠나본데.’
강식이가 보기엔 저 사람은 임혁만이 보낸 사람 같았다.
‘사람 잘 못 보았어. 내가 한 주에 버는 돈이 얼만데 어딜 1000만원으로 날 회유하려고 들어?’
저렇게 당당하게 나온 것은 아마도 자신이 쉽게 회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도 알아 봤겠지.
1000만원 현금을 보여주면 충분히 회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 못 봐도 한 참 잘 못 봤다.
지금 자신은 돈에 쪼들리는 인생이 아니다.
설사 돈이 없다고 해도 회유되어 정보를 넘겨 줄 생각도 없었다.
아마 오늘 만남도 돌아가서 그대로 보고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 할 지도 모른다.
‘왜 대권을 포기했는지 궁금하긴 하나보군.’
하긴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자그마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 하는 것인데.
수를 쓰는 것인지 진짜 포기 한 것인지 알아보려고 그런 것이라 나쁜 의도는 없다고 해도 오늘 이 일에 대해서 혜림에게 알려줄 생각이다.
“안 넘어 왔다고?”
“예.”
“꼴에 그래도 자존심은 있나보군. 버는 수입으론 차 유지비만해도 빠듯 할 텐데 말이야.”
임혁만이 입맛을 다셨다.
1000만원이면 충분히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할 까요?”
“안 넘어왔으니 별 수 없지. 일단 물러가.”
“알겠습니다.”
“거참...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
어쩌면 오늘 이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알고 싶어 한다는 걸 윤학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면 만일 쇼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분명 연락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쇼라고 해도 대처방법에 대해서 정리한 후에 전화를 하겠지만 말이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미정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소파로 다가와 몸을 앉혔다.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됐냐니?”
“아빠 지웅 아저씨 보낸 게 회유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 결과보고 들은 거 아니에요?”
“안 넘어왔다.”
“안 넘어와요?”
“그래.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구나.”
“얼마 주려고 했는데요.”
“천.”
“그런데도 안 넘어왔다고요?”
“그래.”
“놀랍네요.”
“별 수 없지 않느냐.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지.”
그때였다.
임혁만의 휴대폰이 전화가 울렸다.
확인을 하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윤 의원이 이 시간에 웬일입니까.”
미정이 조용히 아버지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래요..? 아마 충성심이 강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제가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예... 그럼요..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돌리실 마음 없으십니까? 생각을 바꿔 달라는 당원 분들과 지지자들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파서 그렇지요..”
그렇게 약 10여 분간의 통화를 한 임혁만이 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헤림이 아버지에요?”
“그래.. 혜림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구나. 자신은 정말 대권을 포기 한 게 맞다면서 말이야. 아무래도 정말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
쇼가 아니라면 전화가 올 것이고 쇼라고 해도 대처 방법에 대해 정리한 후에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전화를 할 거라 보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
아마도 강식이라는 그 남자가 바로 혜림에게 연락을 해서 소식을 들었다고 해도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럼 정말 포기한 거네요?”
“나에게 직접 전화해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야. 그 사람 성격에 쇼였다면 바로 전화를 걸이 이렇게 나오진 않거든..”
오랫동안 윤학수를 옆에서 지켜보았던 임혁만이라 성격도 잘 알았다.
“그럼 알아볼 필요는 없겠네요. 확실해졌으니까.”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그렇긴 하지.”
“저 나가볼게요.”
자리에서 일어선 미정이 그대로 서재를 나섰다.
“대통령이라...”
아직 대선을 치루려면 시간이 좀 남았고 당선 된 것도 아니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서재를 나온 미정이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향했다.
‘혜림이가 만나는 남자가 최강식 그 남자라는 건 정말 놀라웠어...’
혹시나 해서 주말에 혜림의 집 근처에서 몰래 지켜봤는데 BMW 세단에 타는 것을 보고 거리를 두고 뒤따라 미행했다.
일용직이라더니 그래도 차는 있었나보다.
그리고 휴게소로 향하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가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짝이 되었다가 자신이 대차게 차버렸던 바로 그 최강식였기 때문이다. 헬스장에서 마주한 것도 기분 나빴는데 혜림이 만나는 남자가 그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대체 뭘 보고 그 남자하고 만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외모도 별로고 별 볼일 없는 남자인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