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97화 가족
그로부터 며칠 후 일이 끝난 혜림이 강식이의 집으로 찾아왔다. 장을 봐온 것인지 손에는 마트 봉지가 들려 있었다. 강식이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온 혜림이 싱크대에 장을 봐온 것들을 하나 둘 놓아두었는데 그 중엔 당연히 강식이가 즐겨 마시는 캔 커피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강식씨 저녁 안 먹었죠?”
“예, 혜림씨가 온다고 해서 안 먹었죠.”
“배 많이 고프겠네요. 금방 차려드릴게요.”
그렇게 재료들을 다 꺼내고 정리한 후 소고기무국을 포함해 돼지불고기, 부추무침, 조기구이 등 요리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강식이의 오피스텔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이제 혜림에게 익숙해 보였다.
그렇게 혜림이 차려준 저녁을 강식이는 맛있게 먹었다.
“저기 강식씨...”
“예?”
돼지불고기를 집어 먹던 강식이는 혜림의 물음에 물 한 잔을 마신 후 내려놓았다.
“할 말 있는 거 같은데 해보세요.”
“내일 토요일이잖아요.”
“그렇죠.”
“부모님이 강식씨 한 번 보고 싶데요.”
“혜림씨 부모님이요?”
“네.”
아버지는 이미 강식이도 만나 보았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마주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혜림의 아버지가 윤학수 의원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그날 혜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물론 강식씨가 불편하다면 가지 않아도 돼요. 단지 강식씨 의견을 알고 싶어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보기 싶긴 할 겁니다. 아끼는 딸이 사귀는 남자인데 관심이 없다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 거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강식이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저녁식사에 절 초대했다는 거예요?”
“네. 7시까지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럼 가야죠.”
바로 승낙하는 강식이의 말에 혜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괜찮아요?”
“당연하잖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혜림씨 부모님 보러 가는 건데요. 남자친구로써 당연히 찾아뵈어야죠.”
“강식씨...”
혜림은 강식이가 이 얘기를 꺼내면 많이 부담스러워 할 것 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뜻 말하기도 쉽지 않았고 부담스럽다고 하면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가겠다고 하니 혜림은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이렇게 가겠다고 하는 그에게 고마웠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그 후에 소파에서 차 한 잔을 했다.
“강식씨 정말 괜찮겠어요?”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요. 혜림씨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건데요.”
“하지만 어머니가 좀 많이 까다로우신 분이라...”
자신이 저지른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어머니 역시 많이 유연해졌고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분명 좋은 집안의 배경의 남자를 만나는 것을 포기 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들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라고 칭했지 어머니는 말할 때 남자친구라는 말은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었다.
마음만 먹으면 재벌 집 아들에게 시집을 갈 수도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집을 나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만나고 있으니 그럴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인정해주고 만나는 걸 허락해 주었다는 것도 컸다.
“혜림씨 어머니 명품이나 이런 거 좋아하세요?”
“이런 말 드리긴 좀 그렇긴 한데 명품이나 사치를 부리는 걸 좋아하시는 분인 건 맞아요.”
“그러면 혜림씨는 어머니를 닮은 게 아니네요?”
강식이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혜림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닮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많이 엄하고 차분한 분이세요. 그래서 저도 그런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랐어요.”
“그럼 의외로 성격은 아버지 쪽을 닮았다는 거네요.”
강식이가 보기에도 혜림의 성격은 차분한 편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란데다 실제로 혜림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숨이 막히는 통제와 생활을 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는 되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점수를 좀 따야겠군요.”
대충 혜림의 말만 들어도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는 감이 잡혔다.
그러면 확실하게 점수를 딸 수 있는 행동을 취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식이는 충분히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어 버릴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러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럴 수야 없죠. 아마도 이번에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할 텐데 잘 보여야죠.”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강식이의 모습에 혜림의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시간이 늦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강식이와 혜림이었지만 당연하게도 바로 잠들지는 않았다.
천천히 엎드린 자세로 내밀고 있는 엉덩이를 덮고 있는 팬티를 잡고 아래로 끌어 내리니 뽀얀 엉덩이의 살결과 함께 항문, 그리고 촉촉하게 젖어 있는 음부가 눈 앞에 드러났다.
이미 키스와 함께 이어진 애무로 혜림 역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벅지 아래까지 끌어내린 상태에서 강식이가 손을 내려 자신의 양물을 잡고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 문지르며 바로 잡았다.
좀 더 앞으로 접근을 한 상태에서 혜림의 샘에 맞춰 살살 비벼대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쯔거억...
이미 충분히 젖어 있던 상황이라 귀두가 구멍을 벌리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서 기둥이 삽입이 되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갔는데 결국 뿌리 끝까지 삽입이 되었다.
그 상태에서 혜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만지며 쓰다듬던 강식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질척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가운데 엎드려 있는 혜림의 입에서도 작은 숨소리가 내뱉어졌다.
일정한 속도로 허리를 움직이며 양물을 삽입하던 강식이가 혜림의 등을 덮고 있는 상의를 위로 걷어 올리곤 드러난 등의 살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허리를 계속해서 움직였다.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긴 시간동안 허리를 움직이던 강식이가 욕구가 올라오는지 양손으로 엉덩이를 꽉 잡은 채 깊숙하게 삽입했다.
그리곤 뒤로 빼지 않고 잠시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며 가만히 느꼈다.
사정이 끝나고 나서도 뒤로 물러서며 빼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상체를 숙여 혜림의 등 위에 엎드렸다.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집어넣어 부드럽게 혜림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천천히 주물러대면서 다시금 느꼈다.
“혜림씨.. 그거 알아요?”
강식이가 혜림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저 사실 처음 헬스장에 갔을 때 혜림씨를 보고 욕심이 났어요.”
강식이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혜림씨는 내여자로 가지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억눌렀어요. 섣불리 행동했다가 혜림씨가 절 안 좋게 생각 할 까봐서요... 그래서 기회를 보며 인내했어요.”
귀두부터 기둥까지 감겨오는 속살의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 좋았다.
“사랑해요, 혜림씨...”
강식이가 속도를 높이면서 박아대기 시작했다.
엎드려 있는 혜림 역시 숨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움켜잡고 있는 젖가슴을 계속해서 주물러 대면서 허리를 움직이던 강식이가 또 다시 깊숙하게 찔러 넣은 자세에서 움찔거리며 자세를 유지했다.
“아...너무 좋아요..”
여운이 깃든 말소리를 속삭이며 상체를 일으켜 삽입한 양물을 빼냈다. 그리곤 혜림을 돌려서 침대에 눕히고는 무릎에 걸쳐 있는 팬티를 완전히 끌어내려 아래로 벗겨냈다.
그리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타고 올라가 혜림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박고 사정한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는 꽃잎의 주변과 클리토리스를 건드리며 핥아대었다. 그리곤 다시 위로 올라가 혜림의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크게 베어 물며 빨아 당겼다.
“다시 넣을게요...”
자세를 바로 잡은 강식이가 자신의 양물을 다시 혜림의 젖은 샘에 맞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입구를 벌리며 안쪽 깊숙이 빨려 들어갔고 그 상태로 혜림의 혀를 빨며 키스를 하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굵은 양물이 구멍을 벌리며 깊숙하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움직이는데 힘 있게 밀어붙일 때면 혜림의 엉덩이가 눌리면서 강식이의 물건을 끝까지 빨아 당겼다.
“쭙...쭈웁..”
말랑한 혀를 쪽쪽 빨아 당기며 진하게 키스를 하던 강식이가 머리를 감싼 채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크게 구멍을 벌리며 빨려 들어가다 나오는 결합부위에서 묽은 애체가 계속해서 흘러나와 혜림의 엉덩이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날 처음 봤을 때 혜림씨를 정말...가지고 싶었어요..”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구멍에 박아대던 강식이가 올라오는 사정 감을 참지 않고 분출했다.
크게 밀착하듯 달라붙으며 움찔거리자 혜림의 엉덩이가 체중에 눌리며 작게 떨렸다.
사정을 끝내고 잠시 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던 강식이가 다시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어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결합 된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정액과 애액의 양 만큼 강식이의 움직임은 점점 더 격해져만 갔다.
“너무...좋아요..혜림씨.....”
“하아아...”
강식이에게 안겨 있는 혜림의 입에서도 길게 숨소리가 내뱉어지는데 허리를 끌어 안고 있는 혜림의 허벅지를 타고 땀방울이 맺혀 아래로 흘러내렸다.
허리를 계속해서 움직이는 강식이가 혜림의 질 내에 파묻혀 숨을 거칠게 헐떡이면서 흥분했다.
엉덩이가 크게 눌릴 정도로 깊숙하게 힘을 주며 삽입했다가 다시 빠르게 움직이며 박아대기를 반복했다.
찌걱찌걱찌걱!
“허억...헉...혜림씨...저...또...싸요.....안에...사정할게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움직이던 강식이가 다시 힘을 주며 혜림의 속살에 양물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 상태로 움찔 거리며 사정했다.
“너무 좋아요... 혜림씨...하아...”
사정의 여운을 느끼면서 머리를 감싸고 있던 강식이가 손을 아래로 내려 혜림의 엉덩이와 허리를 감싸고 있는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다시 손을 바로 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쭙....쭈웁..”
혜림의 혀와 입술을 빨면서 계속해서 움직이던 강식이가 힘주어 깊숙하게 찔러 넣은 체 잠시 동안 그렇게 느꼈다.
다시 멈췄던 허리를 움직이며 박아대면서 혜림의 머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양물이 빨려 들어가는 구멍 사이로 애액과 정액이 계속해서 질척대며 흘러내리는 가운데 엉덩이는 쉼 없이 강식에게 눌려지며 탄력적이게 흔들렸다.
다음날 강식이는 쫙 빼입고 백화점에 들렸다. 그리고 혜림의 어머니가 좋아 할 만 한 유명 브랜드의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를 샀고, 혜림의 아버지에게 드릴 값이 비싼 양주까지 샀다.
저녁 7시에 맞춰 그렇게 드릴 선물을 사들고 한남동에 위치한 자택으로 향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눈도장 찍어야죠.”
양주도 그렇고 가방, 팔찌와 목걸이 그리고 양주까지 정말 돈을 많이 썼다.
자택의 앞에 도착하고 혜림이 폰을 꺼내 집앞이라고 말하자 곧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강식이가 천천히 차를 몰아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사가지고 온 선물이 든 쇼핑백을 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혜림이 직접 문 앞에서 도어 락 비밀번호를 누른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으로 보이는 그러한 패션에 혜림의 외모를 닮은 예쁘게 생긴 아주머니가 서있었다.
“어서와 혜림아.”
“아버지는요?”
“안방에 계셔 이제 곧 나오실 거야.”
그리곤 고개를 돌려 강식이를 바라보았다.
“최강식입니다.”
강식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소개하며 혜림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잘 오셨어요.”
그리곤 강식이를 스캔하는 데 입고 있는 복장, 그리고 착용하고 있는 시계를 보고는 내심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정장은 딱 봐도 유명 브랜드의 것으로 보였고 시계는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롤렉스 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진품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살펴봐야겠지만 어쨌든 진품이라면 정말 의외였다.
“왔느냐.”
그때 안방의 문이 열리며 윤학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아버지.”
“자네도 어서 오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곧 식사가 다 차려지니까 응접실에서 기다리도록 해요.”
“이거 빈손으로 찾아오기 그래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이라는 말에 혜림의 어머니가 관심을 보였다.
“목걸하고 팔찌가 들어 있는 액세서리함하고 외출 할 때 들고 다니기 편하시라고 가방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런 거 안 사와도 되는데...”
관심을 보였어도 심드렁한 모습으로 쇼핑백을 받아 꺼내보는데 먼저 가방부터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도 잘 아는 브랜드의 가방으로 값어치가 비싼 가방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싼 선물을 준비 할 줄은 몰랐던 장여사가 놀란 듯 바라보자 강식이가 입을 열었다.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준비했습니다.”
“아, 아니... 이건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상당히 돈을 많이 썼을텐더 선뜻 이런선물을 주다니 놀랍다.
목걸이와 팔찌가 들어 있는 액세서리의 함도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여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을 게 분명해 보였다.
“자네 무리를 했구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버님이 양주를 한 번씩 마신다고 해서 준비해 왔습니다.”
쇼핑백에서 꺼내 양주가 들어 있는 목함을 확인시켜주자 윤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자주 마시던 양주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아마도 혜림이가 알려준 것 같은데 자신이 알아보았던 최강식이라는 이 남자의 수입으로는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양주였다.
저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 이 양주까지 합하면 백단위가 아닌 천단위의 돈을 썼다는 건데 확실히 놀랍다.
그리고 입고 있는 정장이나 팔에 착용하고 있는 시계, 자신이 알아보았던 최강식이라는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나?’
분명 혜림이가 만나는 남자라고 해서 자세히 알아보았었다.
그때 가정부 아주머니가 나와 식사가 다 차려졌다고 했다.
“자자, 식사가 다 차려졌다고 하니 어서 가도록 해요. 혜림아, 강식씨 식당으로 안내해드려. 아주머니 이것 좀 안방에 놔주시겠어요.”
“네, 사모님.”
쇼핑백을 건네준 장여사가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는데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
한상 가득 차려져 있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상석엔 윤학수가 왼편엔 장여사 그리고 오른편엔 강식이가 앉았고 그 옆예 혜림이가 앉았다.
“준비한 건 별거 없지만 식사 맛있게 들어요.”
“아닙니다.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요. 잘 먹겠습니다.”
“호호호.. 네 그래요.”
미소를 짓는 어머니의 모습에 혜림이 내심 안도했다. 강식이를 보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분위기는 좋았다.
“자, 그럼 들도록 하지.”
윤학수가 먼저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자 그때서야 다들 식사를 시작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장여사가 먼저 혜림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 네가 행복하다고 하면 다행이구나... 그날 이후로 나도 생각을 많이 했단다. 어떻게 살아가든 본인이 행복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야...”
혜림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건 그녀에게도 정말 충격이었다. 만약 정말 혜림이 잘 못 되었다면 충격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혜림이를 구해줘서.”
“아닙니다. 그 상황에선 제가 아니라도 구하려고 뛰어 들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 남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건 절대 쉬운 행동이 아니지. 겸손할 필요가 없어.”
“남편 말이 맞아요.. 혜림이를 구해준 것에 대해선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배경이 어떻든 일단 혜림이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 부분에서 만큼은 절대 소흘하게 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혜림이의 짝으로는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사진으로 보았던 것과 다르게 얼굴도 개성있으면서 매력적으로 괜찮아 보였고 입고 있는 정장이나 시계, 그리고 선물들은 쉽게 구입하고 선물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입이 늘었나?’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선물 구입하느라 돈 좀 쓰셨을 텐데 어떻게 해요...?”
넌지시 물어오는 장여사의 물음에 강식이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아 부수입을 좀 벌었습니다.”
“부수입이요?”
“모아둔 자금으로 주식을 좀 투자 했는데 운이 좋아 수익을 제법 올렸습니다.”
“어머, 주식을 하세요?”
이체를 띠며 되묻는 말에 강식이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체 얼마나 수익을 올리셨길래...”
“선물을 하는데 부담가지 않을 정도의 수입은 벌었습니다.”
“대단하군요..”
장여사가 정말 놀랍다는 듯 말했다.
전혀 부담가지 않는 선이라는 저 말이 최소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렸는지 유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었나?”
윤학수가 관심을 보이며 물어오자 강식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에 대해서 조리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투자 전문가들이 서술한 책이나 강의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였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조금 가미해서 설명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는 윤학수와 장여사는 강식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 친구 보통이 아니군.’
‘전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데.’
말하는 걸 들어보면 오랫동안 금융권에서 일해 온 투자 전문가의 냄새가 났다. 말하는 용어들도 그렇고 그동안의 동향과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너무나 세세하게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서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말하는데 이건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공부하지 않으면 말 할 수 없는 정도의 지식이었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헤림이 역시도 상당히 놀랐다.
이 사람이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빠삭하게 궤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괜히 수익을 올린 게 아니군요.”
강식이를 바라보는 장여사의 눈빛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아내 말대로 자네를 내 투자자문으로 데리고 있고 싶을 정도야.”
윤학수 역시 진심으로 감탄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새 비워진 강식이의 그릇을 보고 장여사가 입을 열었다.
“혜림아, 뭐해. 네 남자친구 밥 한 공기 더 드려야지.”
“남자친구요?”
헤림이 놀란 눈으로 되묻자 장여사가 작게 웃었다.
“그럼 네 남자친구를 남자친구라 부르지 뭐라고 부르니?”
“그렇..네요.”
자리에서 일어선 혜림이 새롭게 밥 한 공기를 퍼서 강식이에게 놔주는데 감격에 겨워 하는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자신 앞에서 이 사람을 남자친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먹고 부족하면 더 들도록 해요.”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후로 식사를 이어나가면서 혜림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는데 분위기가 정말 밝고 화목해 보였다.
특히나 헤림의 얼굴에 정말 밝았는데 아마 조금 전 자신을 두고 남자친구라고 말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티비로만 보던 윤학수의 모습과 다르게 확실히 혜림이에게 대하는 모습이 정말 다정다감해 보였다.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지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날 자신이 보았던 윤학수의 모습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혜림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꽃을 보면서 강식이도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